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귀검신(弓鬼劍神)-제9장 출행랑(出行狼) 수련(修練)-1
이미 겨울임을 알리는 듯 아침 느지막히떠서점심을먹고나면금새
지곤 하는 해가 아직 중천에 떠 있는 것을보니아직점심때를지나진
않은 것 같았다. 하늘은 눈이 부시도록푸르고구름한점없는화창한
날이었다. 가만 있어도 기분이 상쾌해 질 정도로맑은날이와어울리지
않게 오만상을 찌푸린 사람이 있었다.
"어허....흔들리면 안된다도그러는구나....그리중심을못잡아서야 어디
밥이라도 먹을 수 있겠느냐?"
냇가 옆에 가지를 길게 뻗은 느티나무 아래에떡하니돗자리를펴고앉아
혼자서 술을 홀짝홀짝 마시던할아버지는계속해서고함을질러댔다.
한켠에서는 철면피가 잡아온 꿩고기가구수한냄세를풍기며익어가고
있었다. 철면피는 자신의 친구이자주인의모습이안쓰러운지소문의
머리 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제기랄...힘들어죽겠고만...밥도제대로안주면서냄새까지....미쳐버리
겠네...."
소문의 이마에서는 한여름의 소나기 쏟아지듯긁은땀방울이줄줄흘러
내렸다. 그런데 지금 소문의 모습은 과거와는많이달랐다.지금이시
간이면 점심을 먹고 '포두이술' 연만에힘쓸시간이건만냇가에들어가
서 뭘하고 있는 것인가?
소문의 모습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양쪽으로가볍게벌린손에는커다란
돌멩이가 각각 들려 있었고 머리 위와어깨에도각각하나의돌멩이가
놓여있었다. 오른쪽 다리는 들어 가볍게들어올렸는지물위로무릎의 끝
이 살짝 드러나 보였다. 평지에서도 이런자세로는오래버티기가힘든
법인데, 물속에서 그것도 유속이 아주 빠른물속에서다리하나를들고
서 있음에야... 흔들리는 것은너무나당연했다.하지만할아버지에게
그따위 이유는 통하지 않았다.
"앞으로 반 시진만 참으면 된다. 고작 반시진을참지못하여굶어서야 되
겠느냐? 꾸욱 참거라...."
할아버지가 얄미운 것은 하루 이틀이아니었지만연신술과꿩고기를 뜯
으며 약을 올리는 모습을 보자진짜내할아버지일까....하는생각이 들
정도였다.
소문이 냇가에서 이런 해괴한 짓을 한지도벌써두어달이지나갔다.그동
안 오전에는 '포두이술'을 연마하고 이렇게 해가중천에뜨면냇가에서이
상한 짓을 했다. 할아버지 말로는'출행랑'을익히는중요단계라했지만
소문은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어쩌랴...울며간장먹기로 어쩔
수 없이 따르는 중이었다.
소문의 고생문은 그가 출행랑을 연마하기시작한첫날부터이미예고되
었다.
"출행랑은 위력이 뛰어난 만큼 익히기가 쉽지않다.어제시범을보여준
것처럼 그렇게 순간적인나아감(出)과물러섬(退)은폭발적인다리힘이
있어야 하며 그런 힘을 적절히 뒷받침 해 줄 수있는기의흐름이필
요하다. 출행랑을 자세히 살펴보면가까운거리에서의순간적인이동시
즉, 도약할 때를 제외하고는 보폭의 별로 크지않다.하지만먼거리
를 이동하게 되는 경공법으로 쓸데는 한보의길이가약7,8장에이른다.
너는 이 차이를 무어라 설명하겠느냐
?"
"힘에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그말도 일리가 있지만 힘의차이라기보다는기의운용방법에 차
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경공법에서는힘의안배차원에서기의흐름을
비교적 느리게 천천히 하여 그 기운이끊어지지않고계속해서이어지
게 하는 반면에, 보법에서는 기운을 일순간에끌어모으기위해서,기
의 흐름을 평소보다 빨리 하여 힘을 모으는데용이하게한다.물론이
것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가 될수도있을것이다.이
것이 일반적으로 보법과 경공법이 같이 쓰이지않는이유가된다.
하지만 이런 상식을 깨뜨렸기 때문에 출행랑은보법과경공법이두가지
방면에서 모두 쓰고 있는 것이다.
출행랑을 시전하면 전후 좌우 어느 곳을 가더라도막힘이없이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동을 할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선그만큼발을빨리움직여
미리 방향을 잡아두어야 한다. 움직인다고해서마구잡이가아니라그
방향과 순서를 따라야 함을 잊지 말아라.
또한 출행랑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앞뒤로의순간이동은겉으로보긴
엔 단순 도약으로 보이지만 도약을 하여발이땅에서떨어지더라도그
도중에 발은 계속해서 방향과 순서에 따라움직이고있다.그러한발놈림
과 몸안에 흐르던 기가 일치되면 그폭발력이밖으로표출되는데표출
되는 그 힘이 그렇게 빠른 이동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다.
보법으로 출행랑이 이와 같다면 경공법에서는이런한보법이단지확대
되어 사용한다는 것과 이에 가속력을 쓴다는 것만 알면된다."
"가속력이라니요?"
"이리를 보자. 이리는 가까이에 있는 먹이를사냥하고자할때엔몸을 움
추릴 대로 움추려서 한번의 도약으로 모든사냥을끝낸다.그러나멀리
이동을 하거나 혹여 사냥감이 도망이라도 칠랍시면처음몇걸음은
잰걸음으로 쫓아간다. 허나 이는 앞으로내게될폭발적인속도를미리
준비하는 것으로 이런 준비단계가 끝나면몸은점점빨라지고보폭은 점
점 늘어나게 되어 순식간에 사냥감을 따라잡고사냥을끝마친다.
출행랑 또한 이와 같다. 처음엔 보법으로시작한발의움직임이점차로
그 보폭을 넓혀 5장 6장을 한번의발걸음으로나아가는것이다.이런
방식으로 어느 정도 속도가 붙으면 이후에는 별로힘을들이지않고나아
갈 수 있다. 그러나 비록 보폭은 달라지지만발을뻗는방향과방법은
항상 보법의 그것과 같다는 것을 꼭 명심하여라..."
"예 할아버지"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다. 우선내가하는것을잘보고 따
라하여 그 '보로(步路)'를 몸에 익히도록 해라..."
할아버지는 말을 마치고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소문이아직어리고무공
이 미약한 관계로 자세히 볼 수 있도록한동작씩끊어서움직였는데
할아버지의 발이 한 걸음 내 딛을 때마다땅에발자국이푹푹파였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땅에 남겨진 발작국의 방향들이모두다제각각이
라는 것이었다.
소문이 눈대중으로 대충 훑어보니 전후좌우로난발자국이모두180여
개에 이르렀다.
"지금 찍힌 발자국이 네가 앞으로 시전하게될출행랑에서쓰는방향과
발을 찍는 순서대로 나열한 것이다. 내가 점점속도를높여볼터이니 잘
보도록 해라."
할아버지는 처음엔 아까와 마찬가지로 천천히움직였으나점차그속도
를 높이기 시작했다. 동에서 서로 서에서동으로동서남북을오가며똑
같은 발자국을 밟아가는 할아버지의 모습은가히압권이었다.몸에서
자연적인 기가 뿜어져나와 주위를 감쌌고내딛는발걸음마다힘이넘쳤
다. 특히 보보마다 이어지는 동작이 너무나자연스러워마치하나의
춤을 보는 듯 했다. 소문은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할아버지...지금 시전하는 모습과 어제의모습이사뭇다릅니다.그 이유
가 무엇인지요?"
문득 어제의 일들이 생각난 소문이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헐..."
소문에게 출행랑의 시범을 간단하게보이고느긋하게돌아오던할아버지
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험험...어제 내가 너에게 보여준 것은 출행랑의최고경지인순간이동을
보여준 것이다. 그런데 이 할아버지가 어제는 몸이과히좋지않아충
분한 도약력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 잠시 몸을굽혀도약력을얻은후에
순간이동을 시전하였기에 그러한 자세가나온것뿐진정한출행랑의
모습은 아니었다."
'제길...실수다...이따위 말도 안되는변명에속아넘어가는바보가세상천
지 어디 있을까?....,'
자신의 한심한 변명에 후회를 거듭하며소문을바라보는순간할아버지
는 이 모든 걱정이 그저 단순한 기우에불과하다는것을깨달았다.
어제의 그 이상한 모습의 출행랑을 보았던 소문은그위력에감탄을거듭
했지만 그 엉거주춤한 개구리자세는 영마음에내키지않았다.그런데
오늘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보여준 출행랑은자신의이런염려를한순간
에 날려버렸다. 자신이 원하던 모습에서 대만족을하고있었다.조금
만 생각해봐도 뭔가 이상한 점이 있을 텐데,그런생각은아예해보지도
않는 것을 보니, 개구리자세에 대한 소문의실망이얼마나컸는지
익히 짐작이 갔다.
'휴....이놈이 더 이상 토를달지않아다행이로구나....요놈아!내가 어제
도 오늘처럼 시전 했어봐라...니놈이 불만을갖나...그럼어제네가느낄
수 있었던 공포, 두려움을느끼지못했을걸....진정한출행랑의위력을
보여주기 위해서 행한 어쩔수없는나의노력이었느니라...카카카'
역시 어제의 그 모습은 할아버지의계획된연출이었다.그것도모르고 공
포에 놀라 오줌까지 지린 소문은 이런할아버지의속을아는지모르는지
할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발자국 앞에 멈추어 섰다.
'우선 앞으로 갔다가 후퇴를 한 후 다시 좌로 가서는.....'
보기엔 쉬워 보였으나 막상 자신이시전하려하니찍혀있는발작국을 따
라 가는 것도 그리 쉬워 보이지만은 않았다.
"에구구...."
"어....어이쿠..."
몇 발자국도 가기 전에 몸은 중심을 잃고쓰러지기일쑤였고,온몸에 신
경을 곤두세우고 발자국을 따라간다 싶으면기의순환이여의치않아
가슴이 답답하여 더 이상 나아갈 수가없었다.그렇게쓰러지고포기하기
를 몇 번 온몸에 먼지를 뒤집어 쓰고 땀으로범벅이된소문에게들려오
는건 어김없는 할아버지의 호통이었다.
"이런 밥통같은 놈을 보았나...니놈보고 스스로하라는것도아니고그저
발자국을 따라가라 이른 것뿐인데 어찌 이리 헤메는것이더냐!"
할아버지의 이런 호통을 주식으로 삼아밤낮으로넘어지고구르기를수
천번...마침내 한번의 일주를 끝마칠수있었는데일주일이란시간이
지난 뒤였다.
"겨우 고까지껏 한번지나가는데일주일이나걸린단말이냐...너같이 둔
한놈을 가르치는 내 인생이불쌍하다....게다가그꼬라지는머냐?한번
지나고 나서 그리 힘들어 해서야....에잉...."
하두 미련하다...멍청하다는 소릴 듣게 되자소문은자신이정말무공에
는 소질이 없을지도 모른다고생각하여상당히의기소침했다.하지만
그런 소문을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경악에 가득차 있었다.
'머냐...이놈은...천고의 기재라던 지아비도1달이걸리고나는달반이나
걸려 겨우 한번 일주를 했을뿐인데....저놈은일주일밖에안걸리다니...
.험험....허나....'
"스스로 깨닫기를 원했지만 그걸 바라느니 여자가남자로변하는걸기
대하지....에잉...잘 들어라 이놈아...아무리훌륭한내공을지니고있어
도그 흐름이 원할하지 못하면 오히려 스스로를해친다.지금내꼴이그
러하지 않느냐? 한발을 내딛을 때마다 기의흐름또한일치시켜나아가
야 함에도 그저 미련스레힘으로만나갈려하니...내가니놈의내공을
금제했으니 망정이지 그대로 두었다면벌써폐인이되었을것이다...미련
한놈"
"예? 금제...라니요?"
'아차 이놈의 주둥이가 또....에휴또어설픈변명을해야하나,....'
"내가 네놈의 몸에 금제를 한 것도 아닌데왜이리기의흐름이원할하지
못하느냐 이말이다...."
"아..예....죄송합니다..."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난 할아버지는등줄기에흐르는식은땀을인식하
며 말을 이어갔다.
"내공이란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고막힘이없어야하거늘지금네모습은
어떠하냐? 네가 비록 천하에둘도없는내공심법인'반야심경도해(般
若心經圖解)'를 익히고 있다지만제대로운용을하지못함에야.....아차...."
"예....'반야심경도해(般若心經圖解)'라니요......"
'지미럴.....또....'
할아버지의 안색은 이미 똥을 씹은 듯 일그러져 있었다.
"험....내가 아직 너에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실상네가어렸을때부처 익
혀왔던 내공법은'반야심경도해(般若心經圖解)'였다.좀더지난후에
얘기하려 했건만 기왕지사 알게 되었으니 말을 해주마....
너도 알다시피 '無爲功(무위공)'을익히기위해선반드시반야심경도해를
함께 익혀야 한다. 하지만 불문의 무공이란본시익히기는쉬우나경지에
이르기가 몹시 어렵다. 이는 자비와 선을바탕으로하는불문무공의
특징으로 무공을 머리로만 익히고 그 기교를배우는것이아닌무공이
지닌 본질을 몸으로 깨닫고 자연스레 체득해야만비로서그무공의
진정한오의에 다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이 나이를 먹고 세속에물들다보면자연히머리를굴리게 되
어있다. 해서 나는 네가 세상을 알기전에우선몸으로'반야심경도해(
般若心經圖解)'를 체득할 수 있도록 하려 했다.너는아직이무공의 구절
도 모르지만 다른 어떤 고승에 못지 않게수련이깊다.앞으로도구절
따위에는 신경쓰지 말고 지금껏 몸으로익혀왔던감각과기의흐름을 기
억하고 정진하도록 해라.. 알았느냐?"
"예 할아버지....한데 제가 생각하기엔 그수준이아직초보단계에이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몸이 건강해지기는 했지만내공이라해봐야아주미
미하고.....할아버지 말씀대로 깊은 수준엔이르지못한듯합니다만.,...."
소문이 아쉽다는 듯이 중얼거렸지만 할아버지는회심의미소를짓고있
었다.
'이놈아 네가 네놈의 거의 모든내공을금제했으니당연한것을...헌데 어
느새 8성을 넘어서고 있구나...잘못하면 금제가풀릴수도있으니오늘밤
한번 더 살펴야 겠어...,.'
"그것은 원래 반야심경도해(般若心經圖解)의 특징이라할수있는것으
로 10성이 넘지 않으면 내공이 별로 모이지않는다.하지만10성이넘
어가는 순간부터는 진정한 위력을 볼 수 있을것이다.네수준이아직
미약함이니 신경쓰지 말아라..그나저나...."
할아버지는 말을 하다말고 소문을 예리하게 째려보았다.
"말이 엉뚱한 데로 흘러갔구나...."
하지만 시작이 할아버지였기 때문에 뭐라 말은 하지 못했다.
"발자국을 따라 진행하다보면 가슴이 답답할것이다.이는앞서말했이
기의 흐름이 원할하지 못하다는 증거이다. 기라는것은물과같아평소
에는 잠잠하다가도 한번 성을 내면감당하기가어렵다.당연히조심스럽
게 운용해야 함이 이치이거늘 너는 어찌 했느냐?
그저 발자국을 따라가는 것에만 힘을 쏟느라고기의흐름과순리도무시
한채 아직 준비도 되지 않은 기를 너무 급격히이동을시켰다.몸에무
리가 오는 것은 당연할 수 밖에....네가어느정도의경지에이른다면 네
마음이 가는 곳에 기가 이미 준동 해있을것이나...그런수준에이르
지 못했음이니.... 너무 앞서가겠다는 마음을버리고네가평소에수련
할 때처럼 자연스런 기의흐름에몸을맡겨보거라....아마도아까보다는
좀 더 편안할것이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그런 충고가 있었음에도발자국을따라한번완주를
하고 나면 파김치가 되기 일쑤였고....기의흐름에신경을쓰다보면여
전히 다리가 꼬여 넘어지고 말았다.
'빌어먹을 내 너를 정복하지 못하면 사람이 아니다'
또다시 땅바닥에 뒹굴며 낑낑대는 소문은사방으로퍼져있는발자국이
철천지 원수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소문이 마침내 아무 별다른 무리 없이 발자국을 완주할수있게된것은
그로부터 한달이 지나서였다. 일보를내딛을때마다제멋대로날뛰던
기는 별다른 저항 없이 소문에게 힘을실어주었고마구꼬여댔던다리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하하하...드디어 해냈다...면피야... 내가 해냈다...."
몇번의 완주에도 몸에 아무런 무리가 없자 소문은기쁨에겨워어느새
날아와 자신의 어깨에 앉아 있는 철면피를붙잡고환호성을질렀다.하
지만 앞으로의 여정에 대해 알고나 있는지철면피는반응이없었다.
"이놈아 그거 하나 해내고 무에 그리 즐거워하느냐?이제서야가장기초
적인 과정을 지났건만....앞으로는어찌할려고....암튼이제제법기의
흐름도 다룰 줄 알고 보로도 익혔으니본격적으로다음수련으로넘
어가자...
이번에는 너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마...이제시작될수련은새로운것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지금껏 익혀왔던 것을보다숙달시키는것이다.그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가장일반적인방법인데발목과허리
에 각각 쇠를 매달고 뛰는 것으로 매일 조금씩그무게와거리를늘려
나간다. 다른 하나는 물의 반발력을 이용해 익히는것으로집앞에흐
르는 냇물에서 하게 될 것이다. 너는그중어느것을선택하려느냐?"
말을 마친 할아버지는 생각에 잠겨 있는소문을힐끗쳐다보았다.
'네놈은 틀림없이 내 생각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암'
"두번째 방법으로 하겠습니다."
'걸췌...역시....예상을 벗어나지 않는구나....귀연넘'
소문의 대답에 쾌재를 부르는할아버지였다.도대체무슨이유로....
수련방법을 상의하고 두 조손이 움직인 곳은집앞에흐르는야트막한 냇
가였다. 비록 수심이 낮고 물이 많지는않았지만산에서흐르는계곡물
이다보니 그 물살이 상상외로 거셌다.
"들어가거라...."
소문은 바지를 걷을 것도 없이 냇가로들어갔다.비록물은차가웠지만
한겨울에도 이물에 목욕을 하는 소문인지라별문제될것이아니었다. 소
문은 할아버지의 다음 말을 기달렸다.
"네가 이 방법을 선택했으니 불만은없으리라믿는다.우선이돌들을 가
져다가 머리에 하나 그리고 양어깨에 하나씩 올려라."
할아버지가 주신 돌을 받아보니 밤톨만한 조약돌이었다.
'뭘 시킬려구 그러는지....'
소문이 돌맹이를 어깨와 머리에 올리자기다렸다는듯이수박만한돌덩
이 두 개를 더 들고 오는 할아버지였다.
"손을 이리 내거라..."
'젠장 무겁겠는데....'
영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손을 내민 소문에게느껴진것은돌맹이의묵직
함과 뭔가 모를 불안감이었다. 그리고 그 불안감은보기좋게맞아떨
어졌다.
"지금까지의 수련이 그 보로와 기의흐름을숙지하는단계였다면여기서
는 그것을 한 단계 더 성숙시키는 과정이라 할수있다.오늘부터너는 이
냇가를 따라 보법을 시전하여 저 위의 바위에이르러야한다.그시간
이 얼마가 되었던지 네가 바위에 이르러야수련이끝남을명심해야한다
. 많이도 하지 말고 하루에 한 시진을 연마하되그시간이되어끝나
는 자리가 다음날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그리고명심할것은손은물론
네 어깨와 머리 위에 올려진 돌이 떨어지는 순간네가이동한것은
인정되지 않고 다시 이 자리에서 시작을 해야한다.그럼지금부터시작해
보거라..."
혹시나 했던 것이 역시나로 변할 때사람들은자신의예지력에감탄을 하
기보다는 한숨을 내쉰다. 소문 또한이런인간의범주를벗어나지는
못하였다..
'내 이럴줄 알았다.어쩐지불안하더라니...이게무슨수련이야...괴롭히기
지....젠장....'
그래도 어찌 하겠는가...시키는 대로 해야지.,...
소문은 조심조심 땅을 밟아 나갔다. 아직은물살이세지않아서그다지
어렵지 않게 나아갈 수 있었다.
'어라...생각보다는 쉽네....좋았어...빨리 끝내버린다'
하지만 소문의 이런 생각에 치명타를먹이는할아버지의한마디가들린
것은 그가 약 2장을 나아갈 때였다.
"한가지 말을 안했구나...연습시간을 하루에한시진이라정했듯이네가
하루에 갈 수 있는 거리는 오장이다. 너는한시진에오장이상을가서는
아니 되고 한 시진이 되기 전엔 결코수련을멈추어서는아니된다.
알겠느냐?"
"켁....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어떻게 한시진을걸으며고작삼장에 머
물 룰 수 있습니까?"
소문은 하고 황당하고 이해도 안되어 재빨리 되물었다.
"흠 네거 요즘 제법 반...문....을많이하는구나....머리가좀컸다.. 이말이
렸다....좋다...인정해주마....안 그래도힘들것이니...나라도네투정을
받아주어야 하겠지....헬헬헬.....어떻게삼장밖에안가냐고?잘보거라..."
소문의 반문에 은근한 경고를 던진 할아버지는곧이상한행동을했다.
'머냐...저건....지미...내가미치고말지...어떻게저런짓을,,,,'
소문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도대체소문이본것이무엇이기에....
할아버지가 한 행동은 아주 간단했다. 그저 다리 하나를들었다가내려
놓았다. 하지만 한번 올라간 다리는 내려올 줄 몰랐다.
그렇다고 아예 멈추어져 있는것도 아니었다. 조금씩아주조금은아래로 .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게 하여 할아버지가 다리를 내려 놓는데만 걸린시간이무려일다경....
소문은 망연자실했다.무슨 할 말이 있으랴....
그저 하늘을 원망할 밖에.....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돌멩이가 움직이지않느냐?다시첨으로돌아가
고 싶은게냐? 그건 님 맘이다만...."
뜯고 있건 꿩고기가 바닥이 났는지 할아버지는아까보다더욱더큰소리
로 떠들어댔다. 당장이라도 돌을집어던지고싶었지만죽기는싫은지라
꾸욱 참았다.
"휴...우..."
무사히 오장을 지나온 소문은 돌들을내려놓으며안도의한숨을쉬었다.
오늘로 이짓이 두 달째,...이제는 끝이 보이려구 했다.
처음 일주일 동안에는 단오장을벗어나지 못해 번번히제자리걸음을 해야
했다.
그럴때마다 할아버지는전가의보도인 금식이란 무기를휘두루며소문을
더욱 몰아부쳤다.
처음으로 오장을 돌파했을 때 느낀 그 감동을소문은죽어도잊지못할
것이다. 다음 날 바로 처음으로 돌아보고 말았지만....
암튼 앞으로 남은 거리는 이제 삼장... 내일 하루면이모든것을끝낼 수
있을 듯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