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격력 1로 랭커 까지-86화 (87/117)

<-- 마기전쟁시대 -->

85화

"...!"

에렌이 나보다 훨씬 빠른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방금 움직임은 도대체 이해가 안돼.

짧은 거리이지만 순간이동의 가까울 정도의 속도.

거기다가 검이 끝까지 닿았을 무렵 완전히 사라졌다 뒤에서 다시 나타난듯한 그 느낌은... 설마?

"유화술이었냐"

"응? 너가 이 기술의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는거지?"

내가 스킬 이름을 말하자, 오히려 그가 역으로 내게 놀란 듯한 투였다.

하긴 예상하고 있어야 했지.

애초에 과학자라는 직업은 그의 후예라는 컨셉으로 만들어진 것이니, 시작부터 있었던 이 스킬은 에렌이 원조라는 걸 눈치채고 있었어야 했다.

그런 당연한 걸 놓치는 바람에 이 꼴이 나버리다니.

[치명적인 피해를 입으셨습니다]

[관통 상처로 인해 대출혈 효과가 적용되며, 일시적으로 마비상태가 됩니다]

HP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한순간의 방심으로 만들어진 결과.

완벽한 나의 패배.

"조금 더 실력을 닦았다면 날 꺾을 수도 있었을 텐데. 뭐, 이젠 관짝 속으로 들어갈 테니 무의미한가"

"크윽, 너 이 새끼..."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걸 넌 지키지 못했구나. 그 느낌, 저승에서 잘 기억해둬"

에렌이 내 가슴에 박힌 검을 뽑아 안쪽으로 걸어갔고, 위에서 중력마법을 유지하고 있던 드래곤들이 내려와 그를 저지하려 했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막을리가 있나.

"네 이놈 거기 서지 못할ㄲ... 으윽!"

중력장을 벗어나자마자 속도의 한계를 벗어난 그는 순식간에 드래곤을 처리한채 사라져버렸다.

망했다.

이젠 에렌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안쪽으로 가게 내버려 뒀다간 꼼짝 없이 전멸.

내가 따라가려고 해도 지금은 스턴 상태고, 설령 풀린다 하더라도 그를 따라잡기엔 난 너무 느리다.

어떡하지?

그냥 포기하고, 다른 드래곤을 잡아 다시 돌아올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되는건가?

그 고생을 다시 하긴 싫다고.

"잠깐. 굳이 고생할 필요 없잖아"

마검 블러드터스터.

모든 군중제어 효과 제거와 함께 민첩의 3배 뻥튀기.

이 정도라면 즉시 달려가 에렌의 속도를 얼추 맞출 수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투 중에는 타임 리미트 때문에 지양했지만, 지금이라면 얘기가 달라.

더이상 망설이고 있을 시간 없다.

[각성모드 : 마검 블러드터스터에 돌입합니다]

[기절 효과가 해제됩니다]

됐다!

움직임 제한이 풀려남과 동시에 몸이 훨씬 가벼워 졌다.

이 속도라면... 우윽!

"시발 왜이렇게 빠른 거야?!"

드래곤을 잡을 때 썼을땐 이렇게까지 빨라지진 않았는데. 이건 아예 옆이 보이지도 않잖아!

뭐 어찌됐든 상관 없다. 빠르다는 건 그만큼 쉽게 에렌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거니까.

나중에 숫자 계산해보고서야 안 사실이지만, 이 당시에 나는 버프를 받아 민첩이 800정도였던 상태.

거기서 3배 뻥튀기를 했으니, 2,500으로 원래보다 8배 정도는 빨라진 것이었다.

이 상태로 육상 경기에 나가면 뭔 짓을 해도 금메달을 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니, F1 스포츠카 옆에 서서 달려도 절대 뒤쳐지지 않을 것이다.

각종 버프들로 떡칠된 오버스탯은 그만큼 굉장했다.

전속력으로 안쪽으로 달려가자, 곧 보이는 희미한 바람의 형체.

예전에는 거기서 그쳤지만, 비슷한 속력으로 달려가자 그 안의 에렌의 모습까지 슬쩍 보였다.

결국 그가 회관 바로 앞까지 다다랐다.

"시발"

너무 늦은 건가?

안돼. 이제 막 도착했을 뿐이야. 적어도 몇 초 정도는...

"아지이이익!"

더 빠르게. 조금만 더 빠르게!

회관 안까지 들어가 무차별적으로 드래곤들을 베고 있는 에렌이 보인다.

마검의 에너지에 휩쓸려 저항도 하지 못하고 고통스럽게 죽어나가는 드래곤들.

그리고 그가 마침내 장로 앞에 섰을때.

그림자도약으로 훅 앞으로 도약한 관성 그대로 에렌의 등에 검을 찔러넣었다.

"...!"

"아직... 안늦었다고..."

"...살아있었냐. 역시 대단한 놈이야. 마지막에 와서 이런 놈한테 죽을 줄은..."

그때 난 뒤에 있어서, 그가 마지막으로 무슨 표정을 지었는지 보지 못했다.

단지 목소리가 떨렸다.

그것만으로 지금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지 느껴졌다.

"억울한 건 이해해. 하지만, 뭐든지 마음대로 되기만 하는건 아니잖아"

내 말을 들었는지 어쨌는지 알 방법은 없다.

적어도 지금 그는 쓰러졌고, 우리는 드래곤 둥지를 지켜냈다.

*          *         *

"이거, 우리가 큰 신세를 졌군.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을 걸세"

"은혜라고 할 것도 없죠 뭐. 너무 희생이 많았어요..."

장로를 포함한 소수를 제외한채 공격로에 있던 드래곤들이 전부 죽었다.

문득, 내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드래곤들은 에렌에게 전멸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사으로는 살아남은 소수의 드래곤들이 간신히 막아냈다고 하지만, 그게 내가 이곳에 개입할 것을 알았기에 만들어진 역사 같다고나 할까.

어째 내가 아니었으면 이곳이 살아남았을 거라곤 전혀 믿음이 안가서 말이다.

"에렌의 시신은 어떻게 했죠?"

"강력한 봉인마법을 걸어 묻어놓았네. 밖에선 절대 열 수 없고, 설령 어떤 힘에 의해 부활한다 하더라도 절대 나가지 못하도록"

"그렇군요..."

"그럼 이제 슬슬 말해주겠나. 미래의 사람들인 자네들이 이곳에 개입하러 온 이유가 무엇인지"

사건도 정리되었고, 이젠 말해줘야 될 타이밍이려나.

"당신들이 사용하는 마법 언어, 앞으론 봉인하실 건가요?"

"완전히 쓰지 못하도록 하진 않겠지만, 적어도 그들의 기술과는 일정수준 이상 결합되지 못하도록 할 걸세. 그게 얼마나 위험한지 직접 봤으니, 더 이상은 내버려 둘 수 없어"

"그것 때문에 온 겁니다. 봉인을 하지 말아달라고요"

"...자네 지금 제정신인가?"

장로가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해가 갔다.

자신의 동료들을 죽음으로 몰아놓은 기술을 아무런 제약없이 그냥 풀어놓자니.

"미래의 인간이란 존재들은 드래곤만큼 마법에 친숙하지 않습니다. 타이탄의 기술과 결합할 생각은 하지도 못할거에요"

"하지만 자네들이 지금 왔잖나. 그 말은 자네들이 그 기술을 사용하겠다는 뜻이 아닌가?"

"어디까지나 방어를 위한 수단일 뿐이에요"

"방어에 너무 지나친 무기를 사용하려 하는군. 그 시대의 마법만으로 충분하지 않나?"

"평상시라면 그랬겠지만, 이번 적들은 차원이 달라요. 캣츠라는 놈들인데, 우리 능력만으론 '절대' 못 막습니다"

국왕이 캣츠로부터 왕국을 보호하기 위해 함선을 만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놈들도 잠재적인 위험이니 맞긴 할 것이다.

사실상 그 어떤 왕국보다도 난 그 녀석들을 가장 위험한 적으로 보고 있다.

내 말에 장로는 살짝 흥미를 보이는 듯 했다.

그리고 그가 유머 처럼 내던진 말에, 나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캣츠라니 익숙한 이름이군. 그렇다고 뭐, 법이 테두리 밖에서 미치광이처럼 차원석을 모아대는 조직이라도 되나?"

"어떻게 아셨어요?"

"...!!!!"

장로가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이내 내 어깨를 턱 잡으며 소리치는 것이었다.

"그놈들이 그때까지 있다고?!"

"네에?!"

그럼 잠깐.

그 새끼들이 7천만년 전부터 있었다는 거야?!

========== 작품 후기 ==========

또... 또오 늦어부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