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기전쟁시대 -->
84화
"말해봐라 하찮은 생물들아. 어떻게 우리 회의장에 바로 나타난거지?"
"아니. 말해봤자 너흰 이해 못한다고..."
그 고생해서 고룡을 잡은 게 전부 헛수고 같이 느껴진다.
시작부터 드래곤들의 마을회관으로 보이는 곳에 대뜸 떨어져서, 우리 말을 듣지도 않으려 하는 자들한테 묶여 있다니.
여기서는 뭔가가 진행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놓고 우린 미래에서 왔어요! 라고 하기도 좀 그렇고. 이 자리에 묶인채로 계속 심문만 받고 있으니.
"윽, 이거 다시하기 같은 거 할 순 없는거야?"
"그런 부가 설명은 나도 안 읽어봤단 말이야. 그리고 다시하기 해서 어떻게 할껀데? 달라질 것도 없잖아"
심지어 이거, 한 번 나가면 다시 못 돌아온댄다.
그냥 이거 풀고 드래곤 나으리들 목에 칼 겨누면서 협박이라도 해봐?
"이딴 걸로 날 묶진 못한다고!"
유화술을 쓰면 수갑이 계속 따라왔지만, 그림자도약을 사용하자 손쉽게 풀려났다.
바로 가엔을 들고 바로 앞에 있는 드래곤을 향해 달려가 목에 겨누었다.
아니, 겨누려고 했는데.
"스턴!"
"으윽!"
"역시 파이어볼도 못날리는 하찮은 놈들 같으니. 정신마법에 면역력도 없으면서 달려들려고 했던거냐?"
"브레스로 끝내버려"
"아냐. 오랜만에 잡은 타이탄인데, 브레스 직화구이 해먹자"
"그거 좋지. 오늘 저녁은 신선한 고기다아"
"당사자 앞에서 그딴 소리 하지 말라고 개새끼들아!!!!"
퍼엉
...대충 이렇게 되지 않을까.
"드래곤이 열마리도 넘게 있는 자리에서 당당하게 탈주할 생각을 생각을 하고 있다니, 난 얼마나 멍청한거지"
"병 형신이야?"
앞서 고룡 한마리도 파티가 전멸하다시피 하며 겨우 잡은 우리들이다.
저들이 기절 마법 하나만 써도 저항조차 못한 채 다시 꽁꽁 묶일텐데, 그런 방법으로 가능할 리가.
마검 블러드터스터로 각성하면 기절 마법을 제거할 순 있겠지만, 그때부터 닳는 HP리스크가 너무 크다.
그때. 갑자기 회관 안쪽에서 늙은 노인의 모습을 한 자가 나타났다. 저 사람도 드래곤이겠지.
"자, 장로님..."
"밖이 소란스럽군. 무슨 일이지?"
"회관에 침입자가 있었습니다. 타이탄 놈들입니다"
"고위 마법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자들이 어떻게 텔레포트의 기척도 없이..."
"혹시 이 놈들도 영혼전이를 받은 게 아닐까요?"
"흔적도 없이 우리 앞에 텔레포트를 시전할 수 있을 만큼 강한 드래곤들은 현재 전부 살아있네. 거기다가 영혼전이는 이제 금지했지않나"
"그렇다면 이 녀석들은 대체 어떻게?"
"일단 내가 한번 얘기해보도록 하지. 저 자들을 전부 내 방으로 데려오게"
"네? 하지만..."
"내가 설마 이런 자들에게 당할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 거니 부탁하는 대로 해주게"
"...알겠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를 봤을 때 직감했다.
쟤가 우리가 잡은 그 고룡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 * *
"우선 앉지. 마실 것 좀 줄까?"
어느새부터 다른 사람들은 전부 사라지고, 나와 장로 만이 다른 장소로 이동해 있었다.
"테오랑 승현이는?"
"동료라면 그 방에 남겨두고 왔네. 이야기는 자네만 있으면 충분할 것 같아서 말이야"
"볼 사람 없는 곳에서 고문하려는 건가요"
"내가 자네들을 고문해야 할 이유가 있나. 뭘 알고 싶다고 폭력적인 방법을 쓰겠어"
"저희가 뭐하는 사람들인지 궁금하지 않으신가봐요. 저 밖의 드래곤들은 궁금한 것 같던데"
"적어도 자네들이 미래로부터 온 사람들이란 건 알고 있지"
"...시발 뭐라고?!"
"다른 이들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지만 말이야. 내가 일종의 매개체인가 보군. 시간마법의 흔적이 빤히 보였어"
이곳은 예전 타이탄 때처럼 이 드래곤의 머릿속이 아니다.
고급 메모리 테크닉을 얻은 이상 이곳은 고룡을 매개체로 한 진짜 과거. 즉 시간마법인 것이다.
"하지만 시간마법의 흔적 때문에 눈치챈거라면, 우리가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서 온 건 어떻게 알았죠? 거기에 아직 우리의 목적도 모를텐데요"
정체모를 공간까지 잡혀와 놓고 도리어 내가 묻고 있는 상황이라니, 살짝 우습다.
"통찰력이 조금만 있으면 알 수 있겠지. 자네들이 과거에서 왔다면, 저 빌어먹을 검이 얌전히 봉인되어 있겠어?"
그가 가엔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이 타이밍에 온 걸로 보아 목적 또한 저 검과 관련이 있겠지"
"아뇨, 마검 블러드터스터와 이번 일은 관계없어요"
"...? 그럼 왜 온건지 말해줄 수 있겠나"
왠지 너무 순순히 말해주는 것 같긴 하지만, 어차피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말하고 부탁을 해야하니까.
무턱대고 '님들 마법을 봉인하지 마세요!' 따위로 말할 순 없잖아.
"사실..."
내가 상황을 설명하려던 찰나.
갑자기 방 전체가 심하게 진동했다. 돌부스러기 같은게 천장에서 조금씩 떨어져 내린다.
"뭐, 뭐죠?!"
"제길. 경보신호다. 앞의 전사들이라면 막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놈이 벌써 중앙 둥지까지 쳐들어 온거야"
"놈이라면... 설마 에렌이요?"
잠깐, 그렇다는건.
이미 에렌이 드래곤 둥지 안까지 들어와 있었는데 다들 여기 모여서 우리 잡아놓고 회의질이나 하고 있었다는 거야?!
"우리 전사들이 마법으로 막고 있으니 걱정 말게. 가공할 무기가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그래도 우리 본진으로 들어오는건 자살행위라고"
"정말 그걸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거에요?"
"왜 못 막겠나. 우린 수백이고 그 놈은 고작 하나일세. 운좋게 중앙까지 왔지만, 그뿐일세"
"아니요. 저대로 내버려두면 전부 죽을 겁니다"
"...무슨 소리지?"
"저 미래에서 왔다는 거 아시잖아요. 님들 그러다 다 죽었어요. 고작 하나인 저 사람한테"
저 장로를 포함한 몇몇은 살아남았지만, 말해줬다간 괜히 긴장 풀릴테니까 그냥 입다물고 있어야지.
"그, 그 정도로 강하단 말인가...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지?"
나한테 묻지마. 나도 모른다고.
마검 블러드터스터에 대해 알고 있다고 했을 때부터 짐작은 했지만, 설마 에렌이 바로 들이닥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정말 어떡하지?
뭘 어떡해. 싸워야지
"보내주세요. 직접 나가서 에렌을 막아보겠습니다"
"자네 혼자 힘으로 막을 수 있는건가? 우리의 마법으로도 막지 못한 자를 직접 막겠다니..."
"당연히 혼자는 못 막죠. 좀 도와주셔야 되는 게 있어요"
"뭔가?"
"으음, 일단 회복 및 각종 스탯 최대버프랑, 소환마법으로 군대 증원 좀 해주시고. 또 무기 강화 버프랑 브레스 지원사격까지. 그 외에 몇개요"
"..."
장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 작품 후기 ==========
헉쓰! 담편 쓰고 있다가 연재를 깜빡했어용... 12분이나 늦어부렸네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