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격력 1로 랭커 까지-114화 (외전) (115/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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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째 외전 - 우리 현우가 달라졌어요! 주인공 시점

집에 돌아온 이후, 워랜드와는 완전히 작별을 고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하루하루를 허송세월로 보내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역시 최선책은 ‘목표’를 만드는 것.

그리고 지금 가장 괜찮은 목표는 바로 대학이었다.

앞으로 계속 부모님 집에 얹혀살 생각도 없고, 그렇게 살고 싶지도 않았으니 취업해서 독립할 자금이 필요했다.

이름 없는 2년제 대학 졸업보다는 다시 제대로 수능쳐서 좋은 대학 들어가는 게 나을테니까.

“네가 드디어 정신을 차리는구나. 갑자기 뭔가 불안해지는데”

“누나는 맨날 내가 게임 접었으면 했으면서, 이젠 공부하겠다는 동생한테 그러는 건 뭐야”

“너무 뜬금없으니까 그렇지. 무슨 일 있었던 거 아니지?”

“아무 일도 없었고, 그냥 슬슬 게임 접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야”

“뭐, 이왕하는 거 열심히해서 K대 붙자!”

서울에 불려온 뒤로도 게임을 계속하고 있었단 걸 알고 있었던 유일한 사람인 누나.

누나의 응원을 받으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공부란 걸 열심히 해봤다.

고3일 적에 수능 봤을 때는 설렁설렁하면서도 만점을 받아왔었지만, 그 사이에 또 엄청 빡세졌단다.

“…28년도 수능 만점자 어디가셨냐”

내가 풀어본 문제집을 채점하더니, 누나는 이마를 툭 짚으며 중얼거렸다.

“나한테 물어보지마. 너무 오랫동안 수학을 안봤더니 뇌가 잠깐 굳은 거 뿐이니까”

“네에네에. 그런데 너 진짜, 이 실력으로 수능쳤다간 진짜로 망할 거 같다”

“나도 안다고오...”

누나의 잔소리를 전부 감수하면서까지 계속 부딪히자, 어느정도 오답의 수가 줄어들어갔다.

“오오 이제 좀 하는데? 슬슬 감각이 돌아왔나봐”

누나가 붉은 색 동그라미로 온통 칠해진 문제집 페이지를 보여주며 방긋 웃었다.

푼 건 난데 오히려 누나가 자랑스러워 하는 표정이다.

“하다보니 벌써 밤이네. 오늘은 이쯤하고 자자”

“응, 나도 원래 늦게 자는 게 편한 스타일은 아니니까”

똑같은 시간을 잔다고 하더라도 12시에 자서 6시에 일어나는 것보단 10시에 자서 4시에 일어나는 게 차라리 편했다.

불이 꺼진 뒤 나는 곧장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중간에 누나가 내 폰을 만지작거리며 뭔가를 하는 것 같기도 했지만, 기분탓이겠지 뭐.

* * *

며칠 뒤.

한참 공부하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 있던 누나가 방을 나섰다.

“어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어디 가?”

“응. 오늘은 잡아둔 약속이 있어서, 만나서 얘기 좀 하다가 올게!”

그러더니 그냥 휑 하고는 사라져버렸다.

무슨 약속이길래 저렇게 급한 걸까.

그러던 도중 문득 시계를 쳐다 본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14: 29]

“에엑, 벌써 이렇게 됐어?!”

새벽에 일어나서 아침먹고 바로 공부 시작한게 대충 6시쯤이었으니, 잠깐 사이에 8시간이나 흘러버린 것이다.

꼬르륵. 배꼽시계가 울린다.

밥먹고 잠깐만 좀 쉴까.

침대에 누운 채로 핸드폰을 켰다.

배경화면도 기본. 연락처에 있는 것도 누나 번호 뿐.

심지어 설치한 앱이랄것도 딱히 없는 말그대로 손을 거의 안 댄 거나 다름없는 폰이었다.

“그러고보니 워랜진 앱이 깔려있었구나”

어차피 이젠 쓸 일도 없을테니 지워도 상관 없으려나.

“아차!”

꾹 눌러서 휴지통에 드래그 한다는 게 실수로 톡 터치해버렸다.

덕분에 강제적으로 삭제전에 워랜진에 한번 들어가야 했다.

곧장 잘못 누른 걸 눈치채고는 나가려고 했지만, 우측 상단의 메세지함에 ’New’ 표시가 떠있는 걸 확인하고는 손가락이 정지했다.

“새로운 메세지? 누구한테 온걸까?”

메세지함을 눌러 귓속말 기록을 살펴보니, 나는 보낸적도 없는 테오와의 대화가 기록되어있었다.

[나 : 지금 뭐하고 계세요?]

[죄송하지만 누구세요? 현우는 아닌 것 같으신데]

[나 : 현우 누나임다 ㅎㅎ 울 동생은 지금 꿈나라에용]

[나 : 이틀 쯤 있다 넷이서 같이 만나요ㅎㅎ]

[넵!]

저번에 내가 자고 있는 틈을 타 누나가 메세지를 보낸 듯 했다.

“하, 별짓을 다해 진짜...”

굳이 화가 나는 건 아니었지만, 솔직히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껏 그렇게 날 게임중독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했으면서 왜 이제와서 내가 게임을 접겠다고 하니 이러는거지?

이럴꺼면 애초에 안 막으면 되는 거 아니었나?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

그런데 그 때.

“현우야, 손님 오셨다!”

1층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한테 손님이 올 사람이 있다니, 워랜드 관련해서 온 사람인가.

우연히 내 집주소를 알아내 찾아온 팬이라던가, 아니면 승현이네 중 한명이거나.

어느쪽이든 썩 반가운 손님은 아니었지만, 그대로 얼굴도 안비치고 돌려보내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

“지금 가요!”

문제집을 덮고 계단을 내려가 거실에 도착한 그 순간.

“...정찬호 개발자님?”

전혀 예상치못한 인물을 만나는 바람에 나는 당황한 얼굴을 감출 수 없었다.

워랜드와 관련된 사람이 찾아올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설마 개발자 본인이 여기까지 찾아올 줄이야.

“천천히 얘기 나누세요. 전 밖에 있을테니”

엄마가 방 안으로 들어가자, 정찬호는 냉수 한모금을 벌컥 들이킨 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네 누님한테 다 듣고 왔다. 워랜드 접었다며?”

“...아 진짜, 또 말한거에요?”

“입 가볍다고 너무 타박하지 마. 그래도 너무 스트레스 받았다고 나한테 털어놓으러 온 거니까”

하긴, 누나라면 마음 고생 많이 했을 법도 하다.

어릴때부터 많이 여린 성격인데다 누구한테 거짓말을 잘 못해 항상 솔직했으니까.

애초에 누나라면 누군가에게 털어놓을지도 모른다고 예상은 하고 있었으니 별로 화나지는 않았다.

“제가 워랜드 접는다는 소식 듣고 찾아오신거에요?”

“물론이지. 그럼 안 찾아오게 생겼냐. 너가 없으면 이야기가 진행이 안되잖아”

“엘카피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에요. 어차피 제가 있든 없든 간에 전쟁은 끝날 거 아닙니까”

“아니 그 말이 아니잖아 이 빡대가리야. 전쟁이 끝나면 게임스토리가 끝나냐?”

음... 듣고보니 그건 그렇네.

“아직 진짜 이야기는 시작도 안됐는데, 벌써 포기할려고?”

“그거야 제 마음 아닌가요. 솔직히 너무 게임만 한것도 같아서 슬슬 현실로 돌아가려고요”

“흐음, 게임 중독을 스스로 극복하려 한 건 좋지만... 적어도 가상현실을 그냥 평범한 게임으로 봐주진 않았으면 해”

“네? 무슨 뜻이세요?”

아무리 현실처럼 만들어냈다고 해도 대부분의 유저들에게 워랜드는 생생한 게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거의 현실만큼 자주 접속했긴 했지만, 그저 게임으로 생각한 것은 나에게도 마찬가지였는데.

“사실 이건 너한테만 말해주는 거지만, 원래 워랜드는 심리 치료를 위한 힐링 프로그램이었어”

“...에에에에????!”

내가 방금 제대로 들은 게 맞는건가.

“말 그대로야. 뇌 속에 직접 가상현실을 보여주는 시스템을 이용해 트라우마 극복 및 휴식으로 피로를 풀어주는 등 각종 힐링으로만 가득한 시스템이었지”

“그런데 어쩌다가 이렇게 빡치는 RPG게임이 돼버린 거죠?”

“이 기술의 가능성을 본 돈많은 분들께서 투자하러 오시더라고. 몇 조씩 쏟아부어 주면서 게임으로 만들어달라고 하더라”

그때부터 상태창 시스템을 집어넣고 스토리와 맵을 만드는 기획작업을 시작해 지금의 워랜드가 탄생했다고 한다.

“원래 힐링 프로그램인 만큼 시스템 이름도 숲을 뜻하는 독일어 ‘Wald’였지만, 그걸 지들 멋대로 Warland로 바꾸고는 전쟁 RPG를 만들어버렸지. 솔직히 썩 내키진 않았지만, 덕분에 이런 일이 생겨줬잖아”

무슨 일을 말하는 걸까.

말을 들어보니 예상치는 못했지만, 그래도 덕분에 뜻밖의 좋은 일이 생겨났다는 것 같았다.

역시 그게 뭔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어쨌든, 중요한 건 너한테는 아직 마무리 지을 일이 남았다는거지. 이를테면, 아직 뮤즈도 못 찾았잖아?”

뮤즈.

유희를 말하는 단어.

그 단어가 입에 올라오는 그 순간, 감정이 격해져서 탁자를 박차고 일어서 소리쳤다.

“유희를 찾을 수 있을 가능성은 계산해 보고 그런 소리를 하시는 거에요?! 저도 최선을 다해봤다고요”

하지만 행방을 찾을 수 있는 단서가 전혀 없는 걸 어떡하나.

“아마 납치당한 후부터 쭉 유희도 워랜드를 포기했을거에요. 이미 다 털어내고 현실로 돌아갔을 거를, 나만 혼자 이러고 있는거라고...”

유희는 나같은 거 이미 잊은 지 오래일거다.

늘 그렇게 생각해오고 있었고, 그래서 지금까지의 게임생활에 회의감이 느껴졌다.

그 순간, 정찬호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후우....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냐. 진짜 한심하다”

“에?”

“툭 까놓고 말해서, 너 뮤즈 좋아하잖아. 네 마음이 그새 변한것도 아니면서, 그 사람이 널 잊었는지 어쨌는지가 무슨 상관이야?”

“무슨...”

“정말 좋아하면 가서 구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세상 끝까지 쫓아갈 각오로 돌아다니면서 찾으면 되잖아. 게다가, 아직 아무도 뮤즈가 널 잊었다고 말한적은 없다고?”

정찬호는 탁자 밑에 내려두었던 가방에서 태블릿 PC를 꺼내 전원을 켰다.

화면 속의 갤러리에는 영상이 하나 저장되어있었다.

그가 영상을 틀자, 어딘가에 갇혀있는 유희의 모습이 비춰졌다.

[현우님, 제발 구해주세요]

숨소리마냥 작게 중얼거린 그 목소리까지 귀에 단단히 꽂혔다.

“고작 일주일도 안된 인게임 레코드야. 아직도 이렇게 접속하면서 네가 구하러 와주길 기다리고 있다고”

“…”

“어떡할래? 이래도 포기할거면 더 이상 말 안한다”

난 정말 문제가 있다.

워랜드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그렇게나 결심을 했는데.

이젠 게임에 묶이지 않고 현실을 살겠다고 그렇게나 다짐했는데도.

그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그 모든 결심에 단순간에 무너져버렸다.

난 정말, 유희에게 단단히 미쳐버린걸까.

“당신 정말 저주할거야. 이러면 안돌아갈 수가 없잖아요”

“안돌아가면 안되지. 얼마나 공들여서 만든 세계인데 주인공이 빠져버리면 안되잖아”

“유희의 저 레코드를 찍은 곳, 어디에요?”

“굳이 내가 안 알려줘도 알 수 있을걸? 핸드폰이나 확인해봐”

“네? 어라 정말?”

핸드폰을 켜자 워랜진으로 귓속말이 와 있었다.

수신자는 테오.

[유희 님의 위치를 찾았어. 서향왕국 수도에 있는 캣츠 본거지성에 갇혀있다]

[여기 시간으로 이틀 뒤에 바로 치러 갈건데, 합류해서 같이 와주면 좋겠어]

그와 함께, 성 안에 갇혀있는 유희의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동향왕국 깃발로 조작된 게 아닌 완전한 원본이었다.

“자 이제 돌아가야 할 목표도 확실해졌고, 목표를 이룰 가능성까지 생겼어”

“말 안해도 안다구요. 가서 확실하게 유희를 구해올거에요”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아참, 내 정신 좀 봐. 모처럼 복귀하겠다고 결심했으니, 선물을 좀 가져왔어”

그가 주머니에서 손톱만한 usb를 건넸다. 각성모드를 설치할때와 비슷한 크기였다.

“새 스킬 ‘바람가르기’하고, 그 외에 비밀 선물 하나 준비해놨어”

“비밀 선물이라. 역시 뭔지는 안 알려주실거죠?”

“그렇게 큰 건 아니니까 기대하지는 마. 솔직히 별로 필요없을 것 같긴 해도, 그냥 찝찝해서 주는거야”

마침내 정찬호는 피식 미소를 지어주고는, 할 일이 많다면서 집을 떠났다.

“흐아아암... 그럼 다시 복귀하는 건가”

워랜드 기준으로 이틀 후라고 했으니 오늘 저녁쯤 들어가면 되겠지.

그러면서 다시 방으로 올라가려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나를 붙잡았다.

“엄마?”

* * *

늦었다!

현실 시간에 적응되어버려서 그런지 여유부리다가 늦어버렸다.

이미 워랜진에서는 서향왕국 점령전이 벌어졌다며 난리가 난 상태.

밤중에 곧장 아저씨네 빌라까지 뛰어가 워랜드에 접속했다.

[워랜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현우 님]

돌아오자마자 바로 엘카피에 텔레포트 했다.

함교에서 스크린으로 전장을 내려다보니, 지금 상태가 굉장히 안좋았다.

“으윽, 함선이 통제가 안됩니다!”

“주포나 비행 시스템 전부 무력화되었습니다. 텔레포트 시스템 빼곤 전부 작동불능입니다!”

창 밖으로 높은 탑 하나에 서 있는 두 마법사가 보였다.

저들에게 엘카피가 제압당한건가보네.

이렇게 두면 정말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엘카피가 없는 상태에서, 어설픈 플레이어들끼리 전투를 벌인다?

심지어 저 쪽 진영에는 언데드 군대와 케인까지 있는 상태. 더 이상 망설였다간 훨씬 더 상황이 악화될 것이다.

“나를 저 탑 위로 전송해줘!”

가엔을 쥐고 완전 무장을 마친 뒤, 탑 위로 텔레포트 되자마자 곧장 두 마법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크헉!”

“케헥!”

원래 물몸 직업인 데다 치명타까지 터져서 그런지 둘 다 세 방만에 나가떨어져버렸다.

제압마법이 풀리며 엘카피가 회복됨과 동시에, 주변의 모든 사람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모두의 눈길을 한눈에 받고 있는 이 순간.

연예인도 아니고, 현실에서 어떻게 이런 상황을 맞을 수 있겠어.

가상현실. 게임 속이기에 나는 지금 빛난다.

“역시 여기가 최고구만!”

삼위 대항군 모두의 선망을 받으며, 검을 하늘 높이 들어올린 채로 나는 소리쳤다.

========== 작품 후기 ==========

오늘 부로 이것까지 포함해서 총 두 편의 외전이 올라갈겁니다아. 내일이면 드디어 에필로그... 짧은 기간동안 따라오시느라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항상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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