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화 〉4편 (4/109)



〈 4화 〉4편

타격음.

괴성.


소리가 멎었다.


한 순간 빛의 번쩍임과 동시에 일어난 일. 확실하다. 괴물은 죽었다.


어떤 감상이나 감정을 떠올릴 겨를이 없었다.


찢어졌는지, 뭉개진 건지, 부러진 것인지. 너무나도 아프다. 조금도 움직일 수 없다.

"아 유 오케이?"

가까이 들리는 소리. 조심스러운 손길이 옷을 벗기고, 서늘한 공기가 살에 닿는다.


"오 마이..."


 알아들을 이국의 언어.  말에서 전해지는 걱정스러움이 상황을 말해준다.

차갑다. 바람도 없이 고요한데. 괴물에 부상당한 부위 언저리에서 싸늘한 무언가가 치미는 감각. 점점 덜 아파지는데  무서워진다.


"음... 너, 아프다, 죽는다"

이국인이 어설픈 말투로 이쪽 말을 한다.
곧 죽는다. 아무 것도 못하고.

희미해지는 생각. 식어가는 피.


"참아라. 아프다."

푸욱

명치 깊숙이 파고드는 통증. 워낙 깊이 찔러넣은 손가락 탓에 몸통의 공기가   남김없이  려나왔다. 부상과 방금  가격으로 소리도 못 낼 수준의 고통이 찾아왔다.


숨을 쉴 수 없다.

시간이 흐른다. 순간이 영원같다. 공기가 없다. 살고 싶다.

"으으..."

숨이 트인다. 한계에 달했다 여긴  때 조금이지만 숨이 쉬어졌다.


한참 중단됐던 호흡이 재개되는 잠깐, 들이킨 약간의 공기. 생물이 처음으로 숨을 쉰다면 이렇지 않을까? 아주 오래도록 잊고 있던 첫 호흡의 순간이 바로 이게 아닐까?

괴로움에 비명을 지르던 몸에 주입된 공기를 맛있게 받아들인 몸이 조금씩 따뜻해지는 기분이다. 폐부로부터 온기가 퍼져나간다.

아직은 안심하기 이르다. 차갑고 묵직한 덩어리가 아래쪽에서 밀고 올라오는 터라 방심하면 바로 기절해버릴지도 모른다.

"숨, 호흡. 멈추면 죽는다."

이국인은 그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어디로 가는 건지 궁금할 새도 없다.


신체는 냉기와 온기가 치열하게 다투는 중이라 한시라도 생각의 끈을 놓으면 즉시 나락행이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

이국인이 가한 복부의 충격 이후 무언가 다른 호흡의 흐름. 숨을 쉴 때마다 활력을 얻는 신체 부위들.

끝없이 몰려오는 죽음의 냉기에 맞서 한 번, 그 다음  번, 한없이 길고 긴 호흡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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