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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 신입생이 되었다-38화 (38/242)

038. 수강 신청 (1)

시간표가 정해진 고등학교와 달리 대학에선 자율성이 보장된다.

자신이 원하는 수업과 시간대를 직접 고른 뒤 시간표를 작성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전공 필수, 일명 전필처럼 반드시 들어야 하는 과목들이 있어 100% 자율이라고 볼 순 없지만.

헌터학과의 신입생들은 3개의 전공 필수와 1개의 교양 필수를 꼭 포함시켜야 했다.

일반적으로 3학점짜리 과목 6개를 신청해 18학점을 듣게 되니 자신이 원하는 교양 과목은 단 2개밖에 넣을 수 없는 것이다.

물론 1학년 1학기를 제외하면, 최대 21학점까지 들을 수 있었는데, 조기 졸업을 노리거나 취업에 바쁜 4학년 2학기를 편하게 보낼 생각이 아니라면, 18학점씩만 들어도 졸업은 할 수 있었다.

스펙에 목마른 태주의 경우 조기 졸업에 배정된 리더스 배지를 얻기 위해 2학기 때부터 21학점으로 달릴 예정이었지만.

[수강 예정 목록]

1. (교선) 콘텐츠 제작의 이해 (3학점)

2. (전필) 레이드의 기초1 (3학점)

3. (전필) 헌터의 역사 (3학점)

4. (교필) 글로벌 영어 (2학점)

5. (전필) 직업 탐구1 (3학점)

태주는 예비 수강 신청 기간을 이용해 5과목(14학점)만 장바구니에 담아둔 상태였다.

나머지 한 과목은 4학년 전필인 던전 실습1(3학점)이라 학과에서 따로 넣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결국 태주의 의지가 반영된 건 신문방송학과에 개설된 교양 과목인 콘텐츠 제작의 이해가 전부였다.

당시에도 워낙 인기가 많아 2순위 과목으로 클릭을 하면 ‘수강 인원이 초과 되었습니다’라는 청천벽력 같은 메시지가 뜨곤 했었는데, 다른 의미의 재수강을 노리는 태주는 이번에도 해당 과목을 1순위로 올려 조기 마감을 방지할 생각이었다.

‘이번엔 무조건 A+다.’

콘텐츠 제작의 이해를 수강했던 태주의 최종 성적은 C였다.

100명이 넘는 수강생들과 경쟁을 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태주가 만든 콘텐츠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했던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하지만 태주는 좋은 기억이 없는 이 과목을 또다시 신청하려 했다.

과목에 대한 익숙함도 장점이었지만, 다른 강의에 비해 수업 진행 방식이 너무나도 편했기 때문이다.

우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따로 없어 시험 기간에 다른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심지어 그 흔한 레포트나 모두가 증오하는 조별 과제도 없었는데, 콘텐츠 제작이란 이름답게 평가는 오직 콘텐츠의 조회수로만 이루어졌다.

윷튜브.

도, 개, 걸, 윷, 모로 콘텐츠를 평가하는 동영상 플랫폼의 명칭인데, 수강생들은 새롭게 판 계정을 통해 매주 1개씩 영상을 업로드하게 되고, 마지막 수업이 끝난 시점을 기준으로 교수의 평가가 이루어지게 되는 특이한 방식이었다.

당시엔 먹방, 게임, 브이로그, 셀프 메이크업, 커버곡 부르기 등이 인기였는데, A+들 중에서도 최다 조회수를 냈던 학생의 경우 게시물의 평균 조회수가 약 30만 뷰에 달하기도 했었다.

물론 이미 윷튜브를 하고 있던 학생이 만든 부계정이라 구독자들을 모으기 쉬웠던 것도 부정할 수 없지만, 이 부분이 바로 콘텐츠 제작의 이해를 수강하려는 두 번째 이유이기도 했다.

인플루언서.

입학식 화환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태주는 1500만 명 이상의 人수다 팔로워와 팬클럽까지 보유한 국제적인 영향력의 소유자였다.

쉽게 말해, 태주가 뛰어드는 순간 A+는 확정이라는 뜻이다.

[10:00:00]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딸깍!

최적의 타이밍에 새로 고침을 한 태주가 수강 신청 시작 3초 만에 모든 클릭을 마쳤다.

[수강 신청에 성공하였습니다.]

[수강 신청에 성공하였습니다.]

[수강 신청에 성공하였습니다.]

[수강 신청에 성공하였습니다.]

[수강 신청에 성공하였습니다.]

올클을 알리는 반가운 문구들이 모니터에 연속으로 떠올랐다.

‘역시.’

광클을 하긴 했지만, 실패를 의심하진 않았다.

첫 번째로 신청한 교양과목을 제외하곤 모두 졸업에 필요한 필수 과목들이라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자리를 늘려서라도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지이잉! 지이잉! 지이잉! 지이잉!

10초간 잠잠했던 단톡방 알림이 수강 신청과 동시에 정신없이 울려댔다.

[뭐야! 왜 벌써 다 찼어! @[email protected]]

[나도 클릭하자마자 ‘수강 인원이 초과 되었습니다’ ㅇㅈㄹ]

[난 교양 2개 다 실패 ㅠㅠ]

[난 새로 고침 타이밍을 놓쳐서 완전 망함. 심지어 아직도 접속이 안 됨 ㅋㅋㅋ]

[수강 신청 = 교수님 토크 콘서트 티켓팅 ㅇㅈ?]

태주의 예상대로 대부분의 신입생들은 원하는 시간표를 완성하지 못한 상태였다.

[꼭 듣고 싶었던 과목이 있었는데, 어떻게 안 되나?]

[뭐? 교양? 근데 과목 거래하려면, 한 과목당 최소 10만 원은 줘야 된다던데?]

[선배들이 말한 이삭줍기를 노려봐]

물론 변심을 한 아이들이 취소한 과목을 기다렸다가 신청하는 일명 이삭줍기 또한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연애의 이해 경쟁률 미쳤음! 1초가 아니라 0.1초 컷임!]

[학교에 모솔들이 많나 보네 ㅋ]

[설마 연애를 글로 배우려고??]

[그거 수강평 보니까 기말 고사 전까지 커플 인증 못하면 절대 A- 이상 안 준대 ㅋㅋㅋ]

[그래? 강의 계획서엔 그런 말 없던데……]

[강의 계획서는 폐강을 막기 위한 낚시용일 수도 있음 ㅋ]

[ㅇㅇ 강의 계획서만 보면 대부분 널널해 보이는데, 수강평을 보면 생각이 달라짐]

[난 그래서 수강 신청 전에 수강평부터 찾아봄]

[그냥 첫 시간만 딱 들어 보고 이상하면 정정기간에 바꿔]

[하지만 좋은 교수님에 시간대도 좋고 학점까지 잘 주는 완벽한 과목 따윈 애초에 없음 ㅋㅋㅋ]

[있어도 다 차서 너는 못 들음 ㅋ]

수강평과 강의 계획서만으로는 알 수 없는 디테일한 노하우들은 기수강자인 태주만이 알 수 있었다.

물론 이미 한 번 졸업장을 받았다고 해도 모든 개설 과목의 특징을 알고 있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지만, 다행히 자신이 수강했던 과목이나 당시에 유명했던 꿀강의들에 대해선 기억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동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시간표를 작성할 수 있었다.

[근데 시간표 모양이 왜 이러지? 무슨 리듬게임 노트처럼 여기저기 퍼져 있음 ㅋ]

[인터넷에 보니까 월수금만 가는 파르테논 신전이나 화목에 집중된 두 개의 탑 모양도 있던데?]

[나도 그거 봤는데, 공강이 십자가 모양으로 들어간 프리스트 버전도 있음 ㅋㅋㅋ]

수강 신청에 성공한 아이들의 경우 대화의 주제가 시간표로 넘어가 있었다.

[난 1교시는 무조건 피했음 ㅋ]

[와…… 고등학교 땐 어떻게 다녔지?]

[그래도 9시면 고등학교 1교시 때보다 1시간 늦으니까 개꿀 아님?]

[난 중간에 공강이 너무 길어서 집에 갔다 와도 될 정도임]

[근데 혹시 주 4파 있냐? 난 월, 수, 목, 금 4일만 감]

[난 화요일에 교양 있어서 주 5일 다 감 ㅠㅠ]

태주의 경우 수업을 안 가는 날이 없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1과목씩 듣는 반면, 금요일에만 던전 실습1을 포함해 2과목을 수강했는데, 나머지 하나는 영어라 전공 수업만큼의 부담감은 없었다.

[난 수요일에 3과목이나 몰려 있는데 어떡하지?]

[어? 그럼 시험이랑 과제 때문에 엄청 피곤할 텐데]

[ㅇㅈ 교수는 자기 수업만 듣는 것처럼 과제를 내준다고 했음 ㅋ]

[월공강, 금공강 둘 중 하나는 무조건 하려고 그랬는데, 망할 전필, 교필이 월요일, 금요일에 하나씩 박혀 있어서 실패함 ㅋㅋㅋ]

헌터학과의 경우 교육의 특성상 주 1회 연강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았다.

적어도 3시간은 할애해야 수업의 흐름도 끊기지 않고, 규모가 큰 단체 훈련도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학과 측에서 신입생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전공 필수 과목을 분산시켜 주었지만, 간혹 신청한 교양 과목 2개가 같은 날일 경우 전공을 포함해 하루에 3과목을 듣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ㅠㅠ 혹시 콘텐츠 제작의 이해 성공한 사람 있냐?]

【나】

동기들의 대화를 눈팅만 하고 있던 태주가 처음으로 대답을 했다.

[어! 태주다! @[email protected]]

[뭐야, 언제부터 보고 있었지?]

[근데 단톡방 초대된 이후로 처음 대답한 거 아니냐? ㅋ]

단톡방에 상주하고 있던 동기들이 태주의 깜짝 등장에 흥미로운 반응을 보였다.

[태주야, 넌 수강 신청 다 했어?]

【어】

[놓친 건 없고?]

【올클】

[오올 ㅋ 완전 부럽 ㅋ]

[역시 행운의 신 갓태주니뮤ㅠ]

[나도 콘텐츠 제작의 이해 들어갔으니까 나중에 아는 척 좀 ㅋ]

[나도 껴줘 ㅋ]

【ㅇㅇ】

동기들과 따로 시간표를 맞추진 않았지만, 교양 과목을 듣다 보면, 같은 학과 선후배들이 최소 한 명씩은 끼어 있었다.

[근데 직업 탐구1은 클래스에 따라 분반되는 거 맞지? 신청도 따로 하고]

[어. 과목명은 같은데 강좌 번호가 다름]

레이드의 기초1이나 헌터의 역사와 달리 직업 탐구1의 경우 같은 직업을 가진 학생들끼리 수업을 받았다.

태주가 회귀 전, 궁수인 임세준과 이종도 교수를 자주 봤던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인데, 1학년 1학기 땐 기본기를 다져야 하는 만큼 활쏘기 훈련이나 체력 단련의 비중이 높았다.

[근데 우리 기수는 궁수가 몇 명이냐?]

[어? 그러게. 진짜 몇 명이지?]

[자, 궁수인 분들 생존 확인 부탁드립니다]

[저요!]

[나도 궁수임]

남학생 9명과 여학생 3명.

채팅창엔 태주를 비롯한 12명의 궁수들이 자신의 직업을 인증했다.

[궁수 11명 + 매직 아처 1명 끝?]

[ㅋㅋㅋ 매직 아처는 따로 분류해야 되는 거 아니야?]

[동기 중에 한 명 더 생기면 분리시켜 줄게]

[뭐야, 결국 안 하겠다는 거네 ㅋ]

[야, 근데 원래 같은 클래스끼리 소모임 같은 거 하지 않냐?]

[28기 궁수 모임 뭐 이런 거?]

[어. 새터 때 물어보니까 선배들도 다 하고 있던데?]

아이들의 말대로 헌터학과엔 같은 클래스로 구성된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었다.

직업이 같다 보니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쉽고, 정보를 교환하거나 고민을 나누기도 수월했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끼리 따로 단톡방 하나 팔까?]

[그래. 그럼 누가 만들래?]

[당연히 리더가 파야 되는 거 아니야?]

[리더? 태주?]

[태주가 나머지 11명 초대하면 되겠네]

[그래, 태주야, 앞으로 네가 28기 궁수 모임 회장이야 ㅋ]

【귀찮아】

자신을 회장으로 추대하려는 아이들의 움직임이 마냥 싫지만은 않았지만, 행여나 감투 욕심이 있는 것처럼 비춰질까 한 번에 덥석 제안을 받아들이진 않았다.

[야, 우리 이럴게 아니라 개강하기 전에 한번 모일래?]

[오늘?]

[난 콜]

[나도 오늘은 알바 없음]

[태주야, 너도 올 수 있지?]

‘당연히…… 어?’

태주가 아이들의 질문에 답장을 보내려던 바로 그때.

▶ 일일 과제가 도착하였습니다.

목걸이의 신성 공격 옵션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적절한 퀘스트가 눈앞에 떠올랐다.

▶ [일일 과제] 언데드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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