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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포두이술(捕頭以術)'의 초연(初演)-1 (3/32)

궁귀검신(弓鬼劍神)제3장-'포두이술(捕頭以術)'의 초연(初演)-1

  할아버지와의 대화 이후에도 며칠동안 소문의 일상은 변한 것이 없었다. 기상과동시

에 내공의 일종이라는 호흡법을 시작으로 아침식사 후 활쏘기(활아버지는 궁도어쩌고

하셨지만 활쏘기라는 말에 훨씬 더 친근감이 가는 소문이었다)를 하고 오후에도활쏘기

를 하는 등 지난날과 하등의 변화도 없었다.

그렇게 며칠이 더 간 어느 날의 오후였다. 그날도 마찬가지로 소문은 마당의나무에 화

살을 날리고 있었다. 소문의 실력은 한층 더 발전하여 속사는 물론이고 연환사에있어서

도 상당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다만 연환사의 특성상 한 개 이상의 활을재기에는 소

문의 손이 너무 작아 힘을 싣기 어려웠다, 그래서 그 위력은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

   “흠,,역시 훌륭해,,,,이 정도면 나를 능가할 사냥꾼이 별루없겠고만,,,,카카카”

소문은 나무에 박힌 화살을 보며 의기양양 했다. 그때였다.

   “딱”

   “어떤 자슥이...!”

소문은 갑자기 머리를 울리는 충격에 당연히 자신과 할아버지 밖에 살지 않는곳에서

다른자슥을 찾는 실수를 했다.

   “나란 자슥이다.”

   ‘빌어먹을...닝길’

들려오는 싸늘한 음성! 얼굴색이 똥빛으로 변한 소문은 그저 자신의 신세를한탄하며

돌아올 곰방대의 역습에 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소문을 잠시노려보다가

몸을 돌리셨다. 이러한 태도에 당황한 것은 소문이었다.

   ‘어라..웬일이랴. 노망이 나셨다....어째,,,,’

당연히 날라올 곰방대가 보이지 않으니 더 불안했다.

   “이리 오너라”

여전히 견제를 하며 천천히 다가간 소문은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할아버지의 뒤를쫓았

다.

   “호, 제법이구나”

나무에 매달아 놓은 표적에 꼿힌 화살을 보시며 감탄을 하는 할아버지였다.

   “아직은 부족합니다만 이 정도는 언제나 연습을 하는 것이라..”

제법 겸양을 차린 말이다. 하지만 소문의 속내는 전혀 아니올시다 였다.

   ‘카카카. 누가 쏜건대 당연한 것을’

   “그렇다면 저것을 맞출 수 있겠느냐?”

소문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약 50여장 떨어진 곳에 위치한 소나무였다.

   “물론입니다”

소문은 대답을 하고 화살을 활시위에 재고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화살을 날렸다.멋

지게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화살은 정확히 소나무를 맞추었다. 항상 느끼는거지만 자

신의 솜씨는 훌륭했다. 소문은 별거 아니라는 듯 고개를 한번 휘 돌리곤 할아버지를쳐

다보았다.

   “제가 아직은 힘이 부족하여 30장 이상은 무리지만 그 안이라면 어떠한 것도맞출 자

신이 있습니다.”

소문의 호기 서린 말에 아무 말을 하지 않으신 할아버지는 집안으로 들어가셨다.그리

고는 소문을 향해 말씀하셨다.

   “그럼 저것도 맞추어 보거라”

소문이 고개를 도려보니 5장도 채 안되는 곳에 있는 커다란 장독대였다. 비록싸리문에

가려져 있지만 그까짓 싸리문을 뚫지 못할 소문이 아니었다. 소문은 할아버지가자신을

무시한다고 여겼다.

   “50장 밖의 나무도 가볍게 맞추는 저입니다...다른... 것을 정해주시지요!”

소문은 한자 한자 강조를 하면서 말했다.

   “저거나 맞추어 보거라, 단! 싸리문을 건드려선 안된다.”

   “예?”

소문은 황당했다. 아무리 가깝지만 싸리문 뒤에 위치한 장독을 싸리문을 건드리지않

고 어떻게 맞추란 말인가?

   ‘지미...어쩐지 이상하더니만...꼬투리를 잡으려니 별,,,,’

소문이 생각하기에 이건 할아버지가 자신을 괴롭히려는 건수를 잡기 위한 의도가분명

했다.

   ‘지독한 할배 같으니...’

뭐라 반박을 하고 싶었지만 소문이 할 수 있는 일은 속으로 욕하는 것 뿐이었다.

   “네가 활솜씨를 그리 자랑했으니 당연히 맞출 수 있겠지?....하지만 맞추지못하면 오

늘 저녁은.... 없다.”

   ‘역시...밥이로구나. 역시,,,,’

밥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소문에게 한끼의 금식은 다른 어떤 고문보다효과가

있었다.

   ‘반드시! 반드시 맞출 것이다....’

활을 쳐든 소문의 눈은 야수의 눈보다 더 날카롭게 빛났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해도

뾰족한 수가 나지 않았다.

   ‘제길, 어찌 쏜다. 싸리문을 피하려면 높이 쏴야 되는데 그럼 장독을 넘어갈것은 분명

하고 조금이라도 약하면 싸리문을 건드릴 것이고,,,’

소문은 화살을 시위에 재고는 있었지만 좀처럼 쏠 수 없었다.

   “왜 그러느냐? 너무 쉬워서 쏘기조차 민망한 것이냐? 아님 절대 그럴리는없겠지만 자

신이 없는 것이더냐? 그럼 오늘 저녁은 나 혼자 먹어야 되나...혼자 먹으면 밥맛이나질

않는데....”

할아버지는 싱글거리며 활을 들고 동상이 된 소문을 놀려댔다.

   ‘끄응..우리 친할배 맞아? 왜 이리 날 못잡아 먹어서 날린거야? 젠장 에라모르겠다’

소문은 한번 더 호흡을 가다듬고 화살을 날렸다. 화살은 정확하게 장독을 향해날아갔

지만 결국 싸리문을 건드리고 나서야 장독에 도달했다.

   ‘역시...내가 신인가? 저걸 맞추게..저녁아!!.’

소문은 화살이 싸리문을 건드리자 힘없이 활을 떨구고 말았다.

   “험,,,안타깝구나..저리 쉬운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다니...암튼 약속은약속이니 저

녁은 없다.”

   “젠장, 싸리문을 피해 어찌 저걸 맞춥니까? 또 떨어져 있음 몰라도 아예 착달라붙어

있는 장독을...너무하시는 것 아닙니까? 절 괴롭히실려는 의도가 아님 다음에야저런 목

표를 정해 주실 리 없잖아요?”

소문은 화가 머리끝까지 뻗쳐있었다. 평소의 그라면 후환이 두려워 감히 하지 못할말

이었지만 저녁을 못 먹게 되자 제정신을 잃어버린 소문이었다.

   “괴롭히다니? 이놈아 이 할비를 어찌보고 네놈이 하두 활에 자신이 있어해서 난당연

히 저걸 맞출 수 있을 줄 알았지...이리 쉬운 것에 실패를 할 줄 누가알았겠느냐?”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얄밉고 미운 할아버지였다.

   “쉽다고요? 그럼 할아버지가 한번 맞추어보시지요?”

“내가 뭐 아쉬운게 있어서 그리하겠느냐? 금냥 저녁이나 굶어라”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는 할아버지에 오기가 솟구쳐 올랐다.

   “만약 할아버지가 맞추시면 오늘 저녁 아니라 내일 아침까지 굶지요!"

   “호, 그래? 그럼 활을 이리 다오”

   ‘흥 저걸 맞추시겠다고?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릴...아니지 이걸이용한다면,,,,’

회심의 미소를 지은 소문은 막 화살을 시위에 재는 할아버지에게 말했다.

   “저는 저녁과 아침을 거셨으니 할아버지도 아침과 저녁을 거시지요?”

   “저녁과 아침을?”

   “그리 자신이 있으시면 못 거실 것도 없잖아요? 그래야 공평하고요...”

   “좋다. 그럼 그리하자”

   ‘카카카, 됐어, 어디 한번 굶어보시라지. 배고픈 자의 서러움을 아셔야지’

회심의 미소를 지은 소문은 기대에 찬 눈으로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엥? 저게 머하시는 짓이랴?’

할아버지는 활을 수직으로 세운 다음 있는 힘을 다해 시위를 당겼다.

   ‘아예 포기하셨고만,,,,그래도 손자앞이라 쪽팔리기는 싫으신 모양인데쯧쯧쯧’

기본조차 되어있지 않은 모습이라는 듯 소문은 혀를 찾지만 할아버지는 시위에서천천

히 손을 놓았다.

  “핑”

시위를 떠난 화살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하늘높이 올라갔다. 소문의 얼굴은날

아간 화살을 쫓아 하늘로 향해졌다. 하지만 화살은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하 화살이라는 놈이 옥황상제를 면담하러 갔다 보네요”

빈정거리는 말을 뒤로 끝없이 하늘로 향하던 화살이 낙하를 시작했다. 소문은 덜컥겁

이 났다. 위로 쐈으니 틀림없이 자신의 주변으로 떨어질 것이라 여긴 그는 황급히지붕

처마 밑으로 몸을 숨기고는 고개만 뻐끔히 내밀었다. 그런 소문을 바라보는할아버지의

눈엔 어이가 없어하는 빛이 역력했다.

   “탕”

잠시 후 화살은 떨어졌다. 소문의 기대와는 달리 엄청난 속도로 낙하를 한 화살은정확

하게 장독위를 맞추었다.

   “켁”

비명이 절로 나오는 소문이었다.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였다.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어찌...”

   “흠 이리 쉬운 것을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쯔쯔쯧! 암튼 저녁에아침이라.,..우리 손

주 배고파서 어쩌누?,,,,헐헐헐”

할아버지의 웃는 얼굴에 반대로 죽을상을 하는 소문의 모습은 영락없는 도살장의돼지

꼴이었다.

까마득히 솟아오르던 화살은 하강을 시작했다.

   “탕”

둔탁한 소리를 내며 장독위로 떨어진 화살을 집어든 소문은 활짝 웃었다.

   “드디어 된 것인가?”

말도 안되던 내기 이후 소문은 피나는 연습을 했다. 하루 종일 그 장독을 맞추려고화살

을 쏴대는 통에 부러진 활이 수개요, 손은 물집투성이가 됐다.

그 전에도 매일같이 많은 시간을 들여 활쏘기를 했지만 이렇게 치열하게 노력해본적

이 없었다. 그만큼 할아버지가 보여준 한 수는 소문을 경악시키기 충분했다.

이전엔 이러한 방식의 쏘기가 있는 줄은 듣도 보도 못했다. 이것이야말로 가문에내려

오는 진정한 궁도의 한 자락임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또 그날 활을 넘기며할아버

지가 한 말이 있었다.

   “이 장독을 맞추게 되면 또 다른 활쏘기를 보여주마”

생각해 보건데 가문의 비기인 ‘포두이술’의 전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알리는 말이

었다.

   “이제사 성공했나 보구만. 에라이 이넘아! 지나가는 강아지를 데려다가가르쳐도 너보

다는 빨리 터득하겠다. 느려 터져가지고서는.....에잉...그래가지고서 언제 다깨우칠수

있을꼬...”

소문이 성공의 쾌감을 미쳐 느끼기도 전에 들려온 일단의 음성, 소문의 얼굴은일그러

지고 폭발일보직전의 화약고처럼 변해갔다. 하지만 꾸욱 눌러참고 뒤를 돌아보며공손

하게 인사를 했다.

   “나오셨습니까?”

   “엥 안하던 짓을 하는걸 보면 니놈도 스스로의 아둔함에 몸둘바를모르는구나...홀홀

홀”

소문의 안색이 급격하게 변화하자 할아버지는 슬그머니 화제를 바꿨다.

   “지난번에 보여준 한 수는 예상은 하겠지만 가문의 무공인 ‘포두이술’의이다. 적이 가

까이 있지만 벽이나 다른 장애물이 가로 막혀 있을 경우 일반적인 궁술로는 제압할수

없다. 이때 이러한 궁술이 용이하게 이용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소문은 충분히 납득이 갔다. 과연 그러한 위치에서 화살이 위애서내리 꼿힐 줄이야누

가 상상이나 하겠는가..

   “미리 말해두겠지만 그것이 ‘포두이술’의 시작이자 끝이다. 난 이미 내게‘포두이술’의

전부를 가르쳤으니 그것을 대성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네가 하기에 달린것이다”

   “예?”

할아버지의 말에 소문은 깜짝 놀랐다. 겨우 한 수 보여준게 끝이라니 이런 황당한경우

가 어디 있겠는가?

   “그게 무슨 말인신지..? 인제 겨우 위로 쏘는거 한번 보여 주신 것 이외에는가르쳐 주

신게 없는데요....끝이라니요?”

소문은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물어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너무나 처절했다.

   “에라이 이런 식충이 같은 넘을 보았나. 닭을 털도 안 뽑구 처먹을려구 하네.이넘아

가문의 무공이 그리 호락호락한 줄 아느냐?     ‘포두이술’은 한마디로 바람을이용하는

활쏘기이다. 활이라는 무기는 먼 거리를 날아가는 장점이 있지만 그 무기 자체의특성

상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어있다. 그 바람을 극복하고 나아가서 이용하는 것이바

로 ‘포두이술’의 요체인 것이란 말이다.

당연히 초식명이 있을 수가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자연과 하나가 되어야만 비로서진정

한 위력을 지닌 하나의 무공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비록 간단해 보이지만 니놈이 앞으로 쏘면 쏠수록 오묘하고 힘든 것이 이것임을알게

될 것이다. 그러니 그런 쥐뿔도 안되는 활솜씨를 가지고 뽐내지 말아라. 참고로지금 니

놈의 실력은 내가 아주 소시적 때의 실력보다도 못한 비천한 것임을 알아두거라.미련한

놈”

소문이 미처 뭐라 말할 사이도 없이 장황한 설명을 호통과 함께 내뱉는할아버지였다.

   ‘젠장 내가 포두이술이 그런건지 알게머야....,암튼 난 오래 살거야. 내 나이에나만큼

욕 많이 먹으넘 있으면 나와보라구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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