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기전쟁시대 -->
83화
브레스로 인해 생성된 먼지안개가 걷히고 난 뒤.
"마, 말도 안돼"
"미친. 브레스를 막았어...?"
성검 가디언 엔젤의 모습이 변했다.
순백색의 검신은 그을린 것처럼 새까매졌고, 피를 연상시키는 붉은 빛이 아우라 처럼 감싸고 있었다.
흑마법 스킬에 사용되는 마력이 주위에서 강하게 분출되고 있는 진짜 '마검'이었다.
"하아아아아!"
검을 쥐고 있는 손이 끊임없이 빨라졌다.
민첩 300이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납득이 안될정도로 빠른 속도.
아예 중력이나 저항이라는 개념이 작용하지 않는 것처럼, 아니 그렇다고 해도 물리적으로 저런 속력을 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단 0.1초만에 땅을 박차고 드래곤 바로 앞까지 올라갔다.
거세게 브레스를 한 번 뿜었으니, 당분간 마법공격은 불가능할 터.
뛰어오른 에너지를 다 써서 다시 떨어지기 전에, 녀석의 얼굴에 대고 최대한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쿠오오오!"
여전히 HP는 닳지 않았지만 그래도 녀석은 비명을 지르며 발톱을 휘둘러 날 저지하려 했다.
하지만, 피격의 반동 때문에 발톱은 날 스치지도 못했다.
타다다다다다.
검끝이 붉게 달아오르고 있다. 속도의 한계점에 도다르고 있는 것이다.
빨리, 조금만 더 빨리!
"10, 20, 30, 40"
초당 10스택씩 쌓이고 있지만, 이정도로도 아슬아슬하다.
[HP가 50% 미만으로 감소하셨습니다]
60... 앞으로 조금만...
[HP가 10% 미만으로 감소하셨습니다]
80... 딱 한번만 더 빠르게...
[HP가 5% 미만으로 감소하셨습니다]
"90!"
검붉은 빛이 사라지고, 훨씬 더 밝고 푸른 빛이 퍼져나갔다.
속도의 한계 돌파.
그와 동시에 거대한 충격파가 던전을 덮쳤고, 50억 HP의 고룡이 쓰러졌다.
"시발 잡았다..."
* * *
수아와 엔초가 죽었다.
승현이는 빈사상태까지 갔고, 테오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HP : 129/11,000]
"나도 죽을 뻔 했구나..."
"흐아. 그나저나 현우 너, 방금 그건 대체 뭐야"
"맞아요. 뭔가를 숨기고 있었던 건가요? 이제 시간도 충분하니까 솔직하게 말씀해보시라고요"
이 녀석들, 둘이서 한꺼번에 내게 달려와 묻는다.
똑바로 대답 안해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표정인데. 하긴, 말해줘야 하려나.
"좋아. 궁금한건 다 알려줄테니까, 정리해서 질문 몇개만 추려봐"
"일단 처음 브레스를 막았던 건 뭐고, 그 검에서 나오던 아우라는 뭐였으며, 그걸로 어떻게 드래곤을 잡은거죠??"
...미리 다 정리해놨냐
표정을 보아하니 테오가 궁금한 것도 딱 그정도인 듯 했다.
"그럼 다들, 여기 오기 전에 내 각성모드라던가 그런 건 다 듣고 왔지?"
"물론이죠"
"사실 내 검에도 각성모드가 있어. 일명 '마검 블러드 터스터'. 캐릭터 자체 각성인 에렌의 후예 만큼 엄청난 능력치를 주지"
"어떤 능력치인데?"
"창 띄워줄테니까 직접 봐봐"
인벤토리에서 성검 가디엔 엔젤을 찾아 각성모드 설명창을 녀석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잠시후.
"이런 미르스띤..."
"너 혹시 개발자한테 돈 먹였냐? 그러지 않고서야 너한테만 이런 치트를 줄리가 없다고"
[각성모드 : 마검 블러드터스터]
[장로 드래곤의 봉인을 일시적으로 해제한 상태. 오래 유지하긴 힘들지만 엄청난 효과를 발휘한다]
[모든 군중제어 효과 면역]
[공격력 두 배로 증가]
[민첩 세 배로 증가]
[팁 : 에렌의 후예로 각성한 플레이어와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합니다]
각성모드에서 내 공격력은 3,601.
여기에서 두배로 증가하면, 10스택만 쌓여도 공격력이 3만6천이 된다.
거기다가 민첩은,
"900이 넘는다고... 이거 진짜 너무 한거 아냐?"
"나도 알아"
"그럼, 최종적으로 데미지는?"
"각성모드에 마검각성, 풀스택을 합치니까 대충 140억 정도 딜이 나오더라고. 영혼의 울림 패시브로 간신히 잡았어"
"..."
그렇게 충격이었으려나.
이렇게 강한 만큼 패널티도 상당했지만.
"마검 상태일때는 초당 500의 HP를 소모해. 현재로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20초 이상 유지할 수 없어"
"그런거였구나..."
"아 그리고 브레스를 막은 건, 최대한 빠르게 검을 휘둘러 '검기류 시스템'으로 막은 거야"
워랜드의 시스템으로, 검을 일정 속도 이상으로 휘두르면 속력에 비례한 피해를 흡수하는 기류가 생성된다.
생성조건도 까다로울 뿐더러 속력에 비해 흡수량이 높지도 않아 고인 취급을 받는 시스템.
하지만 그것 덕분에 브레스를 막을 수 있었다.
"브레스를 정통으로 막아줄 정도의 검기류라니... 얼마나 빨랐던 거야"
"공격속도가 초당 10번이 될 정도였으니까. 그나저나, 더 이상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는건 알지?"
"아아, 맞다"
엄연히 말하자면 우린 지금 드래곤을 잡은게 아니다.
죽은 것처럼 기절상태에 있긴 하지만 HP는 현재 1.
내게 메모리 테크닉 스킬이 있기에 선택할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그냥 죽일지, 아니면 과거 속으로 들어가 볼건지.
당연히 우리는 과거로 들어갈 것이다.
땅위에 추락한 드래곤의 눈이 붉게 물들여졌다.
죽기 직전이 되어 메모리 테크닉을 받아드릴 상태가 되었다는 뜻.
[고룡 신드라 에게 메모리 테크닉을 시전합니다. 준비가 되셨습니까?]
"확인!"
[7천만년 전, 마기 전쟁시대로 이동합니다]
* * *
거대한 동굴이 보인다.
크기 덕분에 드래곤 둥지라는 걸 눈치챘지, 정말 멀리서는 그냥 개미집처럼 보였다.
"타이탄이 된건가"
그런데도 용케 드래곤 무리 사이에 껴있을 수가 있다니. 그것도 이런 전쟁시대에.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처럼 인간의 모습을 한 사람들이 열 명 정도 빙그르 둘러 앉아있었다.
폴리모프 같은건가 보네.
그런데... 왜 다들 우리를 처다볼까.
"누, 누구냐! 신성한 의회에 함부로 발을 들이대다니, 겁도 없구나!"
"텔레포트 마법은 차단되어 있을텐데, 어떻게 들어온 거지?"
"잠깐. 이 녀석들, 타이탄이다! 동족이 아니야!"
"저...정말. 마나 하트가 느껴지지 않는다! 감히 이곳에 들어오다니, 뭐하는 놈들이냐!"
무작정 높아보이는 사람들, 아니 드래곤들 사이에 소환되면 어쩌라는건데?! 이러면 뭐 좀 편해질거라고 생각한 건가?
"괘, 괜찮아. 정신 똑바로 차리고 말로 해결하면 무작정 해치진 않을거야"
"...그게 될거라고 생각하냐?"
전쟁이 한창일 시기인데, 적 진영인 타이탄들을 가만히 놔줄리가 없잖아 바보야.
"이 놈들, 전부 체포해"
"시바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