〈 6화 〉6편
"인간 아니죠, 그거?"
대뜸 물었다.
"인간, 사람, 아니다. 뱀파이어..노우.. 이 땅 말, 흡혈귀, 혈귀."
어차피 사람들은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 오해받지 않으려면 이 방법이 최선이다. 마을 사람들에게 괴물의 존재를 말하지 않은 이유를 그는 이야기했다. 오랜 시간을 들여서.
"따라와라."
그의 뒤를 좇아 자리를 옮겼다. 걸음이 불편한 이쪽을 배려한 것인지 천천히 걷는 이국인. 힘겹게 따라붙어 옮긴 장소는 공터였다.
마을에서 꽤나 떨어져 인적이 드물다. 툭 튀어나온 바위 위에 날아가듯 기묘한 몸놀림으로 걸터앉는 그.
온전치 못한 몸으로 걸어 피로가 더 쌓인 터라 아무렇게나 털퍼덕 앉았다.
잠시 눈을 감고 뭔가에 집중하던 그가 운을 뗐다.
"파문."
이게 무슨 소린지. 의문을 표하며 바라본다.
"숨, 호흡.. 그 방법."
뒤이은 그의 말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숨을 쉼으로써 강해진다. 생명을 상징하는 그 힘으로 이질적인 존재, 혈귀를 제압할 수 있다. 그것이 파문.
"네 몸, 파문, 익혔다."
그가 손가락으로 내 명치 언저리를 가리킨다.
부상으로 죽기 직전 가해진 자극. 정신없는 와중에 들이킨 숨결. 그리고 회복.
특이한 그 힘을 실은 타격을 당하면 인식하게 된다. 눈치채지 못한 물체의 존재를 일단 한 번 알아차리면 계속 눈에 밟히는 것과도 비슷하다.
이 파문의 호흡은 신체를 활성화시켜 평범한 인간의 운동능력을 상회하게 만든다.
사실 이 호흡법은 소수의 인간들 사이에서만 전해내려오는 것이라 평생 마주칠 일도 없었다. 그러나 우연히도 그는 지나가다 괴물과 맞닥뜨렸고, 부상당한 사람을 보았으며, 살리려면 파문 전수밖엔 답이 없었고, 그게 나였다.
미력한 수준의 파문일지라도 호흡법을 익히게 된 이상 외면할 수 없다.
"배운다, 파문."
모든 걸 잃다시피 한 내게 있어 새로운 목표의 시작이나 마찬가지였다.
그와의 소통은 아주 길고 어려웠다. 특히나 설명하기 애매하거나 추상적인 부분은 손짓발짓까지 동원해가며 이해시키려 했고, 그걸 이해하기부터가 굉장한 장벽이었다.
어떻게든 하나를 체득하면 다음은 더 난이도가 올라가는 식이다.
시작은 숨쉬기부터.
원활히 움직이려면 회복이 우선. 앉아서도 가능한 호흡법을 제대로 배운다.
그는 가만히 지켜보며 무언가 관찰하는듯 하다가 몇 군데를 짚어주며 수정해주었다.
중간중간 대충 끼니를 때우며 계속했다. 감각을 유지하면서 숨을 쉰다. 점차 가벼워진다.
통증이 없어졌다 싶은 며칠 뒤, 일어서고 움직이기가 편해졌다.
"다음."
몇 가지 동작, 수련방법, 선대 파문 수련자들이 사용했다는 응용기술들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물론 따라하며 몸으로 익히기는 덤이다. 눈에 띄게 달라졌다거나 강력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일은 없었지만, 그가 전한 내용은 잘 담아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