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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 신입생이 되었다-13화 (13/242)

013. 입학식 (2)

[“으아악!!!”]

태주의 얼굴을 본 아이가 비명을 질렀다.

“아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대박!”]

성장기 고등학생의 엄청난 목청이 휴대폰을 뚫고 태주의 고막을 때렸다.

[“아빠! 신태주! 신태주!”]

“뭐?! 신태주?! 신태주가 왜?!”

[“아니! 아빠가 지금 태운 사람이 신태주라고! 내가 말한 그 매직 아처!”]

“뭐?!”

놀란 택시 기사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태주를 돌아봤다.

[“아빠! 오늘 택시비 받지 마! 아니다! 아예, 갈 때 택시비도 드려!”]

팬심을 드러낸 고등학생이 뛸 듯이 기뻐했다.

[“형님! 안녕하세요! 진짜 팬이에요!”]

“어, 그래. 안녕.”

태주가 팬 서비스 차원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궁수로 한국대에 가는 게 목표라고?”

[“네! 근데 아직 각성도 못 했어요! 완전 이생망!”]

우울한 얘기를 참 해맑게 하는 아이였다.

[“그냥 딴 길로 가는 게 맞을까요?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형님이 때려치우라고 하면 바로 손절할 수 있는데…….]

빵빵!

“뭐?! 손절?! 아들! 나중에 헌터 돼서 아빠 택시 회사 차려준다며!”

당황한 택시 기사가 경적을 울리며 반발했다.

“이 형이 아직 안 늦었다고 했으니까 너도 한 2년만 더 기다려봐.”

[“뭐야, 듣고 보니 내 꿈이 아니라 아빠 꿈을 응원하는 거 같은데?”]

부자의 티키타카를 듣고 있던 태주가 회귀 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심 어린 조언을 해줬다.

“그래. 뭘 지금부터 고민해.”

[“네?”]

“미리 걱정하지 마. 각성을 못 했다고 해서 실패한 것도 아니고, 한국대에 들어갔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는 것도 아니니까.”

[“와 다른 인터뷰에서도 느꼈지만, 형님은 역시 명언 제조기이십니다! 리스펙!”]

학생의 목소리가 어찌나 우렁찬지 액정 밖으로 침이 튀는 기분이었다.

[“아! 그리고 형님!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택시에 사인 하나만 해주세요!”]

“뭐? 택시에? 종이가 아니고?”

[“네! 저희 아빠 택시에 유명한 사람이 탄 건 오늘이 처음이거든요. 막말로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올지 모르는데, 당연히 흔적을 남겨둬야죠.”]

“처음? 나 처음 아닌데?”

[“네?!”]

“오늘이 두 번째야. 처음은 입학시험 당일이었고.”

[“네?! 진짜요?!”]

놀란 건 아이만이 아니었다.

“뭐?!”

덩달아 놀란 택시 기사가 태주를 돌아보며 기억을 더듬었다.

“아! 그래! 그래! 이제야 생각났다!”

태주와의 인연을 떠올린 택시 기사가 핸들 위를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그때 그 한국대만 지원했다고 했던 그 학생 맞지?! 내가 박하스도 하나 줬던 것 같은데.”

“네. 이제야 기억하시네요. 전 보자마자 알았는데.”

“와…… 어떻게 이런 인연이…….”

택시 기사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난 학생이 한국대만 지원했다고 해서 그냥 재수하기 전에 시험 삼아 보는 줄 알았지.”

[“아빠! 어떻게 두 번이나 탔던 손님을 못 알아볼 수 있어! 형님! 제가 아빠를 대신해서 정중히 사과드리겠습니다.”]

학생이 휴대폰을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

“어? 아니, 뭐, 거의 2달 만에 탄 건데 그러실 수도 있지.”

[“이야 역시 형님은 마음도 넓으십니다. 아빠! 이따 내려드리기 전에 사진 한 장만 찍어서 보내줘. 알았지?”]

“왜? 친구들한테 자랑하게?”

[“당연하지. 휴대폰 배경화면으로도 해놓고 人수다에 올려서 하트도 받을 거야.”]

아이의 들뜬 얼굴을 바라보던 태주가 또 한 번 인벤토리를 열었다.

“글쎄. 사진 한 장으로 자랑이 되겠어?”

[“네?”]

“너 아직 활도 없다며. 맞아?”

[“네? 아, 네…….]

▶ 선택한 물품을 소환하시겠습니까? (Y/N)

태주가 국내 업체로부터 협찬받은 레이드 보우를 꺼냈다.

“이거 이번에 새로 나온 모델인데, 내 팬이라고 하니까 특별히 역조공 한 번 할게. 고등학교 입학 선물로.”

태주가 휴대폰 앞에 활을 들어보였다.

[“어! 진, 진짜요?!”]

태주의 깜짝 선물에 아이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럼 형님은 어떡하고요?”]

홍보용으로 지원받은 거라 인벤토리 안에만 4개가 더 있었다.

“난 또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더구나 이종도 교수가 이미 좋은 활을 주기로 한 상태라 큰 아쉬움도 없었다.

“대신, 사인은 활에다 해줄게. 아무리 생각해도 택시에다 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서.”

태주가 인벤토리에 있던 흰색 마커 펜을 소환했다.

영상이 공개되면서부터 사인 요청을 받기 시작했는데, 그때마다 펜을 빌리러 다닐 수 없어 아예 색상별로 구비해 둔 것이었다.

“이름이 뭐야?”

[“창윤이요! 고창윤!”]

“고. 창. 윤.”

태주가 사인을 마친 활을 조수석으로 넘겼다.

[“형님! 감사합니다!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휴대폰을 바닥에 세운 창윤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큰절을 올렸다.

“어휴 이런 큰 선물을…….”

택시 기사 또한 옆자리에 놓인 활을 들여다보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앞으로 택시 탈 일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 내가 학생은 평생 공짜로 태워줄 테니까.”

택시 기사가 태주에게 개인 연락처를 알려줬다.

“오늘도 트레이닝 돔 근처에 내려주면 되지?”

“아니요. 그 전에 들를 곳이 있어서.”

*

*

*

택시에서 내린 태주가 교수실로 향했다.

2회차 신입생이라 그런지 목적지를 찾아가는 발걸음에 주저함이 없었다.

[교수 이종도]

문에 붙은 명패엔 부재중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물론 문틈으로 새어나오는 마력이 인기척을 대신하고 있었지만.

똑똑!

이 교수의 마력을 감지한 태주가 가볍게 노크를 했다.

[“어, 들어와.”]

분명 이종도 교수의 목소리였다.

덜컥!

“안녕하세요.”

교수실 안으로 들어선 태주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어, 그래, 진짜 오랜만이네. 입학시험 이후로 처음인가?”

수업 자료를 준비하고 있던 이 교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거기 아무데나 앉아도 돼.”

이 교수가 턱 끝으로 소파를 가리켰다.

“춥지? 커피 한 잔 할래?”

커피포트 앞으로 다가간 이 교수가 믹스커피 한 봉을 흔들어 보였다.

“아니요. 전 괜찮습니다.”

소파에 내려앉은 태주가 미소로 거절했다.

“왜. 커피 싫어해?”

“아니요. 지금 별로 생각이 없어서.”

“그래? 난 그냥 습관처럼 마시는데.”

커피를 탄 이 교수가 태주의 맞은편에 앉았다.

“이게 나한텐 버프이자 포션이야.”

커피 한 모금을 마신 이 교수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여기 올 때 헤매지 않았어?”

“아니요. 별로.”

“다행이네. 내 방이 좀 외진 곳에 있어서 다들 한 번에 못 찾던데. 역시 남달라. 그것도 신입생이.”

이 교수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또 한 모금을 마셨다.

“문에는 부재중이라고 되어 있던데요.”

“아 그거. 그냥 방해받기 싫어서 해둔 거야. 이렇게 중요한 손님이 오기도 했고.”

커피를 내려놓은 이 교수가 쟁반을 든 자세로 태주를 가리켰다.

“자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

딸깍!

이 교수가 탁자 위에 올려둔 커다란 보우 케이스를 열었다.

“짜잔.”

케이스 안엔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최고급 활이 들어 있었다.

‘와…… 이걸 준다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태주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날 엄청 좋게 봤나 보네.’

장비 덕후로 알려진 이 교수의 화려한 컬렉션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레이드 보우가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한번 들어봐.”

이 교수가 케이스에서 꺼낸 활을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건넸다.

“아, 네.”

강의 때 사용하는 걸 본 적은 있지만, 직접 만져볼 기회는 없었다.

“생각보다 엄청 가볍네요?”

활을 이리저리 살펴보던 태주가 의외라는 눈빛으로 물었다.

“가…… 가벼워?”

이 교수가 태주의 평온한 반응을 의아하게 여겼다.

“그거 웬만한 궁수들은 균형도 못 잡는데?”

“이게요?”

태주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와…… 역시 다르긴 다르네.”

3차 각성자인 이종도 교수가 태주의 남다른 근력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내가 확실히 강해지긴 했구나.’

태주가 상태창을 열어 근력의 수치를 확인했다.

【스탯】

[근력: 11,000]

일일 과제로 올린 능력치 덕분에 회귀 직후보다 상당히 높아져 있었다.

“한번 당겨볼래?”

이종도 교수의 눈엔 기대감이 가득했다.

“네, 그럼.”

천천히 활시위를 당기자 기본 화살이 생성됐다.

“와…….”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 교수의 턱이 저절로 내려갔다.

▶ 활에 깃든 능력이 활성화됩니다.

‘어? 이건 또 뭐지?’

장전을 마친 태주의 눈앞에 생소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고뇌하는 하급 정령의 활]

- 등급: 고급

‘고급으로 분류된 건 또 처음이네.’

태주의 인벤토리엔 [일반]이라고 표시된 물건들만 가득했다.

- 공격력 15% 증가

- 치명타 확률 5% 증가

- 명중률 20% 증가

- 화살 속도 10% 증가

일반 등급과 달리 다양한 버프가 내재되어 있었다.

- 속성 대미지 30% 증가

‘불 속성인 파이어 애로우를 쓰면 추가 버프를 받을 수 있겠네.’

▶ 활에 깃든 능력은 사용 시에만 적용됩니다.

활의 스펙을 확인한 태주가 활시위를 원위치시켰다.

“교수님, 이거 쓰실 때 느낌이 어떠셨어요?”

태주가 자신이 본 활의 특성을 이 교수의 경험과 비교해보았다.

“그거? 어…… 일단 같은 화살을 써도 좀 잘 맞았던 거 같아. 속도감이나 타격감도 훌륭했고.”

이 교수의 대답이 메시지에 나온 설명과 정확히 일치했다.

“근데 그건 왜?”

이 교수는 태주의 의도를 눈치 챌 수 없었다.

장비가 지닌 특성이나 세부적인 수치는 태주만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요. 그냥 궁금해서요.”

시치미를 뗀 태주가 다시 활시위를 당겼다.

“아 참, 그리고 태주야, 너 이번에 수강 신청할 때 내 과목 하나 들을래?”

“네? 교수님 수업을요?”

“어, 4학년 수업인데, 과목명은 ‘던전 실습1’이야.”

던전 실습1은 트레이닝 돔에서 훈련한 내용을 실제 던전에 적용하는 수업이다.

4학년 1학기 땐 1, 2학기 땐 2가 붙는데, 실습이란 이름에 걸맞게 시험도 던전 안에서 치른다.

물론 가장 낮은 등급인 E급 게이트에서 말이다.

“4학년 과목을 벌써요?”

수업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성적을 떠나 이미 들었던 과목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수강 시기와 회귀 시점이 가까워 휘발된 기억도 적었다.

“어…… 학과장님이 널 따로 지도해도 좋다고 하셨는데, 생각해 보니까 수업 외적으로 만나는 건 네가 부담스러울 것 같아서.”

물론 4학년 때 듣는 것과 1학년 때 듣는 건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선배들과 듣는 건 좀 부담스럽지 않을까요?”

모든 학과들이 그렇겠지만, 헌터학과는 유독 선후배 간의 위계질서가 심했다.

하아…… 그때만 생각하면 진짜…….

특히 등급만 믿고 깝치는 후배들을 가장 싫어했는데, 한 명만 찍혀도 그 기수 전체가 집합을 당했다.

물론 총장님이 아끼던 허창민이나 풍림의 후계자인 임세준처럼 눈에 띄는 동기들은 가만히 있어도 선배들의 시샘을 받았지만.

그에 비해 난 한 번도 지적을 받은 적이 없었다.

슬프지만, 등급도 낮았고, 아싸들 중에서도 공기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나도 그 생각을 안 한 건 아닌데, 너처럼 재능 있는 학생이 일반적인 커리큘럼을 따라가는 건 좀 안타까워서. 이왕이면 던전에 대한 경험도 더 일찍 시켜주고 싶고.”

던전에 들어가 본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은 수업을 대하는 눈빛부터 달랐다.

생존을 향한 의지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

고글 속 세상에선 느낄 수 없는 죽음의 압박이 학생들의 태도를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아, 네.”

교수님이 내게 알려주고 싶은 것도 바로 그 부분일 것이다.

던전 실습만큼 실전에 최적화 된 수업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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