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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력 1로 랭커 까지-92화 (93/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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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화

경호원들은 지금도 바깥의 가짜 암살자를 쫓고 있을 것이다.

정작 자신들의 국왕이 이미 쓰러진 것도 모른 채.

"근데 걔는 진짜 어떡하냐? 알아서 돌아오게 냅둬야돼?"

"정 잡힐 것 같으면 자살이라도 하겠죠. 이젠 들키면 전부 죽음인거 아시죠?"

"알다마다"

지도자가 갑작스레 죽었으니, 당분간 동향왕국은 대혼란에 빠질 것이다.

캣츠에 영향을 미치는 건 당연하겠지.

그 순간.

"...!"

갑자기 느껴지는 인기척에 나는 고개를 휙 돌렸다.

분명 다 나갔다고 생각했는데, 호위기사 한 명이 우리 바로 앞에 서 있었다.

어느 틈에 돌아온 거지?

잠깐. 그게 문제가 아니라 우리 지금, 들킨 건가?

그런 것 치곤 또 명성 감소를 포함한 메세지들이 안 나타나는데, 그럼 쟨 대체 뭐야.

"푸흡... 푸하하하! 하하하!"

그냥 미친놈인가?

"자기가 지켜야 될 국왕이 살해당했는데 웃기냐. 이거이거, 호위기사부터가 실격이었구만"

"에휴, 저 멍청한 새끼. 내가 아직도 호위기사로 보이냐?"

"무슨...!!"

녀석이 투구를 벗자,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이 드러났다.

케인.

"흉내 내느라 고생 좀 했지. 전신갑주는 너무 답답하단 말야. 기사 유저들은 대체 어떻게 게임하는건지"

"말해줄거면 똑바로 말해. 왜 난데없이 호위기사냐고"

"아직도 눈치 못 챈거야? 니가 무슨 이유로 여기에 왔는지는 기억하냐"

"그야 당연히 레버튼 국왕을 죽이려고... 설마, 너도 캣츠였던 거냐?"

미리 내가 노린 다는 걸 알고 호위기사가 됐던 건가.

"하지만 결국 왕을 못지켰잖아? 내가 올 걸 알고 있었다면 차라리 사전에 못 가게 막고 함정을 파는 게 나았을텐데"

"...진짜 빡대가리냐, 너"

"뭐 시발럼아?"

"아니, 웃기잖아. 정말 캣츠의 배후가 동향왕국이었으면, 돈줄이 죽었는데 내가 이렇게 웃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그말은...!"

"동향왕국 기사가 시설에 있던 것도, 네가 봤을 그 사진도 전부 페이크라는 소리지"

그게 페이크라고?

"말도 안돼. 그렇게나 많은 시설이 있었으면서... 그럼, 너희의 배후는 대체 누구라는 거지?"

"그렇게나 워랜드의 역사를 공부하고 다녔으면 눈치챌 줄 알았는데 말이야. 타이탄의 수도가 아스가니아 대륙 서쪽이란 것만 알았어도 말야"

"그렇다는 건, 캣츠의 배후는 서양왕국이었다는 거냐?"

"굳이 내가 그것까지 확답해줘야 될 필요는 없을텐데"

케인이 칼을 꺼내 오른손에 들고 있던 투구를 반으로 잘라 안쪽을 보여주었다.

레버튼이 아닌 서향왕국의 인장이 새겨져 있었다.

지금까지 동향왕국 외에는 전혀 생각도 해보지 못했다.

설마 이 일들과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그저 벨라와 만나기 위한 곳이라고 여겼던 서향왕국이 배후에 있었다니.

그러고보니, 원래 서향왕국 공식명칭이 뭐였지?

"참고로 이거, 라이브 스트리밍 중이다. 네가 국왕 암살하려던거랑 대화내용까지 전부 녹화됐으니까 발뺌 못할 껄?"

"크윽..."

"앞으로 잘 해봐. 기왕이면 제대로 말려서 접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내게 씨익 지어주는 기분 나쁜 웃음.

잠시후 케인은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너무 순식간이라, 차마 붙잡으려는 시도조차도 하지 못했다.

"자 그럼! 오늘은 이만 이쯤에서 방종합니다!"

*          *         *

상황이 완전히 망가졌다.

국왕 암살사건 이후, 캣츠는 워랜드에 아예 대놓고 모습을 드러냈다.

[나흘 전, 훌륭한 통치로 레버튼 왕국을 지도하시던 국왕폐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이는 저희로서도 매우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이번 일을 저지른 자는 현우라는 자로서, 저희 가테즈 왕국의 비밀조직 '캣츠'의 적입니다.

저들을 보십시오! 단지 저희를 없애기 위해 정확한 증거도 없이 전혀 상관없는 레버튼 왕국의 국왕까지 살해한 자들입니다]

"...아주 그냥 제대로 선동질을 하고 있구나"

최근 이슈가 된 캣츠의 연설 영상을 보며, 나는 한숨을 푹 쉬었다.

[게다가 이들을 뒤에서 지원하고 있던 에킬라 왕국에겐 '엘 캐피탄'이라고 불리는 가공할 무기가 있는것까지 확인되었습니다.

언제든 우리를 해칠 수 있는 의지와 그럴 힘까지 생겨난 마당에, 레버튼에서 일어난 것과 같은 참사가 우리에게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습니까?

지금이야 말로 우리가 전부 힘을 합쳐 대항해야할 때입니다!]

요점을 정리하자면, 국왕이 죽은 뒤 캣츠가 전대륙을 돌아다니며 자기 편을 모으고 있다는 것.

우리 측에서도 나름 해명을 하고 있다지만, 국왕을 암살한게 우리란 건 부정할수가 없지.

덕분에 현재, 동향왕국과 서향왕국은 당연하거니와 중앙왕국까지 우리에게 등을 돌린 상태다.

그래도 아스칼은 우리 편이기에, 양 방향에서 전부 견제를 당할 일은 없을 것 같네.

"그나마 다행인건, 남향왕국이 대륙 남쪽을 다 차지하고 있어서 말이지"

세 왕국을 적으로 돌렸음에도 불구하고 바다를 제외한 공격로는 북쪽 밖에 없다시피 한다.

방향이 한 곳이라면 엘카피로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지도.

"그래도 이거. 엄청 존버해야된다는 거잖아요. 어휴... 평범한 게임생활하긴 글렀네"

"니는 새꺄, 지금 그딴 소리를 할 타이밍이냐?"

남향왕국으로부터 등을 돌린 건 NPC들 뿐만이 아니었다.

국왕이 암살되며 혼란기가 되고, 일부 왕국 시스템이 제한되자 피해를 본 유저들도 전부 돌아선 것이다.

[아 진짜, 추모기간이랍시고 상점이고 뭐고 다 닫았다고 ㅡㅡ;;]

[어떡할거냐. 신규랭커라고 평소에 현우 팬이었는데 이건 좀 아니지]

[어차피 좀 있으면 전쟁각 보일 것 같은데, 그냥 남향왕국이랑 다 털어버리자]

"내가 진짜 무슨 짓을 한거지..."

유희 때문에 눈이 어두워져 판단이 너무 섣불렀다.

그 결과 지금 3대 2로 전쟁을 하게 생겼다. 심지어 그 2중 하나는 군사력의 군 자도 모르는 평화적인 곳이지.

엘카피가 버틴다하더라도, 막기만 해선 절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번엔 대륙규모의 전쟁인데, 좀 신중히 나서지 않을까요?"

"승산이 뻔히 보이는 싸움인데 굳이 왜 망설여. 남북전쟁마냥 휴전하진 않을 걸. 직접적인 공격이 없어도, 최소한 다른곳을 점령해 우릴 말려죽일 계획을 짜겠지"

이상황에서 폐쇄적인 쪽은 우리일테니 자원이 먼저 부족해지는 건 우리쪽이 될 것이다.

"아마 자원이 풍부한 곳을 중심으로 영토전쟁이 시작되겠지"

그때.

"야! 너 이거 지금 꼭 봐야돼!"

테오가 워랜진 페이지를 들고 그대로 내게 달려왔다.

"뭔데 그렇게 또 호들갑이야. 별 거 아니기만 해 ㅂ...!"

"이게 시발 별거 아닌거로 보여?!"

"...아니"

[케인 님이 라이브 스트리밍 중 : 116,708명 시청 중]

[삼위 연합군, 아틀란티스 점령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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