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격력 1로 랭커 까지-77화 (78/117)

<-- 널 찾아 헤메고 있어 -->

77화

"당신이 그 전설의 개발자였다니, 당신한테 묻고 싶은 게 너무 많았어요"

"워랜드 유저라면 대부분 그렇겠지. 특별히 QnA 해줄테니까 질문 다섯 개만 해봐"

개발자에게 직접 게임에 대해 질문할 수 있는 기회라니.

궁금한게 정말 많다.

일단 첫번째로.

"무슨 생각으로 이딴 직업을 만든건데요?! 다짜고짜 시험 같은 걸 한다더니, 과학자라니"

"...역시 그게 조금 충격이었나. 뭐 어쨌든, 결과적으로 좋지 않아?"

"네?"

"HP가 1인 대신에, 공격을 회피할 스킬도 있고 높은 민첩으로 공격 자체를 회피하기도 쉽고"

"그, 그건 맞지만..."

"거기에 연속공격 중첩만 쌓이면 오만상 쎈 깡딜이 나오잖아.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고 생각해"

"그러면 왜 저한테만 그런 게 생긴건데요? 분명 다른 사람들한테는 그런 시험이 생겨나지도 않았는데"

예전부터 항상 궁금했었다.

이게 정말 히든클래스고 전체 게임을 통틀어 중요한 무언가의 역할이라면, 왜 하필 나인지.

"흐음... 뭐 굳이 비밀이라던가 그런 건 아니니까, 대신 잠깐만 기다려봐"

정찬호는 의자를 돌려 컴퓨터를 키더니 내쪽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키보드를 계속 두드렸다.

"뭘 하시는 거죠?"

"한 10분이면 되니까 조금만 기다려. 그 다음에 전부 설명해줄게"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멍하니 앉아있을 수 밖에 없었다.

정확히 10분 후.

"됐다!"

정찬호는 컴퓨터에서 USB를 뽑더니 아까전 내 눈을 스캔했던 초기형캡슐의 단자에 꽂았다.

"이건 뭐죠?"

"그 질문에 대답해주려면 알려줘야될게 좀 많아서. 여기다가 데이터를 저장해뒀으니까, 직접 들어가서 확인해봐"

말로 설명하기 귀찮으니까 가상현실에서 대답해주겠다는 건가.

나야 뭐 대답만 들으면 괜찮으니까.

"그런데 얘는 접속 버튼이 없네요?"

"기본적인 기능만 있는 초기형이라 인터페이스가 좀 부족하거든. 준비되면 내가 수동으로 연결해줄게"

"네. 준비됐어요"

"좋아, 정신 똑바로 차리고 들으라고. 한번만 재생되니까"

*          *         *

맑은 하늘과 잡초가 무성한 초원.

시원한 바람이 귓등을 스치고, 멀리서는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온다.

"워랜드...인가?"

"그랬었지"

"히익! 언제 또 여기에..."

내 등 뒤쪽에서 나타난 정찬호를 보고 깜짝 놀랐지만, 이게 이 사람이 만든 세계라는 걸 기억하고는 다시 진정했다.

"우선 네 질문에 대답을 하기 위해서, 이 세계관의 알려지지 않은 역사로 들어가볼거야. 솔직히 나도 누군가한테는 말해주고 싶었었지"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초원이 사라지고 거대한 지하동굴이 나타났다.

"드래곤 둥지"

그냥 평범한 둥지가 아니었다.

수십, 수백의 드래곤들이 얽혀 사는 왜곡 공간의 드래곤 도시.

둥지들이 길을 통해 이어져 있는 모습이 개미집을 연상시켰다.

그리고 다음으로 나타난 것은, 지상 위의 타이탄이였다.

"여기까진 다 알고 있겠지. 지상을 점령한 타이탄들은 욕심이 났고, 드래곤들과 전쟁해 두 종족 모두 자취를 감췄다. 너 정도면 참회의 공간에 대해서도 알 거고 말이야"

"타이탄들이 동족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

"하지만, 여전히 이것만으론 설명되지 않는 게 있어"

"...!"

불타고 있는 드래곤의 도시.

"전쟁에서 밀려 참회의 공간으로 달아나버린 타이탄들이, 어떻게 드래곤들과 동반자살을 할 수 있었을까"

"...듣고보니 그렇네?"

드래곤들을 잡으려면 그만큼 강력한 무기가 필요한데, 타이탄에게 그런 것이 있었다면 이렇게 전쟁에서 동족이 전멸되진 않았을 것이다.

"드래곤과 타이탄의 전쟁이 막바지에 다다를 때 쯤. 황제는 암살당했지만, 아직 수도에는 한 남자가 남아있었지"

남자의 이름은 에렌.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마나의 주머니를 타고 난 돌연변이였고, 타이탄의 기술에도 능통했다.

"그런데 어느날, 도시에서 사망한 드래곤의 시체에서 영혼 전이(轉移)를 당하곤, 드래곤의 언어와 마법주문을 통달하게 돼"

하지만 그의 강한 정신력 때문에, 숙주를 차지하고서도 드래곤은 제압당한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마법과 과학, 양대 종족의 모든 능력을 가지게 된 에렌.

결국 두 기술을 결합해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무기를 만들어낸다.

단 1인 만으로 종족 전체를 전멸시킬수도 있는 양날의 검.

"마검 블러드터스터(BloodThirster)"

순간 잘못들은 것은 아닌지 내 귀를 의심했다.

"블러드터스터라면..."

"네 검의 각성모드. 나도 알아. 우연 따위는 아니니까 앞으로 하는 말을 잘 기억해둬"

능력을 각성한 에렌은 홀로 드래곤 왕국에 침입했고, 단 혼자만으로 드래곤을 거의 전멸에 몰아넣었다.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폭주 광전사. 당시 그의 소문을 들은 타이탄과 드래곤 양측에서 그렇게 불리었다.

"그렇지만, 이것으로 부족했던 피바라기는 주인의 피마저 갈구했지"

결국 힘을 다해 드래곤의 둥지에서 숨을 거둔 에렌.

그로 인해 대부분의 드래곤이 전멸했고, 승리가 확실한 기세였던 드래곤들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각자의 둥지로 모습을 감춰야했다.

마지막 남은 드래곤 장로는 에렌의 시신을 봉인.

그의 검은 봉인 마법을 이용해 막을 수 없는 폭주성을 제압한 성검 '가디언 엔젤'이 덧씌워졌다.

"그런거였구나..."

어쩐지 다른 무기에선 찾아볼 수 없는 각성모드 같은 게 있었지.

"숙주인 그에게 전이되었던 드래곤은 죽었지만, 아직 영혼전이를 할 수 있는 에렌은 몸을 버리고 영혼의 형태로 아스가니아를 떠돌아다니게 되지"

그리고 그 영혼이 닿은 게 나인 것이다.

"그렇다면, 전 왜 에렌만큼 강하지 않은거죠?"

"아직은 그에게 시험받고 있으니까. 처음부터 강하면 RPG가 아니잖아?"

그렇긴 하네.

"직업 이름이 과학자인 이유는 기술자였던 에렌의 뒤를 이었기 때문인가요?"

"그렇게도 생각해볼 수 있겠네"

뭔데 저 알송달송한 대답은.

"과학자는 계정을 새로 생성한 유저 중 이전 플레이 경험이 있는 유저, 그중에서도 일 평균 접속시간이 가장 많았던 유저에게 주어지는 직업이었지"

"...가장 게임을 오래할 수 있는 폐인을 고르신거군요. 그걸로 제가 선택된거고"

"워랜드에 모든 걸 바칠 수 있을 사람이 맡아야하니까. 물론, 시험이란 건 이 무작위 이벤트를 정당화하기 위한 일종의 핑계였어"

거기서 무슨 짓을 했든 과학자가 됐을 거라는 거네.

"캣츠에 대해서는..."

"적에 대한 정보를 쉽게 말해주면 게임하는 재미가 없잖아. 직접 알아내"

"..."

아 맞다! 진짜 궁금한게 하나 더 있어.

========== 작품 후기 ==========

9시 연재 자꾸 까먹어 ㅠㅠ 정시를 맞추려고 해도 계속 잊어먹네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