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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력 1로 랭커 까지-112화 (113/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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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화

성 주위를 맴도는 바람은 거셌지만 우리가 날아다니지 못하게 할 정도는 아니었다.

정문으로 올라가는 계단까지 다가간 뒤 우리는 날개를 해제했다.

“이제 다 온건가...”

다시 봐도 성은 크고 웅장했다.

차지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 당장 저것 때문에 우리가 다 죽을지도 모르는 걸 생각하면 역시 무리겠지.

곧장 올라가서 대문을 열어젖혔다. 1층에는 아무도 없었다.

계단쪽으로 가보니 벽에 작은 지도가 놓여져 있었다.

“이 성의 지도인것 같은데... 확실히 소환장소는 지하구나”

위층에 마나장막 생성기같은 것들도 보였지만, 그런것들을 일일이 파괴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그냥 밑으로 내려가서 소환장소를 박살내는 게 가장 최선이었다.

“간다”

가엔을 양손에 꼭 쥔 채로 앞장서서 내려갔다.

벽을 타고 둥글게 내려가던 계단 끝자락에 다다르자, 뚫려 있는 성 하단부의 모습이 드러났다.

“맙소사”

소환에 사용될 것으로 추정되는 포탈.

검은색의 흑마법 에너지를 잔뜩 품은 포탈이 바닥 한가운데에 설치되어 있었다. 어찌나 에너지가 진한 지 주위 반경 10m 정도는 완전히 그 에너지에 휩싸여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서 한손에 검을 쥔 채 고개를 수그리고 있는 한 사람.

“언제 오나 했잖아. 슬슬 때가 됐다고 생각하고 있었지”

케인이 고개를 들어 우리가 서 있는 곳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붉은 색으로 물든 눈빛이 왠지모르게 떨리고 있었다.

“다, 다들 침착하세요. 서로 정신만 바짝 차리면 어떻게든 잡을 수 있을 거에요”

“그, 그러면서 왜 떨고 있는건데...”

느낌이 예전에 보던 케인과는 사뭇 달랐다.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더 어둡고 강해보인달까.

아마 그사이에 또다른 각성주문서를 획득했겠지.

괜히 셋이 한번에 달려들었다간 시작부터 유희와 승현이를 잃어야 할 수도 있다.

“너희는 일단 뒤에 서 있어”

다행히도 둘은 걱정하는 내 입장을 이해해주었고, 나는 홀로 케인을 향해 다가갔다.

그 순간. 녀석이 씨익 웃는다.

뭘 그렇게 기분 나쁘게 쪼개는데. 그러면 자꾸 불안해지잖...!!

철컥.

“…!”

바닥타일이 쑥 들어가는 느낌이 발바닥에 전해지자마자 아차 싶었다.

“꺄악!”

“으어어!”

순식간에 등 뒤로 뭔가가 튀어 올라갔다.

돌아보니, 유희와 승현이가 마력 사슬로 꼼짝도 못하고 묶여있는 상태였다.

“승현아! 빠져나올 수 있겠어?”

“으윽, 안돼요. 정신집중 방해중이라 스킬을 쓸 수가 없어”

스킬까지 차단해뒀다니.

“케인 너 이새끼...”

“너무 분 삭이지 마. 애초에 호랑이굴에 제발로 들어왔으면 당연히 예상했어야 되는거잖아? 함정을 발동시킨 건 너라고”

큰일이다.

승현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유희의 버프를 받을 수 없다는 건 상당히 큰 리스크.

거기다가 무방비 상태인 둘을 지켜야 할 테니 위험한 상황이 꽤 많이 보여질 것이다.

“HP는 안 닳으니까 안심해. 그건 됐고, 이젠 제대로 결판을 볼 때가 됐지?”

“저번엔 내가 이기지 않았었나?”

“그렇게 자신이 있으면 이번에도 날 뚫고 막아보시지 그래”

[결투가 시작되었습니다]

[전투 규칙 : 진검승부]

[특수 옵션 : 쿨타임을 제외한 모든 스킬 소모값이 사라잡니다]

에엥? 이건 또 뭐야.

“다짜고짜 결투라니. 그냥 성 안에서 해도 되잖아”

“저번에 들었는데 너, 각성모드 소모값이 장난아니라며. 그래서야 제대로 된 승부를 낼 수가 있나”

나는 성 최하층을 경계로 둘러진 결투장의 반투명한 돔을 둘러보았다.

이게 설치되어 있는 동안은 포탈에 접근할 수가 없어. 반드시 녀석을 쓰러트린 뒤에 가야했다.

“심지어 거절할 수도 없고, 무슨 결투가 이리 마음대로냐”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라야지?”

뭐, 그렇게 나오니까 할말이 없지만.

이렇게 된 이상 피할 길은 없다.

유일한 정답은 결투에서 승리하는 것.

[결투가 시작되었습니다]

특수 옵션으로 소모값이 사라진다고 하길래 혹시나 해서 바로 마검 블러드터스터를 켜 보았다.

역시 HP가 닳지 않는다.

적어도 이 안에서는, 무한정 쓸 수 있는 것이었다.

“하아아압!”

케인이 순식간에 내 앞까지 다가왔다.

경악할 정도로 빠른 속도였지만, 거기에 꿀릴 내가 아니다.

녀석이 앞으로 다가와서 검을 내지르자마자 바로 방어하고 반격을 가했다.

그도 잠깐은 당황한 눈치였지만 이내 침착함을 되찾았다.

“역시 빠르네. 랭킹 1위가 괜한 말이 아니잖아?”

“지도 예전엔 1위였으면서. 이젠 퇴물이라는 걸 인정한거냐?”

거기에 케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마 본인 스스로도 아픈 곳을 찔렸다 생각하고 있겠지.

내가 거기까지 생각해줄 필요는 없다.

팅팅팅팅팅!

두 검이 찰나의 시간만에 수 차례의 공방을 반복했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 케인도 쉽게 단검 기습같은 꾀를 부리지 못했다.

어차피 사정거리 차이 때문에 내 검이 먼저 자기에게 닿을 걸 아니까.

그 순간, 케인이 갑자기 허리를 틀어 내게 발차기를 날리려 하였다.

정면에다 대고 무슨 깡으로 그런 건지 이해가 안됐지만, 그래도 일단 눈에 훤히 보이는 공격이니 검을 세워 막았다.

그런데 역시나.

“크헉!”

이동기로 순식간에 내 뒤로 이동한 케인.

이미 모션은 앞쪽에서 끝내놓은 상황이었기에 녀석의 발이 곧바로 뒤쪽에서 날아왔다.

무방비로 맞은 나는 그대로 앞쪽으로 튕겨졌다.

“차라리 검이었다면 그림자도약을 쓸 준비라도 했을테니 쉽게 피했을텐데”

공중에 뜬 상태인 지금 케인이 내게 달려와 검을 휘두르려 했다.

그렇다고 가만히 당해주면 안되지.

인벤토리를 열어 순식간에 다이달로스의 날개를 장착했다.

공중에서 제어불능이었던 몸이 통제가능 상태로 돌아오자마자 내게 도약해오고 있는 케인의 얼굴에 냅다 검을 내질렀다.

“으윽!”

쿵!

팔을 교차해 간신히 막았지만, 튕겨져 나간 낙뎀은 꽤 아플거다.

이왕 날개까지 장착했겠다, 조금 더 자유로운 무빙을 해볼까?

불행히 케인도 비행아이템이 있었는지 나와 똑같이 공중으로 올라왔지만, 사실상 이래도 이득이었다.

똑같이 사방팔방으로 움직임이 자유로워진다면, 그 중 조금이라도 빠른 쪽이 더 유리할테니까.

잠시동안.

공중에 발을 딛고 선 채로 우린 서로를 쳐다보았다.

지금의 전투가 끝나면 다시는 볼 일이 없을 것이다.

어느 한쪽을 끝장내는 진짜 마지막 승부.

다 와놓고 마지막을 패배로 장식할 순 없잖아?

“하아아!”

반드시 이길 것이다.

날개를 힘차게 휘둘러 케인에게 곧바로 날아갔다.

검을 사선으로 세워 방어하는 자세.

땅 위에서의 전투라면 정면을 빈틈없이 막는 안정적인 자세일테지만, 공중전에서도 그럴꺼라 생각하면 오산이지.

바닥을 딛는 것처럼 잠시 멈춘 뒤 공중제비를 돌며 그대로 케인의 머리 위로 도약했다.

순식간에 무방비로 급소를 내어준 케인.

제비를 돌던 관성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으읍!”

깡!

간신히 롱소드를 올려 막았지만 이번엔 그의 검이 날아가버렸다.

한참 멀리로 떨어지더니 이내 포탈 옆의 바닥에 푹 하고 박혔다.

“젠장...”

“방심은 그물이라 했지!”

이젠 확실히 내가 유리하다.

씨익 미소를 지으며 최후의 일격을 내지르려던 그 순간.

“어레...? 얘 갑자기 어디갔지?”

어느순간부터 케인이 갑자기 모습을 감췄다.

도망친건가? 결투장 결계가 남아있는 걸로 봐선 아닐텐데.

아니면 은신스킬?

그렇게 잠깐 고민하던 그 순간.

정말 찰나의 시간만에 케인이 바로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닿을 정도로 가까이.

“어느틈에...!”

이렇게 코앞으로 다가올때까지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케인의 단검이 내 등을 베고 지나갔다.

“커헉!”

단순히 데미지가 문제가 아니었다.

방금전의 공격으로 날개가 피해를 입은 것.

날개가 상처 입으면 균형을 잃어버리는 건 나조차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공중에서 감각을 잃고 바로 땅에 고꾸라 졌다.

“젠장”

날개를 착용 해제하려고 했지만, 인벤토리를 여는 손조차도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이러면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

“큭큭...크하하하!”

날개를 접고 땅으로 내려온 케인은 중2병 마냥 실실 쪼개대고 있다.

문제는 그럼에도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

몸이 말을 듣자않는 무력감에 휩싸인 내게 케인은 마지막 한마디를 날렸다.

“마지막까지 와서 이러니 아쉽긴 하겠지. 그래도 기억해둬. 네가 이짓을 하며 뭘 희생했든, 난 그 이상의 것을 감수했으니까”

아직도 그게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슬프게 들렸다.

“잘가”

케인이 말을 내뱉으며 검을 높이 들어올린 순간, 나는 눈을 감았다.

그런데.

“…!”

검에 찔린 것은 내가 아니였다.

“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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