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8장-출행랑(出行狼) (8/32)

궁귀검신(弓鬼劍神)-제8장-출행랑(出行狼)

철면피를 이용한 수련이 며칠 지날 때였다.

   “잠시 멈추거라…”

아침을 먹고 또다시 활을 들고 집을 나서는 소문을 제지한 건 할아버지의나즈막한음

성이었다. 소문은 천천히 할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언제까지 활만 쏘고 있을 수는 없으니 내일부터는 다른무공도수련하도록해라…”

   “다른 무공이라면…”

   “아직 무위공(無爲攻)이나 검법은 익힐 때가 되지 않았고 자격도없으니...네가익힐

무공은 하나밖에 없지 않느냐... 자연히가문의보법인‘출행랑(出行狼)’뿐이지...”

활쏘기가 싫증난 것은 아니지만 최근엔 다른 무공도 익히고 싶다는 생각이은근히들었

던 터라 몹시 기대가 되었다. 할아버지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곧 말을하기시작했다.

   “출행랑(出行狼)은 말 그대로 이리의 모습에서 착안하여 만들어진보법이다.원래 보

법은 소수나 혹은 다수의 적과 대치했을 때 적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의 몸을보호하고상

대방의 허점을 노려 재빨리 이동한 후 공격하는, 즉, 공수의 조화로운움직임을이끌어

내는 무공이라 할 수 있다.

  무당파(武當派)의 부드럽고 유연한 ‘유운신법(流雲身法)'처럼 수비에탁월한효용이 보

법이 있는가 하면 아미파(峨嵋派)의 '한매보(寒매步)'는 강력한 공격이 주를이루는무

공에 매우 유용하다 할 수 있다.”

소문은 사뭇 진지했다. 비록 무당파(武當派)니 아미파(峨嵋派)니 하는 말들은처음들

어보지만 그런 무공이 있다하니 그저 그러려니 하고 듣는데만 집중을 했다.

   “그러나 이들 무공이 각각 공격이나 수비에선 약점을 보인다는 말은아니다.다만 처

음 만들어질 때 의도했던 바가 그렇기 때문에 각각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하지만우리

의 출행랑(出行狼)은 이 두 가지 성격을 극대화했다.‘유운신법(流雲身法)'처럼부드럽

진 않지만 제 한몸 지키기에 부족함이 없고 공격해 들어갈땐‘한매보(寒매步)’보다 더

탁월하다...말로는 잘 알아듣지 못할 테니 우선 내가 하는 것을 보거라...”

할아버지는 소문에게 멀찌감치 떨어지더니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는 잠시호흡을가다

듬는 듯 했다.

   “이엽...”

   “……………”

소문은 어이가 없었다. 한 번의 기합과 함께 자신의 앞에 나타난할아버지...허나그게

무어란 말인가..

말은 참으로 그럴 듯 했다. 제 한몸 지키기에 충분하고 공격할 때아주유용하다하니 이

보다 훌륭한 무공이 어디에 있을까?

하지만 소문이 원한 건 이런 것이 아니었다. 고고한 학이 강가를 거닐듯..신선이구름

위를 노닐 듯, 우아 하면서도 세련된 동작을 원했건만... 머냐...저건..개구리마냥폴짝

거리며 다가오다니...

이런 소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할아버지는 다시 뒤로, 그리고 좌우로이동을하

였다. 하지만 소문이 보기에 한 마리의 개구리가 폴짝폴짝 뛰어다니는모습이었다.

   “젠장... 내가 저걸 익혀야 한단 말야? 돌아버리겠네...

누가 보면 저걸 보법이라 하겠어... 비 오는날 개구리 발광으로 보지...”

하지만 소문이 하나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할아버지가 처음그에게다가

오며 일순간 움직인 거리가 무려 20여장에 이른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전혀눈치채지못

하고 이렇게 투덜거리고 있을 때, 시범을 마친 할아버지가 소문에게 다가왔다.

   “어떠냐? 정말 대단하지 않느냐?”

가슴을 펴며 자랑스럽게 말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나즈막한 함숨이새어나왔다.그

러나 또 굶을 수는 없음에야...

   “예 정!말! 대단했습니다”

소문의 말에서 그 불만을 감지 못할 할아버지가 아니었다.

   ‘요놈의 자슥이 틀림없이 불만이 가득한데...흥! 잘 알겠다.요놈아누가지아비의 아들

이 아니랄까봐 하는 짓이 똑 같냐...네놈 아비도 첨에는고랬지...버르장머리를고쳐주마’

허나 할아버지 자신도 첨에는 소문과 같았음은 기억하지 못하니 참으로편리한머리였

다.

   “험험,., 네가 아직 이 보법의 효용을 모르는 것 같구나...해서 내가너에게잠시 그 위

력을 보여 주마...”

할아버지는 다시 시범을 보이기 위해 첨에 이동했던 자리로 천천히걸어갔다.소문은

그런 할아버지의 뒷모습에서 뭔가 모를 불안감이 다가오기는 했지만 그저그러려니했

다.

   “내가 아까는 네게 아무 뜻없이 그냥 다가갔지만 이번에는 너에게 공격을하는냥다

가 갈테니 두 눈을 똑바로 뜨거라”

   “하앗!”

아까와 마찬가지로 폴짝 뛰어온 할아버지... 그 폼은 전혀 다름이 없었지만그기세는

전혀 달랐다. 그것은 소문의 모습을 보면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소문의 반응은빠른것

이 아니나 할아버지가 도착하고 나서야 천천히 시작된 그의 반응은실로가관이었다.

한발 두발 뒷걸음을 치던 소문은 어느새 바지에 오줌을 지리고 있었고,눈동자는초점

을 잃어 멍해졌으며 입에서는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마치 무엇에 크게 놀라미친모

습이었다.

그런 소문을 보는 할아버지는 혀를 찼다.

  “에잉... 담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것이 까불기는,,,,이놈아정신차리지못하겠느냐!”

할아버지의 호통소리에 깜짝 놀란 소문은 주위를 살펴보았다. 도무지 이해할수없었

다. 소문이 방금 할아버지를 보고 있을 때 갑자기 할아버지는 사라지고무언가가자신

을 노리듯 했다. 그게 어떤 것 이었는 지는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웬지..무섭고두려운

느낌이 들었다. 한발이라도 움직이면 자신의 몸이 갈갈이 찟겨 나갈듯한느낌...아니 사

실 움직일 엄두도 내지 못한 소문이었다.

소문은 인간 심연에 잠재해 있는 공포감을 자극하는 그 무언가를 느끼곤그대로정신

을 빼앗겼다. 그리고 자신이 정신을 차렸을 땐 그 기운은 이미 사라지고 남은것은미치

광이처럼 겁에 질려 바지에 오줌을 지린 한심한 자기와 그런 자신을비웃는할아버지뿐

이었다.

   “헹..이놈아 어떠냐... 이래도 비웃을래? 헬헬헬... 다 큰 놈이 바지에오줌이나지리다

니 부끄러운 줄 알아라...그렇게 겁이 많아서야 어따 써먹겠느냐...”

   “………”

할아버지가 아무리 자신을 비웃어도 뭐라 할말이 없었다.스스로생각해도납득이되지

않을 만큼 한심했다. 그것이 소문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답은할아버지에게구

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이 무엇이었지요?”

너무나 진지한 소문의 물음에 할아버지는 적지 않이 놀래고 있었다.

   ‘흠... 이놈이 꽤 놀랐나 보구만,.,’

   “그래 이제서야 배울 마음이 쪼금 생기는 것이냐?”

   “…………”

   “아까 설명했듯이 출행랑(出行狼)은 이리의 모습에서 착안하였다고 했다.하지만그것

은 단지 모습의 흉내가 아닌 이리가 지닌 기운까지 염두로 한 것이다”

   “기운이라뇨?”

   “이리는 자신이 노리는 사냥물에 무턱대고 공격을 하지 않는다. 사냥을하기전에 미

리 상대의 전의를 무너뜨리고 공격을 하는데 아까 네가 느꼈던 것처럼 일종의살기를내

뿜는다고 할 수 있겠지... 그 살기로 사냥물의 행동을 봉쇄하고는 단번에도약하여목줄

기를 물어뜯어 절명시키는 것으로 이리의 사냥은 끝이 난다.

아까 내가 너에게 이리가 하는 방식으로 약간의 살기를 내뿜자 너는 아무것도 할수없

었다. 그것이 만약 진짜 싸움이었다면 너는 이미 죽은 목숨일게다....

그리고 네가 그냥 지나치고 있는 듯 하여 말하는데 아까 내가 서 있는곳을보거라... 거

리가 얼마나 될 듯 싶으냐?

할아버지의 말에 소문은 고개를 옆으로 빼고는 그 자리를 살펴보았다.

   “한 20여장은 될 듯 싶은데요...헛,,,,”

소문은 말을 하다 말고 깜짝 놀라 다시 한번 그 자리를 쳐다보았다. 이제서야그거리

의 의미를 깨닫게 된 것이다. 말을 마침과 동시에 자신의 앞에서있는할아버지...이걸

어찌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개구리마냥 폴짝거린다고 비웃었던 소문은 그 위력을 보고는출행랑(出行狼)이라는무

공을 새삼 다시 보게 됐다. 쥐구멍이라도 있음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떠냐? 니놈의 생각처럼 시시껄렁한 무공이 아님을 알았느냐?”

   “예….”

   “그래..배워볼 맘이 생기느냐?

   “예….”

   “그렇다면 내일부터 시작을 해보도록 하자. 하지만 한가지 알아두어야 할것은네가

출행랑(出行狼)을 주로 사용해야 할 때는 공격이 아닌 수비에서다”

   “예?”

수비라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네놈은 공격을 위한 보법은 별로 사용할 일이 없단 말이다”

    “……………….”

    “에이구... 미련한놈... 니놈이 쓰는 무기가 무엇이냐?”

    “활,,.입니다,..”

    “그래 말은 잘 하는구나... 활을 들고 적 앞으로 달려가서 뭘 하자는것이냐?활로 적

을 후려칠래... 아님 화살로 콕 찌를래?

     “…………..”

    “활이라는 것은 근거리무기가 아니라 원거리무기다. 당연히 적은거리를좁히려할 것

이고 활을 쓰는 자는 자신의 안전과 활의 유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적당한거리를유지

하려 할 것이다.

  아까 보았듯이 출행랑(出行狼)은 순식간에 거리를 좁힐 수도 있지만 그반대로떨어뜨

릴 수도 있다. 거리를 떨어뜨리는 것도 좁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강한살기를발함으로

써, 쫓아가면 웬지 불안한.... 무언가 후한이 뒤따라올 듯한 기운을적에게남김으로써

보다 효과적으로 안전거리를 확보하여 공격할 수 있는 것이다. 한번 더시범을보여주

랴?”

   “헐...아닙니다..”

   “출행랑(出行狼)이 실로 이러하니 이는 우리가문의‘포두이술(捕頭以術)'과매우 잘

맞아 떨어지는 무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소문은 그제서야 할아버지의 말이 이해가 갔다. 비록 그 모양새가 개구리가날뛰는형

태라지만 위력이 이정도 임에야…

하지만 그것이 출행랑(出行狼)의 전부는 아닌 듯 했다. 할아버지는 설명을계속이어갔

다..

   “출행랑(出行狼)은 기본적으로 보법이지만 경공법과 따로 구별을두진않는다”

   “……"

뭔 소린지 모르겠지만 물어봐야 어차피 핀잔만 들을 것... 잠자코 다음설명을기달렸

다.

  “일반적으로 보법이란 적과 싸울 때 무공의 출수와 회수를 보다 효과적으로하기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근거리 접근전이나…순간적인 방향전환을 할 때 주로 쓰인다.이때움

직이는 발의 보폭이나 운용하는 기의 흐름이 근거리에 맞추어져 있으니 짧은거리엔유

용하나 먼 거리를 이동할 땐 다소 무리가 따를 것이다. 이걸 극복하기 위해나온것이

먼 거리를 무리없이 이동하는 경공법이다. 둘 다 몸안에 흐르는 내공을기초로하여이루

어지는 것이기는 하나 그 방법에 있어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그 차이는그다지커보이

지 않으나 실전에 들어가면 얼마나 다른지 알 것이다.

중원에서도 최고의 보법과 최고의 경공법이 따론 있는 것은그러한이유일것이다”

   “중원에서 쓰이는 보법과 경공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흠…수없이 많은 무공들이 있겠지만 우선 보법을 보면구대문파(九大門派)중으뜸을

차지하고 있는 소림사의 ‘금강부동신법(金剛不動身法)'과 익히기가 극히어려워세간에

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연대구품(連帶九品)'이 수위를 차지한다.

금강부동신법(金剛不動身法)이야 정중동(精中動)의  보법이니 출행랑으로물러서서공

격하는데 아무 문제가 되지 않으나‘연대구품(連帶九品)'은 출행랑과마찬가지로순간적

인 이동을 할 수 있는 극 상승의 보법이다. 따라서 출행랑이 발하는 살기를견디어낼

수 있다면 능히 너를 쫓아올 수 있는 유일한 보법임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이 또한 보법인지라 먼 거리를 이동 하다보면 출행랑으로 충분히 견디어낼수

있을 것이다. 그외 다른 보법은 알 필요도 없다”

말을 잠시 멈춤 할아버지는 못마땅하다는 듯이 소문을 쳐다보고 있었다.눈치밥10여

년... 소문은 벌써 부엌으로 뛰어가 지난해에 담근 매실주를 간단한 안주와준비를했다.

   “험... 내가 교육은 잘 시켰단 말야...”

소문이 올린 술상에서 매실주 한잔을 따라 마신 할아버지는 몇 가닥 남지도않은수염

을 쓰다듬었다.

   “흠... 내가 어디까지 얘기했더냐?”

   “소림사의 연대구품을 말하셨습니다”

   “그럼 경공법을 보자. 소림사의 승려들은 품위를 지켜야 하기 때문인지경공은그 명

성에 비해 뛰어나지 않다. 아.. 물론 훌륭한 경공법이 많이 있지만 중원에서최고를다투

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경공의 최고는 같은 구파(九波)인  무당파(武當派)와 곤륜파(崑崙派)가 그수위를놓고

다투고 있다.

무당에는 '제운종(梯雲縱)'이 있고 곤륜에는 '운룡대팔식(雲龍大八式)'이있는데둘의

우열을 가리기는 쉽지 않다.”

   “출행랑에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아고야,,,”

소문이 아주 조심히 물었건만 돌아온 것은 역시 곰방대의 역습이었다.

   “이놈아 비교할 걸 비교해야지... 천상천하유이(天上天下有二)의보법이자유일의 경

공법인 출행랑에 그런 허접 쓰레기 같은 무공을 비교하다니.. 고얀놈같으니라고,...”

   ‘지미...내가 알게 뭐야,..인제 겨우 가르쳐주면서,,.’

   “출행랑은 비록 그 근본은 보법에 있지만 나가고 물러섬에 있어서 발의보폭이다른

경공법에 쓰이는 보폭보다 오히려 더 넓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강한 내공이밑에서받쳐

주어야 겠지만 내공만 갖추어 진다면 순간적인 이동에서 최고를자랑하는보법이자...

경공법의 특징도 아울러 지니고 있는 출행랑을 따라올 것이 무에가있겠느냐?또한내공

이 문제가 된다면... 네 놈은 무위공(武位攻)을 익히게 될 것, 걱정할 것 없다”

할아버지는 말이 끝나자 또 한번 숨을 고르고는 말을 이어갔다.

   “이제는 네 활솜씨가 어느 정도는 안정을 이루었으니 내일 부터는 앞서말한바와 같

이 출행랑(出行狼)을 더불어 익히고, 아직 중원에 대해 모를 것이니 지난수백년간중원

을 돌아다니며 중원무림에 대해 기록해 놓은 선조님들의 발자취도 아울러느껴보거

라... 무위공(無爲攻)을 익히는 방법을 찾고자 중원을 떠돌아 다니시며 각종문물과무

공, 문파에 대해서 기록해 놓은 것들이니 네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그만가보거

라 ”

   “예 할아버지”

긴 설명을 마친 할아버지는 다시 방으로 들어갔고 소문은 활을 집어 들고는평소와다

름없이 연습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비록 평소와 다음없이 움직이고는있지만머

리속은 아까 할아버지가 보여준 출행랑(出行狼)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

허걱....앞서 읽으신 분들께 너무 죄송합니다. 띄어쓰기야 어쩔 수 없더라도문장이끊기

고 말도 안되는 문장이 들어가고,,,,ㅠ,ㅠ 아침에 급히 학교에가다보니편집과정에서 많

은 문제점이 있었네여..죄송함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