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화 〉5편 (5/109)



〈 5화 〉5편

괴롭다.

아프다.

그만하고 싶다.

무력하게 널브러진 몸으로 가느다란 호흡의 끈을 잇는다.

"스으으.."


눈 앞이 흐리다. 비참하다. 그녀는 죽고 자신은 죽음이 목전.
포기하고 중단하고 싶다. 그러나 몸은 끈질기게 살아남으려 하고 있다.

탁탁탁

누군가의 달음박질. 인기척이다. 한 명,  명, 그보다 더.


살지도 죽지도 못한  몸으로 마지막의 마지막, 기절 직전까지 숨을 쉬었다.



"아"

눈을 뜬다.


누워있다. 이마가 서늘해 만져본다. 축축한 천이 얹어져있다. 움직인 팔이 아려온다. 그리 크게 아프진 않았다.


"정신이 들어요?"


몇 번인가 마을 일을 해주다 마주친 아주머니였다. 인사 정도로 지나쳐간 사이인줄 알았는데, 걱정스런 눈길을 보니 새삼스럽다.

조금 움직여본다. 옆에서 말린다. 통증은 있지만 부상 당시에 비하면 움직일 만하다.

"시간이 얼마나..."


"사흘은 족히 지났어요."

사흘.

이 마을에는 의원이 없다. 번화한 도시라면 몰라도, 구석진 동네사람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치료법으로 넘기기 일쑤. 중병은 살아남기 어렵다.


이례적이다. 누가 봐도 실려올 당시엔 숨넘어가기 직전이던 놈이, 불과 사흘만에 정신을 차리다니.

"그리고..."

잠시 말을 못 잇던 그녀.

"그.. 아이의 장례식이 있을 거라고..."

아.


그랬다.


이름을 불러주고 머리칼 손질을 처음으로 해줬던 그 아이. 이제는 없는  사람.

가슴팍 어딘가가 아려온다. 상처는 분명 나아가는데. 덜 아픈 게 맞는데. 왜 이렇게.


"받아요."


건네진 손수건을 얼떨결에 받아들었다.  위로 방울방울 떨어져내리는 물.

황급히 눈가만 훔치고 돌려주려했는데. 손수건에 닿은 얼굴을 뗄 수가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정신이 들었다지만 여전히 환자였다. 마을 사람들도 되도록 이쪽을 피하는 눈치다. 듣기로는 사람들 사이에선 살인마에 참혹하게 당한 두 사람 정도로 회자되는 듯했다.


그녀의 장례식도 치러졌다. 나는 그 자리에 가지 않았다. 응당 있을 법한 질책같은  없다. 거동이 힘든 상태인 것도 있거니와, 심적인 배려인 모양이다.

사실 가지 못했다. 가서 그 소녀가 누워있는 모습을 한 번 더 봐버리면, 되돌릴  없는 진짜가 되버릴까봐 무서웠다. 소심하고 비겁한 반항.

며칠인가  지나 이제는 운신이 어느 정도 가능해졌을 무렵. 길가에 걸터앉아 햇볕을 쬐고 있을 때.


누군가 볕을 가리고 섰다.

"헤이."


이국인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