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격력 1로 랭커 까지-80화 (81/117)

<-- 막아둔 문을 뜯어야 할 때 -->

80화

2주일. 워랜드 시간으로는 무려 두 달만의 접속이었다.

"그래. 이거지"

워랜드의 공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일종의 향기랄까.

직접적으로 비교하자면 똑같을 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느낌적으로는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적어도 캣츠 놈들이랑 바로 만나진 않을테니 괜찮겠... 응?"

분명 저번에는 던전입구에서 한참 떨어진 포탈 앞에서 로그아웃 했었다.

위장하기 위해 감시도 입구 앞쪽에서만 하고 있을텐데, 얘네가 왜 여기에 있는건데?

"누구신데 갑자기 나타나신거죠?"

"아... 그냥 지나가던 길입니다! 요 근처에서 약재를 찾아 돌아다니다가 실수로 우물에 떨어지는 바람에... 하하!"

좋아. 저번의 그 녀석들은 안보이니, 적당히 약재상인으로 위장해서 나가면 될 줄 알았다.

"그러셨군요. 출구는 저쪽입니..."

"잠깐! 저 새끼, 그 이번에 뉴 랭커라는 그 현우 아니야?!"

"맞는거 같은데?"

"위쪽에서 척살령 걸었다는 그 놈 말이야?"

"...이래서 눈치 빠른 새끼들이 싫다니까"

약속 지켰잖아. 분명 던전 먼저 깨면 풀어주겠다고 해서 먼저 클리어했는데 이래도 되는거야?

잠깐. 내가 던전 깨고 차원석을 줬던가?

[던전 클리어보상 : 차원석 x10]

안줬구나.

"..."

"잡아라!"

30명 정도 되는 전사들이 날 잡으려고 달려온다.

예전이었으면 어떻게든 상대해보려고 했겠지만 이 녀석들, 그때보다 훨씬 재빨라보이는 놈들이라고.

거기다가 꽤 오랫동안 쉬어서 그런지 유화술이나 회피타이밍도 다 까먹었고, 몸도 지금은 말을 제대로 안 듣는다고.

민첩이 300을 넘은 움직임 정도는 현실에선 불가능한 수준이니까, 오래 로그아웃 했었더니 몸이 그런 명령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었다.

결국, 지금은 그냥 튀는 방법 밖에 없었다.

[포탈에서 퇴장하시겠습니까?]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예를 눌렀고, 잠시 후 그 우물 앞으로 이동되었다.

좀 있으면 놈들도 올라올테니, 빨리 숨어야 돼.

다행히 주변에는 나무나 바위가 많이 있었고, 녀석들이 우물 위로 올라오기 직전에 숨을 수 있었다.

"젠장, 그 새끼 벌써 도망쳤어!"

"단순 민첩 스탯으로는 전 서버 통틀어서 탑 급이라니까. 그래도 이렇게 빠를줄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빨리 뒤져봐!"

이미 늦었어 자식들아.

그들이 주변을 차례차례 둘러볼 동안, 나는 재빨리 텔레포트 수정으로 숲을 떠났다.

*         *        *

꽤 쉬어서 그런지 텔레포트 수정은 풀로 충전된 상태였고, 바로 로드란까지 올 수 있었다.

역시 바로 찾아간 곳은 집.

수시로 청소부가 들려가서 그런지 먼지가 쌓인 틈도 보이지 않았다.

구석에 쑤셔넣어뒀던 허수아비도 그대로 있고, 한참전에 살던 때와 전부 똑같았다.

"후아, 이제야 돌아온 느낌이네"

침대에 드러누워 손등과 이마를 맞닿게 한 채로 숨을 크게 쉬었다.

실제의 나는 지금 캡슐에 가만히 앉아 있지만, 이곳에서는 어떻게든 움직일 수 있고 어디로든 갈 수 있다.

그것이 워랜드, '가상현실' 세계인 것이다.

"USB는 잘 작동한 건가? 아직 바뀐 건 안 보이는데"

혹시나 스킬목록에 등록된건가 하고 보니, 역시 신규 스킬 하나가 추가되어 있었다.

[각성모드 : 에렌의 후예]

[사용할 시 영구적으로 각성모드에 돌입한다. 각성모드는 언제든 시전자 의지대로 해제가 가능하다]

[모든 기본적인 스테이터스가 생성되며, 스탯 값은 만레벨의 포인트를 기준으로 자동분배됩니다]

[모든 스킬습득 제한이 해제되고, 새로 습득한 스킬은 전부 고급 9레벨로 고정됩니다]

"미친...?"

역시 개발자가 퍼준 스킬. 이거 사용했다가는, 정말 순 전투력으로도 랭킹 1위를 달성할 지도 모른다.

스테이터스가 만렙 기준으로 자동분배라니. 그러면 사실상 만렙이 된다는 소리잖아?

이것만 있으면, 정말 워랜드에서 뭐든지 할 수 있는게 아닐까?

*         *        *

침대에 누워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던 도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그러고보니 왕성에도 가봐야 하려나. 얘기 안한지도 꽤 됐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도는 들어야지"

바로 로드란 중앙으로 향했다.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지 이번엔 경비들이 막았지만, 정보창을 보여주자 오해는 쉽게 해결되었다.

"한동안 소식이 안들려서 걱정했었다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겼을까봐 조마조마하던 참이었지"

"네... 한동안 사정이 있어서 돌아올 엄두를 못 냈었답니다. 캣츠와 관련해서는 뭔가 징조가 있나요?"

"아직 확실한 것은 없다만... 녀석들의 시설이 있는 미개척지 부근에서 요즘 반란활동이 일어나고 있네"

"마침 남향왕국 주변에 있던 곳인가요. 캣츠도 아스칼의 반대파에 속했으니, 무조건 연관성이 없다곤 할 수 없겠네요"

"아무리 신생왕국이라곤 하지만 아스칼도 강한 나라이니 일단은 그쪽에게 맡기고, 좋은 소식이 하나 있네"

이런 상황에 무슨 소식일까.

세금을 올렸다느니 왕궁 보수공사가 끝났다느니 그딴 소리는 아니겠지.

"지하동굴에서 개발중이던 최종병기가 드디어 완성되었네"

"오오!"

벌써 완성되었다니.

그렇다면 당연히 가봐야지.

국왕의 안내를 받아 병기가 개발중이었던 지하로 내려가보았다.

"우와..."

그 넓은 지하를 꽉 채울 정도로 거대한 선체가 눈에 들어왔다.

뼈대만 갖춰져 있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엄연히 하나의 전함이 되어 있었다.

"이런 건 다른 왕국에선 꿈도 못 꿀 병력이죠... 이것만으로 한 나라의 군대를 전멸시킬 수 있을 지도 모르지 않나요?"

"그렇다고 해도 당장엔 사용할 생각이 없지만 말이지. 일종의 수호자 같은 인상으로 평생 에킬라의 적을 막아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네"

"역시 그렇겠죠"

"한번 들어가 볼텐가? 자네에게 최초로 시동을 걸어볼 기회를 주겠네"

"정말입니까? 그러면 저야 감사하죠"

이런 호의는 거절하는게 아니다.

함선 안에 있던 npc들의 안내를 통해 함교까지 들어올 수 있었다.

"그러니까, 여기 구멍에 키를 넣고 돌리면 된다고요?"

"네. 키는 서랍 안에 있어요"

서랍을 열자 손가락만한 작은 열쇠가 나왔다.

이거 무슨 SF영화에서나 볼 법한 시스템인데, 중세판타지 게임에서 이래도 되는건가.

뭐 어쨌든 내 입장에선 세기만 하면 상관없지.

지금 시동을 걸면, 워랜드에서 그 어떤 것도 감히 대적할 수 없는 무기를 깨우는 것이다.

방어용이라곤 하지만 그게 어떤 목적으로 사용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언젠가 같이 싸우거나, 아니면 내가 직접 부숴야 할 상황이 올 지도 모른다.

철컥.

열쇠를 잠깐 쳐다보다가, 주저하지 않고 구멍에 넣어 돌렸다.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이거, 왜 안돼?"

========== 작품 후기 ==========

선추코 한번씩 부탁드려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