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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 신입생이 되었다-28화 (28/242)

028. 새터 (14)

딱밤만 봐도 알 수 있지만, 태주가 전력을 다하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었다.

때문에 폭주 스킬과 약간의 액션을 통해 기선을 제압한 뒤 최소한의 힘으로 상대방을 아웃시키는 페이크 전략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 “야! 온다!”

태주의 의도대로 상대편 선수들이 덜컥 겁을 먹었다.

“흡!”

입술을 머금은 태주가 펭귄 탈을 쓴 녀석의 복부를 노리며 첫 번째 공을 던졌다.

쉬이익!

어린아이와 공놀이를 하듯 가볍게 팔을 뿌렸지만, 태주의 손끝을 떠난 공은 매서운 바람소리를 내며 화살처럼 날아갔다.

- “우이 씨!”

당황한 펭귄 탈이 벙어리장갑을 낀 듯한 손을 펄럭이며 방어 자세를 취했다.

- “어!”

공을 잡기 위해 황급히 두 손을 모았지만, 귀여움을 강조할 목적으로 짧게 제작된 팔로는 태주의 공을 잡을 수 없었다.

펑!

펭귄의 두 손 사이로 매정하게 빠져나간 공이 두꺼운 인형 옷에 꽂히며 이불 터는 소리를 냈다.

- “컥!”

최대한 힘을 조절했음에도 보신각종을 치는 200kg짜리 당목으로 배를 맞은 듯 하염없이 뒤로 밀려났다.

쿵!

강당을 울리는 탈락자의 엉덩방아 소리에 상대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 시작한 지 5초 만에 점수의 균형이 깨졌습니다! 스코어는 7대6! 심지어 상대편을 아웃시킨 공이 신태주 선수의 발 앞으로 눈치 없이 굴러갔습니다!”]

태주의 플레이에 흥분한 사회자가 침까지 튀겨가며 경기에 몰입했다.

- “야! 아웃을 당했어도 공은 지켰어야지!”

- “그럼 너도 한 발로 뛰어봐 이 새끼야!”

허무하게 공격권을 넘겨준 5조의 선수들이 서로의 탓을 하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 계속 그렇게 싸워라.’

조직력이 생명인 단체 경기에선 내분으로 인한 팀워크의 붕괴가 곧 패배로 직결되곤 했다.

‘어차피 남색만 맞히면 끝난다.’

두려움을 심어주는 데 성공한 태주가 유일한 걸림돌인 남색 머리띠를 다음 목표물로 삼았다.

▶ 스킬 『점멸』이 발동되었습니다.

오른쪽 라인에 붙어 있던 태주가 왼쪽 라인으로 도망간 남색 머리띠의 근처로 순식간에 자리를 옮겼다.

[“아! 5미터가 넘는 거리를 눈 깜짝할 사이에 이동했습니다!”]

점멸을 추격의 용도로 활용한 태주가 도망칠 곳이 사라진 남색 머리띠의 종아리에 공을 던졌다.

탁!

[“아웃! 5조의 유일한 노 핸디캡 플레이어가 힘도 못 써보고 머리띠를 벗었습니다! 현재 스코어는 7대5! 설마 결승에서도 퍼펙트게임이 나오는 건가요!”]

상대 선수의 다리에 맞은 공이 또 한 번 태주의 진영으로 넘어왔다.

“나머진 너희들이 해결해.”

태주가 뒤에 있던 팀원들을 향해 공을 내밀었다.

- “아니야. 우린 그냥 네가 빨리 끝내주는 게 더 좋아.”

- “그래. 어차피 1등으로 나가는 게 목적인데 아무나 던지면 어때. 아, 물론 네가 아무나란 소리는 아니고.”

- “오늘은 태주 덕분에 샤워 안 해도 되겠다.”

- “우리를 선수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가까이서 직관하는 VIP석 관중이라고 생각해.”

태주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보니 남색 머리띠를 두른 상황에서도 자발적인 들러리가 되어 있었다.

“그래. 그럼 뭐…….”

배려의 필요성이 사라진 태주가 1회전과 마찬가지로 양학모드에 돌입했다.

10초 후.

[“아! 경기가 시작한 지 20초도 안 돼서 전 선수가 아웃되었습니다!”]

결국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 “와!”

- “우승이다!”

태주의 원맨쇼를 넋 놓고 지켜보던 조원들이 주먹을 번쩍 들어 올리며 환호성을 질렀다.

- “와…… 게임 참 줘까치 하네.”

- “그거 엄청 잘한다는 칭찬이지?”

- “어. 진짜 욕 나오게 잘해. 그냥 사람이 아니야.”

굴욕적인 패배를 경험한 상대팀 선수들마저 태주의 압도적인 실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 이것으로 핸디캡 피구의 최종 우승은 9조가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변수를 허락하지 않는 태주의 치밀한 계획이 이번에도 빛을 발했다.

[“그럼 나머지 팀들의 순위가 집계되는 동안 잠시 휴식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

*

*

잠시 후.

[“출발은 9조를 시작으로 0킬을 기록한 2조까지 3분 간격으로 이루어집니다.”]

최종 순위를 화이트보드에 게시한 사회자가 휴대폰을 꺼내 타이머를 맞췄다.

[“자, 그럼 첫 번째 조가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정확히 3분을 재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자가 신호를 주자 선배들이 강당 문을 열었다.

[“9조, 준비됐습니까?”]

- “네!”

문 앞에 선 우리상조 조원들이 출발을 기다리는 스프린터들처럼 자세를 낮춘 채 정면을 노려봤다.

[“참고로 강당을 비롯한 리조트 건물 안엔 보물을 숨기지 않았으니까 다른 투숙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야외에서만 움직이시기 바랍니다. 아시겠죠?”]

- “네!”

[“네, 좋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출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9조! 출발!”]

타이머를 작동시킨 사회자가 나머지 아이들에게 휴대폰을 들어 보이며 외쳤다.

[00:02:59]

- “이야!”

비장한 눈빛의 아이들이 강당 밖으로 총알같이 튀어나갔다.

바로 그때.

앞서가는 조원들의 뒷모습을 여유롭게 바라보던 태주가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 스킬 『점멸』이 발동되었습니다.

*

*

*

본능적으로 직진을 한 조원들과 달리 보물의 위치를 기억하는 태주는 최적의 동선을 떠올리며 강당 뒤편으로 이동했다.

‘여기서 찾았다고 했었는데…….’

공사 자재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간 태주가 쌓여 있던 벽돌 하나를 슬쩍 집어 들었다.

[H]

‘어! 있다!’

태주의 기억대로 벽돌 밑엔 헌터의 이니셜이 찍힌 노란 쪽지가 숨겨져 있었다.

[선물 교환권 No.8]

‘다행히 꽝은 아니네.’

펼친 쪽지 안엔 상품의 넘버링까지 친절하게 적혀 있었다.

▶ 스킬 『점멸』이 발동되었습니다.

첫 번째 보물을 획득한 태주가 재빨리 다음 포인트로 위치를 옮겼다.

*

*

*

[00:00:21]

- “아직 절반도 못 찾았겠지?”

- “뭐? 절반? 야, 그렇게 빨리 찾을 거였으면, 3분이 아니라 30초 간격으로 출발시켰을걸?”

- “하긴, 다 찾는데 최소 1시간은 걸릴 거라고 조장이 그랬으니까.”

- “그리고 보물이 10개나 되는데, 설마 1개도 안 남아 있겠냐? 심지어 우리가 2등으로 출발하는데? 막말로 숨긴 사람이 찾으러 다녀도 3분은 더 걸리니까 전혀 걱정하지 마.”

- “그렇지? 내가 지금 괜한 걱정을 하는 거지?”

- “그럼.”

문 앞에 대기하고 있던 5조의 아이들이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자! 이제 5조 준비하세요! 5조!”]

타이머를 체크하고 있던 사회자가 두 번째 조를 출발시키기 위해 마이크를 들었다.

바로 그때.

덜컹!

보물을 숨겼던 선배들 중 한 명이 강당 문을 열어젖히며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때 아닌 호들갑에 흠칫한 사회자가 이유를 물었다.

“신태주! 신태주가…….”

선배가 사색이 된 얼굴로 태주의 이름만 반복했다.

[“신태주가 왜?”]

몬스터라도 보고 온 듯한 선배의 과도한 반응에 모두가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

[00:00:00]

삐비비빅! 삐비비빅!

마침 3분으로 맞춰뒀던 타이머가 요란하게 울렸다.

“……보물을 다 찾아버렸어…….”

학생회의 일처리 방식을 아는 태주의 예상대로 보물의 위치는 그대로였다.

[“뭐?!”]

두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황당한 보고에 사회자를 비롯한 강당의 모든 아이들이 화들짝 놀랐다.

[“그게 무슨 소리야?!”]

당황한 사회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따지듯이 물었다.

[“찾기 어려운 곳에 숨긴 거 아니었어?! 사전 답사 때도 1시간은 족히 걸렸잖아!”]

프로그램의 소요 시간을 체크하기 위한 시뮬레이션까지 마친 학생회의 입장에선 심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누가 미리 가르쳐준 건 아니지?!”]

“말이 돼? 우리가 이걸 얼마나 힘들게 준비한 건데…….”

학생회 선배가 허탈한 목소리로 말끝을 흐렸다.

- “이 넓은 리조트 주변을 3분만에 다 뒤졌다고?! 그게 말이 돼?!”

- “보물을 한 군데에 몰아넣지 않은 이상 당연히 말이 안 되지!”

- “야, 이건 보물 지도가 있어도 불가능한 미션 아니냐? 난 내비게이션이 있어도 3분 안에 못할 것 같은데.”

- “혹시 태주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소문이 부풀려진 건 아닐까?”

- “그러게.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술렁이던 아이들의 입에선 온갖 추측들이 쏟아져 나왔다.

바로 그때.

▶ 스킬 『점멸』이 발동되었습니다.

논란의 중심인 태주가 강당 안에 모습을 드러냈다.

- “어! 태주다!”

- “이제 본인이 등판했으니까 직접 물어보면 되겠네.”

혼란에 빠진 아이들의 이목이 태주에게 집중됐다.

[“신태주 학생, 보물 10개를 3분도 안 돼서 찾았다는 게 사실입니까?”]

이 상황을 납득할 수 없는 사회자가 머리띠 사건에 이어 또 한 번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네.”

태주가 덤덤한 표정으로 오른손을 내밀었다.

[“어!”]

주먹 쥔 손을 펼치자 노란색 쪽지가 한 움큼 들어 있었다.

- “뭐야! 진짜 찾았잖아!”

- “마, 말도 안 돼.”

태주의 손바닥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아이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니,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출제자의 의도를 무색하게 만든 태주의 신들린 보물찾기 실력에 사회자가 할 말을 잃었다.

물론 이 순간이 가장 허망한 건 힘겹게 준우승을 차지한 5조였지만.

- “우리 조는 그냥 출발도 못해 보고 끝난 거야?”

- “우리 조가 아니라 보물찾기 자체가 끝난 거야.”

- “뭐?! 끝이라고?! 내가 깽깽이로 4경기를 뛰어다녔는데?!”

- “야, 넌 그나마 공이라도 봤지. 난 파란색 머리띠라 솔직히 어떻게 이기고 졌는지도 몰라.”

결과에 대한 넋두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먼저 출발했던 9조의 아이들이 빈손으로 터덜터덜 돌아왔다.

잠시 후.

[“학생회의 판단 결과, 부정행위와 관련된 그 어떠한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태주가 회귀자란 사실을 알 리 없는 선배들이 결국 실력이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이번에 준비한 상품들은 모두 신태주 후배님, 단 한 명에게 돌아가게 되었는데요. 옷이나 신발처럼 사이즈 측정이 필요한 상품도 있고, 색상이나 향기 등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은 품목만 보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자가 상품이 프린트 된 A4용지를 하나씩 들어 보였다.

[“1번은 전날부터 줄을 서야 살 수 있다는 한정판 운동화인데, 본사의 협찬으로 특별히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 “야, 저거 리셀가만 200만 원 넘는 신발 아니냐?”

- “가격을 떠나서 요즘엔 물건 구하기도 힘들어.”

경품 클래스에 놀란 아이들이 부러운 눈으로 종이를 바라봤다.

물론 태주가 기다리고 있는 건 돈으로 살 수 없는 특별한 물건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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