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격력 1로 랭커 까지-104화 (105/117)

<-- 우리 현우가 달라졌어요 -->

104화

“전부 다 모인거 맞지?”

“응”

남향왕국의 군대와 포도당, 베테랑 유저들에 새로 들어온 유저들까지.

내가 속성으로 도와줬던 애들은 벌써 150레벨이 다 되어가고 있었고, 나머지도 다들 100레벨대를 달성한 상태였다.

엘카피는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여 국경에서 대기할 것이다.

행여라도 우리한테 무슨일이 생기면 바로 워프해서 우리를 텔레포트로 데려온 뒤 바로 워프해 돌아갈 수 있도록.

영구적인 내구도 손실이 일어나겠지만 그렇게 되면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가자”

우리가 국경을 넘고 조금 뒤.

발길을 돌리려는 기미가 보이지 않자, 똑똑한 시스텥이 알아서 메세지를 띄워주었다.

[허용치 이상의 군대가 영토를 침범했습니다!]

[전투 이벤트 : 레버튼 공방전이 시작됩니다!]

* * *

레버튼의 국경 바로 앞쪽은 평지이고, 그 뒤쪽으로 높고 긴 성벽이 가로막고 있다.

만리장성이라 불러도 될 만큼 방어태세가 잘 갖춰진 성벽이지만, 일단 한번 거길 뚫으면 수도에 닿기 전까진 상대할 적이 없는거나 마찬가지다.

중간에 있는 마을들에 자치수비대가 있긴 하지만 그 정도는 그냥 밥이지.

“히익!”

“저건 너무 높잖아요... 저걸 어떻게 뚫어요?”

“다 방법이 있으니까 걱정하지마. 그리고 여기만 고생해서 뚫으면 수도 앞까진 다 먹은거나 마찬가지이니까”

그렇게 얘기해주자 이들의 표정이 좀 밝아진 듯 했다.

사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직 딱히 방법이라 할 만한 건 없다.

그냥 적들을 전부 잡고 성벽 위에 올라가 점령하겠다는 계획 뿐.

성벽 가까이 다가가, 나는 적들의 수를 대충 살폈다.

우리 군대는 NPC들과 유저 전부 합쳐 1만 5천 정도.

시스템을 이용해 확인해보니 저들은 땅 위에 내려와있는 군대만 대충 2만이었다.

아마 성벽 뒤에서 지원할 궁사와 마법사를 합치면 그 이상이겠지.

결코 쉬운 싸움이 아니게 될 것이다.

“다들 바짝 긴장하고 있어”

저들의 군대와 맞닥뜨려 몇 초 정도 가만히 서서 각을 보았다.

먼저 진입하면 함정이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몰라. 아니면, 선빵을 기다리고 있는건가?

“선빵이라면야 언제든지 해주지”

전투는 선제공격을 가한 쪽이 벌인 것으로 간주된다.

선제공격한 쪽이 패배할 경우 영토를 뺏기는 것을 포함해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되지만...

“선빵 때려도 이기기만 하면 아무 문제 없잖아?”

땅에서 돌멩이를 주워 제일 가까이에 있는 놈을 향해 힘껏 던졌다.

따악!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많이 깎이진 않았겠지만, 어쨌든 조금이라도 HP가 조금이라도 닳았다.

그리고 선제 공격은 곧장 전투로 이어졌다.

“으아아아!”

엄청난 혼전이었다.

합쳐서 3만이 넘어가는 두 군대가 엉키고 엉킨 싸움.

붉은색과 녹색으로 구별되는 외곽선이 없었다면 진작에 구분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5천이 넘어가는 전력차이도 좀 빡셌다.

하지만 녀석들은 우리 NPC기사들을 얕보고 있었다.

아틀란티스 버프로 인해 엄청난 전투력 상승을 맛본 NPC기사들.

지금은 최소 베테랑급 플레이어, 아니 그 이상의 전투력을 선보이고 있었다.

“으윽!”

눈앞에 한 놈을 베어 쓰러트린 뒤 곧장 달려가 다른 놈까지 쓰러트렸다.

스택이 쌓이자 랭커급이 아닌 놈들은 전부 한방.

극탱에 몰빵했꺼나 랭커인 플레이어들도 두 방 이상을 견디진 못했다. 아마 좀 더 스택이 쌓이면 전부 한방 컷 나겠지.

그때, 하늘에서부터 화살세례가 내려왔다.

“뭔가 좀 익숙한데”

그리고 뒤따라 오는 파이어볼.

그때보다 최소 10배, 100배는 되는 양이었다.

피하는 건 좀 어렵겠다.

그냥 맞아줘도 될 정도의 데미지겠지만, 검을 최대한 빠르게 휘둘러 생성된 기류로 막았다.

마검 각성했을 때 브레스를 막아냈으니, 지금도 최소 그의 3분의 1 정도 데미지는 막을 수 있겠지.

그 외에 다른 사람들은 방패를 꺼내 막거나 그냥 맞아주었다.

“쟤네도 어떻게 해야겠다”

계속 내버려두면 누적되어 피해가 장난이 아닐 것이다.

바로 앞에 있던 적을 잡고서, 나는 곧장 성벽으로 뛰어갔다.

“뭐하는거야?!”

나를 발견한 테오가 소리쳤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성벽을 향해 폴짝 도약했다.

[각성모드 : 마검 블러드터스터에 돌입합니다]

턱턱턱!

아주 잠시동안 순간적인 속도를 얻어 벽을 말그대로 뛰어 올라갔다.

슬슬 한계라고 생각 될 때 쯤 각성모드를 풀고 한 번 점프해 사선으로 그림자 도약을 사용하자 곧장 성벽 위로 올라왔다.

“어, 언제 올라온 ㄱ...으악!”

당황하는 궁수를 베고는 바로 옆까지 달려가며 이목을 끌었다.

옆에 있던 마법사도 컷.

이런 상황을 대비해 성벽 위에도 고위기사 몇 명이 올라와 있었지만, 내 상대가 되지는 못했다.

“크헉!”

검을 튕겨내고는 옆구리를 파고들어 베고 곧장 다음 기사에게 돌려차기를 날리자 둘 모두 나가떨어졌다.

“차라리 이런 애들은 저 밑에다 내려놓지 그랬어”

밑에 있는 우리 병력한텐 좀 위협적이었을지도 모르는데.

이젠 더이상 날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성벽 위엔 없었다.

“더 시간 끌면 안돼! 빨리 점령하자”

이 이상 시간이 끌렸다간 케인이 곧장 이쪽으로 텔레포트해올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러면 모든게 틀어진다.

공성전이나 점령전은 공격팀이 수비팀을 전부 몰아내고 그 지역에 일정시간동안 손을 올리고 있으면 승리했다.

그러려면 일단 성벽 위에 올라와있는 마법사와 궁사를 전부 잡아야됐다.

그런데, 이정도면 다 잡은 거 아니야?

“이미 성벽 끝에서 끝까지 가 봤잖아”

나머지는 그냥 돌만 쌓여져 있는 장벽이고, 이렇게 위에서 사람이 돌아다닐 수 있는 곳은 얼마 안되었다.

위에 올라와있는 사람은 다 잡았는데 왜 점령이 안되는거지? 혹시 밑에 누군가가 있는건가.

“아니면 위...?!”

그 생각이 들어 위를 올려다본 순간 소름이 끼쳤다.

“언제부터 저깄었던 거야?!”

랭커급으로 보이는 마법사 한 명이 공중에 떠 있는 채로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방해없이 시전해도 유지하기 힘들다는 부양마법을 쓰면서 더블캐스팅 중이라니.

보통 마법사가 아닌 듯 했다.

내버려두면 위험하겠어. 빨리 처리를...

“프로스트 둠!”

땅에서부터 엄청난 냉기가 뿜어져나와 순식간에 지면에 있는 우리 군대를 전부 얼려버렸다.

“…!”

그리고 성벽 안쪽에서는, 거대한 골렘들이 전장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자폭골렘.

히트박스가 적고 느린 대신에 한번 제대로 맞으면 아무리 레벨이 높은 플레이어도 버티기 힘들다.

심지어 지금 밑에 있는 사람들은 동결로 몸이 묶인상태.

저게 바로 가서 자폭을 때려박았다가는 한번에 전멸 당할 것이다.

“너 이새끼 죽여버ㄹ...!!”

검을 쥐고 뛰어오르려던 그 순간, 고개를 돌린 그 마법사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잠시후.

“윽, 뭐야?!”

난데없이 끈끈한 거미줄같은게 튀어나와 날 성벽 난간쪽으로 고정시켰다.

순식간에 나도 온몸이 꽁꽁 묶인 신세가 되어버렸다.

“크윽. 시바아아알!!!”

이렇게 되면 도와주러 갈 수가 없잖아.

케인이 없어도 이렇게 당하다니.

“너흰 아직 한참 멀었다, 꼬맹아”

“…”

마법사가 피식 웃으면서 내뱉은 그 말.

왠지 그 말에 꼭지가 돌아버렸다.

“아니, 이걸로 끝나지 않아”

“이미 다 끝났어. 무슨 소리를 하는 ㄱ...!!”

[각성모드 : 마검 블러드터스터에 돌입합니다]

[방해효과 속박이 제거됩니다]

날 묶는 줄은 사라졌다.

총알에 비교할 수 있을 만한 속도를 기반으로 성벽을 박차고 올라 마법사를 한방에 보내버렸다.

“크헉! 말도 안돼...”

쓰러지면서 마지막 말을 내뱉고 있는 녀석 따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조금 만 더 있으면 자폭골렘이 모두를 날려버릴 것이다.

“하아아아아!!!”

그림자 도약으로 전장까지 돌아와 바로 지진강타를 사용했다.

지진파가 골렘과 그 너머의 모든 적을 한번에 전멸시켜 버렸다.

[공성전이 종료되었습니다!]

[제압 승리 : 삼위대항군]

저쪽이 삼위연합군이니, 우리는 삼위대항군인건가.

어쩄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

전투에서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이유.

지진강타의 초과된 위력 때문에 군대를 전멸시킨것도 모자라 아예 성벽이 박살나버린 것.

이젠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을 쳐다보며 우린 할 말을 잃었다.

* * *

공성전의 압도적 승리!

중간에 엄청난 위기를 겪긴 했지만, 생존자 수만 놓고 보자면 사실상 압도적이라 봐도 무방하였다.

특히 전투 마지막에 내가 한방에 적들을 전멸시키는 장면은 또 누가 녹화했는지 레전드 클립이 되어 지식의 바다를 떠돌고 있었다.

-저게 사람이 가능하냐?

ㄴ게임이니까 되지

ㄴ게임이어도 저건 좀 심함

ㄴ ㅇㅈ 우린 백날 폐인짓해도 저렇게 못감

ㄴ애초에 히든클래스잖아 병신들아 당연히 우리는 못하는게 당연하지.

그쪽이야 뭐 내가 신경 끄고 있으니 상관없고.

어쨌든 성벽을 박살내버리자, 다음 방어선이 갖춰져 있는 수도 바로 앞까지 전부 한번에 점령할 수 있게 되었다.

방어군이 있는 몇몇 자치도시들은 우리가 직접 점령했다.

“이 정도면 이번 작전은 대성공이라고 봐도 되겠지?”

“물론. 엘카피도 정박 끝났고, 이젠 녀석들도 여기 못건드린다”

이제 앞으로의 계획은 간단했다.

배를 타고 바다를 돌아가 곧장 서향왕국 수도를 공격.

동향왕국까지 동시에 치며 병력을 분산한 뒤, 수도에 모든 병력을 쏟아부어 서향왕국을 무너뜨린다.

둘 다 점령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동향왕국에는 어그로를 분산할 정도의 병력만 보낼 것이다.

그렇게 서향왕국을 점령한 뒤 중앙왕국을 쌈싸먹기로 압박해 전쟁에서 승리.

현재로선 완벽한 계획이었다.

언데드들이 살짝 걸리긴 하지만, 여차하면 엘카피가 지원하러 와줄 것이다.

“아마 바깥 지역에서도 최대 30분은 버틴다고 했지?”

워프로 서향왕국 수도에 도착해 30분안에 점령하면 된다.

영구적인 딸피로 운항해야 겠지만, 전쟁에서 승리할 것을 생각하면 이 정도 희생은 아무것도 아니다.

“아, 그러고보니 우리는 오프라인 회의 같은 거 안해요?”

“응?”

승현이가 갑자기 무릎을 탁 치며 해맑게 소리쳤다.

“왜 그, 유명한 길드들 보면 직접 현실에서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회의도 한대잖아요. 저희도 그런 거 한번쯤 해보면 좋지 않을까해서”

“으음... 확실히 그렇기도 하겠네”

“난 찬성!”

누가 남매 아니랄까봐 수아도 번쩍 찬성표를 던졌다.

테오도 긍정적인 모양이고.

이제 결정은 내게 달린건가?

“현실에서 만나서만 할 수 있는 것들도 있지. 하루동안 놀겸 같이 만나볼까?”

“좋았어! 그럼 어디서 만날까요?”

“우린 다들 서울에서 사는 것 같으니까 토요일에 N타워 앞에 신규 개장한 카페 앞에서 만나자. 분위기 있고 좋더라”

“에에, 거긴 우리집에서 한참 반대쪽인데?”

“하루 정도 어때. 그냥 오라면 와 임마”

“히잉...”

뭐, 저런다고 해도 어떻게든 올 애들이니까.

그렇게 정모 날짜와 장소가 정해졌다.

서로 빙 둘러앉아서 우리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 * *

나는 가만히 일어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승현이, 테오, 수아.

만날 수 없었지만 만나게 된 소중한 인연들.

한 때는 머릿속으로나마 이런 자리를 갖게 되지 않을까 상상하던 적이 있었다.

그땐 이 곳에 유희가 없으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지.

하지만 이미 그녀는 떠나간 인연이 아닐까.

어딨는지도 모르는 걸. 어차피 다시 만나지도 못할, 이미 끝나버린 그런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린 결정.

“나, 이제부터 워랜드 그만둘거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