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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잠자리까지 생각했어? (6/81)

6. 잠자리까지 생각했어?2021.03.21.

1655991490616.jpg“캑.”

너무 놀란 나머지 사레가 들리고 말았다. 리아는 손으로 입을 막은 채, 어이없다는 얼굴로 태호를 바라보았다. 뭘 잘한다고? 미친 거 아냐? 물론 사랑 없이 정략으로 결혼한 부부라도 애 낳고 할 거 다 하면서 잘 살기는 하더라. 하지만 두 사람은 달랐다. 5년 후 깔끔하게 갈라설 계획을 세우고 시작하는 쇼윈도 커플이다. 그러니 은밀한 부부생활 같은 건 당연히 포함되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잠자리까지 생각했어?

1655991490616.jpg“너,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너무 기가 막혀서인지 리아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1655991490617.jpg“무슨 소리라니? 내 취미가 요리인 거 너도 잘 알잖아.”

1655991490616.jpg“응?”

예상과는 전혀 다른 대답이 돌아오자, 리아는 하려던 말을 도로 삼켰다.

1655991490617.jpg“우린 입맛도 비슷하고. 다른 건 몰라도 결혼 생활에서 식성 때문에 곤란한 일은 없을 거야.”

아, 그 말이었어? 괜히 이상한 쪽으로 넘겨짚은 자신이 타락한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건 모두 어, 다르고 아, 다르게 이야기를 꺼낸 태호 탓이다. 리아는 인상을 쓰며 숟가락을 탁, 내려놓았다.

1655991490616.jpg“어제 하려던 말, 지금 할게.”

이왕 이렇게 된 거, 지금 해버려야겠다.

1655991490616.jpg“그동안 바빠서 어떻게 살지, 상의 못 했잖아. 나중에 따로 규칙을 세워야겠지만, 우선 이거 하난 확실하게 하자. 밖에선 부부로 행세해도, 집에선 각자 따로 생활했으면 해.”

1655991490617.jpg“각자 따로 생활하자고?”

그녀 의견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태호의 표정이 굳어졌다. 하지만 리아는 그가 표정을 굳히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는 결혼하기로 했을 때 확실히 해야 했다. 하지만 경황이 없어 미처 챙기지 못했다. 이름뿐인 결혼이니, 당연히 각자 따로 생활할 거라 안일하게 여긴 그녀의 실수였다.

1655991490617.jpg“좋아. 그래도 각방은 안 돼.”

각자 따로 생활하자는데 각방은 안 된다니? 이게 지금 말이야, 막걸리야? 이번엔 리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1655991490616.jpg“왜 안 되는데? 다른 커플 보면 아예 집을 두 구역으로 나눠서 남남처럼 살더라.”

1655991490617.jpg“난 그럴 생각 없어. 침대를 두 개 놓는 것도 안 돼.”

딱 잘라 말하는 태호의 태도에 리아는 기가 막힌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

1655991490616.jpg“그럼 한 침대에서 자자고?”

1655991490617.jpg“부부라면 당연한 거 아닌가?”

1655991490616.jpg“우리 둘이 평범한 부부 사이는 아니잖아!”

1655991490617.jpg“평범한 부부는 아니지만, 신혼은 신혼이야.”

얼씨구! 신혼 좋아하네.

1655991490617.jpg“신혼부부가 각각 다른 침대를 사용하면 어떤 말이 나돌겠어? 아무리 철저하게 고용인 입단속을 한다 해도 말은 새어 나가기 마련이야.”

경영권을 물려받을 때까진 어떠한 소문도 나지 않게 하겠다는 뜻인가? 후계자 자리를 쟁취하기 위해 내키지 않는 결혼까지 강행하는 그가 순순히 물러설 것 같진 않았다. 리아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같은 방을 쓰는 것도 못마땅한데 같은 침대에서 자야 한다니……. 그녀가 표정을 굳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태호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1655991490617.jpg“걱정하지 마.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을 테니까.”

하, 누가 겁먹어서 이러는 줄 아나! 심기가 불편해진 리아는 태호를 차갑게 노려보았다.

1655991490616.jpg“걱정 안 해. 혈기 넘치는 20대에도 아무 일 없었는데 30대에 뭔 일 있으려고.”

여러 번 기회가 있었음에도 만리장성 한번 안 쌓았던 사이인데 뭐가 두려울까?

1655991490616.jpg“대신 침대는 내가 골라.”

1655991490617.jpg“원하는 대로.”

1655991490616.jpg“잠자리는 그렇다 치고.”

하나를 양보했으니, 다른 하나는 꼭 챙겨야겠다.

1655991490616.jpg“함께 식사하는 건 될수록 피했으면 해.”

1655991490617.jpg“식사를 따로 하자고?”

의아하다는 얼굴로 그가 되물었다.

1655991490616.jpg“그래.”

같은 침대를 사용하는 거야 어차피 잠들어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매일 얼굴을 마주 보며 식사하다간 자칫 끈끈한 연대감이 생길 수도 있다. 금방 지나가는 소나기보다 젖는 줄 모르게 젖게 하는 가랑비가 더 무서운 법이거든. 끝이 정해진 사이에 그런 감정이 비집고 들어오는 건 위험했다.

1655991490617.jpg“좋아. 그렇게 해.”

태호가 흔쾌히 동의하자, 리아는 어깨를 으쓱해 보인 후,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 언뜻 보면 그녀에게 불리한 거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분명 침대는 그녀가 고르기로 했으니까. 침대는 두 사람이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는 날에 맞춰 도착하게 주문해야겠다.

1655991490616.jpg“큭.”

황당해할 태호의 얼굴을 상상하며 리아는 짧은 웃음을 터트렸다. 짜릿한 승리감에 취한 탓일까? 태호 역시 그녀처럼 묘한 미소를 떠올리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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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흐르는 물길은 막을 수 있어도 흐르는 시간은 막을 수 없다고. 어느새 결혼 당일이 되었다. 신부 대기실에 앉은 리아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입은 웨딩드레스는 유명한 디자이너가 손수 제작한 작품으로 그녀의 몸매를 한층 돋보이게 했다. 세상의 모든 신부가 다 아름답겠지만, 오늘 그녀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완벽했다. 하지만 딱 하나. 신부의 환한 미소가 없었다. 리아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억지로 웃어보았다. 원하든 원하지 않는 결혼이든 오늘의 주인공은 그녀였다. 그러니 죽을상을 쓰고만 있을 순 없는 일이다. 그리고 솔직히……. 조금, 아주 조금 설렜다. 정략결혼이든 아니든, 오늘 그녀와 결혼하는 상대는 강태호이니까. 5년 전만 해도 그와의 결혼식을 꿈꾸며 이런저런 상상의 나래를 펼쳤었다. 화려한 웨딩드레스가 아니라도, 하얀 원피스만 입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막말로 물만 떠 놓고 식을 올렸어도 행복했을 거다. 그때, 서로 사랑할 때 결혼했다면 좋았잖아! 왜 지금에 와서…….

1655991490616.jpg“……하아.”

리아의 입에서 탄식 같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사랑은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가 보다.

16559914938404.jpg“리아야!”

그때, 문이 열리며 대학 동창인 유정과 수진이 안으로 들어왔다.

16559914938404.jpg“와, 너 오늘 완전 여신 같다.”

16559914954108.jpg“웨딩드레스 누구 작품이야? 진짜 죽인다.”

두 사람은 호들갑을 떨며 리아 옆으로 다가왔다.

16559914938404.jpg“지금 기분 어때? 막 떨리고 그러니?”

1655991490616.jpg“그럴 리가. 정략결혼인데 떨리고 말고가 어디 있어.”

절친한 친구인 유정과 수진에게는 어쩔 수 없이 하는 정략결혼이라고 말해 두었다. 두 사람에까지 거짓말을 하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그 뒤에 얽힌 사업상의 기밀은 일체 말하지 않았다. 딴에는 위로한답시고 유정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16559914938404.jpg“경쟁사에 다녀서 그렇지, 네가 사적으로 태호를 싫어한 건 아니잖아. 그렇게 치면 수진이도 KJ 다니는데…….”

그러자 수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정정했다.

16559914954108.jpg“무슨 소리야? 경쟁사를 떠나서 리아에게 태호는 ‘엄적아’잖아.”

여기서 말하는 ‘엄적아’는 ‘엄친아’와 비슷한 의미로 ‘엄마 적수의 아들’을 뜻한다. 리아가 중학교에 진학한 후, 사업으론 도저히 KJ그룹을 이길 수 없게 되자, 주 회장 부부는 자식 경쟁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애초부터 게임이 되지 않았다. 태호는 태어나면서부터 천재 소리를 들었고, 리아는 지극히 평범한 보통 아이였으니까. 태호가 모의고사에서 전국 1등 할 때, 리아는……. 하여간 그 때문에 ‘엄적아’인 강태호는 리아에겐 어렸을 때부터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던 건 맞다.

16559914954108.jpg“허구한 날 비교 당하고 살았는데 너 같으면 좋은 감정이 싹트겠니?”

1655991490616.jpg“그렇지.”

수진의 말에 리아는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태호와 그녀가 몰래 연애했다는 걸 모르는 친구들은 아직도 그렇게 알고 있다.

16559914954108.jpg“강태호, 여자관계 엄청 복잡하잖아. 솔직히 들이대는 여자가 한둘이겠어?”

수진은 신나게 태호의 비리 백서를 읊어 내렸다. 그녀의 아버지 한정안 사장은 ㈜정직에 근무하다 KJ푸드로 자리를 옮기고 지금까지 강 회장 옆을 지키고 있다. 한 사장의 귄유로 KJ푸드에 입사한 수진은 가까이에서 태호를 지켜볼 수 있었다.

16559914954108.jpg“얼마 전에도 강수미랑 스캔들 터졌잖아. 그러니까 회장님이 억지로라도 너랑 결혼시키려고 한 거 같아.”

16559914938404.jpg“야, 그만해.”

듣고만 있기 뭐 했는지 유정이 수진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꾹 찔렀다.

16559914954108.jpg“어머, 미안.”

수진은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리아의 귀에 속삭였다.

16559914954108.jpg“하여간 조심해. 아까 보니까 하객 중에 강수미 있더라.”

강수미는 KJ푸드의 전속모델이니, 결혼식에 초대받았다고 해서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었다. 만약에 그녀가 오지 않았다면, 오히려 추측성 보도가 난무했을 것이다. 그래도 마음이 편치 않은 건 사실이다. 아무리 껍데기만 있는 위장 결혼이라고 해도 남편의 전 여자 친구가 모습을 보이다니. 태연하게 참석한 강수미와는 달리, 민훈은 오지 않았다. 급한 일로 본가가 있는 부산에 내려가야 한다고 했지만, 변명이란 걸 안다. 얼마나 오랫동안 좋아했는데……. 편한 마음으로 그녀를 보내줄 순 없었을 것이다.

1655991490616.jpg“훗.”

드레스 자락을 만지작거리던 리아는 저도 모르게 허탈한 웃음을 내뱉었다. 식을 앞두고 도대체 어떤 신부가 남편 전여친과 자신의 전남친 생각을 할까. 왠지 씁쓸하다. 하지만 너무 싱숭생숭하지 않기로 했다. 오늘만큼은 아무 걱정 없이 신부로서 행복해하고 싶으니까. 리아는 거울에 비친 자신을 향해 환하게 웃어 보였다. 리아야, 너 오늘 정말 예뻐. ***

16559914938404.jpg“신부는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신랑을 평생 사랑하겠습니까?”

1655991490616.jpg“네.”

짧고 간결한 대답이 리아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주례자는 온화한 미소를 띠며 하객을 향해 성혼선언문을 읽어 내렸다.

16559914938404.jpg“……이에 주례는 이 혼인이 원만하고 진실하게 이루어졌음을 엄숙하게 선언합니다.”

선언이 끝난 후, 두 사람은 하객을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리아와 태호를 바라보는 한 사장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다.

16559914938404.jpg“참, 보기 좋구나.”

16559914954108.jpg“모르는 사람이 보면 진심으로 축하하는 줄 알겠다.”

불만스럽게 흘겨보던 수진이 귓속말을 속삭였다.

16559914938404.jpg“그럼?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딸을 위해 대성통곡이라도 할까?”

뼈아픈 한 사장의 말에 수진은 인상을 찌푸렸다. 중학교 시절, 태호를 처음 만났고 만난 순간부터 그를 좋아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태호는 수진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워낙 까칠한 성격이라서 그런다고 이해하려 했지만, 서운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랬던 첫사랑이 오늘부로 유부남이 된단다. 솔직히 대성통곡하고 싶었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이라면…….

16559914954108.jpg“그래봤자, 억지로 하는 정략결혼이야. 아빠 몰라서 그래? 리아가 태호를 얼마나 싫어하는데. 걱정 마. 두 사람, 얼마 못 갈 거야.”

리아가 태호를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는 수진이 퍼뜨린 가짜 소문도 있었다. 원래부터 태호를 싫어했던 리아는 수진이 전하는 나쁜 소문을 스펀지처럼 쭉 빨아들였다.

16559914954108.jpg“난 그냥 둘이 헤어질 때까지 얌전히 기다릴 거야.”

‘얌전히’라고는 말했지만, 그렇다고 두 손 놓고 가만히 있겠다는 뜻은 아니다. 두 사람이 빨리 갈라지면 갈라질수록 그녀에게 좋을 테니까. 미안해, 리아야. 수진은 쓰게 웃으며 태호의 손을 잡고 행진하는 리아를 바라보았다. 거짓이 아니라 진심으로 미안했다. 친구로서 리아를 아주 많이 좋아한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아무리 진한 우정이라도 사랑을 뛰어넘을 순 없다. 리아 없이는 살 수 있어도 태호 없이는 살 수 없으니까. 태호를 차지하기 위해선, 그깟 우정쯤 아무렇지 않게 버릴 수 있다. ***

16559914938404.jpg“축하해요, 팀장님.”

피로연이 진행되자, 제일 먼저 주원식품 마케팅 부서 팀원들이 다가왔다.

1655991490616.jpg“주말인데 시간 내서 고마워요. 자, 그럼 실컷 먹고 즐기다 가세요.”

리아는 환하게 웃으며 팀원들의 등을 요리 섹션 쪽으로 밀었다. 대화가 들리지 않을 만큼 팀원들이 멀어지자, 태호가 리아의 귓가에 작게 중얼거렸다.

1655991490617.jpg“저번보다 연기가 많이 늘었군. 오늘 아주 행복해 보여.”

그 말에 리아는 태호만 알아볼 수 있게 살짝 흘겨보았다. 하! 여기서 지금 가장 열연을 펼치는 사람이 누군데 그래? 예식이 진행되는 내내, 태호의 입가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전형적인 신랑의 행복한 표정이었다. 그뿐인가? 피로연이 시작되자마자, 리아 허리에 팔을 감고 한시라도 그의 곁에서 떨어지지 못하게 했다. 정말 뜨겁게 사랑해서 결혼한 줄 오해하게 할 만큼 능숙한 연기였다. 그래서 조금은 설레고, 그래서 조금은 짜증이 난다. 다정한 말투와 태도에 잠시나마 예전 기억이 떠오르며 그리웠던 감정이 뭉클 솟아오르니까. 이건 모두 연기일 뿐인데……. 그걸 알면서도 은근슬쩍 흔들리는 자신에게 짜증이 났다. 그의 연기가 완벽하면 완벽할수록 리아는 혼란스러웠다. 그 이유로 오늘만큼은 연기가 아닌, 그녀 본연의 모습을 보이기로 했다.

1655991490616.jpg“넌 연기일지 모르겠지만, 난 아냐.”

뜻밖의 대답에 태호의 미간이 좁아졌다.

1655991490617.jpg“연기가 아니라고? 정말로 행복해서 웃는 거야?”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나 하는 희망에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리아는 기다렸다는 듯 썩은 웃음을 날렸다.

1655991490616.jpg“내키지 않는 결혼이지만, 인당수에 빠진 심청이처럼 세상 다 산 표정 지을 필욘 없잖아. 오랜만에 친척이랑 지인들이 다 모였는데, 이 순간을 즐겨야지.”

역시……. 그러면 그렇지.

1655991490617.jpg“긍정적인 태도, 마음에 들어.”

태호는 픽 웃으며 샴페인을 한 모금 들이켰다. 너무 가까이 붙어 선 탓일까? 술이 목을 타고 내려가며 목울대가 꿈틀거리는 모습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였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리아는 태호의 이런 모습에 가슴이 설레곤 했었다. 특히나 강인한 턱과 목울대로 이어지는 선은 아찔할 정도로 섹시했다. 리아는 저도 모르게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순간 태호와 시선이 마주쳤다. 훔쳐본 걸 들킨 리아는 재빨리 고개를 돌리며 허리에 감긴 태호의 손을 매몰차게 내리쳤다.

1655991490616.jpg“답답해. 그만 손 떼.”

다행히 그는 순순히 놓아주었다. 대신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귀에 입술을 가져갔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따뜻한 숨결만이 간질이듯 귓가에 맴돌았다.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왜 뜸을 들이는 거지? 리아는 불안한 표정으로 손에 쥔 샴페인 잔을 꽉 움켜쥐었다. 피로연 자리만 아니었다면, 어디 저만치 멀리 가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갓 결혼식을 끝낸 신부. 이 순간만큼은 신랑의 곁을 지켜야 한다. 이윽고 부드러운 속삭임이 귓가에 흘러들었다.

1655991490617.jpg“오늘 밤 기대되지 않아?”

앗, 깜빡했다. 오늘 밤은 두 사람의 공식적인 첫날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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