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귀검신(弓鬼劍神)제14장- 투(鬪)-1
“장군님 큰일 났습니다. 소족장님이 보이시질 않습니다. 부장인 테친무와 몇몇병사
들도 보이지 않습니다. 암만해두 단독으로 공격을 감행하려 하시는 것 같습니다”
구유크를 모시러 간 장교가 헐레벌떡 뛰어와서 알리는 말은 안그래도 그 수송부대공격
에 대해 다시한번 논의 하고자 모인 야우커우족의 장수들을 놀래키기에 충분했다.
“뭣이? 그래 언제 사라지신 것이냐?”
실질적으로 회의를 주도하는 대장군 마라난타가 급히 물었다.
“소족장님을 모신는 하녀의 말로는 점심 나절부터 보이지 않는다고 하십니다.또한 몇
몇 병사들이 사라진 시기도 그때입니다”
“허허허....큰일이구려....혹시나 했건만...”
노장군인 우띠가 극히 염려된다는 듯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장수들은 속히 출전 준비를 하라. 소족장님을 따라간다. 우띠 장군께서는본진을 지
켜주십시오. 제가 직접 병사들을 이끌고 가봐야 겠습니니다”
마라난타는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여러 장수들에게 명려한뒤 자신의 왼쪽편에 앉아있는
우띠에게 본진을 부탁했다.
“알겠소이다...헌데...너무 늦은 것은 아닌지?”
“늦지 않기를 바래야지요....혹여 무슨일이라도 생긴다면 족장님을 볼 낯이없지 않겠
습니까?”
“그렇지요,...대장군께서 애좀 쓰셔야 겠습니다. 이곳은 소장이 맞도록 할테니어서 다
녀오시구려....”
출병준비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마라난타는 갑주를 입고 자신의 애도인대풍도(大風
(刀)를 들고 말에 올라탔다.
“소족장님이 위급지경에 빠지신 것같다. 지금부터 한달음에 달려갈 것인즉 일반병사
들은 혹시 모를 적군의 공격에 대비토록하고 기병들은 나를 따라간다. 급하다.서둘러
라”
마라난타의 명령에 따라 일반 보병들은 경계태세를 갖추며 본진 수비를 강화했다.그리
고 500의 기병들은 출병준비를 끝내고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병들은 나를 따르라....”
마라난타의 명령이 떨어지자 500여명의 기병들은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달려나갔다. 그
렇게 한참을 달려갈 때였다.
“어디서 공격을 하셨을 것 같나?”
“수성대의 행진 속도를 보아서는 호구빠에서 바이허족으로 넘어가는 길목이아닌가
싶습니다. 이곳에서 동쪽으로 50여리 정도에 매복하기 좋은 언덕이 있습니다.”
마라난타의 물음에 곁에 있던 부장 슈인아가 재빨리 대답을 했다.
“그곳으로 간다. 서둘러라...”
“옛! 장군”
마라난타와 그를 따르는 기병들은 그들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말을몰았다. 그
들이 언덕에 도착한 것은 한시진이 채 되지 않아서 였다. 예상대로 아군이 공격을한 곳
이 이곳인 듯 싶었다. 언덕아래엔는 수많은 시신들이 뒤엉켜 있었다. 시체의대부분이
야우커우족인 것을 보아 공격은 틀림없이 실패일 것이고 오히려 함정에 빠져 전멸한것
으로 보였다.
“역시 함정이었구나....그렇다면 구유크 소족장님은,....? 빨리 소족장님을찾아보도록
해라....”
병사들은 시체들을 뒤지며 한참동안 구유크를 찾았다.
“시체속에 소족장님의 시신이 안보입니다. 아마도 탈출하신 듯 합니다만...”
슈인아가 침울해 있는 마라난타에게 보고를 했다.
“그렇다면 아직 이 근처에서 적에게 쫓기실 지도 모르는 일...빨리 소족장님을찾아
라...”
“존명”
하지만 그 일은 그리 쉽지 않았다. 야우커우족의 기병이 이곳에 도착한 지 벌써두어시
진이 지나고 동이 터오지만 구유크는 물론이고 적들의 모습도 찾을 수 없었다.
“장군님...아무리 수색해도 소족장님의 모습을 찿을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적들의 모
습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아마 생포당하신 듯 합니다.”
자신도 이미 그리 추측하고 있었지만 막상 슈인아의 말을 듣게 되자 추측은 확신이되
어버렸다. 마라난타는 크게 상심했다.
“허허...족장님을 무슨 낯으로 본단 말인가....본진으로 돌아간다...가서 여러장수들
과 대책을 강구하는 수밖에...”
야우커우족은 올때만큼이나 빨리 달렸다. 빨리 본진으로 가서 대책을 강구하려는조급
한 마음에 잠시도 쉬지 않고 말을 몰았다. 그들이 본진에 거의 도착할 무렵이었다.아침
해를 등뒤에 진 두명의 사내가 말을 타고 천천히 길을 가고 있었다.
“형님 우리 병사입니다...저를 찾아 나섰던 모양입니다..”
구유크가 뒤에서 달려오는 병사들을 보고 반색을 하며 소문에게 말을 했다. 하지만소
문은 듣는둥 마는둥 했다. 소문은 지금도 여전히 말고삐를 꽉 잡고 중심을 잡느라고고
생하고 있었다.
‘휴...이건 정말 어렵다...출행랑을 다시 익히라면 익히겠지만..이건아니다...쪽팔리
게...’
생각외로 말을 탄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게다가 막 생긴 동생이 보고 있는데서이렇게
헤매는 것도 창피하여 소문은 어떻게든 떨어지지만 말자는 생각에 온 정신을집중하고
있었다. 당연히 구유크가 하는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급하게 달려온던 말들은 구유크가 있는 곳에 이르러 그 속도를 줄였다. 그리고 그무리
에서 두명의 장수가 달려왔다. 마라난타와 슈인아였다. 마라난타는 구유크를 보더니반
색을 했다.
“오.,,무사하셨군요. 다행입니다....”
“장군을 뵐 면목이 없습니다....저의 고집으로 테친무와 100여명의 병사가 죽고말았습
니다. 제가 고집만 부리지 않았어두.....”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그들은 우리 부족을 위해 죽은 것입니다. 명예로운일이지
요....그것보다 소족장님이 무사하시니 이보다 더 다행스러운 일이어디있겠습니까?....”
“그리 말씀해주시니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구유크는 침울한 표정으로 말을했다. 마라난타는 그런 구유크를 보다가 여전히앞서 가
고 있는 소문에게 시선을 던졌다.
“그런데 저기 앞에 가고 있는 분은 누구신지...?”
마라난타가 의아해 하는 목소리로 구유쿠에게 묻자 구유크는 침울하던 안색을 풀고밝
은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저를 구해주신 분입니다...활을 다루는 솜씨가 신기에 가까운 분이지요...”
“허...이렇게 고마울데가...”
“제가 오늘부터 형님으로 모시기로 했습니다...”
“형님이라니요?”
마라난타는 구유크의 말에 깜짝 놀라 반문했다.
“저분은 중원으로 가셔야 하는데 중원에 대해선 아는게 백지와 같습니다. 해서제가
도움을 드리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하지만....”
하지만 마라난타의 얼굴엔 약간의 불만이 서여 있었다. 그걸 눈치못챌 구유크는아니었
다. 그는 몇 마디를 더 추가했다.
“좀전에 말했듯이 그의 활솜씨는 신기에 가깝습니다. 우리부족에 많은 도움이될 겁니
다”
그리곤 여전히 앞만 보고 말을 모는 소문을 큰소리로 불렀다.
“형님! 형님!”
“왜?”
소문은 힘들게 말을 멈추더니 퉁면스럽게 대답을 했다.
“이분이 저희 부족의 대장군 이십니다...”
“소장은 마라난타라고 합니다...”
소문은 시선을 돌려 구유크를 쳐다봤다. 그러자 구유크는 쓰게 웃으며 동시 통역을시
작했다.
“이분의 성함은 마라난타라고 합니다.”
“을지소문이오...”
“형님의 성함은 을지소문입니다..”
“소족장님을 구해 주신 점 감사드리오...”
“절 구해줘서 고맙답니다...”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해라....”
“별말씀을 다 하신다고 합니다....”
이렇게 한다리를 건너서 하는 대화는 전달하는 사람도 힘들었지만 말을 하는사람도 짜
증이 나는 법이다....몇번의 말이 오가자 소문의 말이 점점 퉁명스럽게 변해가고있었
다. 구유크는 이쯤에서 끝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사는 이쯤하고 빨리 본진으로 가야겠습니다....당한 만큼 바이호족에게도갚아 주
어야지요....”
“알겠습니다.... 병사들의 이동 속도를 조금 높이도록 하라”
구으크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마라난타는 슈인아에게 명령을 내였다.
“옛..장군...”
슈인아는 병사들에게 달려가자 그때까지 멈추어 서 있던 병사들이 빠르게 이동을하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놈....내가 잘 못탄다는 것을 알면서도....’
병사들의 말이 속도를 높이자 소문의 말도 덩달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금소문이
할 수 있는 것은 말등에 납작 엎드려 떨어지지 않는 것 뿐이었다. 허나 고개를 돌려자신
의 옆에서 말을 모는 구유크를 째려보는 것을 절대 잊지는 않았다.
잠시후 본진에 도착한 구유크는 소문에게 하나의 천막을 마련해 주었다. 그다지크지
는 않았지만 천막안의 장식하며 준비된 각종 도구들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러나소문에
게 그런 것들은 전혀 쓸모없는 것이었다. 소문은 자신의 뒤에 서 있는 구유쿠에게말했
다.
“이런건 있어서 뭐하냐....난 그저 몸을 누일 자리와 밥만 있으면된다....밥이나 준비
해 줘라...배고프다...”
소문이 놀라는 모습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던 구유크는 너무나 무심한 소문의반응
에 떨떠름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이미 준비시켰으니 곧 나올 겁니다. 참 형님에게 소개할 애가있습니다....들어오너
라...”
구유크의 말이 끝나자 천막안으로 한명의 병사가 들어왔다. 키는 작고 얼굴 또한요상
하게 생긴 사내였다.
“우리부족의 정보를 담당하는 첩보조직에서 일하던 병사입니다. 중원의 말은물론 조
선말까지 능숙하게 하니 형님이 곁에 두고 쓰십시오...”
구유크는 고개를 돌려 그 병사에게 말했다.
“넌 이제부터 이분을 모신다.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충성을 다하여라...”
“모사드라고 합니다.”
병사는 구유크의 말에 소문에게 다가오더니 무릎을 꿇고 인사를 했다.
“흠...나는 을지소문이다...그리고 이제부터는 내앞에서 무릎은 꿇지마라...”
“예...장군”
“미친놈....어딜 봐서 내가 장군으로 보이냐?”
소문의 말에 병사는 적이 아니 놀랐다.
“그럼....”
“내 이름은 소문이라니까....그냥 이름을 불러....아님....너 몇살이냐?”
“예? 올해로 열아홉입니다만....”
‘헐....생긴건 완전히 아저씨고만....쯧쯧 얼마나 고생을 했길래....’
“내가 너보다 나이가 많으니 지금부터는 날 형님이라 불러라”
소문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사드를 안스럽다는 듯이 바라보고는 부드러운음성으로
말을 했다.
“헉! 제가 어찌 감히....”
모사드가 대답을 하지 못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자 구유크는 그런 모사드에게부드럽게
말을 했다.
“그냥 시키는 데로 따르거라...어차피 너는 이제 우리 부족이 아닌 이분을따라야 할
것이다....”
“예....알겠습니다....”
구유크까지 나서서 그리 말하자 모사드는 황송하다는 듯이 대답을 했다. 이때부터소문
과 모사드의 동거는 시작됐다.
소문이 야우커우족에 들어온지 벌써 육개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 동안 소문에겐많은
변화가 있었다. 족장회의를 마치고 온 구유크의 아버지이자 야우커우족의 족장인토타
우를 만나 서로 인사를 주고 받았고, 장수들로부터 하급 병사에 이르기까지 소문은신분
엔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과 친분을 맺엇다.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던 소문은 처음엔 사람들을 만나고 사귀는게 귀찮고 짜증도났지
만 점점 이런 생활에 익숙하다보니 오히려 소문이 더적극적이 되어서 친구를 많이사귀
게 되었다. 당연히 까다롭고 퉁명했던 소문의 성격도 많이 부드러워지고 냉랭하던말투
또한 상당히 부드러워 졌다. 가우커우족의 사람들은 이런 소문을 친근하게 대해주며격
의없이 지내고 있었다.
소문은 특히 모사드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있었다. 어차피 중원이 목표인 만큼하루라
도 빨리 중원의 문물과 말을 익혀야 했다. 헌데 중원의 말이라는 것이 장난이아니었다.
말이면 그냥 말이지 무슨 조건들이 그리 많은지... 머리에 쥐가 날 정도였다. 특히초성
(初聲)이니 종성(終聲)이니 하는 것들은 아예 사람을 잡았다. 무슨 놈의 말이높낮이가
다 다른 것인지....좀처럼 실력이 늘지 않았다.
결국 소문은 말이라는 것은 그리 쉽게 배워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천천히
배우기로 했다. 우선은 조선과는 전혀 다른 중원의 생활 양식을 배웠다. 모사드는나이
에 맞지 않게 실로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하긴 15살 때부터 중원을 돌아다녔다니그럴
만도 했다.
“....해서 지금 중원에는 두개의 세상이 있습니다. 하나는 명이라는 황제가다스리는
세상이 있고...다른 하나는 무림인들이 생활하는 강호라는 세상이 있습니다....‘
모사드는 지금도 한참 중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헌데 지금까지의 말들은어느정
도 잘 이해가 됐건만 오늘 하는 말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중원이라는 곳이...강호라는 나라와 명이라는 나라로 구분된다?”
“강호는 나라가 아니라 명나라 안에 있는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의세상입니다...”
“그러니까 나라안에 나라가 있다는거 아냐? 신기한 곳일쎄....”
“그게아니라 강호라는 것은 나라가 아니라 명이라는 나라 안에서 무림인들이살아가
는 것을 보고 일컫는 말입니다....”
“음...그래.. 명나라 안에 무림인들이 강호라는 것을 세웠구만...”
모사드는 슬슬 짜증이 났다. 아무리 명이라는 나라와 강호의 차이를 설명해도소문은
딴소리만 해대고 있었다.
‘휴...하긴 조선에서 오셨으니 무리도 아니지....’
“너 지금 한숨쉬는 거냐?”
모사드가 나직히 내쉰 한숨을 어찌 알았는지 소문이 날카롭게 째려봤다. 그런소문의
눈초리에 순간 당황한 모사드는 재빨리 변명을 했다.
“아닙니다. 한숨이라니요....”
“흠....아니며 됐고....”
모사드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다시 소문에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강호라는 것은 나라라는 개념이 아닙니다...음....그렇군요...그냥무림인들끼리 서
로 얽히고 설켜서 만들어낸 상황을 다 강호라고 하면 되겠지요...간단히 말해무림인이
있는 곳은 다 강호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여기에 무림인이 있다면 여기가 강호가되
는 것이고....조선에 무림인들이 있다면 그곳도 강호가 되는 것입니다.”
그제서야 소문은 강호라는 곳이 어떤 곳이지 어렴풋이 느껴졌다.
“흠....그래? 그럼 내가 중원에 가면 난 강호인이 되는 것이고만...”
“예!! 바로 그것입니다...”
소문이 이제야 이해를 하자 모사드는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때 소문의 천막으로막 한
사람이 들어왔다.
“어서와라...웬일이냐?”
소문이 담담하게 말하자 안으로 들어온 구유크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어떻게....공부는 잘 되십니까?”
“휴....말도마라...뭔 놈의 세계가 그리 복잡한지....”
“하하하...중원이 좀 그렇지요....”
소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그 모습을 본 구유크가 크게 웃었다.
“웃자마라....근데 웬일이냐?”
“웬일은요....그냥 형님 뵈고 싶어서 왔는데...”
“헛소리하지 말고....내 눈치밥이 20년이다...무슨일이야?”
“그동안 잠시 멈추었던 전쟁이 다시 시작될 듯 싶습니다. 저도 참여하게되었는지라...
당분간 인사를 못 드릴것 같습니다...해서 인사를 하러 왔습니다....”
“흠,...그래? 어쩐지 요새 공기가 영 안좋더니만...언제 떠나는데?”
소문이 어두운 기색으로 물었다.
“예...아마도 오늘 내일 떠날 듯 싶습니다...저들이 이곳에서 100여리 떨어진미타산엔
진지를 만들었으니....아마도 저희는 마주보는 마불산에 진을 칠것 같습니다.”
“그래...이길 자신은 있고?”
“물론입니다...비록 병사의 수는 부족하지만 저희 부족의 병사들은 다 일당백의용사
입니다...이기는 건 당연하죠.”
구유크는 무슨 소릴 하느냐는 듯이 가슴을 피고 자신감을 내뿜었다.
“그래...암튼 몸 조심하고 조심해서 다녀와라”
“예 형님 그럼 점 이만 가보겠습니다...”
구유크는 조용히 인사를 하고 물러갔다. 하지만 그런 구유크를 보는 소문의 마음은영
편치 않았다.
“진짜 이길수는 있는 것이냐?”
소문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옆에 서 있는 모사드에게 넌지시 물었다. 모사드는어두운
낯빛으로 대답을 했다.
“저희 부족의 병사가 용맹하기는 전 여진족이 알고있습니다....하지만...바이허족 또
한 용맹하지 않은 자가 없고, 특히 저희 보단 병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보이는지라....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흠....그렇군,...”
모사드의 대답을 들은 소문은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모사드는 그런소문에 방
해를 주지 않기 위해 옆에서 조용히 시립을 하고 있었다.
한편 족장인 토타우의 막사에서는 야우커우족의 모든 장수들이 모여 회의를거듭하고
있었다. 토타우를 중심으로 좌우에 앉아 있는 장수들의 얼굴엔 비장함이 서려있었다.
“바이허족은 그 병력이 일만에 이르고 기병의 수는 삼천이나 됩니다. 헌데저희는 병
사 칠천에 기병 천에 불과하니 힘든 싸움이 될 듯 싶습니다.”
얼굴에 커다란 칼자국이 있는 장군 이만주가 걱정스런 말투로 토타우에게 말하자대장
군인 마라난타가 버럭 화를 냈다.
“무슨소릴 하시는게요. 전쟁은 병력의 수로 하는 것이 아니오...비록 우리가 그수가
적다고는 하나 모두 용맹한 전사들....미리 겁을 먹을 필요는 없소”
“겁을 먹다니요? 전 다만 그렇다는 것이지요....”
마라난타의 호통에 이만주는 슬쩍 말꼬리를 내렸다.
“아아...그만 하시오...우리가 여기모인 것은 앞으로 있을 싸움에 대비코자함이니 그
만 다투시고 방법이나 논의해 보십시다...”
“방법이 무에 있겠습니까? 한달음에 달려가 공격을 하든지 아니면 기회를 봐서기습
을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우선 수비를 견고히 하며 적의 후방을 교란함이 어떠신지요?”
타토우의 말에 장수들은 저마다 의견을 냈지만 딱히 좋은 방법이 있는 것은아니었다.
“바이허족의 족장인 아비타는 그 용맹함은 말할 것도 없고 지략도 몹시 뛰어난자라 합
니다. 섣불리 덤벼 들었다간 큰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해서 우선은 진지를 견고히하
고 약점을 노리는 것이 옳을 줄 압니다. 적들이 미타산에 진을 치고 있으니 저희도평지
를 피해 마불산이나 우민산에 진지를 마련하고 적의 동태를 살피는 것이 좋을 듯합니
다.”
장수들의 의견이 중구난방(衆口難防)으로 갈리자 보다 못한 노장군 우띠가 나서서의견
을 내놓았다. 그러자 대장군 마라난타도 한 소리 거들었다.
“소장도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우선은 적의 약점을 파악하는것이 중
요하겠지요...허나 마불산은 진지를 구축하기에 너무 낮으니 미타산과 높이가비슷한 우
민산에 진지를 구축하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토타우는 우띠와 마라난타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그럼 즉시 우민산에 진지를 마련하고 적의 동태를 살피도록 하라...”
토타우가 엄숙한 목소리로 명을 내리자 모든 장수가 읍을 하고 각기 자신의 부대로돌
아갔다.
잠시후 본진의 모든 병사들이 출전의 준비를 마치자 마라난타는 노장군 우띠와함께 마
상에서 전령을 내렸다.
“지금 바이허족의 병사들이 우리들의 코 앞까지 쳐들어 왔다. 토타우 족장님은나에
게 너희들을 거느리고 쳐들어 오는 바이허족에 대항하라 하셨다. 이에 나는너희들에게
곧 출병을 명할 것이다. 한사람이라도 태만하는 자가 있다면 군령에 의해 엄히다스릴
것이다. 그리고 옆에 계신 우띠 장군께서 좌군을 중군은 족장님이 이끄실 것이며나는
우군을 이끌고 선봉에 설 것이다. 또한 모든 명령은 각 부관들을 통해 전달할것이다. 명
심하여 군령을 따르도록 하라. 추호도 거스름이 없어야 할것이다. 만약 이를 어기는자
가 있다면 엄벌을 면치 못할 것이다!!”
모든 병사들이 손을 들어 맹세의 서약을 했다.
“자아...출전이다....가자....가서 우리의 힘을 보여주자”
“와아!!!”
병사들은 일제히 창과 칼과 활을 들고 소리를 지르며 대장군 마라난타를 따라서본진
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소문도 멀리서 그 소리를 듣고 있었다. 소문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옆에 서있는 모
사드에게 말을 했다.
“흠....준비해라..”
“예? 준비라 하시면....”
모사드가 소문의 의도를 몰라 반문하자 소문은 천천히 몸을 움직이더니 침대위에놓여
있는 철궁을 집었다.
“우리도 간다...그러니 준비를 해라...”
“예, 형님”
소문의 말을 알아들은 모사드는 재빨리 대답을 했다. 그리고는 간단한 식량과무기를
챙겨왔다. 모사드는 단검을 잘쓰지만 소문과 마찬가지로 활을 주무기로 삼았다.활을 들
고 나오는 모사드를 보던 소문이 씨익 웃었다. 모사드도 그런 소문에게 멋쩍은웃음을
보였다.
“구유크는 언제 움직이지?”
“족장님은 중군을 이끄시지만 소족장님은 아마도 대장군님과 함께 선봉에 계실겁니
다...”
“그래? 그럼 서둘러야지...가자”
소문과 모사드는 천막을 나왔다. 모사드는 천막밖에 이미 두 마리의 말을 세워두었다.
하지만 그걸 보는 소문의 낌새가 영 이상했다.
“너나 타라..”
“예?”
“난 안타고 갈테니까 너나 타라고...”
소문이 퉁명스럽게 말을 하자 모사드는 황당하다는 듯이 되물었다.
“어찌 말을 쫓아 온다 하십니까...서툴어도 타시는게 빠를겁니다...”
“싫어...내 걱정 말고 빨리 말이나 몰고 출발해....”
소문의 최대의 약점... 그것은 말을 여전히 타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곳에 온지벌써 육
개월 발에 치이는게 말이고 매일 같이 타려고 노력했지만 도저히 실력이 늘지않았다.
일신에 엄청난 실력을 지닌 소문이지만 이상하게 말만 타면 힘이 쪼옥 빠지고겁부터 나
서 말 안장에 납작 엎드리기 일쑤였다. 이러하기를 수십차례 마침내 소문은 말타는것
을 포기하고, 말이라고는 두 번다시 쳐다보지 않았다.
‘으이구..저 고집....에라 모르겠다...’
모사드는 힘차게 고삐를 당겼다. 앞발을 한번 높이 쳐들은 말은 쏜살같이 뛰어나갔다.
얼마나 그리 달렸을까....
‘앗차....형님...’
모사드는 아차하는 심정으로 뒤를 쳐다 보았다. 하지만 그는 곧 자신의 눈을의심해야
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보이지도 않을 것 같았던 소문이 5장 뒤에서태연하게 걸
어오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고 빨리 발을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어기적 거리면서도자신
의 말을 용케 따라 온 것이다...
“야...먼지좀 그만내라...목 아프다...”
먼지를 그만내라니...깜짝 놀라 눈을 비비고 있는 모사드를 보며 하는 말 치고는정말
멋대가리 없는 소리였다.
“예? 아예....”
모사드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다시 말을 몰았다. 자신의 머리론 도무지 이해가안
가는 인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