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격력 1로 랭커 까지-116화 (에필로그) (117/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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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후우...”

나는 딸피가 다 된 드래곤을 쳐다보았다.

지금 쌓인 스택은 140 정도.

한번 심호흡을 크게 한 뒤, 곧장 녀석의 목 부분으로 도약해 검을 내질렀다.

처억.

[절격의 드래곤, 바드를 처치하셨습니다!]

[사용된 무기에 추가 효과 ‘드래곤 슬레이어’가 부과됩니다]

[최초로 드래곤 솔로 사냥에 성공하셨습니다]

[‘용사냥꾼’ 칭호가 부여됩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역시 만렙이 다되어 가도 드래곤은 경험치가 쏠쏠하단 말야”

[이름 : 현우]

[레벨 : 297]

[직업 : 에렌의 후예]

[아스칼 개국공신/퇴마사/랭커/용사냥꾼]

[HP : 1]

[공격력 : 6,103,515,625]

[방어력 : 18,329] [민첩 : 633 (+550)]

[마나, 지능, 신앙 스탯을 요구하는 스킬을 배우실 수 없습니다]

방금 전 드래곤과의 처절한 전투 흔적이 상태창에도 남아있었다.

61억의 공격력은 잠시후 다시 1로 돌아갔다.

그 모습을 직접 보고 있자니 허무하기도 했지만, 어차피 사라질 걸 알았기에 별로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다.

“그러고보니 정말, 이 검에도 진짜 별 짓을 다 했구나”

[성검 가디언 엔젤]

[드래곤 슬레이어]

[초보자의 검에 파생되었다]

[베테랑 대장장이 현우 의 손에 탄생한 명검. 하늘을 찌르는 명성에 답하듯 완벽을 추구하는 검이다.

완벽한 검의 ‘이데아’에 가장 근접한 한손검. 가히 성검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가볍고 견고하다]

[파괴 불가 아이템]

[민첩 + 100 (드래곤슬레이어 +200)]

[모든 군중제어효과에 면역을 가집니다 (드래곤슬레이어)]

앞부분만 봐도 이 녀석이 걸어온 역사를 떠올릴 수 있었다.

초보자의 검에서 시작해 파괴된 뒤에는 그걸 억지로 다시 제작해서는 가엔을 만들어냈다.

근데 이제는 거기에 드래곤 슬레이어까지 달아준 것이다.

만족하며 드래곤슬레이어가 된 가엔을 검집에 집어넣을 때, 뒤에서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꽤나 봐줄만 하게 성장했군”

“...이젠 수련장을 나와서 마음대로 돌아다니셔도 되는겁니까?”

나는 피식 웃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초급수련장과 중급수련장에서 줄곧 함깨했던 그 교관이 서 있었다.

“고급수련장에도 있었다고. 너가 눈치 못 챈 것 뿐이지”

“어디 천장 위에서 감시라도 하셨나봐요. 저 그때 한번 죽었었는데, 정말 도움이 되시네요”

대놓고 비꼰 투였지만 농담이라는 걸 아는지 그도 피식 웃었다.

“어쨌든. 그냥 왔을리는 없지”

“그럼요?”

“고급수련장까지 통과했으면 관문이 하나 남았잖아? 마스터 수련을 진행하려고 왔다”

그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마스터 수련장.

초, 중. 고급 후에 주어지는 수련이라고 듣긴 했다만, 지금까지 아무도 클리어한 기록이 없는 곳이었다.

워랜드 전체에 존재하는 마스터 수련장이 1곳 뿐이라는 소리도 있었을 정도로.

“굴러온 호박을 차버리진 않겠지. 할거야 말거야?”

[도전자격이 확인되었습니다]

[마스터 수련에 도전하시겠습니까?]

“...질문은 그냥 형식적으로만 하신거죠? 이미 다 알고 있으면서”

나는 피식 웃으면서 곧장 수락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드래곤 둥지를 벗어나 곧장 어딘가로 이동 되었다.

[마스터 수련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스승과의 대련에서 승리해 강함을 증명하십시오]

천공위에 세워진 거대한 석제 결투장.

그곳에는 나와 완전무장을 마친 교관이 서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변장을 해제한 정찬호가.

“좀 뜻밖이네요”

“반응이 고작 그게 뭐야 임마, 최소한 깜짝 놀라는 표정 정도는 지어줘야 되는 거 아니냐”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으니까요. 그 교관 어쩐지, 당신처럼 밥맛이더라”

“이게 못하는 말이 없어”

우린 서로를 보고 피식 웃었다.

“어쨌든 이왕 마스터 수련까지 왔으니, 제대로 수련에 임해야지? 조건은 간단하다”

“그냥 이걸로 당신을 쓰러트리면 되는거죠? 그 어느때보다도 진심으로 할테니까 걱정하지 마십쇼”

이젠 드래곤 슬레이어까지 올라온 초보자의 검, 성검 가디언 엔젤을 꽉 쥐고 나는 그에게 돌진했다.

* * *

[마스터 수련을 클리어하셨습니다!]

[새로운 칭호 : 정점에 오른자가 추가됩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최고레벨 달성을 축하드립니다!]

“으으, 역시 스테이터스로 떡칠만 한 사람은 실전 경험자를 이기지 못하는 건가. 어레? 표정이 왜그래”

“그냥 좀... 찝찝해서요”

모든 유저가 그토록 원할 만렙을 찍었다.

그리고 돌아온 솔직힌 감정은, 허무함이었다.

최고 정점에 올라오고 나니 지금까지 뭣하러 이렇게 노력해왔는지 회의감이 들었다.

물론 그 과정 자체가 무의미했다는 건 아니었다.

내 인생에서 무엇보다 제일 소중한 사람들을 만났고, 한 게임 자체의 주인공이 되어가는 이야기는 정말 재밌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과정’을 즐겼을 뿐, 결말에 다다른 지금은 실로 허무했다.

“역시, 뭐든지 마지막이 제일 씁쓸해...”

“왜 혼자 기죽어 있고 그래. 아직 아무도 이게 마지막이라고 하지는 않았는데?”

“예?”

“너도 직감적으로 알고 있을 거 아냐. 워랜드의 스토리는 완전히 끝난 게 아니라는 걸”

정찬호가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래. 솔직하게 알고는 있었다.

5일 전쯤에 문득 내게 날아든 퀘스트 창.

[퀘스트 : 에렌의 시험]

[에렌은 7천만년 전 드래곤을 멸종까지 몰아넣은 광전사이지만, 동시에 그를 영혼 숙주로 삼은 드래곤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리고 일차적인 전쟁이 끝난 지금.

드래곤 에렌이 당신을 마지막 시험에 초대한다]

[최고 레벨을 달성하십시오 : (241/300)]

[보상 : 알수 없음]

솔직히 조금은 충격적이었다.

지금까지 ‘에렌의 후예’라는 칭호는 타이탄의 광전사를 일컫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동명의 드래곤이었다니.

“과거로 가서 직접 에렌을 죽이기도 했으면서, 많이 놀랐었냐”

“그래도 예전엔 드래곤들로부터 타이탄을 지켜내기도 했잖아요”

“네가 바꾼건 한 타이탄의 기억일 뿐, 실제 역사는 아니잖아?”

생각해보면 그랬다.

처음부터.

나는 타이탄이 아니라, 드래곤을 위해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드래곤 둥지에서 에렌이 죽은 뒤, 너도 알다시피 광전사 에렌은 영혼의 상태로 숙주를 찾아 돌아다녔지”

“네, 그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때, 드래곤 에렌마저도 같이 영혼전이 마법을 썼다는 건 몰랐을 걸?”

“네? 그게 무슨 소리에요”

분명 영혼전이 마법은 일회성 마법이랬다.

한번 다른 숙주에 전이되고 숙주가 죽으면 그걸로 끝이라고.

“2차 전이는 물론 힘들지. 영혼이 반쯤 다 파괴될 정도로. 그런데 에렌은 그걸 견뎌낸 거야”

그래서 드래곤 에렌은 7천만년이 지나 날 숙주로 삼았고, 광전사 에렌은 영혼 상태로 허차원을 떠돌았다.

그리고 캣츠의 도움을 받아, 이번 기회에 소환으로서 다시 아스가니아에 돌아오려 한 것이다.

그래.

녀석들이 소환하려던 존재는 광전사 에렌이었다.

비록 내가 그곳에서 그를 봤을때, 승현이가 보호막을 내리고 엘카피의 주포가 성 전체를 증발시켜버렸지만.

문득 나는 팔밑의 내 몸을 내려다보았다.

이 안에 드래곤의 영혼이 담겨있었다니.

물론 설정일 뿐이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그렇게 생각하니 뭔가 기분이 묘했다.

“과연 그저 설정일까?”

“그건 또 뭔소리십니까”

“더는 못 알려준다. 네가 완전히 이 길을 계속 가겠다고 결심하지 않는 이상”

문득 마음 속 한구석에서 소리가 들렸다.

만약 계속 가기로 선택한다면 다른 길은 쳐다도 못 볼거라고.

다른 것은 신경도 못쓰고 저곳에만 집중해야 할거라고.

만레벨을 찍었음에도 불구하고 클리어메세지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만큼 만약 퀘스트를 클리어한 후에는 많은 것이 바뀔 거라는 것. 곧장 클리어되지 않는 것은 생각할 시간을 주는 배려일 것이다.

결국 고민 끝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제 게임은 이걸로 끝낼래요”

정말 즐거웠고 재밌었던 기억들. 어릴적에 잠깐 즐겼던 추억.

워랜드는 딱 거기에서 끝내고 싶다.

“이젠 저도 남들같은 삶을 살아야죠”

“똑같고, 반복되고 지루한 일상을?”

“알아서 잘 살아보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요. 은근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무엇일까.

아직도 답은 제대로 나오지 않았지만, 워랜드를 계속했다가는 그것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직감이 생겨버렸다.

아쉽지만, 이야기는 이걸로 끝.

“네가 제일 적격자였는데. 네가 보지 못한 뒷 세계에 뭐가 있는지 알고 싶지 않아? 에렌도 반드시 다시 돌아올거라고”

“뭐, 인생에서 풀지 못한 수수께끼로 남겨두기로 하죠”

이쯤 되면 정찬호도 눈치챘을 것이다.

난 절대 계속할 마음이 없다는 걸.

“새로운 후예를 만들어야겠군”

“이왕이면 저보다 더 독한 놈으로 만들어보세요. 지구를 넘어서 우주 게임대회까지 제패할 놈으로”

“굳이 말 안해도 그렇게 할 거거든?”

독기에 불타오르는 정찬호를 보며 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이걸로 작별이겠구나. 몸 조심하고 잘 살아라”

“네, 개발자님도 열심히하세요”

“물론이지”

대화를 마지막으로 그와의 만남도 끝.

천공의 결투장이 무너짐과 동시에, 나는 접속을 종료했다.

여전히 퀘스트는 진행중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성공하셨어요?”

눈을 뜨자, 곧장 유희와 아저씨가 보였다.

그리고 그 뒤로도 장선우와 승현 수아 남매가 앉아 놀고 있었다.

“솔로로 드래곤레이드에 도전하다니, 너도 참 미친놈이다”

“결과가 중요하지! 형, 성공했어요?”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 그때.

나는 크게 웃으며 당당하게 손가락을 브이로 펼쳤다.

“물론, 당당하게 드래곤 슬레이어 달아왔지!”

“와아 미친...”

“이거 꿈이냐? 아님 허풍 아니야?”

다들 엄청 놀란 눈치였다.

그만큼 솔로드래곤이란 불가능한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일이 더 어려워질수도 있었는걸”

나는 몸을 숙여 캡슐 뒤에 꽂혀있던 전원케이블을 뽑아버렸다.

파직 하는 소리와 함께 캡슐이 죽었다.

“이제부턴, 현실의 삶을 살거야”

다들 당황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미 모두에겐 말해둔 상태였던 것이다.

이번 솔로 레이드가 끝나면, 확실하게 워랜드를 끝낼거라고.

“그럼 오빠, 이제 갈까요?”

“물론 가야지”

내가 유희와 둘이서 빌라를 나가려 하자, 주변에서 온갖 소리가 들려왔다.

“여친 있다고 혼자 째끼는거냐? 우우, 치사하다 커플!”

“형, 제가 봐도 이건 너무한 거 아녜요?!”

“꼬우면 니들도 한명씩 사귀던가”

농담으로 주고받으며 우리는 문 밖을 나섰다.

어디로 가는지? 알아서 상상해봐!

* * *

현우와는 먼 곳.

대한민국 어딘가에 위치한 작은 캡슐방에서, 박재현은 첫 캐릭터를 생성하고 있었다.

[이름을 설정해주십시오]

“데라”

[데라님, 환영합니다. 변경된 규정에 의해 아바타는 외모 변경이 불가능합니다]

아이튜브 영상에서나 보던 캐릭터 생성.

그 과정을 직접 경험하고 있다니 너무나도 긴장되고 한편으론 기뻤다.

앞으로 생성한 이 계정으로, 워랜드라는 또다른 세상을 밟게 될 것이다.

그런데, 뭔가가 좀 이상했다.

[그러면 시험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레.. 시험이라니?”

[직업군을 결정하기 위해 잠시동안 전장에 배치되실 겁니다. 이후 게임 과정엔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데라의 눈에 휘둥그레 졌다.

“원래 워랜드의 직업은 향후 퀘스트로 직접 결정하는 거 아니었... 으어어악!”

말을 마칠 틈도 없이 데라는 전쟁 한복판에 떨어졌다.

그도 별반 특별난 것은 없었다.

그냥 피해다니면서 맞고, 한대 반격하뎌라가 무의미하게 죽었다.

“후우... 대체 이게 무슨 시험이라는거야”

잠시후, 다시 계정을 생성하던 공간으로 돌아오자 다음 메세지가 나타났다.

[시험이 완료되었습니다. 직업군이 결정되었습니다]

[데라 님의 직업은 ‘과학자’입니다!]

그의 표정이 잔뜩 구겨졌다.

“대체 이게 다 뭐냐고오오!!!”

데라는 절망에 가득한 비명을 질렀다.

에렌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드디어 끝났습니다... 1월 9일쯤부터 시작했으니 대충 3개월이 안돼서 완결이 났네요.

공격력 1로 랭커까지라는 이 글은 저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 준 글입니다.

제목의 변동도 잦았었고, 사실상 편수가 세자리까지 올라간 첫 소설이었습니다. 물론 완결을 낸 첫 글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중간에 바꾸었던 제목은 단순히 어그로용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결국 '공격력 1로 랭커까지'가 이 해괴한 소설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어 변경했습니다.

완결낸 소감을 한줄로 요약하자면, 드디어 끝냈다라는 성취감 이려나요.

10만이 넘는 조회수에 1천이 다되어가는 추천수와 선작수.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이정도로도 저에겐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그래도 여기에 안주하고 끝내면 안되죠!

다음번엔 더 탄탄한 스토리와 인물들로 더욱 발전한 글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작은 말씀드렸던 대로 레이드물! 과 게임물을 적당히 짬뽕시켜놓은 소재가 될것 같습니다.

한 두달 정도 쉬면서 연재분 만들다가 문피아 선독점으로 시작할게용. 조아라에는 아마 문피아 30화가 올라갈 때 쯤 연재를 시작할겁니다.

모두들 길면서도 짧은 글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에 뵐 수 있기를 빌게요!

이상으로, 힘들었던 첫번째 작품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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