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인물 신입생이 되었다-61화 (61/242)

061. 레이드의 기초1 (7)

탈락자 순위에 오르지 못한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

[1. 신태주 (매직 아처) 00:00:27]

신태주와 허창민으로 양분됐던 지지자들의 희비가 또 한 번 엇갈렸다.

- “우와!”

옆 사람의 귀청이 떨어지든 말든 소리부터 지르고 보는 아이들.

- “뭐야! 그럼 레드 드래곤을 솔플로 잡았다는 거야?! 그게 말이 돼?!”

- “미쳤다 진짜!”

- “야! 클리어 타임 봤어?! 27초야! 27초!”

- “와…… 말도 안 돼.”

탈락자 대기실이 맞나 싶을 정도로 흥분된 아이들의 환호와 찬사가 쉴 새 없이 쏟아졌다.

- “어? 그럼 허창민보다 무려 1분이나 빠른 거네?”

- “에이, 죽은 사람이랑 산 사람을 어떻게 비교해. 막말로 태주의 스톱워치는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는데.”

- “다 필요 없고, 그냥 압승이야! 압승! 상대 전적 3대0!”

- “하아…… 난 또 허창민 한 번 이기는 줄 알았네.”

- “솔직히 3대0이면, 대결 구도라고 하기에도 좀 애매하지 않나?”

- “에이, 3대0이면, 라이벌이 아니라 천적 관계지.”

- “난 처음부터 태주가 이길 줄 알았어.”

태세를 전환한 아이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허창민에게 기울였던 관심을 태주에게로 옮겼다.

“야, 네가 분명 한계라고 하지 않았냐? 아무리 노력해도 극복할 수 없는 그런 뭣 같은 한계 어쩌고 하면서?”

이번엔 세준이 원무의 한쪽 어깨를 움켜쥔 뒤 앞뒤로 흔들어댔다.

“야, 나 지금 충격 먹었으니까 말 시키지 마.”

레드 드래곤의 위력을 귀로만 접한 세준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태주의 위엄.

그 위엄에 압도된 원무는 레드 드래곤을 맞닥뜨렸을 때보다 더 큰 좌절감을 느꼈다.

바로 그때.

- “어! 태주다!”

화면에 고정되어 있던 아이들의 시선이 모의 던전과 연결된 출구 쪽으로 빠르게 돌아갔다.

그야말로 왕의 귀환.

유일한 생존자이자 선배들의 기록을 빠르게 갈아치우고 있는 레코드 브레이커 신태주의 등장에 동기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 “와!”

- “신태주! 어이! 신태주! 어이!”

물론 이 순간, 태주의 이름을 연호하는 아이들 틈에서 가장 소외감을 느끼는 건 잠시나마 달콤한 착각에 빠졌던 영원한 2인자 허창민이었지만.

“…….”

태주의 화려한 복귀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괴로웠던 허창민이 시선을 발끝에 떨어뜨린 채 조용히 자리를 옮겼다.

“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상대가 레드 드래곤이었다며. 그것도 머리가 3개나 달린.”

제일 먼저 달려온 세준이 태주의 곁에 바짝 붙으며 물었다.

“어.”

성공에 대한 뿌듯함이나 의기양양한 기색 따윈 찾아볼 수 없는 태주의 무덤덤한 대답이 듣는 이들로 하여금 놀라움을 자아내게 했다.

“그냥 차례대로 하나씩 처리하면 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아, 오른쪽에서 왼쪽이었나?”

간파 스킬의 존재를 숨긴 태주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원론적인 이야기만 입에 담았다.

바로 그때.

- “야, 교수님 왔다. 교수님.”

- “어? 어디. 어디.”

아이들의 고개가 음울한 기운에 이끌려 저절로 돌아갔다.

‘확실히 의욕적으로 바뀌었네.’

함 교수의 방문은 회귀 전의 기억과 어긋나는 부분이었다.

자신을 비롯한 100명의 참가자 전원이 탈락했을 당시의 함 교수는 실망한 얼굴조차 내비치지 않은 채 통제실 마이크로 수업을 마쳤었기 때문이다.

“탈락자는 열 발자국 뒤로.”

대기실로 들어선 함 교수가 태주를 둘러싼 아이들을 멀찌감치 떨어뜨렸다.

“덕분에 웃었다. 아주 오랜만에.”

대기실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남겨진 태주의 앞으로 다가온 함 교수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 “태주가 잘해서 웃으신 거였네. 떨어져서가 아니라.”

- “으음. 내 실력으론 교수님의 웃음 코드를 못 맞추겠군.”

- “웃기는 건 둘째 치고, 혼나지만 않으면 다행이지 뭐.”

큭큭거리던 소리의 의미를 알게 된 아이들이 함 교수의 높은 웃음 장벽에 칭찬받는 걸 포기했다.

“감사합니다. 근데 교수님의 의도에서 벗어난 것 같아 좀 죄송하네요.”

태주가 던전 안에서 죽는 더러운 기분을 체험해보는 것이 수업의 목표라고 했던 함 교수의 말을 떠올리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그걸 알면 눈치껏 뒤졌어야지. 사람 무안하게.”

농담마저 살벌한 함 교수의 입꼬리가 스르륵 올라갔다.

바로 그때.

“음?!”

태주의 오른손을 보게 된 함 교수가 미간을 찌푸렸다.

“엄 교수에게 받은 거냐?”

엄 교수의 슈팅 글러브를 알아본 함 교수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물었다.

“네.”

지극히 의도적인 노출.

태주는 테스트를 마친 이후에도 엄 교수에게 받은 슈팅 글러브만 인벤토리에 넣지 않았다.

“클래스 리더가 된 것에 대한 증표로 받았습니다.”

함 교수와 엄 교수가 서로의 교수법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껄끄러운 관계일수록 경쟁심을 유발하기 쉽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자신이 아끼는 스타의 관심을 얻기 위해 경쟁하듯이 정성을 쏟는 팬들의 마음을 이용하듯이.

“과해.”

태주의 의도대로 엄 교수의 선물에 자극을 받은 함 교수의 불만이 질투심으로 나타났다.

함 교수의 입장에선 엄 교수의 과도한 선물 공세가 태주를 애제자로 선점하려는 노골적인 수작으로밖에 안 보였기 때문이다.

“전설 등급을 고작 반장 따위에게.”

더구나 함 교수는 매직 아처인 태주의 소속이 궁수이긴 하지만, 마법과 연계된 능력을 지닌 만큼 법사인 자신의 밑에서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는 사고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엄 교수와 함 교수 이외에도 이종도 교수라는 만만치 않은 경쟁자가 자신의 활까지 내어주며 삼파전 양상을 펼치고 있었지만.

- “야, 들었어? 엄 교수님이 태주한테만 전설 등급의 장갑을 줬대.”

- “와…… 뭔가 독수리 발톱처럼 생긴 게 딱 봐도 비싸 보이는데?”

- “아아, 이럴 줄 알았으면 리더 선발전 때 더 열심히 하는 건데.”

- “야, 넌 그 자리에 있었으면서도 그런 소리가 나오냐?”

- “하긴, 그때도 지금처럼 압도적인 실력 차를 보여줬으니까 교수님 눈에 들었겠지.”

뜻밖의 사실에 놀란 궁수 모임 아이들이 태주의 슈팅 글러브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내가 한 발 늦었네.”

함 교수가 태주의 재능을 알아본 엄 교수의 발 빠른 포석에 코웃음을 쳤다.

“뭐, 어차피 스타트보단 막판 스퍼트지만.”

그리곤 앙상한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 하나를 빼 태주에게 내밀었다.

‘이렇게나 빨리?’

함 교수가 슈팅 글러브에 버금가는 장비로 자신의 환심을 살 것이란 기대감은 있었지만, 따로 준비한 것도 아닌 평소에 착용하는 귀중한 반지를 이토록 이른 타이밍에 선뜻 내어 주리라고는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걸 왜 저한테.”

경쟁심을 부추기는 데 성공한 태주가 의아한 눈빛을 연기하며 함 교수의 손바닥 위에 놓인 작은 반지를 내려다봤다.

“껴. 법사를 위한 반지니까 매직 아처도 효과가 있겠지.”

순간, 손바닥을 떠나 허공으로 떠오른 반지의 크기가 2배로 커졌다.

“네. 그럼.”

태주가 왼손 검지를 조심스럽게 집어넣자 두 배로 확장됐던 반지의 사이즈가 손가락 굵기에 맞게 저절로 줄어들었다.

바로 그때.

[마르지 않는 풍요의 반지]

- 등급: 전설

반지가 들어맞는 순간, 태주의 눈앞에 장비의 스펙이 떠올랐다.

‘역시 4차 각성 법사의 반지인가?’

전설 등급답게 디자인과 착용감은 물론 반지에 부착된 버프들까지 어느 곳 하나 빠지는 부분이 없었다.

- 마나 회복 속도 100% 증가- 마나 소모량 50% 감소

‘마나의 보유량은 지금도 충분하지만, 그래도 적게 쓰고 빨리 채워주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장기전으로 가지 않는 이상 마나 부족

현상은 겪지 않겠네.’

- 지력 75% 증가

- 속성 대미지 50% 감소

- 상태 이상 대미지 50% 감소

마법과 관련된 능력치를 높여주는 지력 수치의 상승과 마법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시켜주는 다양한 옵션들까지 꼼꼼히 확인한 태주가 반지를 낀 손을 천천히 내렸다.

▶ 착용한 아이템으로 인해 전반적인 스탯이 상승하였습니다.

“장갑은 벗어도 반지는 빼지 마. 잃어버리면 죽일 거니까.”

이종도 교수의 활과 엄승준 교수의 장갑, 거기에 함희준 교수의 반지까지.

물론 장비들이 지닌 가치와 사연은 제각각이었지만, 태주의 잠재력에 대한 세 교수의 기대치만큼은 그 우열을 가릴 수가 없었다.

- “저, 교수님, 근데 그 반지는 혹시 등급이…….”

반지를 보기 위해 슬금슬금 다가온 아이들 중 한 명이 함 교수의 눈치를 살피며 말끝을 흐렸다.

“열 발자국이라고 했을 텐데.”

- “네? 아, 죄송합니다!”

태주와의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은 함 교수가 고압적인 눈빛으로 쏘아보자 당황한 아이들이 연신 고개를 숙이며 황급히 뒷걸음질을 쳤다.

“마나의 활용을 극대화시켜주는 반지야. 물론 전설 등급이고.”

질문은 다른 학생이 했지만, 그에 대한 답변은 반지의 새로운 소유자인 태주에게만 해주는 함 교수였다.

- “뭐야, 저것도 전설 등급이야?”

- “어? 그럼 전설 등급 장비만 벌써 2개네?”

- “아아, 진짜 개부럽다.”

- “심지어 다 교수님들이 주신 거라 내돈내산은 하나도 없어.”

- “와…… 입학한 지 일주일도 안 됐는데, 장비는 프로급이네.”

태주의 오른손에 집중됐던 이목이 이번엔 왼손으로 옮겨졌다.

“감사합니다.”

▶ 착용한 장비를 인벤토리에 넣으시겠습니까? (Y/N)

인기와 실리를 모두 얻겠다는 계획을 완벽하게 성공시킨 태주가 슈팅 글러브만을 선택한 뒤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물론 선물을 준 사람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한 의도도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슈팅 글러브와 달리 반지의 경우 목걸이처럼 평상시에 착용할 수 있어 패시브 스킬을 사용한 것과 같은 지속적인 버프 효과를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수업 끝.”

깜짝 증정식을 마친 함 교수가 3시간짜리 연강을 고작 40분 만에 마무리 지었다.

물론 함 교수의 지각으로 인한 10분간의 기다림마저 수업의 일부라는 게 함정이었지만.

- “수고하셨습니다!”

- “오예! 난 오늘 이거 하나라 집에 간다!”

- “아아, 너무 일찍 끝나서 공강만 2시간이 넘는데 어떡하지?”

- “그러게. 나도 교양 과목 하나가 바로 뒤에 붙어 있어서.”

- “야, 할 것도 없는데, 밥 먹고 PC방이나 갈래?”

- “어디라도 좋으니까 일단 여기서 나가자.”

호불호가 심한, 특히 불호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수업이라 함 교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발걸음들을 재촉했다.

바로 그때.

“잠깐.”

잠시 머뭇거리던 함 교수가 할 말이 많은 얼굴로 태주를 불러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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