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사돈 남 말 하시네요!2021.11.28.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아무리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지만, 네가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창밖을 내다보며 커피를 홀짝이던 리아는 조그맣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요 며칠, 꾹 눌러두었던 감정이 결국 터져버렸나 보다. 하, 그래, 양심. 하지만 누가 그걸 몰라서 그러나? 리아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그새 눈에 띄게 수척해진 민수의 얼굴을 떠올렸다. 쌍둥이 형제의 집이라도 자기 집만큼 편하지는 않은지, 일주일 만에 살이 쏙 빠진 것 같았다. 그녀가 신경 써서 챙겨준다고 해도 불편한 건 불편한 거니까. 하지만 민수 얼굴만 수척해졌어? 우리 오빠도 그렇다고! 태호의 얼굴 역시 요 며칠, 말이 아니었다.
“후우.”
그 이유를 알기에 리아는 다시 한번 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에 물을 쫙쫙 끼얹고 있는데, 얼마나 속이 타겠어? 리아도 마찬가지였다. 태호를 보기만 해도 화르르 자연발화가 되니까. 황홀할 정도로 멋진 남편이 눈앞에 있는데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못 하다니, 얼마나 안타깝겠냐고. 아, 말해 뭐 해! 특히 민수가 온 첫날, 드레스 룸에서 일어난 해프닝은 지금 생각해도 숨이 탁 막혔다. 아슬아슬하게 직전까지 갔던 리아와 태호는 민수의 노크에 화들짝 뒤로 물러서야만 했다. 타오른 불길은 재가 될 때까지 아낌없이 태워줘야 스트레스가 없는 건데, 일주일이 넘는 동안 그러지 못했으니 두 사람 모두 욕구불만으로 언제라도 펑! 터질 것만 같았다.
“아, 진짜!”
짜증 난 얼굴로 미간을 구긴 리아는 손에 든 커피 잔을 꽉 움켜쥐었다. 너, 왜 이러니? 주리아! 불타는 신혼 생활에 장애가 왔다고 민수를 원망하고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민수가 여기서 신세 지게 된 이유도 따지고 보면 다 내 탓인데…….
“그래, 이건 모두 다 내 탓이지.”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태호와 맺어질 수 있었던 건 모두 민수 덕분이었다. 민수가 아니었다면 과연 맺어질 수 있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던 리아는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지금은 우선 민수를 챙겨야지.”
아무리 신세계에 눈이 돌아갔다지만, 그래도 한 핏줄인 민수가 먼저인 거다. 리아는 서둘러 태호에게 전화를 걸고, 최대한 밝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오늘은 저녁 먹고 들어가자.”
*** 덜컹―. 벨을 울리고 한참 만에야 문이 열렸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눈앞에 나타났다. 아는 사람은 맞지만, 그렇다고 또 잘 아는 사람은 아니다. 새언니랑 똑같이 생겼는데, 새언니가 아닌 것처럼. 태희는 앞에선 민수를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왜 사돈이 여기서 나와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고. 민수는 예고도 없이 한밤중에 찾아온 태희의 궁금증을 풀어줄 마음이 없었다.
“평소에도 이렇게 불쑥 신혼부부 집에 찾아옵니까? 사돈처녀, 보기보단 예의가 없으시군요.”
뭐래? 그러는 자기는 신혼부부 집에 있는 게 아니라, 호랑이 굴에 들어와 있는 건가?
“사돈 남 말 하시네요!”
태호는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으며 팍 인상을 구겼다.
“아, 됐고. 저, 오빠 만나러 왔어요.”
“태호 지금 집에 없는데……. 물론 리아도 집에 없고.”
“둘 다 늦어요?”
“글쎄, 모르겠네요.”
“그래요? 전화해 봐야지.”
태희가 핸드백에 휴대폰을 꺼내려 하자, 민수는 딱딱하게 표정을 굳혔다.
“내가 사돈이라면 전화 안 할 겁니다.”
“왜요?”
“밤늦게 신혼부부가 집에 없다면 뻔한 거, 아닙니까? 괜히 방해하지 말아요.”
뻔한 거 아니냐고? 순간 태희의 두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다래졌다. 이건 그녀만의 뛰어난 육감이다. 오빠, 지금 병원 응급실에 있는 거야!
*** 쏴아아―. 리아는 빗질을 멈추고 물소리가 흘러나오는 욕실 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조금 있으면 샤워를 끝낸 태호가 젖은 머리를 쓸어올리며 느긋이 걸어 나올 것이다.
“큭.”
상상만으로도 흐뭇하고 설레서 저절로 리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민수, 눈치 하난 빨라. 미리 알아서 배려해주고. 마음이 착한 이에게 복이 있다는 말, 역시 사실이었어. 리아는 환하게 웃으며 다시 빗질을 시작했다. 문득 신혼여행 떠나기 전, 호텔에서 보냈던 첫날밤이 떠올랐다. 그때도 그녀는 태호가 샤워를 마치길 기다리면서 혼자 머리를 빗고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얼마나 떨렸는지 모른다. 입 밖으로 심장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니까! 갑자기 진행된 결혼식인 데다, 상대가 다른 누구도 아닌 강태호였으니까. 침착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지만, 손끝이 부르르 떨릴 정도로 긴장했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명색이 첫날밤이었는데 손도 잡지 않고 잠들었었다. 흠, 그러고 보니 너무 아쉽네. 단 한 번뿐인 첫날밤을 민숭민숭하게 흘려보낸 거잖아. 그때, 욕실 문이 열리고 샤워가운을 입은 태호가 걸어 나왔다.
“샤워 함께하자니까…….”
그는 물기 먹은 머리를 한 손으로 쓸어 올리며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리아를 보고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첫날밤과는 정반대다. 그때 그는 자신을 기다리는 리아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었다. 왜 먼저 잠들지 않았냐고 하면서. 돌이켜보면 그때 그도 그녀만큼 떨렸을 것이다. 사랑하는 여자를 옆에 두고서 티도 내지 못하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순간 리아는 그런 그의 마음을 모르고 그를 힘들게 했던 자신에게 짜증이 밀려왔다. 리아가 미간을 찌푸리자, 태호도 연달아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왜 그래?”
“아니야, 아무것도.”
“얼굴에 다 쓰여 있는데 아무것도 아니긴.”
어느새 침대로 다가온 그가 그녀를 향해 상체를 숙였다. 동시에 보디샴푸 향에 섞인 짙은 수컷의 체취가 훅 코끝에 밀려들었다. 똑같은 샴푸를 사용했는데 어쩌면 느낌이 이리도 다를까! 낯설면서도 익숙한 향이 왠지 모르게 자극적이었다. 태호는 손을 들어 부드럽게 리아의 뺨을 쓸어내렸다. 물기가 남은 손바닥이 살갗에 닿자, 리아는 저도 모르게 흠칫 몸을 떨었다. 그는 조금 더 상체를 앞으로 숙여 얼굴을 가까이하고 그녀의 눈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대답을 요구하는 눈빛에 할 수 없이 리아는 속삭이듯 입을 열었다.
“첫날밤 생각하고 있었어.”
“첫날밤?”
의외라는 듯 그가 눈꼬리를 위로 올렸다.
“별 뜻은 없어. 머리 빗으면서 너, 나오길 기다리려니까. ……그날도 그랬거든.”
“……아.”
자연스럽게 태호의 머릿속에도 호텔에서의 첫날밤이 떠올랐다. 그날 그는 일부러 천천히 샤워하고 늦게 욕실을 나섰었다. 결혼식을 치르느라 온종일 피곤했던 리아는 당연히 먼저 잠들었을 것으로 여기고. 그런데 그녀는 허리를 꼿꼿이 펴고 다리를 꼬고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얼마나 당당해 보였는지 모른다. 그래서 더욱더 유혹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건, 짧은 굿나잇 키스가 전부였다.
“그날도 오늘도, 넌 정말 예뻐.”
사실 그녀가 예쁘지 않았던 적이 있었던가? 잠이 덜 깬 듯 게슴츠레한 눈을 하고 있어도 그에겐 숨 막히게 예쁠 뿐이다.
“첫날밤에 하지 못한 거, 오늘 밤에 만회할까?”
자신의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리아는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뺨을 어루만지던 태호의 손이 뒤쪽으로 옮겨가며 리아의 귓불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뭐부터 시작하지?”
귓불을 지분거리던 손길이 서서히 아래로 내려왔다. 그는 나른한 목소리로 속삭이며 리아의 가운 깃을 손끝으로 쓸어내렸다. 어째서인지 가운을 벗기는 것보다 더 자극적으로 느껴졌다. 오늘은 첫날밤도 아니고, 그새 틈틈이 복습과 실습을 충분히 했으면서도 리아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눈만 깜빡거렸다. 왜, 꼭 호랑이 굴에 끌려온 토끼 같은 기분이 드는 거지?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태호는 알았다는 듯 피식 입꼬리를 비틀더니 이내 고개를 숙여 리아의 귓속에 훅, 입김을 불어 넣었다. 짜릿한 감각이 빠르게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읔, 이건 반칙이잖아. 리아는 태호의 가운 깃을 양손으로 움켜쥐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새 그는 어디를 자극하면 그녀가 즉각 반응을 나타내는지, 모두 파악한 것 같았다.
“……그러면 내가 알아서 시작할까?”
그녀의 귀에 입술을 댄 채, 그가 은밀히 속삭였다. 물론 그래도 상관없긴 했다. 가만히 있어도 그가 알아서 다 할 테니까. 침묵을 동의로 받아들였는지 그의 손이 천천히 가운 안으로 파고들었다. 가운이 벌어지며 하얀 살갗이 드러나자, 그는 낙인을 찍듯 그녀의 하얀 어깨에 입술을 묻었다. 신음이 흘러나오려 하자, 리아는 지그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손길은 어느새 어깨를 거쳐 허리로 내려갔다. 동시에 서로의 입술이 겹쳐지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침대 위로 쓰러졌다. 말랑말랑한 점막을 따라 뜨거운 숨결이 진득하게 달라붙었다. 태호는 입술을 떼지 않은 채,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아 단단히 고정했다. 그리고 리아의 샤워 가운을 조금 더 옆으로 벌렸다. 차가운 공기가 살갗에 느껴지자, 리아는 자신이 너무 끌려가고만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생각해보니 침대 위에선 대부분 그랬다. 언제까지 수동적으로만 대할 건데? “어머, 안 돼!”, “어머, 몰라!” 하면서 모든 걸 상대에게만 맡기는 건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 그거 완전 내숭 떠는 거거든. 21세기를 사는 문화인으로서 그러면 안 되는 거다. 마음을 다잡은 리아는 재빨리 두 손으로 태호의 가슴을 밀어냈다.
“……?”
갑작스러운 반응에 태호는 의아한 시선으로 리아를 바라보았다.
“오늘은 내가 시작하고 싶어.”
“뭐?”
“아까 물었잖아. 뭐부터 시작할 거냐고. 나, 먼저 하고 싶은 거 있어.”
리아의 도발적인 태도에 태호는 피식 웃으며 흘러내린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그리고 그녀가 일어날 수 있게 옆으로 몸을 비켰다. 리아는 가운 자락을 그러모으며 재빨리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태호는 비스듬히 침대에 앉아 잠자코 그녀를 지켜보았다. 리아는 태호의 벌어진 가운 사이로 조심스레 손을 뻗었다. 예상하지 못한 그녀의 행동에 태호의 눈이 일순간 가늘어졌다.
“그날…….”
손바닥으로 완벽하게 균형 잡힌 태호의 가슴을 꾹 누르며 그녀가 말을 이었다.
“이러고 싶었거든.”
밝은 침실 조명 아래 드러난 예술 조각 같은 몸을 보면서, 얼마나 숨을 죽였는지 그는 모를 것이다. 만져보고 싶은 충동에 손끝이 간질거리고, 갈라진 근육 틈으로 흘러내리는 물방울이 부러울 정도였다고 하면 이해되려나? 그리고 한 가지, 명확하게 해두고 싶은 게 있다.
“흐응, 오빠아.”
리아는 애교 섞인 콧소리로 속삭이며 태호의 가슴에 뺨을 기대었다.
“욱!”
태호는 전기 충격이라도 받은 듯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뒤로 몸을 빼려고 했다. 하지만 리아는 양손으로 그의 팔을 꽉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더 가까이 뺨을 밀착했다. 쿵. 쿵. 쿵. 미친 듯이 빨라진 그의 심장박동을 그녀의 귀를 통해 그대로 전해졌다. 리아는 입가에 만족스러운 웃음을 떠올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의 눈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오빠, 몸 너무 좋아.”
“어? ……어.”
그녀가 눈꼬리를 휘자, 태호는 시선을 피하며 대답을 얼버무렸다.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한 모습이라니! ‘오빠’라고 불러주면 좋아한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심장박동이 빨라지도록 반응할 줄은 몰랐다. 자칫 잘못했다간 심장마비라도 올 기세였다. 알고 보니, 우리 강태호 애교에 약한 남자였네? 사실 그녀는 애교를 부리는 타입이 아니었다. 코맹맹이 소리는 어려서도 해본 적 없었고, 엄마나 아빠에게 애교를 부릴 바엔 포기를 택하곤 했었다. 하지만 태호는 다르다. 태호는 공적으로 사적으로 엄연한 그녀의 반쪽이 아니던가. 그가 좋아한다면 손발이 오그라든다고 해도 애교쯤이야 실컷 부려줄 수 있다. 리아는 태호의 가운 깃을 움켜쥐며 그의 허벅지 위로 살며시 올라가 앉았다. 그리고 다시금 다정하게 속삭였다.
“오빠, 나 오늘 밤 안 재울 거지?”
사실 일주일 넘게 참았는데 하룻밤으로 성이 찰 리는 없었다. 게다가 다행히 내일은 공휴일이라서 둘 다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 그때였다.
“이제 다 했어?”
오싹할 정도로 나직한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뭐지? 리아는 설명할 수 없는 묘한 분위기에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그녀를 향하는 눈빛은 어느새 으스스할 정도로 노골적으로 짙어져 있었다. 왜 잠자는 호랑이의 꼬리를 밟은 것 같은 느낌일까? 하지만 생각할 시간은 잠시뿐이었다. 그가 그녀의 허리를 움켜쥐더니 그대로 그녀를 침대로 쓰러뜨렸다. 이어서 한 손으로 그녀의 양손을 잡아 어깨 위로 끌어올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태호의 아래 깔린 리아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태호를 올려다보았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미안.”
거친 호흡이 그녀 얼굴로 쏟아져 내렸다.
“네 장난에 장단을 맞춰줘야 하는데, 도저히 안 되겠어.”
“……안 되다니? 뭐……읍?”
그다음 말은 태호가 입술을 겹치는 바람에 이어질 수 없었다. 입술이 얼얼해질 정도로 격렬한 입맞춤과 함께 태호는 리아의 허리에 감긴 가운의 매듭을 풀었다. 가운 자락이 열리며 하얀 살결이 드러나자, 태호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리아를 끌어안았다. 제길, 애초에 이럴 계획은 아니었는데……. 그녀가 하자는 대로, 그녀가 원하는 대로 이끌려갈 계획이었다. ‘오빠아.’라고 부르는 애교 섞인 목소리에도 흥분하지 않고 견딜 수 있었다. 심장이란 녀석이 눈치 없게 미친 듯이 날뛰긴 했지만, 그런대로 참을 만했다. 하지만…….
―오빠, 나 오늘 밤 안 재울 거지?
……라는 그 한마디에 꼭 붙잡아두었던 이성이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심장이 뻐근하고 눈앞이 아찔해져서 그도 더는 어쩔 수 없었다. 오늘 밤 안 재우다니! 내일 하루도 온종일 안 재울 생각이다.
“잠, 잠깐만! 태호야, 잠깐.”
한참 후, 입술이 떨어져 나가자, 리아는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 손발을 바르작거렸다. 어째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장난이라도 너무 도발한 걸까?
“왜? 겁먹었어?”
하지만 태호의 물음에 리아는 그만 발끈하고 말았다.
“아니, 겁먹긴 누가?”
“그럼. 됐어”
그녀가 날카롭게 반응하자, 태호는 안심했다는 듯 미소 지으며 천천히 그녀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부드러우면서도 거친 공격이 그녀를 향해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날 밤, 리아는 뼈아프게 교훈 하나를 몸에 새겼다. ‘굶주린 호랑이는 장난이라도 건드리는 게 아니다.’……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