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5. 더한 걸 원해 (95/101)


#95. 더한 걸 원해
2022.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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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린을 만나고 온 금 여사는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머리가 복잡해서 자꾸만 잡생각이 났다.

나린과 헤어지기 직전, 왜 미안하다는 말이 튀어나왔는지 밤을 새워가며 생각하고 또 해봤지만 도저히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그때만큼은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걸음이 떼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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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채 여사를 의식했나.’

금 여사는 그냥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넘기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잠을 설친 그녀가 거실 소파 위로 축 늘어진다.

근래에는 별다른 대외 일정을 잡지 않고 있기에, 오늘도 역시 그냥저냥 흘려보내는 토요일이 될 것 같았다.

일현은 아침부터 골프 약속이 있었다. 집을 나서는 남편을 배웅하고 소파로 돌아온 그녀는 또 한 번 기운 없이 축 늘어졌다.

그런데 뜻밖에도 윤완이 찾아왔다.

아들을 보고 불쑥 솟아난 반가움은 곧 풍선처럼 부푼 서운함에 눌려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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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일이니. 네가 집엘 다 오고.”

그의 펜트하우스까지 걸음 했다가 보안 데스크도 통과 못 하고 문전박대당했던 기억이 나서 가시 돋친 말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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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좀 괜찮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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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거 다 알면서 일부러 물을 것 없다.”

금 여사는 서운한 티를 팍팍 내며 윤완을 외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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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린이 만나셨다면서요.”

그럼 그렇지. 사과했다는 말에 쪼르르 달려온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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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어쩐지 계속해서 심통을 부리게 되었다. 나린에게 하지 못한 걸 윤완에게 대신하기라도 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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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를 불문하고 그간 마음을 어지럽혀드려서 죄송합니다.”

한결 부드럽게 변한 아들의 말투에 금 여사의 동공에 지진이 인다.

금 여사는 마침내 고개를 돌려 윤완의 얼굴을 마주했다.

윤완은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되짚어보니 아들의 웃는 얼굴을 본 게 언제인가 싶었다.

기분이 이상해서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는데, 윤완이 나직이 금 여사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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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저 세 글자가 대체 뭐길래.

대체 뭐라고 서운했던 마음을 이토록 눈 녹이듯 녹인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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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부러 퉁명스레 답한 건, 그렇지 않으면 눈물을 쏟는 추태를 보이게 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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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윤완의 서두가 의미심장하여 금 여사는 조금 긴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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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걔 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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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물으나 마나였다. 전혀 궁금하지 않았지만 일단 들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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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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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 결혼하면 따로 살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건 이미 전해 들어 알고 있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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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어차피 그 애랑 같이 살고 싶은 마음 없어요.”

 
금 여사는 그냥 그렇게 대꾸하고 말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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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었어. 그렇게 하렴.”

원래부터 며느리와 한집에 살 생각이 없었으니 딴지 걸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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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집에선 안 살아도 다정하게는 지내고 싶었는데. 친구처럼.’

나린을 며느리로 인정하기로 한 순간부터 단념했던 소망이다. 더 상할 속도 남아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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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린이를 계속 테라 그룹 손녀로 대해주셨으면 합니다.”

윤완의 요구는 분가에서 그치지 않았다. 금 여사는 윤완을 날카롭게 쏘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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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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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안에 대한 도리는 아들인 제가 하겠습니다. 그러니 나린이에게는 아무것도 바라지 말아주십시오. 도일 그룹 며느리로서의 역할, 의무, 그런 것들이요.”

그러니까 며느리를 들인 뒤에도 계속 남처럼 대해 달라는 뜻이었다. 그것도 테라 그룹 손녀로, 아주 깍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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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안 될 말이야. 우리 집안 차기 안주인인데, 그런 짐을 감당할 각오도 없이 결혼이 하고 싶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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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짐을 제가 다 떠안겠다는 뜻입니다. 나린이는 결혼해도 계속 테라 호텔에서 일할 겁니다. 그 아이가 결혼 후에도 똑같이 그 아이의 인생을 살도록 내버려 둬 주십시오.”

프러포즈를 하면서 대답은 일 년 뒤로 미루라고 했던 이유.

그 족쇄와 굴레를 해결해주려 한다.

샌디에이고의 밤바다에서 나린이 그에게 아무것도 포기하지 말아 달라 부탁한 것처럼.

그도 나린이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도록 살펴주고 싶었다.

결혼은 서로의 삶을 존중해야 성립되는 것이다.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의 방식에 맞추거나 일방적으로 희생해선 안 된다.

……우리의 미래를 지키고 싶다.

결혼 후 십 년이 지나고 이십 년이 흐른 뒤에도 우리가 여전히 지금처럼, 연인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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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너무 많은 걸 바라는구나.”

금 여사는 윤완의 요청을 쉬이 수용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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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단순합니다. 어머니께서 원하시는 게 있을 때, 그 요구를 나린이가 아닌 저에게 해주시면 됩니다.”

계속되는 아들의 고집에 부아가 치민 금 여사는 억지를 써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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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가고 싶을 때, 전시회 가고 싶을 때……. 그럴 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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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윤완의 답은 한 치의 주저함이 없었다. 금 여사로선 도무지 믿기지 않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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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나랑 같이 백화점엘 가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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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 원하시면요.”

같이 살면서 얼굴 보기도 힘들었던 아들이 갑자기 함께 다녀주겠다고 한다. 원하면 얼마든지 제 시간을 내어놓겠다고 한다.

이 요구를 두고 얼마나 물러설 생각이 없는지 이보다 더 확실한 표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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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다.”

어차피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 걸 되새긴 금 여사는 마지못해 승낙했다. 더 말해봤자 입만 수고로울 뿐이었다.

오히려 그 대상이 나린인 게 다행이었다. 마음에 쏙 드는 며느리였다면 포기하기가 어려웠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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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뜻한 바를 이룬 윤완의 표정이 한결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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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결혼은 언제 할 건데?”

금 여사의 태도는 여전히 삐딱했다. 어쩔 수 없어 응하긴 했어도 불만은 불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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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나린이가 좀 더 준비가 된 다음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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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서두르고 싶진 않다만, 네 아버지가 성화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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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껜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결혼을 하든 말든.

금 여사는 이제 이 문제에서 손을 떼고 싶었다. 꿈꿔왔던 로망을 하나도 이룰 수 없어 의욕이 확 꺾인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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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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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레부터 다시 출근하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아들과 대화를 나누니 맺혔던 응어리가 조금 풀어졌다. 미약하게나마 기운도 차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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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먹고 가라.”

그래서 거르기로 했던 점심 식사를 챙겨 먹을 마음을 먹었다.

***

윤완이 도일 전자 CFO 자리에 복귀하고, 나린도 새 회사에 적응하느라 정신없는 사이.

6월도 어느새 막바지에 이르렀다.

6월 마지막 주 토요일엔 윤완의 생일 파티가 예정되어 있었다.

주인공의 의사와 무관하게 금 여사가 보름 전부터 발 벗고 나섰다.

결혼 문제로 내내 맞서기만 했던 윤완은 이런 거라도 양보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잡음 없이 받아들였다.

나린과 단둘이 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도.

파티에 동행한 채 여사가 지인들을 찾아 떠난 뒤, 세훈과 나린은 준우 커플을 찾아갔다.

축하 인파에 둘러싸인 윤완은 너무 바빠 보여 접근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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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가 너무 인기가 많아서 가까이 가지도 못하겠지? 우리도 윤완 씨한테 겨우 인사했어.”

웃음을 머금은 은영이 나린의 귀에 대고 재잘거렸다.

펜션 모임 이후, 여자들끼리만 따로 만나 저녁을 함께했다. 은영도 현주도 만날수록 더 좋은 사람이어서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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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주는 오늘 일 있어서 못 온다면서요?”

은영이 세훈을 돌아보며 아쉬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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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세훈도 짐짓 같은 표정을 해 보였다.

연회장 인테리어를 두고 준우와 세훈, 은영이 대화 삼매경에 빠진 새, 슬쩍 고개를 돌린 나린이 주위을 둘러본다.

그러다가 사선으로 멀찍이 놓인 크리스털 조각상에 시선이 닿았다. 그 옆엔 샴페인 잔을 든 재희가 있었다.

대여섯 명의 또래 여자들에게 둘러싸인 재희는 꺄르르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세훈의 생일 파티 때 저 자리에 서 있었던 사람은 혜원이었다. 장소가 동일하다 보니 기억도 금방 복원됐다.

그땐 재희도 혜원을 둘러싼 사람 중 하나에 불과했었는데.

혜원이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추자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려 나선 모양이었다.

홀연, 재희와 눈이 마주쳤다. 흠칫 놀란 재희가 먼저 고개를 돌려 피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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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 실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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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요.”

재희를 둘러싸고 있던 무리가 하나둘 이탈했다. 재희를 따라 시선을 움직였다가 나린을 발견한 것이었다.

외로이 남겨진 재희는 속이 타는지 애꿎은 샴페인만 연신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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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지난번 연 부사장님 생일 파티 때 만났는데. 혹시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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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요. 아, 기억 못 해도 괜찮아요. 다시 인사하면 되죠. 저는 한성 상사 유소라예요.”

새로 옮겨붙은 관심은 뜨겁게 타올랐다. 나린을 둘러싼 사람들의 숫자도 더 늘어났다.

나린은 손 쓸 틈 없이 낯선 이들의 수다 감옥에 갇히고 말았다.

나린을 두고 떠도는 얘기들은 그녀를 이 파티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만들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테라 그룹으로 돌아온 그녀가 테라 호텔 재무팀으로 옮겨서 무럭무럭 성장하기 시작했다는 소식.

도일 그룹에서 끝내 그녀를 며느리로 맞기로 했다는 소문.

PK 그룹 주도권 싸움에서 밀려나 있는 재희는 댈 게 아니었다.

테라 호텔 손녀, 도일 그룹의 차기 안주인. 새로운 사교계의 주인이 되기에 손색없는 조건이란 바로 이런 거니까.

결코 달갑지 않은 관심에 발이 묶인 나린이 애를 먹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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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 실례하겠습니다.”

뒤에서 낮고 차가운 음성이 들려왔다.

위압감을 선사하는 목소리에 나린을 둘러싼 이들이 반으로 갈라졌다.

그 사이로 윤완이 등장했다.

날렵하게 다가가 나린의 손을 낚아챈 윤완은 순식간에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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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알았어요? 사람들한테 가려져서 안 보였을 텐데,”

이제야 숨이 쉬어진다는 듯 가슴께를 문지르며 나린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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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회장에 들어왔을 때부터 쭉 지켜보고 있었어.”

그 뒤로도 윤완은 줄곧 나린의 곁을 지켰다.

사람들의 시선은 여전히, 암암리에 따라다녔지만 윤완이 옆에 있으니 대놓고 들러붙는 불청객은 없었다.

파티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각자 마음이 맞는 상대를 찾아 원하는 테이블을 차지하고, 먹고 싶은 음식과 술을 양껏 주문하면 됐다.

파티가 한창 무르익을 즈음. 끊이지 않던 축하 인사로부터 해방된 윤완과 나린은 준우와 세훈, 은영이 있는 테이블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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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윤완이 뭔가 할 말이 생각난 사람처럼 걸음을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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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선물 안 줘?”

나린이 그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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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선물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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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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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거 없잖아요.”

때아닌 투정에 맞서 침착한 답이 돌아왔지만, 윤완은 불만스런 표정을 지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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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훈이는 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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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맞다, 쿠키…….

세훈의 생일에 직접 만든 쿠키를 선물했던 기억이 났다. 나린의 입이 꾹 다물렸다.

나린에게 불리한 기억을 되살려놓은 윤완은 곧장 어깃장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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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하는 거야? 차별할 거면 반대로 해야지. 날 주고, 세훈일 안 주고.”

정말이지 사랑을 하면 유치해진다는 말의 표본이 바로 여기 있었다.

세훈의 생일을 챙겼을 땐, 윤완과는 아무 사이도 아니었는데.

발을 붙이고 선 그는 선물을 내놓지 않으면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기세였다.

실은 준비한 게 아주 없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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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가 줄게요.”

서프라이즈라서 스포하고 싶지 않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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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가 언제?”

나린의 말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지어낸 변명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의심하는 눈초리도 참 오래간만이었다.

테라 그룹 손녀가 왜 도일 전자에 있냐며 스파이 취급을 했을 때와 똑같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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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말고 파티 끝나고, 2703호에서요.”

사뿐히 발돋움을 해 키를 맞춘 나린이 그의 귀에 대고 속살거렸다.

윤완의 양 볼이 발그스레하게 물들었다.

깜찍하게 룸을 잡아 놨다 이거지.

세훈이 있는 테이블로 나아가려는 나린을 윤완이 홱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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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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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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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에서 줄 선물.”

쿠키로는 만족하지 않을 거야. 이젠 그보다 더한 걸 원해.

그런 눈빛을 보내며 윤완이 말했다.

겁먹고 당황스러워할 줄 알았던 나린은 의외로 여유만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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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기대해요. 실망 안 할 거예요.”

대체 뭘 준비해놨길래.

윤완이 벙해 있는 사이.

나린은 그를 버려둔 채 언니, 오빠들이 있는 테이블로 훨훨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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