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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력 1로 랭커 까지-89화 (9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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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화

"젠장, 언제까지 오는건데?!"

다들 알듯 언데드는 동레벨 치곤 하나하나가 강하지 않다.

단지 엄청 끈질긴 재생력과 머릿수빨로 밀어붙히는 스타일.

아무리 위치를 잡아 언데드를 처리해도 너머에서 넘어오는 군대는 끝이 날 줄을 몰랐다.

"그때 아스칼에서 썼던 그 광역기 써 주면 안되는거야?"

"그거 쓰면 여기있는 애들은 다 잡는다고 해도 계속 몰려올텐데. 한번쓰면 바로 탈진하는 스킬이라서 함부로 못 쓴다고"

근데 정말, 얘네는 얼마나 소환하고 있는거야?

차원석을 몇개나 쓰고 있을까.

이 정도면 다 쓰고 있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끈질기게 많이 불어나고 있는데, 이걸 다 어쩌라는거야?

"어 잠깐?"

"쟤네... 돌아가는데?"

방금전까지 하늘도 뚫을 기세로 전진해오던 언데드 군대가 갑자기 방향을 틀었다.

뭔 일이 있었길래 돌아가는거지?

"...쫓아가볼까?"

"잠깐만 기다려봐. 혹시 더 큰 병력을 데려오는 걸지도 모르니까 무턱대고 들어가진 마"

하지만 전 군대가 지평선을 넘어갈때까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30분동안 바짝 긴장하고 너머를 살펴봐도, 보이는 거라곤 땅이랑 하늘 뿐이었다.

"진짜로... 간거 맞지? 우리 버틴 거지?"

그때, 뒤쪽 도시 쪽에서 누군가가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에킬라 인장이 새겨져 있는 갑옷을 입고 있는 걸 보면 남향왕국 기사인데.

"현우 님 맞으십니까?"

"응, 그런데 너무 늦은 거 아니야? 쟤네 다 돌아갔다구"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에, 에킬라가..."

"...!!"

남향왕국이 미확인 언데드 군대한테 공격받고 있다고?

"남단 지방은 전부 통과하고 곧장 로드란으로 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젠장, 수비대 새끼들은 뭘 하고 있었던거야?!"

아스칼을 포기하고 남향왕국 쪽을 점령하려고 하는 건가.

군대의 규모로 생각하자면 불가능한 소리도 아니다.

그러니까, 최대한 빨리 남향왕국에 합류하지 못하면 정말 수도를 내어주게 될 지도 모른다.

*           *          *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텔레포트로 합류했다.

도시는 아직 멀쩡했지만, 저 앞 성벽에선 치열한 전투의 소리가 들려왔다.

"가자!"

다행히도 테오와 포도당을 전부 데려올 수 있었다.

밖으로 나가자 보이는 것은 역시 언데드 군대들.

저들을 상대로 과연 승리할 수 있을까.

"가능할 것 같지가 않은데"

최우선적인 목표는 승리가 아닌 방어로 잡아야 할 것이다.

지금 중요한 건 무리하지 말고 증원이 올때까지 최대한 전투를 질질 끄는 것.

이젠 바로 전장에 합류했고, 다른 병사들과 함께 최대한 언데드를 막았다.

"크윽! 언제까지 오는건데?!"

"슬슬 한계라고. 버티는 것도 힘들어..."

아스칼에선 간신히 버텨냈지만, 여기로 몰려오고 있는 건 그 10배는 되어보였다.

"미리부터 막고 있던 사람들은 성벽 뒤로 물러나! 우리가 어떻게든 해볼게"

테오는 제일 앞에서 맞고 있음에도 무리없이 싸우고 있고 나도 빠르게 어그로를 끌며 돌아다니곤 있지만, 포도당은 많이 힘들어했다.

훈련을 받고 레벨이 올랐어도 직업 상의 약점은 역시 힘든가.

그 때.

빠르게 뛰어다니던 도중 실수로 발이 돌멩이에 걸리고 말았다.

"...!"

속도 그대로 땅바닥에 쳐박혀 한참을 굴렀고, 한순간 무방비가 된 틈을 타 녀석들이 내게 몰려들었다.

"으윽!"

HP가 조금씩 닳고 있다.

쓰러진 사람 주위로 몰려들어 마구 구타하는 다구리 식 전투가 돼버린 것이다.

테오 얘는 도와주러 안오고 뭐하는거야?!

"시바알... 다굴할거면 적당히 좀 하라고!"

등 옆쪽에 떨어진 가엔을 착용해제 했다가 팔을 앞으로 가져오며 다시 소환했다.

검으로 언데드들을 밀쳐내 틈을 만들고는 그림자 도약.

위쪽으로 도약해온 뒤 나는 재빨리 스킬을 준비했다.

"지진강타!"

스킬을 습득하고 3번째쯤 써보는걸까.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굉음과 함께 지평선 앞에 있던 군대를 전멸시켰다.

"해...냈다..."

시전 조건으로 인해 서있을 힘조차 버거워진 나는 그대로 털썩 드러누웠다.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더 이상 우리를 위협하는 언데드 군대는 없다.

없어야 한다. 없어야 해...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더 있으면 좀 심하잖아.

하지만 늘 그렇듯, 세상은 내 바람대로만 돌아가지 않는다.

"젠장. 이젠 막을 힘도 없다고"

잠깐은 잠잠했지만, 이내 지평선 너머로 또다시 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현우야, 더 싸울 수 있겠어?"

"무리야. 일어나고 싶어도, 설령 일어난다고 해도 이 상태로 싸우는 건... 검을 잡고 있는것도 힘든걸"

"스태미너가 회복되려면 얼마 정도 걸려?"

"짧게 잡아도 30분이야"

이젠 끝났다.

모든 체력을 소진해 언데드 군대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더 몰려왔다.

더, 더 계속. 끈임없이.

앞으로도 더 나올 것이다. 우리가 아무러 버텨봤자 시간을 연장할 뿐, 궁극적으로 막을 순 없다.

"대체 왜... 이만큼이나 막았는데도 더 있는 거냐고..."

"내가 어떻게든 막아볼게!"

"응?"

"30분이라고 했지? 그동안 내가 다른 사람들이랑 어떻게든 버텨볼테니까, 회복되면 바로 합류해줘!"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가능해야 돼. 이렇게라도 안되면... 남향왕국은 정말 끝이잖아"

최악의 상황인데도 테오는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말 그대로였다.

어떻게든 버티겠다곤 했어도 테오도 평범한 플레이어다.

주 딜러였던 내가 사라지자 어그로도 혼자 분담해야 했고, 그건 대규모 전투에서 엄청 부담가는 일이었다.

포도당은 1초에 몇명 씩 죽어나가고 있다.

어떻게...

"크윽 젠장! 다들 25분만 더 버텨!"

어떻게 해야...

"모두들 한계입니다. 이 상태론 25분은 커녕 10분도 못 버틸... 크헉!"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지?

그때, 갑자기 전언 마법으로 귓속말이 들어왔다.

[동료들 전부 데리고 붉은 원 바깥으로 피신하세요!]

붉은 원이라고?

목소리가 전해짐과 동시에 내 앞쪽 지면이 붉게 물들여 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엄청나게 큰 붉은 빛이 성벽 앞 평원에 드리워진 것이었다.

"얼티밋 스킬(Ultimate skill) 사인?"

너무 강력한 스킬이 시전 직전에 남기는 히트박스 표시.

대체 무슨 일이길래 뜬금없이... 설마?

"모두들! 원 바깥쪽으로 피해!"

검을 땅바닥에 수직으로 꽂아 지지대 삼아 일어선 채로 최대한 크게 소리쳤다.

내 추측이 맞든 틀리든 간에 얼티밋 스킬은 적과 아군을 구분하지 않으므로, 사인이 남은 붉은 지역에선 무조건 피해야 했다.

부축을 받아 성벽 위까지 안전하게 올라온 뒤.

"...!"

거대한 빛줄기가 땅을 뚫고 나와 언데드 군대를 한번에 집어삼켰다.

그리고 다시 한번 울리는 전언.

[무사한가?]

국왕이었다.

"네. 다행히 살아있긴 한데... 방금 그건 대체 뭐죠?"

[자네의 공으로 완성한 무기지]

큰 폭발로 인해 생성된 먼지 안개가 걷히고, 빛줄기로 인해 뚫린 지면의 구멍 밑으로 웅장한 선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시스템을 전부 고대어로 갈아치웠네. 제 시간 맞추느라 좀 빡빡했지]

"이게, 그 궁극의 병기인가요?"

[맞네. 드디어 완성했지]

국왕이 자랑스러워하는 목소리로 대답해줬고, 내 입가에도 작은 미소가 걸렸다.

[이것이 우리 에킬라 왕국의 첫번째 대전함, 엘 캐피탄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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