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22장 선발대(先發隊)-1-2 (26/32)

궁귀검신(弓鬼劍神)제22장 선발대(先發隊)-1-2

소문의 시큰둥한 말에 노인이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쳤

다. 그러자 소문이 퉁명스럽게 말을 했다.

"뭐가 상관이 있단 말이요. 저들이 싸워서 죽거나 말거나

나는 그저 사천에 가서 내 신부감을 만나면 되는 것인데..."

"그 신부감이 저들과 싸운다면 어찌 할텐가?"

"엥? 그게 무슨 소리요. 내 신부감은 사천의 당가에 있는

데..."

"쯧쯧, 자네는 강호의 일에는 여전히 어둡구만. 지금 한창

말이 나오고 있는 남궁세가는 예로부터 중원의 오대세가 중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네.."

"그런데요?"

"그런데요라니? 당가도 오대세가이고 보니 두 가문의 사이

는 무척이나 돈독하단 말일세. 그런 남궁세가가 위험에 처했

는데 자네 같으면 가만히 보고 있겠는가. 틀림없이 지원군을

보냈을 걸세. 거기에 자네의 신부감이 포함되지 말라는 법은

없고...."

"......"

노인의 말이 듣고 보니 매우 그럴 듯 했다. 중원에서는 조

선과는 달리 여자들이 무공을 익히고 방방 뛰어다닌다고 했

다. 가소롭지도 않아서... 하지만 자신의 신부가 그러고 있다

면? 그래서 다치거나 죽을 지도 모른다면? 이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였다.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는 게요?"

"어쩌긴 당장 소림사로 달려가야지"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소림이라니...

"아니 싸움은 저 남쪽의 남궁뭐시기라는 곳에서 한다며 소

림은 왜 가라는 것이요?"

소문이 또 뭔 소리를 하냐는 듯 노인을 쳐다보았다. 그러

자 노인은 또 한번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았다.

"그건 자네가 아직 강호의 성질에 대해서 잘 몰라서 그러

는 것이지. 패천궁하면 흑도의 우두머리 아니겠는가? 그런

그들이 중원을 넘보고 있는데 백도라고 가만히 앉아서 당하

고 있지 많은 않을 것이네. 오다 들으니 이미 정도맹인가 하

는 것이 만들어졌다고 하던데... 지금쯤이면 틀림없이 남궁세

가를 돕기 위한 지원군에 대해 논의되고 있을 것이네"

"흠, 그러니까 나보고 지원군에 가담하라... 이 말이오?"

"그렇지. 내 말이 그 말일세. 그들과 함께 간다면 위험도

덜 할 것이고, 또 일이 잘되면 자네 신부감도 만날 수 있을

것일세."

"만약 그곳에 오지 않았다면요?"

"어차피 사천에 가려면 육로보다는 배를 이용하는 것이 빠

르네. 그곳에서 뱃길이 열려 있으니 만약에 자네의 신부감이

없다면 그 길로 다시 사천으로 떠나면 되는 것이지. 그리고

비록 자네의 신부감은 오지 않았어도 당가의 식속들은 와 있

을테니 이참에 인사도 하면 좋지 않은가"

"말은 그럴 듯 하네요. 하지만 저 들이 나를 뭘 믿고 끼워

주겠소. 어림도 없지"

소문이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손사래를 치자 노인은 그런

소문을 보며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말을 했다.

"허허, 자네에게는 든든한 뒷 배경이 있지 않은가?"

"뒷배경이라니요?"

"지난번 나를 구하기 위해 얻어온 것은 소림의 보물중인

소환단이 틀림없었네. 그 정도의 물건을 자네에게 줄려면 최

소한 소림의 장로 이상 되는 신분을 지녀야만 하네. 내 말이

틀리는가?"

"...."

'영감탱이, 눈치하나는 정말 기가 막히는구나...'

결국 이런 사연으로 인해 소문이 숭산을 오르고 있는 것이

었다. 숭산의 경치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이젠 그만 둘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무엇이 말인가?"

"저희들의 배분이면 이제 산문 지키는 것을 벗어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희가 비록 나이는 적지만 우리 밑으로 제자들

이 산처럼 쌓여있지 않습니까?"

"하하, 사제, 그게 머 그리 불만인가? 제자들의 예의를 가

르치신다는 사부님의 말씀이니 따라야지 어쩌겠는가?"

"그래도... 다른 문파에서 오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저희 배

분의 사람들은 다 어른 대접을 받지 않습니까?"

"하하, 무상(無常)사제. 자네는 그렇게도 어른대접이 받고

싶은가?"

"그건 아니지만 솔직히 억울하기는 합니다. 사부님께서 하

필 제자를 늦게 보시는 바람에 무(無)자배에서는 저희만 나

이가 어리지 않습니까? 사숙들의 가르침을 받으신 사형들은

벌써 제자를 두고 있는데 저희는 산문이나 지키고 있으니..."

"사부님께서 다 뜻이 있으시겠지..."

무허는 입이 한자나 나온 자신의 사제를 그렇게 달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지금 산문을 지키고 있는 무허나 무무, 무

애와 무상은 모두가 지객원주 영각스님의 제자였는데 이들은

소림에서 조금 이상한 위치에 놓여 있었다. 영각스님이 워낙

제자를 늦게 둔 까닭에 지금 소림의 가장 낮은 배분인 공

(空)자배의 제자들과 나이가 거의 비슷했다. 게다가 영각스님

은 다른 사형들과는 다르게 자신의 제자들에게 무공을 많이

가르치지 않았다. 무공이라는 것이 많이 알면 알수록 자신을

힘들게 하는 번뇌(煩惱)라나, 해서 이들의 무공은 자신의 아

랫사람들보다도 못하는 경우가 있었으니 은연중 무시를 당하

는 것은 당연했다. 막내인 무상은 그것이 못내 불만이었다.

물론 무허 자신도 배분이 낮은 제자들이 무공연습에 힘을 쓸

때 이곳을 지키는 자신의 모습에서 조금 억울한 마음도 가지

고 있었지만 대사형답게 그저 사부님의 명을 쫓을 뿐이었다.

무허가 막내사제를 달래고 있을 때 소문이 막 산문에 도착

했다.

"무허스님 오랜만입니다."

"하하. 을지 시주 아니십니까? 반갑습니다. 그런데 어찌 다

시 오셨는지요?"

무허는 소문을 보며 반색을 했다. 소문이 누군가? 소림의

은인이 아니던가...

"아예, 큰스님께서 일견 다시 한번 찾아오라고 하셔서...."

"아, 그러셨군요. 헌데 옆에 계신 분은....?"

"저의....먼....친척...되십니다......"

소문은 하기 싫은 말을 억지로 하는 듯 인상을 구기며 대

답을 했다. 무허는 그 모양이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아무튼

그들은 소림의 귀한 손님이었다.

"아 그러시군요. 소승 무허라 합니다. 어서오십시오."

"허허, 을지굉이라하오."

"저를 따라오시지요. 태사숙조님께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막내세자는 잠시 혼자 자리를 지키시게..."

"예, 사형 다녀오십시오"

무허는 산문을 막내사제인 무상에게 맡기고 자신이 직접

소문과 노인을 태사숙조가 있는 장경각으로 안내했다. 절차

를 따지자면 자신의 사부인 지객원주에게 먼저 고하여야 하

겠지만 영각스님은 지금 한찬 다른 문파의 사람들을 접견하

는라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소문은 모르는 사람도 아니니

자신의 선에서 처리해도 무리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장

경각에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무무 혼자서 불경을 정리하고

있었다. 무무는 무허를 보자 공손히 인사를 했다.

"어서오십시오. 사형"

"자네 혼자 고생이 많네"

"하하 고생이라니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 걸요"

무무는 무허와 가벼운 인사를 나누다가 뒤따라온 소문을

보고는 흠칫 놀랬다. 그러나 곧 정신을 차리고 반갑게 인사

를 했다.

"또 오셨군요. 어서 오십시오"

"예? 아네..."

소문은 자신에게 합장을 하는 무무에게 허둥지둥 인사를

했다. 무무는 그런 소문을 바라보며 빙긋이 웃었다.

"이분들은 태사숙조님을 뵈러 오신 듯하니 제가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주겠나. 그럼 나는 이만 자리로 돌아가야 겠네."

무허는 자신이 할 일은 다 했다는 듯 말을 마치곤 소문과

노인에게 인사를 하고 자신의 자리인 산문으로 총총히 떠났

다.

"따라 오시지요"

무무는 소문과 노인을 장격각의 보다 깊은 곳으로 안내를

했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자 탁자에다 팔을 올려놓고 그

팔로 턱을 괸 채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노스님을

볼 수 있었다. 무무나 소문이야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했

지만 노승을 바라보고 있는 노인, 구양풍의 감회는 남달랐다.

사십년! 무려 사십년만의 조우(遭遇)였다. 자신의 야망을

한낱 지팡이 하나로 꺾은 노승이었다. 패천궁에서 절치부심

하기를 수십 년 그 옛날의 야망이나 패기는 없어진지 이미

오래였다. 그저 한 명의 무인으로 노승의 무공을 뛰어넘고자

무려 사십여 년을 고심했건만 뜻은 이루지 못하고 이렇게 쫓

겨서 만나게 될 줄이야...구양풍은 착잡한 마음을 감출 수 없

었다.

"태사숙조님... 태사숙조님...태사숙조님!"

"응, 무무구나...왜 그러느냐?

무무가 세 번을 부르자 그때서야 실눈을 뜨고 귀찮다는 듯

이 대답을 하던 노승은 무무 옆에 소문이 서 있는 것을 보자

자세를 고쳐 바로 앉고 반색을 했다.

"허허, 이게 누구 신가... 을지 시주 아닌가? 반가우이"

"예, 스님 그간 안녕하셨는지요?"

"늙은이가 안녕하면 얼마나 안녕하겠나...고만고만 하지..."

노승은 천진스런 웃음을 보이다가 소문의 옆에 서 있는 구

양풍을 바라보았다. 시선을 받은 구양풍은 노승에게 다가가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오랜만입니다. 큰스님. 하나도 안 변하셨군요"

"누구 신지...."

"기억이 나지 않으십니까? 허허, 그럴 만도 하지요. 참으로

긴 세월이었으니요..."

노승은 이마를 찌푸리고 잠시 생각을 하더니 무릎을 탁 치

며 고개를 들었다.

"이게 누구 신가! 자네로군. 자네야! 반가우이. 내 들려오는

소식을 듣고 슬퍼했건만 역시 그럴 리가 없지. 암. 자네 같은

인물이 그리 쉽게 목숨을 잃을 리가 없지."

무무와 소문은 영문을 몰라 그저 멀거니 서 있을 뿐이었

다. 노승과 구양풍은 한참 동안 말을 나누었다.

"....일이 그리 된 것이로구만.... 하긴 터질 때도 되었지. 그

간 너무 조용했거든...."

"제가 모자라서 그렇지요..."

"무슨 소릴. 솔직히 자네가 마음만 먹었다면 중원은 이미

자네의 수중에 들어갔을 것인데..."

"허허허. 스님께서 막으시지 않았습니까?"

구양풍은 그때의 대결이 생각나자 문득 호승심이 일었다.

"제가 그때 꺾이면서 한 말을 기억하십니까? 달마삼검을

꺾겠다고 한 말 말입니다."

"암 기억하고 말고. 그래 깨달음이 있었는가?"

"그것이 깨달음인지는 모르지만 어느 정도 자신은 생겼습

니다."

"호, 그런가? 기대가 되는군. 언제 보여 줄텐가?"

아무리 나이가 들고 수양이 깊은 노승이었지만 그 또한 무

인인지라 호기심이 생김은 부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노승의

말에 구양풍은 안색을 가볍게 흐렸다.

"제가 몸이 이래서... 하지만 제 제자 놈이 이미 저의 경지

를 뛰어넘었으니 곧 보시게 될 것입니다."

"허허, 제자가 자네를 이리 만들었건만 자넨 그가 밉지 않

은 모양이구만..."

"어차피 흑도는 강자존(强者存)의 세계 아니겠습니까? 다만

백도나 흑도나 이번 싸움으로 많은 목숨이 없어질 것이 안타

까울 뿐이지요"

"그렇지. 너무 안타까운 일일세...하지만 막기에는 이미 너

무 늦었음이니..."

"제가 장담하건데 제 제자 놈은 이미 저를 능가하는 무공

과 또 수하들을 다루는데 저보다 몇 수 위의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번엔 백도가 힘에 부칠 것입니다. 아마 막기가

힘들 듯 싶습니다."

"흠, 그런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 했네. 결과는 두고보

면 알게 되겠지..."

노승은 구양풍과 말을 마치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여전히

머뭇거리며 탁자 앞에 서 있는 소문에게 시선을 주었다. 소

문은 무슨 말을 하려는 듯 계속 노승을 쳐다보고 있었다.

"자네는 나한테 할말이 있는 것인가?"

"그게...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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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이 너무 왔다갔다 하는 것 같습니다. 초보자라 그러니

양해를 바랍니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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