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인물 신입생이 되었다-34화 (34/242)

034. 새터 (20)

[“아, 신태주 선수가 첫 번째 사다리를 선택했습니다.”]

태주가 화이트보드에 붙어 있던 7번 자석을 원하는 시작점에 부착시켰다.

잠시 후.

- “와…… 이게 뭐라고 이렇게 떨리지?”

- “설마 첫판부터 떨어지진 않겠지?”

선택을 마친 아이들이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사다리가 공개되길 기다렸다.

[“그럼 이제 사다리를 가리고 있던 종이를 뜯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던 사회자가 화이트보드의 끄트머리로 자리를 옮겼다.

[“자! 과연 추가 열쇠 선택권은 누구에게 돌아갈지! 참고로 추가 열쇠 선택권을 뽑을 경우 다음 미션에서 첫 번째로 선택할 수 있는 우선권이 주어집니다.”]

촤악!

가림막이 걷히자 정신없이 연결되어 있는 사다리 그림이 나타났다.

물론 단 한 줄, 태주가 고른 1번 사다리만 별개의 선으로 뚝 떨어지고 있었지만.

- “어! 뭐야 저거!”

라인의 형태를 확인한 참가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 “어? 왜 1번 사다리만 따로 빼놨지?”

- “버스 전용차로야 뭐야.”

- “심지어 1번 도착점에만 열쇠가 그려져 있어!”

다른 도착점이 O와 X로 구분된 반면, 태주가 선택한 1번 사다리의 끝엔 열쇠 모양의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아! 1번을 고른 신태주 선수가 다음 미션 진출권과 함께 추가 열쇠 선택권을 획득했습니다!”]

- “와…… 운빨도 개쩌네.”

- “아니, 어떻게 저걸 한 번에 뽑았지?”

진실을 알 리 없는 경쟁자들이 태주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 “에이 씨, 나 떨어졌다.”

- “나도 꽝이네.”

자신이 고른 사다리를 눈으로 따라 내려가던 아이들이 하나둘 씁쓸한 표정으로 화이트보드를 외면했다.

- “저, 근데 추가 열쇠 선택권은 어디에 쓰는 건가요?”

자신이 생존했음을 확인한 참가자 한 명이 의욕적인 목소리로 물었다.

[“아, 상당히 좋은 질문입니다.”]

사회자가 신호를 주자 게임의 진행을 돕던 선배 한 명이 자물쇠가 채워진 전자레인지 크기의 나무 상자와 열쇠 꾸러미를 들고 왔다.

[“다른 라운드와 달리 이번 5라운드에선 자신의 행운을 가늠해볼 수 있는 히든 미션이 존재하는데요.”]

테이블 위에 놓인 상자의 윗면을 손바닥으로 매만지던 사회자가 열쇠 꾸러미를 들어 아이들에게 흔들어 보였다.

찰그랑! 찰그랑!

[“원칙적으로 5라운드의 우승자에겐 딱 한 번의 열쇠 선택권이 주어지지만, 미션마다 존재하는 추가 열쇠 선택권을 획득할 경우 고를 수 있는 열쇠의 숫자가 늘어나 자물쇠를 열 확률도 덩달아 증가하게 됩니다.”]

- “열쇠는 총 몇 개인가요?”

[“열쇠는 총 10개고, 추가 열쇠 선택권은 총 3개입니다.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선택권까지 포함하면 최대 4번의 기회가 부여되는 거고요.]

- “어? 그럼 태주는 이미 한 번의 기회를 더 획득한 거네요?”

[“네. 하지만, 우승을 하지 못할 경우 앞서 획득한 추가 열쇠 선택권은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설명을 마친 사회자가 다시 화이트보드 앞으로 이동했다.

[“자, 그럼 이제 2번 사다리를 확인해 볼까요?”]

사회자가 펜받이에 있던 지휘봉을 들어 두 번째 선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 “따라라라단따! 따라라라단따!”

무대 밑에 있던 관객들이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사다리 게임 특유의 BGM을 따라했다.

[“과연! 과연! 과연! 아아, 엑스가 나왔습니다.]

지휘봉의 끝을 바쁘게 움직이던 사회자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탈락자를 돌아봤다.

잠시 후.

[“이렇게 해서 총 10명의 생존자가 나오게 되었는데요. 이번엔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까나리액젓 피하기를 해보겠습니다.”]

화이트보드를 옆으로 밀어낸 사회자가 무대 중앙에 설치된 테이블로 다가갔다.

- “야, 근데 까나리액젓이 무슨 맛이냐?”

- “글쎄. 나도 TV에서만 봤는데, 자동차에 뿌리면 폐차할 때까지 냄새가 안 빠진대.”

- “뭐야, 그 정도야? 완전 테러용이네?”

생존자들이 잡담을 나누는 사이, 기다란 테이블 위에 10잔의 테이크아웃 컵이 놓여졌다.

[“앞선 경기와 마찬가지로 미션의 생존율은 50%인데요. 5잔엔 아메리카노가 나머지 5잔엔 까나리액젓을 섞은 까나리카노가 들어 있습니다.”]

플라스틱 컵에 든 내용물은 빨대의 색깔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태주의 시선은 이미 파란색 빨대에 고정되어 있었다.

[“어디서 나는 냄새인지 구분하지 못하도록 빨대를 번갈아 배치하긴 했지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최종 선택은 눈으로만 하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자가 참가자들을 테이블로부터 1미터 이상 떨어뜨렸다.

[“자! 과연 어떤 색깔이 아메리카노에 꽂혀 있는 빨대일까요! 참고로 추가 열쇠 선택권을 의미하는 스티커는 컵의 밑바닥에 부착되어 있습니다.”]

같은 색깔의 빨대를 골라도 추가 열쇠 선택권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명뿐이었다.

[“자! 그럼 추가 열쇠 선택권을 얻은 행운아인 신태주 선수부터 원하는 컵을 고르도록 하겠습니다.”]

한 발짝 물러난 사회자가 이전 미션의 승자라고 할 수 있는 태주에게 우선권을 주었다.

“저기 있는 컵으로 하겠습니다.”

태주가 파란색 빨대가 꽂힌 플라스틱 컵들 중 가운데 있는 녀석을 검지로 가리켰다.

잠시 후.

[“자! 그럼 이제 자신이 선택한 컵을 가져오시기 바랍니다.”]

- “뭐지? 왜 커피에서 농부 후안의 발 냄새가 나지?”

- “오예! 커피!”

- “하…… 이놈의 똥손.”

입이 아닌 코만 갖다 댔을 뿐임에도 금세 희비가 엇갈렸다.

[“뭐, 대충 눈치를 채셨겠지만, 그래도 게임이니 눈 딱 감고, 한 모금씩 마셔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아 괜히 이빨 닦고 왔네.”

- “저, 이거 혹시 끝까지 마시면 합격시켜 주시나요?”

까나리카노에 당첨된 아이들이 선뜻 빨대를 물지 못하고 있었다.

- “야, 남자가 쪽팔리게. 이런 건 그냥 빨대 없이…… 푸!”

아메리카노를 마시듯 호기롭게 벌칙을 수행하던 녀석이 목 넘김과 동시에 까나리카노를 뿜어냈다.

바로 그때.

- “어! 여기 붙어 있다!”

스티커의 행방을 찾고 있던 생존자 한 명이 태주의 컵 밑을 가리키며 다짜고짜 소리쳤다.

- “뭐?! 어디! 어디!”

순간,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허리를 굽혀 태주의 컵 밑을 올려다봤다.

- “오! 대박! 진짜 있네?!”

- “뭐야! 또 태주야?!”

- “태주야, 계속 이럴 거면 그냥 로또를 사.”

다른 참가자들이 태주의 신묘한 뽑기 실력에 혀를 내둘렀다.

[“아니, 이게 정녕 한 사람에게 일어날 수 있는 행운이란 말입니까!”]

놀란 사회자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태주를 바라봤다.

- “야, 이거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야?”

- “그러게. 이 정도 찍기 신공이면 거의 정답 유출 수준인데?”

심지어 주최 측과의 커넥션 의혹까지 불거지게 되었다.

[“아니요! 미리 말씀드리지만, 저희 학생회는 신태주 학생과 어떠한 정보도 공유한 적이 없습니다.”]

당황한 사회자가 손사래를 치며 격하게 해명했다.

잠시 후.

5명 중 3명의 탈락자가 발생한 세 번째 미션 역시 태주의 원맨쇼로 끝이 났다.

- “와…… 태주 조만간 작두 타겠는데?”

- “무슨 수호신 같은 게 붙어서 알려주고 있는 거 아니야?”

- “야, 저 정도면 인생 2회차라고 해도 믿겠다.”

아이들이 생각 없이 던지는 농담들 중엔 태주의 가슴을 뜨끔하게 만드는 추측도 섞여 있었다.

[“자, 이제 대망의 결승전만 남겨두고 있는데요. 놀랍게도 신태주 선수가 추가 스티커 3장 모두를 확보한 상태입니다.”]

최종 우승을 차지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은 물공 헤딩으로 바닥에 놓인 2개의 축구공 중 오직 하나의 공에만 물이 들어 있었는데, 브랜드와 디자인이 달라 크게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이번에도 역시 전 단계의 실질적인 우승자인 신태주 선수부터 축구공을 고르겠습니다.”]

외적으로는 교묘하게 위장되어 있었지만, 태주의 눈엔 공기가 들어 있는 녀석이 또렷하게 구분됐다.

“왼쪽에 있는 공으로 하겠습니다.”

1대1 대결이라 태주의 선택과 동시에 경쟁자의 공까지 결정됐다.

[“네, 그럼 자신의 공과 일직선상이 되도록 자리를 옮겨주시기 바랍니다.”]

무릎을 살짝 굽힌 두 사람이 공을 노려보며 헤딩할 준비를 마쳤다.

[“자! 과연 누가 우승을 차지하게 될지!”]

내용물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조심스럽게 공을 집어든 선배들이 눈빛을 주고받으며 웃음을 참고 있었다.

[“정확히 셋을 센 다음에 공을 던져주시기 바랍니다. 자! 다 같이 외쳐주시죠!”]

관객들이 사회자의 지시에 따라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 “하나! 둘! 셋!”

카운트다운이 끝나기 무섭게 운명의 축구공이 허공 위로 올려졌다.

퍽!

- “아!”

물공에 당첨된 아이가 외마디 비명과 함께 무대 위로 쓰러졌다.

통! 통! 통! 통!

그에 반해 정상적인 공을 고른 태주는 이마로 볼 트래핑까지 선보이며 압도적인 승리를 자축했다.

[“아! 28기 최고의 행운아는 다름 아닌 신태주 선수였습니다!”]

다행히 이변은 없었다.

선물 교환권이 있던 장소들과 마찬가지로 태주가 기억하는 내용들에 변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5라운드 우승과 함께 새터 역사상 그 누구도 이룬 적이 없는 4관왕의 대업을 달성하게 되었는데요. 각 라운드의 우승자에겐 평가 항목과 관련된 부상이 수여되며, 5라운드의 경우 앞서 전해 드린 바와 같이 히든 미션에 도전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기회가 주어지게 됩니다.”]

우승자에게 돌아갈 혜택이 설명되는 동안 나무 상자를 올려둔 테이블이 무대 중앙으로 옮겨졌다.

[“신태주 선수의 경우 무려 4개의 열쇠를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갖췄는데요.”]

찰그랑! 찰그랑!

열쇠 꾸러미를 흔들어 보인 사회자가 각각의 열쇠를 분리한 뒤 테이블 위에 나열했다.

[“신태주 선수?”]

모든 준비를 마친 사회자가 열쇠를 고를 수 있도록 자리를 양보했다.

“네.”

당시엔 1개의 열쇠로 도전했던 우승자가 보기 좋게 실패했었는데, 태주 역시 어떠한 것이 정답인지는 육안으로 판단할 수 없었다.

자물쇠에 들어가는 부분은 다르지만, 열쇠의 머리 모양이 모두 동일했고, 별도의 넘버링조차 되어 있지 않아 실제로 꽂아보기 전까진 사회자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테이블 앞으로 다가간 태주의 표정에선 한결같은 여유가 묻어나고 있었지만.

[“자! 행운의 여신이 그를 어디까지 이끌어 줄지!”]

- “10개 중에 4개나 뽑는데 설마 실패하진 않겠지?”

- “글쎄. 4개를 뽑든 8개를 뽑든 어차피 맞는 건 하나라 재수가 없으면 뭐.”

모든 아이들이 태주의 선택을 숨죽인 채 지켜봤다.

바로 그때.

태주가 가장 왼쪽에 위치한 열쇠를 손바닥으로 지그시 눌렀다.

▶ 열쇠가 감지되었습니다.

▶ 분석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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