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격력 1로 랭커 까지-82화 (83/117)

<-- 막아둔 문을 뜯어야 할 때 -->

82화

"HP가 50억이라니... 저걸 어떻게 깨라는 건데"

하긴, 이정도의 극악 난이도가 아니면 랭커들이 굳이 파티를 짜서 겨우겨우 깰 리가 없지.

역시 465레벨, 만레벨이 300레벨인 플레이어들은 절대 될 수 없는 '오버레벨 몬스터'다.

솔직히 무리하게는 HP 100억 정도까지 상상해보고 있던 참이라, 그렇게 낙담하지는 않았다.

원래 이런 거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일단 각성모드 설정부터 하고 가야지.

딱히 소모값도 없고 영구적 설정이라 하니, 이렇게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무엇보다 메모리 테크닉을 미리 배워두려면 꼭 해야하는 거니까.

[에렌의 후예로 각성합니다]

잠시 푸른빛 이펙트가 감싸다 사라진 것만 빼면, 딱히 달라진 것은 못 느꼈다.

레벨업해서 민첩이 올라갔을 때처럼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같은 건 없는데.

오히려 살짝 둔해진 것 같달까.

"아, 상태창!"

각성모드가 되었으니, 뭔가가 좀 바뀌었겠지.

[이름 : 현우]

[에렌의 후예/아스칼 개국공신/처형인]

[직업: 과학자]     [Lv. 110]

[HP : 30,000]    [MP : 5,000]

[공격력 : 3,601] [방어력 : 1,500]

[힘 : 309]   [민첩 : 279(+30)]

[지구력 : 309]   [지능: 10]

[행운 : 10]

"오우야... 엄청나네"

이미 많이 올려져 있는 민첩은 내버려두고, 근접계열 직업에게 필요한 힘과 지구력이 반반 올려져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힘, 민첩, 지구력, 지능, 행운.

RPG게임에 필수요소라고 하는 다섯 개의 스탯이 내 상태창에 전부 갖춰져 있다.

HP나 공격력도 엄청나고. 10타만 쌓여도 데미지가 1만을 넘는다.

장비에서 공격력 추가 옵션을 받지 않아도 이 정도라니, 역시 만레벨의 스테이터스는 굉장하구나.

심지어 밑에 항상 거슬리던 '마나, 지능을 요구하는 스킬을 배울 수 없습니다'라는 메세지도 없다.

이젠 메모리 테크닉을 배울 수 있다는 소리였다..

[마법서 : 메모리 테크닉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사용할 시 플레이어의 스킬 목록에 메모리테크닉이 추가됩니다]

지능 스탯이 10밖에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제한메세지 같은 것도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도 확인을 누르자, 5개였던 스킬이 6개로 늘어났다.

[(마법)메모리 테크닉 고급 9레벨]

마스터레벨이 되기 고작 1레벨 전의 스킬. 이 정도면 저 정도 고레벨의 드래곤이라고 해도 분명 메모리테크닉이 먹힐 것이다.

"그럼 준비도 끝났고, 레이드하러 가자!"

우리는 조심스럽게 드래곤이 자고 있는 둥지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넘자마자, 녀석이 눈을 부릅 뜨고 우리를 바라본다.

"쿠오오오!"

레이드 시작 이펙트라도 되는 듯 드래곤은 둥지를 크게 한바퀴 날은 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섰다.

"후우... 다들 준비됐지? 테오랑 내가 제일 앞에서 맞아줄테니까, 승현이랑 엔초가 프리딜을 넣어줘. 수아는 뒤쪽에서 버프 걸어주고"

가장 기본적인 작전이었다.

원래 였다면 테오 혼자서 하드탱커 역할을 해야 했겠지만, 지금 나도 어마어마한 HP바를 가지고 있으니 보태줘야 겠지.

우리 둘은 서로 눈을 맞춘 뒤, 셋을 세고 동시에 달려갔다.

드래곤이 높아 뛰어올라 날갯짓으로 우리에게 바람을 날렸고, 테오가 제일 앞장서 방패로 막아냈다.

"윽! 역시 강해"

직접공격을 받은 게 아니었음에도 그는 열걸음 정도나 물러나야 했다.

"가능하면 정면 방어는 지양하고 회피를 노리자"

"그게 말처럼 쉽나. 너처럼 빠른 애라면 몰라도, 우리같은 뚜벅이는 힘들다고"

녀석이 날갯짓을 멈추고 내려오는 틈에 바로 밑까지 근접한 우리.

거기서부턴 완전한 근접전이었다.

자해 판정이 나오기도 쉬운 초근접인 만큼 드래곤은 광역 마법 대신 발톱을 휘두르는 등 물리 공격을 사용했다.

나도 가급적이면 다른 사람들에게 어그로가 끌리지 않도록 맞아주면서 싸우려고 했지만...

"시발 한대 스치고 5천이 깎이면 어쩌라는 건데?!"

일반적인 탱킹은 불가능하겠고, 그냥 적당히 어그로만 끌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다섯대만 더 맞으면 바로 죽을 테니까.

"힐!"

수아가 기적 주문을 사용하자 대충 1천 정도의 HP가 회복되었지만, 언제까지고 의존할 순 없겠지.

"테오, 잠깐만 하드 탱킹 좀 부탁해. 녀석 등에 올라타서 어그로 딜 좀 넣다 올게"

"알았어. 빨리 돌아와, 나도 힘드니까"

타이탄의 기억 퀘스트 때처럼 드래곤을 서로 부딪히게 만드는 전략은 아쉽게도 사용할 수 없다.

오히려 이럴 때는 드래곤이 많았을때가 낫네.

테오에게 몸빵을 전부 부탁한 뒤, 공격을 회피함과 동시에 유화술로 녀석의 등에 올라탔다.

"쿠오오오!"

타이탄의 몸으로 올라탔을때보다 훨씬 몸집이 커 보인다.

그래도 놈은 내가 위에 있다는 걸 재빠르게 눈치채고는 날 떨어뜨리기 위해 몸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아오 진짜, 커지니까 견제도 더 빡세지는구나"

어차피 기본 공격력이 엄청 높아졌으니, 위험하게 연타 날려서 스택 쌓는 것 보단 천천히 평타를 치는 편이 낳을 듯 하다.

드래곤이 너무 심하게 흔들어대는 바람에 몇대 때리고 그림자 도약으로 다시 내려왔다.

처음엔 잘 되는 듯 했다.

중간중간 우리가 몇 대 정도 맞는 건 감수할 수 밖에 없었지만, 힐러인 수아도 잘 지키면서 나름 딜을 잘 넣고 있다고 생각했다.

녀석의 HP바를 재확인하기 전까지는.

[50,000,000]

"...? 미친 뭔데!"

"분명 계속 때리고 있었잖아. 그런데도 HP가 조금도 닳지 않았다는 건 대체..."

오버레벨 몬스터인 만큼 차라리 쥐뿔만큼이라도 닳았다면 방어력이 너무 높아서 그런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건 아예 데미지가 없다잖아.

"잠깐. 나 이거... 예전에 공략 사이트에서 본 적 있는 것 같아"

"이거라니? 뭘 말하는 거야"

"드래곤 둥지의 난이도도 여러 등급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그중에서도 가장 어렵다고 알려진 고룡은..."

고룡은...?

"젠장, 뜸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다른 드래곤에 비해 HP도 월등히 높은데다가 모든 물리피해와 마법피해에 면역. 고정피해를 입히는 공격만 허용돼"

"미친... 그걸 어떻게 잡으라고..."

고정피해라는 건 애초에 '무슨 일이 있어도' 대상에게 고정된 데미지를 줄 수 있는 공격.

물리나 마법 공격과 달리 방어력/마법 저항력 자체를 무시하는 만큼 흔하지도 않다.

흔하지 않을 뿐만아니라, 고정 공격으로 입히는 피해도 밋밋한 수준.

"다들, 고정 피해 스킬 있어?"

"네. 저한테 하나 있긴 한데... 쿨타임도 길고 데미지가 130 밖에 안들어가요"

"승현이 한테 하나 있고, 엔초나 테오는?"

"나는 애초에 탱커라서 공격 기술은 많이 빈약해..."

"저, 저도 CC기 스킬 위주로 올려서 고정피해는..."

젠장. 그럼 어쩌라는건데!

"크아아아!"

고룡이라는 저 녀석이 갑자기 지표면으로 부터 높게 날아올라 우리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뒤쪽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서리 이펙트를 통해 스킬 공격을 준비중이라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모두 피해! 저걸 정면으로 맞았다간...!"

늦었다!

"꺄악!"

순식간에 날아들은 수십개의 얼음 창.

난 간신히 피했고 테오는 방패와 HP빨로 어떻게든 버텨냈지만, 뒤에 있던 사람들은 그럴 방법이 없었다.

정통으로 맞은 수아와 엔초는 바로 즉사. 승현이는 HP가 1% 정도 밖에 남지 않은 빈사 상태가 되어버렸다.

나도 힘들게 피하느라 탈진한 상태.

그 상황에서, 고룡은 바로 다음 스킬을 준비 하고 있었다.

"아 제발..."

얼음 속성의 용답게 입김을 후우 불자 냉기 결정이 가득 모인다.

아이스 브레스다.

어떡하지? 한 턴 실패하고 다음번을 노려야되나?

하지만 그렇게 되면 패널티로 능력치는 더 떨어지게 되겠지.

지금도 이렇게 허무하게 졌는데, 하물며 두 레벨정도 떨어진 상태에서 재도전 한다고 확률이 높아지진 않아.

무리를 해서라도 이번에 깨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쓰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인데...

"시바아ㄹ... 브레스 같은 건 나도 못 버틴다고. 그냥 사냥노가다로 좀 더 성장한 다음에 다시 오자"

"그래요 형. 이번에는 너무 정보가 없었어. 차라리 다음을 노려요"

이미 HP가 많이 깎인 테오와 승현이가 뒤에서 날 설득했다.

"...아니, 잡을 수 있어"

"네?"

숨겨야 하는 비기이니 뭐니하는 배부른 소리 할 때가 아니다. 지금은 전력을 다해야 돼.

"다들, 여기서 뭘 보든 간에 입 닥치고 있어. 스샷이나 클립 같은 거 찍을 생각은 꿈도 꾸지 말고"

"으, 응... 뭐길래..."

둘의 의문에 답해줄 시간 따위 없이, 곧장 고룡을 향해 달려갔다.

"콰아아아!"

고룡의 주둥이에서 얼음 브레스가 쏟아져나오는 그 순간.

손에 쥐고 있던 가엔이 검붉은 색으로 물들여진다.

나는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고, 재빠르게 지나간 궤적이 기류를 형성해 브레스를 쳐내었다.

[각성모드 : 마검 블러드터스터에 돌입합니다]

========== 작품 후기 ==========

여기도 예전부터 생각해두고 있던 장면... 앞으로 두 스팟 정도 남은 것 같네용. 그때까지 파이팅하자 아자아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