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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력 1로 랭커 까지-103화 (104/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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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화

“…”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왠지 모르게 떨렸다.

떨렸다기보다도, 기세에 억눌렸다고 할까.

시작부터 완전히 기선제압을 당해버린 것이다.

“이크!”

그 순간, 아무런 기척도 없이 어비스나이트가 내게 도약해왔다.

뒤늦게 검으로 머리를 막았지만, 녀석은 얇게 허벅지를 베고 지나갔다.

“빠, 빨라!”

아틀란티스의 고급수련장에서 보던 놈들이랑은 차원이 달랐다.

공격 한방에 닳는 HP는 그들보다 훨씬 낮았지만, 그렇다고 맞아줘도 괜찮을 정도라는 뜻은 아니다.

거기다가 낮은 데미지를 전부 커버하고도 남을 정도로 빠르다.

하지만, 이런 식의 공격은 한번 당해봤다고.

소리가 들려온 순간.

곧장 뒤를 돌아 유화술을 사용하자, 빠르게 날 지나가던 어비스나이트의 등뒤로 와 발차기를 날렸다.

쿠웅-!

저항도 하지 못하고 날려가는 녀석을 그림자도약으로 따라간 뒤 검으로 추가공격을 가했다.

낙뎀까지 받았으니 꽤나 아플것이다.

“마검각성도 각을 봐야할텐데”

보통은 딸피상태일때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아마도 이번엔 순간적인 속도가 필요할때 쓰게 되겠지.

어비스나이트는 금세 균형을 잡고 일어났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많은 시간을 주지 않았다.

“하아아!”

녀석이 일어나자마자 바로 난도질을 했다.

검으로 막으려는 시도가 보였지만 몸 전체가 휘청일정도로 강하게 휘둘러서 반동 때문에 쉽지 않을것이다.

10타만 쌓여도 녀석의 HP가 훅훅 닳았다.

이런 식으로 가면 정말 금방 잡겠는데?

하지만 그건 너무 이른 오산이었다.

“…!”

놈의 머리를 베어내자, 재질을 알수없는 투구가 깨지며 맨얼굴이 들어났다.

그 얼굴을 어떻게해야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설명하느라 그 얼굴을 자세히 떠올리는 것조차 싫다.

하지만 보는 순간, 소름이 끼치며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상태이상 효과 : 공포에 걸리셨습니다]

CC기 스킬이었던건가.

공포가 걸렸다는 상태에 추가이상효과는 없는듯 했지만, 그런게 없어도 충분히 지금 디버프를 먹었다.

몸이 쫄아서 움직이지 않던 찰나의 순간.

어비스나이트가 날 사선으로 베어지나간 뒤.

“으윽!”

[치명적인 관통피해를 입으셨습니다]

[출혈중입니다]

[상태이상 효과 : 경직에 걸리셨습니다]

[HP : 6,563/11,000]

검고 넓은 검이 내 등을 관통했다.

젠장. 여기서 경직되어버리면 움직일 수가 없잖아.

거의 다 왔는데. 정말 방법이 없는거냐?

하지만 어쩔수가 없잖아. 관통당해있는 동안은 계속 유지되는 거라 상태이상 시간감소도 효과가 없다고.

뭔가 다른 방법이 없을까?

“아아!”

문득 마검 블러드터스터의 설명페이지에서 짤막하게 봤던 게 생각났다.

[모든 상태이상 효과를 제거합니다]

마검각성을 할때, 이전에 있던 모든 악효과의 제거.

이것까지 떠오른 이상 더 이상 망설일 수가 없었다.

관통으로 인한 출혈상처는 지금도 흘러나오고 있다.

[각성모드 : 마검 블러드터스터에 돌입합니다]

됐다!

유화술을 쓰자 쉽게 관통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어비스나이트는 즉각 반응해서 반피상태인 내게 검을 휘둘렀지만, 아까전의 나처럼 생각하면 안되지.

까앙!

알루미늄 배트에 공맞는듯한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녀석의 검이 저만치 멀리 날아갔다.

딱바도 당황했다, 저 녀석.

“이젠 그냥 곱게 뒤져!”

무기도 없겠다, 맞아라. 그것밖에 방법이 없다.

“키에에엑!”

전투 중 처음으로 녀석이 비명을 질렀다.

* * *

퀘스트를 가뿐히 완료하자, 파티원 전원에게 골고루 경험치가 분배되었다.

초보자들에게는 너무 엄청난 퀘스트.

내가 레벨이 3정도 올랐고, 순식간에 우리 버스 손님들도 전원 90레벨대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이틀동안 빡세게 사냥해서 120레벨까지 만들어놨다.

“이정도면 훌륭한데 다들?”

약속했던 3일의 기간만에 정말 100레벨로 만들었다.

그것도 20레벨이나 초과해서.

이정도면 엄청난 성과가 아닐수 없었다.

적당한 장비까지 입혀주자 훌륭한 전력이 되어주었다.

[테오 : 국왕폐하의 호출이시다 이 자식아]

[나: 넌 그나저나 아스칼의 기사로 전직한 거 아니였냐? 왜 이렇게 남향왕국에만 있는건데]

[테오 : 전쟁상황이잖아. 아 됐고 올거야 안올거야]

[나: 휴... 알았어 빨리 갈게]

국왕의 호출이라니. 이번엔 또 무슨 일이려나.

엘카피의 전송을 수락하고 함교로 텔레포트 되자마자, 나는 바로 이유를 알아차렸다.

“아, 이걸 두고 내렸구나!”

카르킨의 검.

앞으로의 전쟁에 유리하게 작용할 버프를 줄 오브젝트를 그냥 여기다가 버려두고 있었다니.

그런데, 뭔가가 조금 이상했다.

수직으로 아예 바닥에 꽂혀 있었던 것이다.

[검에서 정체 모를 에너지가 뿜어져나오고 있습니다]

[검을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정체모를 에너지라니.

딱봐도 주변에서 새파란 파장이 흘러나오고 있긴 했지만, 마나와는 살짝 다른 느낌의 이펙트였다.

그러고보니, 버프를 받으려면 영토에 고정해야 한댔지.

막연하게 로드란 땅에 꽂겠다는 생각만 갖고 있었는데, 엘카피도 영토라는 개념에 포함되는걸까?

[검을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이런 메세지가 나타나는 것으로 봐선, 아마도 영토로 인정되는 듯 했다.

그러면 받아들여야지

[검을 받아들이셨습니다]

카르킨의 검 주위에만 돌던 파장이 갑자기 주변으로 쫙 퍼져나갔다.

엘카피를 타고 땅밑까지 퍼져서, 지평선 너머 영토까지 쭉.

[진영버프 : 아틀란티스의 가호를 획득합니다!]

[아틀란티스의 가호는 선조들의 지혜가 깃든 마법이 부여되어있습니다. 그에 따라 총 세가지 효과를 얻습니다]

[꺾이지 않는 사기 : NPC 기사들의 전투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배부른 전투 : 해당진영에 소속된 모든 이들의 포만감이 배고픔 이하로 떨어지지 않습니다]

[해방된 지식 : 모든 마법 습득제한을 해제합니다. 단, 마법사 관련 직업 한정]

[해당 버프는 전쟁에 종료될때까지 지속됩니다]

“오우야 미친...”

너무 놀란 나머지 국왕앞에서 당당하게 욕을 내뱉고 말았다.

하지만 말리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다들 그만큼 충분히 당황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게 대체 무슨 버프냐”

전투력, 식량문제, 마법 기술력.

전투에서 가장 고려해야 할 요소들에 포함되는 세가지를 한방에 해결해주는 버프였다.

포만감이 배고픔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니.

그럼 전쟁중에는 아무것도 안먹어도 된 단 소리잖아!

“흠흠, 다들 정숙하시게. 아틀란티스의 가호를 받았다는 건 좋은 뜻이지 나쁜 의도가 없지 않나?”

국왕이 헛기침을 하자, 다들 그제서야 아차 싶은 듯 조용해졌다.

“그건 그렇고, 자네에게 한가지 더 보여줄게 있네”

그가 데려간 곳은 함교 뒤쪽에 지도가 있는 곳.

망원마법으로 만든 지도인지 국왕이 손짓을 하자 확대되며 실시간의 모습이 나타났다.

“오오!”

왕은 그중에서도 서향왕국 남동쪽을 확대했다.

현재 남향왕국과 국경이 맞닿아 있는 곳.

그곳에는 평범한 마을 대신에, 수백수천의 언데드 군대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렇게나 많은 녀석들을 다시 소환한건가요?”

저번 반란때 몰려왔던 언데드가 꽤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서향왕국에는 그만큼의, 그보다 더한 수의 언데드 군대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것조차 1%도 안되는 전력이라지 아마.

“나중에 쳐들어가야한다면 꽤 빡세겠는걸요”

엘카피가 있다면 저번의 그 거포(?)로 전멸시킬 수 있지만, 마법으로 인해 우리 영토에 발이 꽁꽁묶인 상태니 어쩔수가 없었다.

“역시 이들을 소환하고 있는 차원문은 이곳에 있을 확률이 높네”

왕이 가리킨 곳은 그림자가 져 이 지도에선 보이지 않는 곳.

서향왕국의 왕성이었다.

“역시 바로 쳐들어가긴 좀 그런 곳이군요”

“일단 전투를 벌여 레버튼 수도 바로 앞까지의 영토를 차지할 생각이네”

그 다음 아스칼에서부터 배를 타고 돌아가 바로 가테즈 수도에 내려 공격하고, 동시에 소수 전력으로 레버튼까지 공격해 전력을 분산시킨다.

성공하면 바로 두 왕국을 먹고 중앙왕국을 쌈싸먹기 할 수 있고, 실패하는 순간 군대전멸이라는 대참사로 이어진다.

“차후의 작전을 논하기 전에 먼저 기초적인 것부터 실행에 옮겨야 겠군”

“레버튼 수도앞까지의 점령”

동향왕국은 수도가 약간 남쪽에 있는 편이다.

그만큼 이곳에서 가까우니 그 밑쪽까지만 점령하는 건 비교적 쉬울 것이다.

그 이후의 계획에 비하면 말이다.

“다행히 무슨 영문인지는 몰라도, 동향왕국에는 언데드 군대가 안보이네요”

압도적인 숫자의 언데드가 아닌 그냥 일반 군대라면, 어떻게든 해볼만 했다.

케인도 지금쯤은 서향왕국에 있을거고 텔레포트로 합류한다 해도 수도쪽에 오겠지.

우리가 그 앞에서 오지 않고 버티고 있으면 녀석들도 섣불리 다가오지 못할것이다. 엘카피의 위력을 잘 알고 있으니까.

“언데드도 없고, 지금이 최적의 시기인것 같네요”

나는 검집을 꽉 쥐며 말을 이어갔다.

“군대 준비해주세요. 바로 쳐들어가죠”

* * *

서향왕국 가테즈. 한 곳에 위치한 어느 공간.

그곳에는 네 남자가 탁자 앞에서 서로 얼굴을 맞대고 있었다.

“정말 우리의 제안을 거절할 것이오? 어비스나이트가 없으면 저들을 방어하기 힘들텐데”

“그건 우리가 알아서 할테니 걱정하지 마시오. 게다가, 나는 그런 것들을 우리 백성의 영토에 발을 들이는 것 자체가 꺼림칙하오”

가테즈의 전술부장이자 캣츠의 수장, 레이든.

암살당한 국왕의 장남이자 동향왕국의 현 국왕, 진.

두 사람 사이에선 답답한 대화가 오갔다. 이미 서로사이에 의견대립이 확실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끈임없이 서로를 설득하려한다.

“알아서 잘 할수 있다면 우리야 좋소만, 전쟁이 난 이상 세 왕국은 삼위일체나 마찬가지. 그대들의 손해는 곧 우리의 손해라는 것을 기억해두시오”

“아무리 전쟁이라 해도 레버튼이 공포로 물드는 건 보고 싶지 않구려”

진과 그의 호위기사에겐 저 문밖에서 경비를 서고 있을 어비스나이트 마저 두려워하고 있었다.

언데드에 대해 정상적인 관념이 박혀 있는 NPC라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아아, 진짜. 답답하게들 하시네”

끝내 인내심을 억누르지 못한 레이든의 호위기사, 케인이 입을 열고 말았다.

“겁쟁이처럼 왜그래요. 사나이가 고작 저 뼛다구들한테 쫄으신 겁니까?”

“어딜 감히 혀를 함부로 놀리느냐. 썩 다물지 못할까”

“…쳇”

레이든이 엄숙하게 쏘아붙이자, 케인도 투덜거리며 자리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어쨌든, 그대들의 입장은 잘 알았소. 앞으로 두번다시 이런 요청을 하는 일은 없을것이오”

“고맙소”

“단. 위기가 보이는 순간에는 주저하지 말고 도움을 요청하셨으면 좋겠소”

마지막 타협점이었다.

가테즈 입장에서도 동향왕국은 뺏겨선 안되는 곳.

아틀란티스 마저 빼앗긴 마당에 두 왕국까지 뺏기면 승부가 뒤집어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시간이 모잘라진다고 해야할까.

“그럼 안녕히가시죠”

케인은 레버튼에서 온 두 사람을 배웅해주고는 다시 돌아왔다.

“그러고보니, 저 아가씨는 요즘 어떻게 된거죠? 한동안 안보이더니 요즘 다시 들어오네”

“어찌된 영문인지야 자네가 더 잘 알겠지. 하지만 그래봤자 상관없다는 거 알잖나. 저 감옥을 자력으로 탈출하는 건 불가능하네”

“그렇긴 하겠네요”

케인은 다시 한번 철창 안쪽을 바라보며 웃음을 짓고는, 가까이 다가가 소리쳤다.

“요즘들어 없던 희망이라도 생기셨어요? 그새끼가 다시 돌아올거라고 생각이라도 하신건가?”

“…”

유희는 대답이 없었다.

“뭘 모르시나본데, 당신 남자친구는 여기 못와. 그러니까 그냥 포기하고 있는게 나을걸요?”

기분 나쁘게 낄낄 웃어준 뒤에, 케인은 그대로 감옥이 위치한 방을 나가버렸다.

덕분에, 그녀가 철창을 붙잡고 바닥에 쓰러지며 중얼거린 말을 듣지못했다.

“현우 님... 제발 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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