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 캐피탄 -->
86화
"그렇군... 설마 그 녀석들을 상대하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네"
"그나저나 제대로 설명부터 해주시죠. 벌써부터 캣츠가 존재했다는건가요?"
"그 미래까지 이어진 건지 아니면 새로 계승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도 차원석을 모으러다니고 있는 집단이 있네"
솔직히 엄청 놀랐다.
우리가 상대하고 있던 게 이렇게 뼈대 깊은 조직이었다니.
잠깐. 그렇다는 건, 이 사람들한테 그 녀석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는 거 아닌가?
"혹시 캣츠에 대해 알고 계신 게 있나요? 만약 알려주신다면 저희에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으음... 우리도 소문만 듣고 있을 뿐, 이쪽에선 적극적인 활동이 없네"
"그런가요. 역시 알려주실 수 있는게 없는건가..."
"하지만, 위험한 녀석들인 만큼 감시 마법을 붙혀놔서 대충 어느정도는 알려줄 수 있을 것 같네"
"정말요?!"
반년 가량이나 대적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린 녀석들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다.
8개의 주요시설 중 6개를 박살낼 동안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 것이다.
정찬호가 조금도 알려주려하지 않았던 것은 그만큼 우리가 모르고 있다는 뜻이겠지.
"지금 저희로서는, 놈들이 차원석을 모으고 있다는 것밖에 모르고 있어요"
"그들에 몇개나 모았는 지, 그리고 왜 모으고 있는지는 알고 있나?"
"아니요. 그런것도 전혀..."
"허허 참, 아무것도 모르는구만 그래"
이렇게보니 참 신기했다.
이렇게나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싸워왔다니.
"자세히는 우리도 모르지만, 지금 기준으로 대충 3만 개 정도의 차원석이 모인 듯 하네"
"...시발 뭐라고요?!"
3만개? 3백개도 아니고 3만?
차원석 한 개당 대충 10만 골드라고 치면,
"3억골드..."
"거기에서 7천만 년이 지난 미래까지도 계속 차원석을 모으고 있다 하면, 과연 몇개나 모였을까?"
"감히 상상할수도 없겠는 걸요. 굳이 무리해서 그렇게나 많이 모으고 있는 이유가 뭘까요?"
차원석에 텔레포트 수정이나 워프 포탈을 만드는 것 외에 큰 이유가 있을까.
단순히 비싸니까 대량으로 팔 목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럼 대체 무슨 용도가 있는거지?
"우리의 지식속에선, 셀수 없을 정도로 많은 차원석을 매개체로 요구하는 마법은 단 하나뿐이네."
"뭐죠? 차원석이 없으면 드래곤 조차 쉽게 시행할 수 없는 마법이란 건가요?"
"규모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우리조차도 마나하트가 부서지는 걸 각오해야 겨우 가능한 마법일세"
"그런... 대체 어떤 마법이길래"
얼마나 대규모 마법이면 마법의 시초인 그들조차 어려워하는 마법일까.
거기다가 에테르나 그런것도 아닌 차원석이 매개체라니, 어떤 종류일지 감도 안 잡혔다.
"이계 소환마법일세"
"에에? 그거라면 별거 아니잖아요? 이계의 마물들을 불러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텐데..."
"무엇을 소환하느냐에 따라 다르지. 일개 언데드를 소환하는 거라면 모를까, 마왕급이라면 어떻겠는가?"
"...평범한 사람이라면 몸이 남아나지 않겠네요"
워랜드의 마법사 직업군에는 분명 소환술사도 있지만, 해당 레벨대의 플레이어와 비슷한 수준의 전투력을 가진 마물밖에 소환하지 못한다.
아무리 스킬숙련도가 높아도 '절대' 드래곤 급의 몬스터를 소환하지는 못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매개체가 있다면 다르지. 소환마법에 차원석을 사용하게 되면 공간을 이어주는 다리가 안정화되어 시전자의 부담이 줄어드네"
"차원석을 7천만 년이나 모으고 있을 정도라면, 대체 얼마나 대단한 걸 소환하려는 걸까요"
어떤 강자라도 건너올 수 있는 튼튼한 다리를 만들려는 걸까.
아니면 수천만 군대가 건너올 오랜 시간동안 거뜬히 버틸 수 있게 하려는걸까.
어느쪽이든 절대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적이 아니다.
"캣츠를 대적하고 있다니, 그쪽 기술로는 부족하다는 말도 이해가 되는군"
"그럼, 봉인을 안해 주실건가요...?"
"아니. 역시 그건 너무 위험해"
"...?"
아니 그러면 어쩌라는건데?!
상황이 급한 건 인정하고 유감이지만 도와줄수는 없다 이거야?
장로에게 실망하고 돌아서려던 때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그가 나를 붙잡았다.
"대신에, 우리들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다른 언어를 알려주지. 충분히 강력하면서도, 많이 알려지진 않은 언어지"
"오오! 감사합니다!"
"단, 순전히 방어 목적으로만 사용하겠다는 조건일세. 지금 같은 상황을 다시 만들고 싶진 않아"
"명심하겠습니다"
적어도 내 부탁이 마음에 닿은 듯, 장로는 내게 한권의 책을 가져다주었다.
[고대의 언어주술서]
[1,028페이지]
[드래곤들보다도 더 오래되었다는 고대 종족의 언어가 담긴 마법서. 사용시 제 4의 언어, '고대어'를 습득할 수 있다]
[고대어로 쓰여진 모든 마법 스킬 습득제한 해제]
[1회성 아이템으로서 한번 사용할 시 사라집니다]
"이 안의 지식을 습득해 자네들의 타이탄 기술이 새겨넣게. 제대로 작동할테니"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한가지 선물을 더 주지"
그러더니 장로는 다시 안으로 들어가 몇가지 장비들을 가지고 돌아왔다.
"검은 더할나위 없이 강하니 필요 없을테고, 그외 몇가지들을 조금 지원해주지"
그가 건넨것은 방어구와 신발, 그리고 장신구 몇개 정도 였다.
[노토스의 천옷]
[매서운 북풍을 상징하는 신의 축복을 받아 제작된 특수한 천옷. 그들이 개입된 이상 얇은 두게와 가벼운 무게는 더이상 약함과 비례하지 않는다]
[방어력 +1,800]
[민첩 +170]
[빠르게 이동할 시 보호막이 생성됩니다. 보호막의 피해흡수량은 순간 최고 이동속도에 비례합니다]
첫번째 갑옷부터 엄청난 놈이 걸렸구나.
시작마을에서 구해두었던 바람기사의 돌풍갑옷도 여전히 쓸만했지만, 이런 게 뜬 이상 이미 관짝행이다.
[제피로스의 신발]
[이동속도 + 900]
[민첩 + 80]
[에우로스의 축복]
[행운 + 550]
[적으로 지정된 상대의 행운을 일시적으로 40% 감소시킵니다]
[보레아스의 귀걸이]
[상태이상 효과 저항력 +720]
"어떤가? 이정도면 답례가 되겠는가?"
"...오히려 제가 답례를 따로 드려야겠는걸요. 승산이 훨씬 늘어난 기분입니다"
"그럼 여기서 노닥거릴 시간이 없겠는걸. 빨리가서 미래의 세상을 구하게"
우리는 장로의 배웅을 받으며 둥지를 떠날 준비를 했다.
목적을 달성하고 시간이 흐르자, 자동으로 과거 세계를 빠져나왔다.
* * *
"그러고보니 이번에도 현우 형이 다 했네요"
"그니까 말야. 요즘 항상 같이 다닐때마다, 주변사람은 다 쩌리가 되는 거 같단 말이지..."
"이젠 그런 말 지겹지도 않냐. 그나저나 이 드래곤, 끝내야겠지?"
HP가 1밖에 남지 않은 상태로 그대로 있던 장로 드래곤.
여기까지 와 놓은 만큼 확실히 끝내놓아야 할것이다.
"..."
그런데, 왜 검이 안쥐어질까.
방금전까지 같이 대화하고 선물도 받은 상대를 직접 손으로 죽이기엔 걸리는 걸까.
게임속의 NPC 캐릭터일 뿐인데도.
"...역시 안되겠는걸. 테오 네가 대신 잡아"
"뭐라고? 막타 경험치를 포기하겠다는 거야? 그래도 너가 다 잡은거나 마찬가지인데..."
"마음이 불편해서 그러는거니까 그냥 너가 처리해줘"
드래곤을 처치한 자에게 막대한 버프를 주는 칭호, 드래곤 슬레이어.
대놓고 내가 하이랭커임을 과시할 수 있는 표식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이번에는 그 휘장을 달고 싶지 않았다.
그냥 기분이 그랬다.
========== 작품 후기 ==========
죄송합니다... ㅠ 한시간이나 늦어부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