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귀검신(弓鬼劍神)제11장-가문(家門)의 비기(秘技)-2
동굴은 제법 넓었다 지난번 출행랑을 익히던 동굴에 비하면 약간의손색은있었지만대
낮이라 그런지 동굴 안은 비교적 밝아 소문이 동굴을 살피는데 문제가없었다.소문이
조심스레 동굴에 발을 들여 놓을 때였다. 무엇인가가 소문의발걸음을가로막고있었다.
'음....뭔가가 있는데......'
소문이 다시 한 걸음 옮겨 놓자 이번에는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정도의기가쏟아
져 나왔다.
'헛...살기...!'
소문은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자신을 노리던 살기는 씻은듯이사라져버렸다.
'젠장...이게 머야....신경과민인가.......'
소문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동굴속으로 들어가려 하였다. 하지만이번에도그살기
는 어김없이 소문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계속해서그런 일이 반복되자소문은오기
가 생겼다.
"좋아 누가 이기나 해보자...."
소문은 출행랑을 익히며 얻은 살기를 끌어올렸다. 소문의 얼굴에서싸늘한한기가발했
고 전신에선 검기와도 같은 살기가 사방을 덮쳐갔다. 하지만 소문의살기가동굴안으
로 뻗어가기가 무섭게 엄청난 기운이 도리어 소문을 덮쳐왔다. 소문이발하는살기는정
말 무서웠다. 허나 동굴에서 쏟아져 나오는 살기는 소문의 살기를쉽게제압하고소문
을 압박했다.
"빌어먹을...."
여기서 물러서기엔 소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비록 자신의 살기론그기운을
뚫지 못했지만 소문에게는 아직 준비된 한 수가 있었다. 까맣게 잊고있다가오늘처음
으로 일으켰던 기운...소문이 마음을 굳히자 몸에서는자연스레반야심경도해의내공이
움직였다. 순간 소문의 몸에서는 은은한 불광이 피어올랐다. 천하에서 짝을찾을수없
는 극정의 내공심법인 반야심경도해, 그것으로 만들어진 엄청난 기운이소문의몸에서
흘러나오자 자신을 압박하던 살기는 씻은 듯이 사라졌다.
"하하...역시 극과 극이구나...하하...그런데..."
자신의 의도가 맞았음을 좋아하던 소문은 순간 그 생각을고쳐야만했다.반야심경도해
의 기운이 살기를 밀어내자 이번에는 또 다른 기가 소문을 압박했다.헌데이번의기는
아까 와는 달리 웅후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처음엔미약하더니만시간이가
면 갈수록 강해져 소문의 기를 밀어내고 있었다.
'이따위 것에 질 수야....'
소문은 최대한의 기를 끌어 모아 대항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갈수록소문의기운
은 떨어지고 동굴에서 뻗어 나오는 기는 강맹해 지기만 했다. 소문은정신은끝까지투
쟁하려고 했지만 몸이 따라오질 못했다. 결국 소문은 탈진하여 그자리에주저앉고말았
다.
'결국...이 정도에 불과 한 것인가...'
동굴의 한쪽벽에 기대어 자신의 패배를 믿지 못하던 소문은 문득자신을조여오던기
가 사라진 것을 느꼈다. 이상한 마음에 고개를 들어 동굴 안을 쳐다보던소문은눈은놀
람과 경악으로 두 눈을 부릅떴다.
"하....이것...참....어이가 없어서리...."
고개를 든 소문이 본 것은 나란히 걸린 세 개의 족자였다. 걸린족자마다어떤설명도
없고 배경도 없이 단지 칼 하나를 들고 있는 노인의 구분 동작을 몇개의그림에나누어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족자 중 가운데 것에는 작은 구멍이 하나 나 있었다.
"고작 그림에게....정신을 빼앗겨서...."
하지만 현실은 현실..소문은 정신을 차리고 그 그림을 자세히살펴보기로했다.하지만
별다른 특징도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 그저 그런 그림이었다.
"이상하군...아까의 기운은 틀림없이 저 그림에서 나온 것인데..."
소문이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젓고는 찬찬히 주변을 살폈다.동글은군데군데이끼
가 끼여 있을 뿐 그다지 큰 특징은 찾을 수 없었다. 노인이 그려진족자아래조그만목
함이 있었다. 목함을 본 소문의 눈은 반짝 빛났다.
'저거군....가문의 비기가 담겨 있는 것이...'
소문은 천천히 목함으로 다가갔다. 지나온 세월을 말해주듯 곰팡이가제법끼어있었지
만 소문은 크게 게의치 않았다. 목함을 열자 그 안의 내용물이 한눈에 들어왔다.
한 권의 책자와 하나의 철궁...
책이야 비급이려니 했지만 철궁이 나온 것을 보자 상당히 의아했다.소문은철궁을들
어올렸다.
"어이쿠....머가 이리 무거워,..."
소문은 아무 생각 없이 철궁을 들어올리다가 자신도 모르게철궁을떨어뜨렸다.크기
는 두자 밖에 안됐지만 무겁기가 바위를 능가했다. 백근은 족히 나가는 무게였다.
"이 딴걸 어디다 쓰라고...들고 다니기도 힘들겠다..."
철궁을 한쪽 구석에 던져버린 소문의 시선은 곧 한 권의 책에쏠렸다.제목도쓰여있지
않은 표지는 짐승의 가죽으로 되어있었고 내용은 한지에 기록되어 있었는데그양은얼
마 되지 않았다.
소문은 긴장된 마음으로 천천히 책장을 넘겼다.
'노부는 을지혁(乙支赫)이다. 나는 궁보다 검을 더 좋아했다'
책장을 넘기자마자 쓰여있는 것이 '궁보다 검을 좋아했다'였다. 글을발견한소문은피
식 웃고 말았다.
"참나...이분도 성격이 무지 급하시고만....암튼..."
소문은 다시 책으로 시선을 던졌다.
'하지만 우리가문에는 검법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비록검법을익히기를원했지
만 가문의 무공이 사장되는 걸 방치할 수는 없었다. 결국 가문의무공을익히기는했지
만 그때 내 나이 어느새 불혹... 이미 검을 익히기에는 너무 늦은나이가되어버렸다. 하
지만 만류귀종(萬流歸宗)이라....궁술에 어느 정도 조예가 있었던 나는포기를하지않았
다. 기초도 전혀 없이 검을 안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요원한것인지를몸으로깨달아
가며 검에 대해 연구하기를 수년...수 없이 많은 중원의 검법과 우리나의검도를비교하
며 공부를 했지만 결코 마음에 드는 검법이 없었다. 해서 내스스로검법을만들어보자
결심을 했다. 내가 이 동굴에서 검이란 화두에 나를몰입시킨지20여년...마침내삼초
의 검법을 창안 할 수 있었다. 스스로 자부하건데 비록 삼초에불과한검법이나천하의
그 어떤 검법보다 한수 위에 있다고 생각했다. 천하를 다 얻은마음이이런것일까....하
지만 기쁨에 들떠 있던 나는 이 검법에 한가지 큰 약점이 있다는 것을알수있었다'
"어라...약점?....흠 ....약점이라...."
글을 읽던 소문은 약점이라는 말에 약간 실망을 하였다.
'비록 그 위력이 천하를 오시 할만 하지만 검법을 받쳐주는 내공이약하면한번의시전
에 온몸의 내공을 소모시켜 몸을 탈진시켜버리니...어떤 면에서는 일반검법을익힘만
못하고 마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노부는 절망하지 않았다.내공이부족하면충분
한 내공을 얻을 수 있는 내공심법을 만들면 될 것 아닌가...
삼초의 검법을 만들고자 20여 년을 보낸 노부에게 그 일은 즐거운것이었다.그러나내
공심법을 만든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가 않았다.
인간은 호흡을 통해 우주공간에 퍼져있는 기를 얻어 체내에 축적시키고그것이차차쌓
여감에 힘을 얻는다. 기라는 것은 살아있는 동물도 있고 들판의 잡초도조금씩내뿜고
있다. 그 기를 보다 빨리 안정적으로 모으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각기저마다특색이있
는 운기법을 개발하고 발전시켜 왔으니 그것이 천하에 산재해있는내공심법의기원이
라 할 수 있다.
허나 인간이 호흡을 통해 받아들이는 양의 기는 항상 일정하고 아무리열심히수련을
한다해도 하루에 절반은 잠을 자고 삶을 영위하는데 허비하기 때문에생각만큼빨리기
를 모을 수는 없다. 그렇기에 호흡을 통해 일정하게 받아들여지는기를흩어버리지않
고 보다 많이 몸에 남기는 운기법을 훌륭한 내공심법이라 일컫게 되었다.
우리 가문에 내려오는 내공심법도 자연에서 얻어지는 기를 자신의것으로만드는데탁
월한 능력을 가지고는 있었다. 허나 삼초의 검법을 시전하기 위해서필요한내공을만들
어주기까지는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이것은 다른 어떤 내공심법에도예외가될수
는 없었다. 해서 노부는 단시간에 많은 내공을 쌓을 수 방법을 모색하기로 했다.
우주만물에서 인간에게 흡수되는 기들은 저절로 체내에 쌓이는 것이아니라일정한방
법에 의해서만 순수한 힘의 결정체인 내공으로 탈바꿈한다. 그렇다면 그수련시간을늘
리면 될 것아닌가....잠자는시간...밥먹는시간...걸으면서...달리면서...일반적으로 수
련하지 못하는 시간과 때를 없애고 하루 열두시진을 계속해서 수련하는것이가능하게
된다면....하루 여덟시진 수련하는 사람의 세배의 내공을 얻을 수 있었다.기가몸안으
로 들어오는 곳은 코와 입으로 한정되어 있는데, 만약 피부로호흡을한다면,...아니호
흡이 아니라 흡수의 개념으로 이해를 한다면....
노부는 이러한 가정을 하나로 묶었다. 호흡뿐 아니라 피부를 통해 기를흡수하고,꼭앉
아서 운기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의식하지 못해도 몸안에서는 운기를가능케하는방법
이 있다면 그것이 천하제일의 내공심법이리라....허나...그것은 단지이론일뿐,실제로
그런 심법을 만들고자 했을 때는 그 방법이 없었다.
노부는 수없이 고심을 했다. 그러나 천수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것을알게됐다.무엇을
위해 이리도 집착한다는 것인가....어차피 죽으면 모든것이무(無)인것을...노부는마음
속에 있던 욕망과 번뇌를 떨쳐버리고 차분히 죽음을 준비했다. 모든것을버리자마음
이 오히려 편해왔다. 허나 모든 것을 포기했을 때 한순간 깨달아지는바가있었으니....
'무위(無爲)'
노부는 여지껏 무공이라는 목적 추구의 의식적 행위인유위(有爲)를생각하고있었으
나 이것은 나의 위선(僞善) ·미망(迷妄)에 불과했다.
모든 것은 법칙이 있고 순리가 있는 법이거늘...스스로가그것을역행하려하였으니...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지금까지의 나의 행동이 얼마나 어리석은것인지를알게되었다.
죽음을 앞두고 그나마 이런 이치를 알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자연법칙에 따라 행위하고 인위적인 작위를 하지 않는다.허나무위에서야말로완성
이 있다'
노부는 결국 하나의 내공심법을 만들 수 있었다.
아쉽구나... 나의 천수가 얼마 남지 않음이니.... 내 비록 삼초의검법과하나의내공심
법을 만들었으나 완벽이란 무공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법, 틀림없이이를익히는과정
에서 많은 문제점이 있으리라.... 그러나 나의 후손이라면 이를충분히극복하리라믿는
다.
삼초의 검법에 대한 이름은 이를 익히는 후인에게 맡기되내공심법은무위공(無爲功)
이라는 명한다.
또한 검법을 익히되 무위공 없이는 함부로 시전하지 말 것이며, 함부로살생이나그위
력을 뽐낸다면 순수한 나의 의도와는 배척되는 것, 자신을수양하는하나의도(道)로써
익혀주길 간곡하게 바라노라....'
17대 조부의 말은 후인의 자만을 경계하는 말로 끝을 맺었다.
"흠....'죽음을 앞두시고...창안을 하셨다'라...멋지네...근데...이건머지..."
소문은 책장을 넘기다가 이상한 것을 발견하였다. 지금까지의 필체가아닌다른필체
가 눈에 띄었다. 소문은 재빨리 읽어 내려갔다.
'노부는 을지무격(乙支武擊)이다. 나는 조부님과 달리 검을 좋아하지 않는다'
"엥...그럼...이분이 나에겐 15대조 선조인가....헷갈리네...흠...
할아버지말로는 17대조 선조님 이후 내가 처음으로 동굴에 들오간다고하였는데그게
아니었구만..."
소문은 계속해서 책을 읽었다.
'노부는 가문의 무공에 자부심이 있었다. 무위공이나 검법 없이도최고가되었다고자
부하고 있었다. 비록 조부님이 애써 창안하신 무공이 그대로 묻히는것이아까워후손들
에게 익히라고 말은 하였지만 솔직히 그 위력에 의문이 갔다. 해서가문의무공과조부
님이 창안하신 검법과 그 우열을 가려보고자 이 동굴로올라왔는데...이런나의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노부의 시전할 수 있는 최고 무공은 '이기어시(以氣馭矢)'였다.기로써날리는화살을
자유자재로 시전하는 경지...내공도 이미 삼갑자를넘어서고있었으니...노부는자신감
이 있었다. 허나...조부님이 남긴 삼초의 검법 중 하나도 이겨내지못했다.아니비교를
한다는 자체가 무리였다. 그 검법은 이미 절대의 경지를넘어선천무(天武)였다.화려하
진 않지만 단 삼초에 천하를 품고 있었으니 나의 실력은 그 앞에선잔재주밖에는될수
없었다. 노부는 이 검법의 이름을 '절대삼검(絶對三劍)이라 칭하기로 했다.
비록 검법이기는 하지만 이것도 가문의 무공이 되는 것이니...노부는기쁘게패배를받
아들였다. 하지만 서운한 감정도 밀려왔다. 앞에서 말했듯이 노부는검보단궁을좋아한
다. 그래서 이기어시보다 더 높은 경지의 궁술을 만들고자 각고의노력을기울였지만새
로운 무공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뼈저리게 느낄 뿐이었다.
조부님이 20여 년간 공을 들여 삼초의 검법을 만들어 내셨듯 나도포기는하지않았다.
결국 조부님이 계셨던 이곳에서 노부 또한 하나의 무공을 만들 수 있었다'
소문의 입안에는 침이 절로 고였다. 아직 이기어시를 시전해 보지는않았지만현재자
신의 내공과 포두이술의 완성도를 감안한다면 자신 또한 충분히 해낼수있으리란생각
이 들었다. 헌데 그것을 뛰어넘는 궁술이라면...여기까지 생각하던 소문은문득아까자
신이 집어던졌던 철궁을 떠올렸다.
'틀림없이 이것과 관계가 있을 듯 한데...'
슬그머니 철궁을 집어 자신이 앉아있는 바위에 기대어 놓았다.
'그 무공의 이름을 '무영시(無影矢)'라 지었다. 이 궁술은 말 그대로화살이따로필요
하지 않은 무공이다. 검도가 어느 정도에 이르면 검기(劍氣)를일으키고검기를유형화
시킨 검강(劍 )을 시전 할 수 있듯이 무영시는 화살을 대신해기를유형화시켜쏘아보내
는 것이다. 검에서 뻗어나가는 기운은 그 한계가 있지만 무영시는 그한계를벗어나아
무리 멀리 있는 적이라 하더라도 격살시킬 수 있다. 가히 궁술의최고봉이라자부할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노부의 이런 자부심은 또 한번깨지고마니...역시절대삼검(絶對三
劍)을 극복하지 못했다. 비록 그림에서 나오는 기운을 뚫고무영시를날릴수는있었지
만 그것은 움직이지 않은 그림이기에 가능 했을뿐 만약 움직이는사람이었다면절대로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
소문의 고개가 천천히 위로 향했다. 자신의 머리 위에 있는 족자...그곳의그림세점이
각 일초의 검법을 품고 있는 절대삼검(絶對三劍)의 비급이란 말인가?.
"어쩐지....예사 그림이 아닌 것 같더니만....아까 패한게 쪽팔린게 아니었구만..그렇
다면 가운데 난 구멍이 무영시가 남긴 자국이겠고.."
하지만 다시 봐도 별로 특이할 만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저단순한그림일뿐....
'......해서 이 글을 읽는 후손에게 당부하고자 하는 말이있다면절대삼검을익히되 그
것에 만족하지 말고 궁술로써 그것을 깨뜨려 달라는 것이다. 절대삼검을익힐정도의무
공이라면 틀림없이 궁술 또한 그만한 경지에 오를 수 있을 터반드시이루어주길바란
다. 그리고 무영시는 그에 쓰이는 내공과 기가 엄청나기 때문에 일반의활로는그기운
을 감당할 수 없다. 여기 100여근의 순수강철을 제련하여 하나의 활을남기니그기운을
능히 감당할 수 있으리라...'
15대조의 글은 여기서 끝이 났다. 비록 가문의 어른들이지만 피를떠나한사람의무인
으로 강한 호승심이 느껴졌다.
'흠...절대삼검(絶對三劍)과무영시(無影矢)라..재미있겠는데...지금은우선익히는
게 급선무이겠지....하지만 그 다음은.....'
소문은 지금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오늘로써 무위공을 익힌지 열흘째,그동안아무런
이상 없이 운기를 통해 내공을 쌓고 있었는데 오늘은 시작부터 몸에이상한기운이흐르
고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천지에 올라 전신의 모공을 활짝 열고운기를시작했는데평
상시와는 달리 몸에 흡수되는 기의 양이 폭발적이었다. 수련이제법깊어져서그런가보
다...하고 무심코 넘겼는데...이건 아무래도 이상했다.
소문은 그 동안 반야심경도해를 꾸준히 수련했기에 소문이생사현관과임독양맥을타
동 시킬 때 온몸으로 퍼져있던 내공을 하나의 내공으로 만들 수 있었고그것은지금현
재 소문의 단전에 모여 있었다. 헌데 지금 단전에는 두 개의 기운이힘차게움직이고있
었다. 하나는 반야심경도해를 통해 형성된 기운이었고 하나는 최근의무위공을익히며
만들어진 기운이었다. 최초 며칠동안은 그 기운이 미약해 감히준동치못하다가오늘에
야 비로서 서서히 움직이며 기존의 기운과 마찰을 일으키고 있었다.단열흘의수련으
로 소문이 어렸을 때부터 익혀온 기운과 맞먹을 정도의 기운을 흡수한 것이었다.
소문은 결정을 내려야 했다. 자신이 두 개의 기운을 제어할 수 있는지금수련을중단
할 것이가...아니면 강행할 것인가...과거 많은 선조들이 이시점에서수련을강행하여
폐인이 된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
'어쩐다...'
강행하자니 그 후한 두려웠고 포기하자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하지만생각도잠
시 소문은 선조들이 구해온 반야심경도해의 위력을 믿기로 했다. 헌데그가무위공을운
행하기 시작하자 그의 전신에서 마치 화산이 폭발하듯 무서운 힘이치솟는것이아닌
가? 내공심법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무위공의 힘은 소문의 몸을폭발시키고도남을
정도였다. 이 힘을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은 선조들이 안배한반야심경도해의내공심법밖
에는 없었다. 하지만 소문은 다급한 마음에 미처 그런 생각을 하지못하고오히려전력
을 다해 무위공을 운행시켰다.
하지만 그것은 소문의 판단착오였다. 단전에 모여있던 기운들은 소문의몸을한바퀴돈
후 더욱 강력해지고 각 경맥에서의 움직임이 더욱더 빨라졌다. 눈을 감고있는소문의
얼굴에 진땀이 흘러내렸다. 소문의 몸에서는 백색 강기가 뻣어나오고있었는데시간이
갈수록 그 기운이 강맹해 지고 있었다. 소문의 얼굴은 점점일그러졌다.이미단전에는
반야심경도해의 내공이 자리잡고 있어 체내에 머무르고 있는 무위공의내공이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잘해야 주화입마이고, 아니면 몸이견디다못해
폭죽처럼 터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젠장...경솔했다...이게 아닌데....'
소문이 후회를 해본들 이미 때는 늦어버렸다.
'그래... 어차피..이리 된 것....방법은 하나뿐...잘 되야 하는데...'
소문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리고는 반야심경도해를운기하기시작했다.그리고
그 기운을 단전에서 기경팔맥(奇經八脈)으로 급히 이동시켰다. 그러자그곳에이미자리
를 잡고 있던 무위공의 기운이 거세게 반발했다. 하지만반야심경도해의내공은먹물이
화선지에 스며들 듯 자연스럽게 무위공의 기운을 피하더니 곧 하나의기운으로마구뒤
섞여 버렸다. 소문은 다시 무위공을 운기해서 그 기운들을 단전으로유도했다.한데뒤
섞여 있던 기운은 다시 두 갈래의 기운으로 나뉘어 하나는 단전으로향했고다른하나
는 기경팔맥과 온몸에 퍼져있는 세맥으로 갈래갈래 흩어졌다.
'성공이다....'
계속해서 기운을 키우던 무위공의 기운은 단전에 자리를 잡았고단전을지키던반야심
경도해의 기운은 전신에 퍼져 모공으로 들어오는 기운을 차단하고 있었다.두기운의자
리바꿈은 대성공으로 끝났다. 소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만약에 두 기운이 만났을 때 서로 반발했다면 살아남지못했을텐데...역시반야
심경도해다. 다른 기운이 만났는데도 융화를 시키다니..."
현재 소문의 몸 상태는 실로 기이했다. 단전에는 무위공으로 인한 상상할수도없을정
도의 내공이 쌓여 있었고, 전신 혈도와 세맥에는 무려삼갑자에이르는반야심경도해의
내공이 쌓여 있었다. 무위공과 반야심경도해가 조화된 소문의 내공력은 그어떤힘도감
히 범접하지 못하는 막강하였다...소문은 이후에도 계속해서무위공을익혔지만모공을
통해 들어오던 기는 반약심경도해에 의해 막히고 호흡을 통해 들어오는 기는더이상쌓
이지 아니하고 흩어져 버렸다. 소문이 생각하기에 몸에서 스스로기를조정하는게아닌
가 할 정도로 이상한 현상이었다.
"무위공의 수련은 끝난 것인가....더 이상의 진전이없구나....그렇다면이제는절대삼
검(絶對三劍) 차례인가...아니지...무영시(無影矢)가 있었구나..."
소문은 이제 무위공의 수련을 마치고 무영시의 수련을 시작했다.어차피무위공은집중
적인 수련을 하지 않아도 몸이 알아서 수련을 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어차피내공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무영시는 생각외로 쉬웠다. 소문이 가장 많이 연습한 것이 활이고 보면그건당연한결
과라 할 수 있었다. 다만 100근이나 나가는 철궁을 내공을 쓰지않고순순한근력으로만
다루려 하다보니 시간이 조금 더 걸렸을 뿐이었다. 소문은 비록 내공을쓰지않았지만
그의 몸 곳곳에 스며든 반야심경도해의 기운은 이런 소문에게 거의 내공을쓰는거나다
름없는 힘을 주고 있었다.
"핑...."
소리는 났지만 화살은 보이지 않았다. 허나 소문이 바라보고 있는나무는어느새커다
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자신이 하고도 믿기지 않았다. 그다지힘을들이지도않았는데
자신의 기는 이미 하나의 빛으로 화해 간단하게 나무에 구멍을 뚫어놓는 것이아닌
가...
"이야...기가 막힌데...이걸 어찌 막을까...."
소문은 무영시의 위력에 새삼 감탄을 하였다.
"자 그럼 인제 가볼까..."
소문은 어깨에 철궁을 메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동굴로 향했다.소문은동굴에들어서
기 앞서 기를 끌어 모았다. 동굴안의 그림은 아무런 생각없이 그냥들어가면별다른이
상을 보이지는 않지만 약간의 기운이라도 일으키면 스스로 반응했다. 그동안은이런이
치를 알았기에 별다른 무리를 하지 않았지만 이제부터는 아니었다.준비된모든무공을
익힌 지금부터는 가문의 마지막 무공인 절대삼검(絶對三劍)만이 남아 있을뿐이었다.
소문이 기를 끌어올리고 동굴에 들어가자 엄청난 살기와 압력이몸으로쏟아져들어왔
다. 하지만 이미 내공의 끝을 본 소문을 어찌 할 수는 없었다. 소문은가로막는기를뚫
고 거침없이 동굴로 들어가 노인이의 그림이 그려진 족자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맨 좌측의 족자는 노인이 검을 검집에서 빼는 자세에서 시작하여 발검하는것을열두
번에 걸쳐 그렸고, 두 번째 족자는 그 뺀 칼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는 것을또한열두
번의 그림으로 표현하였다. 마지막 그림은 검 하나를 들어 단지하늘로치켜올리고있
을 뿐이었다.
"젠장....이게 뭐냐고....뭔 설명이있어야...익혀도익히지....검이라고는만져보지도
못한 난데..."
소문은 내공을 풀고는 족자를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아무리들여다보고혹시다
른 안배라도 있을까 하여 촛불에 비추어 보기도 하는 등 별 짓을다하였다.하지만좀처
럼 그림이 나타내는 뜻을 알 수가 없었다.
"첫번째 그림은 저렇게 칼을 빼라는 것이고, 다음은 내려치라는것이고마지막은뭐
야....폼재는 것도 아니고....미치겠네...에라 모르겠다"
결국 족자를 연구한지 삼일만에 소문이 한 행동은 족자의그림대로따라하는것이었
다. 적당한 크기의 나무를 잘라 목검을 만든 후 우선 맨 왼쪽의그림을따라했다.자세
를 잡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그림처럼 발검을 하는것도어렵지않았다.
"................"
그렇게 그림을 따라하기를 한 시진...소문은 문득 자신이 한심했다. 도대체뭘하는짓인
지...
"에라이.....헉!!!"
소문이 짜증이 나 목검으로 족자를 내려치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소문의눈에커다
란 칼 하나가 공격을 하는 것이 아닌가? 재빨리 고개를 숙이고 땅바닥을굴러뒤로피한
소문은 고개를 들어보았다. 하지만 보이는 것이라고는 자신이 찢어버리려한족자만이
펄럭이고 있었다. 소문은 뭔가 집히는 게 있었다. 다시 한번목검으로족자를내리치려
고 하였다. 결과는 아까와 마찬가지였다. 눈앞에 나타난 검에 혼비백산한소문은다시
한번 땅을 굴렀다.
"하하하....이거였구나..."
소문은 나머지 족자의 그림에도 실험을 해보았다. 결과는어김없이땅바닥이었다.소문
이 내공을 끌어올릴 때는 그 힘이 워낙 막강해 그런 기운을 느낌을아예없애버렸지만
평상시의 소문에게서는 그림이 전하려는 바가 정확하게 느껴졌다.
"흠...첫 번째 그림은 빠름을 가르치려고 하고....두 번째그림은느림의미학이라는 건
가...그리고 세 번째는 빠름과 느림을 무시한 패(覇)의 기운 그 자체구나... "
몇 번의 시도 끝에 소문은 그림에 남겨져 있는 의미를 파악했다. 왼쪽의그림은말그대
로 발검(拔劍)에서 찌르기까지 인간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를나타내고있었고,가
운데 그림은 정중동(靜中動)의 묘리였다. 느린 듯 하면서도 모든움직임을제압하는방
법을 그리고 있었다. 마지막 오른쪽 그림은 가장 간단했다.하늘높이칼을치켜세우고
있는 자세는 천주부동(天柱不動)의 자세였다. 오랜 세월의 시달림에도굳건히서있는천
년 고목처럼, 계속되는 파도의 부침으로부터 자신을지켜내는바위섬처럼...어떠한힘에
도 굴하지 않는 자연의 기운 그 자체였다. 무위공의 내공력은 이마지막무공을사용하
기 위함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마지막에 보여지는 무공은그림만으로도그느낌이
압권이었다.
이제 그림이 알리고자 하는 뜻을 알았으니 수련하는 것만이남아있을뿐이었다.소문
은 무섭게 수련에 임했다. 오전에는 빠름을 익혔다. 온몸에 기를 불어넣고자신이할수
있는 최대한의 능력으로 그림 속의 동작을 흉내냈다. 하지만 검이라는것을처음잡아보
는 소문에게 흉내를 내는 그 자체도 힘든 일이었다. 그림 속의 동작을마치는시간은찰
나에 불과했다. 하지만 몸에 있는 모든 감각을 일깨워 익히는 지라 단지몇번의발검에
도 온몸이 땀에 젖어 들었다. 오후엔 오전과는 정반대였다. 어찌하면 천천히시전할것
인가....하지만 단지 느리기만 한 것이 아닌 상대방조차도 움직이지 못하게할때비로
소 이 검의 위력은 나타날지니 오후 내내 단 한번의 휘두룸의동작이전부였다.마지막
초식은 익힐 엄두가 나지 않았다.
수련 삼개월이 지나서야 첨으로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발검을 할수있었다.하지만
속도는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수련 육개월이 지나자 칼을 내려친다는 느낌을 없앨 수 있었다.하지만여전히빨랐다.
수련 구개월이 지나서 첨으로 그림 속의 족자와 빠름을 견주었으나 차마칼을뽑지도
못했다.
수련 십개월이 지나 두 번째로 느림을 견주어 보았으나 그림 속의노인의부동을깨뜨
리지 못했다.
수련 이년째 처음으로 세 번째 그림 앞에서 칼을 뽑았다.
그리고 수련 이년하고도 삼개월이 지난 오늘 소문은 다시 한번 그림 속의노인에게도
전을 하고 있었다.
소문의 몸은 팽팽한 긴장감으로 둘러 쌓여 있었다. 소문은 천천히손을뻗어허리춤에
매달려있는 목검을 잡았다. 그리고 검을 뽑았다.
"착...."
"이겼다..."
목검을 거두는 소문의 발아래 그 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하나의 족자가찢겨떨어져있
었다.
"절대삼검(絶對三劍) 제1초 섬전비(閃電比)...."
마침내 무명이었던 절대삼검 검법의 제1초가 이름을 갖게 되었다.
소문의 눈은 어느새 두 번째 족자로 향하고 있었다. 섬전비를 시전한순간이미싸움은
시작되었다. 소문은 천천히 그러나 망설임 없이 목검을 들어올렸다.그리고는아래로내
려그었다. 두 번째 족자 역시 힘없이 땅에 떨어졌다.
"절대삼검(絶對三劍) 제2초 둔검애인(鈍劍愛人)
절대삼검의 제2초는 살상을 위한 검이 아니라 상대방의 모든 움직임을파악하고이를분
쇄하는 무공이었다. 절대삼검의 1초와 2초의 이름을 지은 소문의 마침내 세번째족자
앞에 설 수 있었다.
'마지막인가...'
소문은 목검을 머리위로 들어올리며 온몸의 내공을 끌어 올렸다. 동굴안에는소문이
끌어올린 기로 인하여 폭풍이 일고 있었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절대삼검(絶對三劍) 제3초 천지개벽(天地開闢)...."
나즈막한 말과 동시에 소문의 목검이 움직였다. 마지막엔 끌어올렸던 내공을 다거두
고 초식을 사용하였지만 동굴은 이미 그형태를찾
아 볼 수 없게 처참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단지 소문이 서있는 곳과 그바로뒤만무사
할 뿐이었다.
"흠....나가서 할걸 그랬나...그래도 명색이 조사동인데....하지만어차피그역할이 끝
났으니...."
소문은 무너져 버린 동굴을 향해 정중하게 예를 올렸다. 가문의 무공에일대획을그으
신 두분 선조에게 드리는 인사였다. 소문은 잠시 동안 지남온 날을회상하며생각에잠
기다가 이내 몸을 돌려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려가는 소문의 모습은처음과전혀
다름이 없었다. 다만 올때와는 달리 어깨에 하나의 철궁이 추가되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