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화 〉1편 (1/109)



〈 1화 〉1편

산.

등나무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기슭 너머 숲 속에서는...

피 냄새가 난다.





크르륵


낮은 울음소리를 내며 걸음을 옮긴다.

소름끼치도록 불쾌한 꽃냄새 탓에  곳에서 벗어날 수도 없다.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그저 기다릴 뿐.


바삭

왔다.

허름한 차림새의 소년. 찰랑거리는 머리칼 아래로 불안한 기색이 역력한 눈빛.


좋은 사냥감이다.


흘러내리는 침을 닦는다.

먹이를 노리기 전에 살핀다. 혹시 날붙이를 갖고 있지는 않나?

어쩌다 괴물처럼 변하고, 사람의 피와 살로 배를 채우다 마주친 그놈들.

분명 그들의 말로 '혈귀'가 되고 인간일 적과는 비교도 못할 정도로 강해졌고 다치더라도 순식간에 나았는데. 그 칼, 칼 앞에선 무릎을 꿇었다. 근처에서 끌려온 혈귀 하나가 가루가 된 모습을 보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

미소짓는다.

두리번거리며 조심스레 걷는 먹잇감의 그 어디에도 칼은 없다.

숨어다니며 몇 명인가 칼 든 녀석들을 거르길 잘 했다.

칼만 없으면..


몸을 웅크리고 힘을 모아 뛴다.
길게 세운 손톱을 휘둘러 녀석의 목을 단숨에!

"히익!?"


피했다.


"혀, 혈귀"

어리숙해보여 쉬운 사냥일 터였는데. 기습은 실패. 동태를 살핀다.


천천히 거리를 벌린다. 먹이도 마찬가지. 녀석이 침을 삼키는 소리마저 생생하다. 저 안에 얼마나 신선한 피가.


다시 한  도약하려 몸을 한껏 수축하던 찰나


후으읍

소리. 숨소리가 다르다. 보통 사냥감들은 불안함과 공포에 떨리는 호흡을 하던데.


두려움이 가득했던 모습은 사라진 상대.


"...흡"

청각을 돋운다. 뭐라는 거지?

"제 1형"

무언가 말한 그놈은 자세를 낮추곤 주먹을 뒤로---


"파문질주"


빛이 번득였다.


위기감.

한시라도 빨리 움직인다. 목을 잡아뜯어야--


"황매화"

코 앞에서 들린 한 마디.

안면에 가해진 거대한 충격.

쿠에엑


형편없이 나동그라진  시야가 샛노란 빛의 잔상 범벅.

얻어맞은 안면의 살갗이 갈라지며 타오른다.


낫지 않는다. 움직이지 못한다. 죽음을 직감한다.


혈귀는 고통의 한 가운데에서, 의식이 흐려짐을 느끼며 묻는다. 아무 이유없이.

"누구.."


우두커니 서있던 누군가, 그가 입을 연다.

"..무라타"

이제는 가루가 되어 흩어져내리는 혈귀의 시신 위로 이름이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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