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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력 1로 랭커 까지-71화 (7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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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화

"시작부터 몬스터인건가"

잡지 못할 정도로 강한 놈들은 아니지만, 꽤 성가신 몬스터.

거기다가 머릿수에서도 우리가 한참 밀리니 신중하게 상대해야 할 것이다.

"넌 일단 뒤로 물러나있어. 내가 상대할게"

유희를 안전한 뒤쪽으로 보낸 뒤, 가엔을 뽑아들어 고블린 무리를 주시했다.

괜히 선진입했다가 다굴 맞아 죽을 수도 있으니 최대한 사리면서 각을 볼 생각이었다.

저 녀석들이 먼저 들어오지 않는다면 굳이 상대해줄 필요도 없겠지.

"크와와왕!"

"흐미, 소리 한번 우렁차구나"

한껏 분노에 찬 녀석들은 고함을 지르며 내게 달려왔고, 나도 녀석들에게 달려가 맞부딪혔다.

"생각보다 너무 둔하다고, 너희들"

정면으로 돌격하면서 몸을 살짝 트는 것만으로 충돌을 회피하고, 곧바로 달려가며 한방 씩 먹여주었다다.

타다다닥.

"꾸에에엑!"

"아프지도 않으면서 뭘 엄살이야. 진짜는 좀 뒤부터라고"

워낙 머릿수는 많고 미로는 좁은지라, 수차례 고블린들을 베며 스택을 쌓기가 쉬웠다.

한 번에 여러명을 베어도 스택은 한번밖에 안 오른다는 게 살짝 불만이었지만, 그래도 엄청 빠르게 60회까지 찍을 수 있었다.

그 다음엔 뭐 있어, 한 두방으로 다 썰었다.

"우와, 굉장해... 예전보다 더 멋져요!"

"훗. 그런데 예전에는 뭐 어땠던 건데... 다를 것도 없잖아"

"음, 글쎄요. 무기가 바뀌어서 아닐까요?"

확실히 가엔이 예전 초보자의 검보다 훨씬 더 간지나게 생겼긴 하다.

"어쨌든 이걸로 첫 몬스터 무리는 해치웠고, 이젠 길을 찾아야 되려나"

미로 던전 안에서는 시스템 맵 사용이 불가능하지만, 대신에 던전 내부의 맵 데이터로로 대체되었다.

그렇다고 해도 가운데 보스방과 우리가 지나온 길만 표시되어 있지만.

"미로 전체가 보이진 않는구나..."

"그렇게 되면 애써 미로 던전을 만든 이유가 없어지잖아. 그래도 보스방까지 어느정도 거리가 남았는지 정도는 알 수 있게됐고"

역시 아까 그 녀석이 말했듯 현재 우리는 미로의 제일 가장자리에 있었다.

"그래도 보스방까지의 거리를 보면 몇주 씩 걸리지는 않을 것 같네."

외형은 여러 길로 갈려져 있는 동굴이었고, 길을 선택하면 계속 여러 갈림길로 나뉘어져 있는 구조였다.

지도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랑 남은 거리를 확인하는 용도 정도 이려나.

"잠깐."

"네?"

"얘네는 주기적으로 여기 와서 차원석을 캐간다고 했지. 아마도 꽤 많이 와봤을 테니까..."

설마 이 새끼들, 처음부터 미로를 전부 외워두고 있었던 건가?

아무리 스폰위치가 랜덤으로 설정되어 있다 해도, 지도가 있고 모든 위치에서의 길을 외워두고 있다면...

"처음부터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냐"

지금 당장, 녀석들이 우리보다 먼저 던전을 클리어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        *       *

허무하다.

반드시 빨리 클리어하겠다는 생각으로 왔었는데, 사실 절대 이길수가 없는 싸움이라니.

"속터져서 못해먹겠다 시발"

고블린 무리들을 해치운 자리 바로 옆에 드러누웠다.

이 이상 움직인다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어.

처음부터 자기네들이 질 수가 없는 상황이었는데...

"괜찮으세요?"

"괜찮을 리가 있겠어. 지금 상태를 봐"

유희는 아까부터 계속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날 쳐다보고 있다.

젠장, 뭐가 안쓰러워서 저러는 거야?

"그냥 포기할래. 어차피 이기지도 못할 거 체력낭비해서 뭐해"

솔직히 말해서 이때 이말은 진짜 진심이었다.

시작할때부터 이길 수 없는 게임이었다는 점에서 마음속이 허탈했고, 속으로도 반쯤 자포자기한 상태였으니까.

그런데, 유희한테 이 상황은 그런 식이 아니었나보다.

"무슨 말을 그런식으로 해요?! 그런 건 전혀 현우 님 같지 않아요!"

"나, 난 그저..."

처음 만난 뒤 처음으로 언성을 높히는 그녀를 보며, 난 당황했다.

"결과가 안좋다면 그냥 때려치면 되는건가요?! 조금 더 최선을 다해볼 생각을 하셔야죠!"

"..."

얘한테도 이런 면이 있었구나.

"이번 일이 실패하면 어떻게 될지 알아요. 아마도 다시 워랜드에 접속하긴 힘들겠죠. 우리도 만나지 못할거고요"

그러곤 잠시 뜸을 들이더니, 애써 내게 활짝 웃어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게 정말 마지막이라면, 그런 식으로 포기하면서 마무리하진 말아주세요! 아무리 게임속이라 하더라도, 저한텐 소중한 추억들이니까"

"...이거 꽤 감동받았는걸"

"네?"

피식.

"그래. 내 머리가 잠깐 어떻게 됐나봐. 이렇게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지"

"..."

"좋아, 이젠 정신 바짝 차렸어. 꼭 미로를 클리어하자! 놈들보다 빠르든, 늦든"

"네!"

유희의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그때.

쿠구구궁.

"히익! 뭐, 뭐야?!"

"던전이 무너지고 있어요! 빨리 피하셔야되요!"

땅이 심하게 흔들리며, 주변의 돌멩이들이 부들부들 진동했다.

"아니, 이건 무너지는게 아냐"

동굴 미로의 벽들이 끼익거리며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멀쩡하던 면이 갈라지고 떨어져있던 면들은 서로 붙기도 하면서, 최종적으로 전혀 다른 미로의 모습을 만들어갔다.

진동이 멈췄을 때, 미로의 구조는 처음 봤을 때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현우 님, 이건..."

"시바아알 이거다!!! 됐어!!!"

오늘 처음 와보는 곳이니 주기적으로 미로 구조가 변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번 한번만 변했던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것으로 녀석들이 외워두고 있던 미로의 구조는 완전히 무용지물.

이제야 드디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됐어... 됐다고...! 크흡!"

"수, 숨막힌다구요!"

흘러나오는 눈물을 훔치며 본능적으로 유희를 와락 끌어안았다.

"미안해. 나 너무 긴장했던 것 같아. 말도안되는 치트에 당해서 워랜드를 접어야될까봐, 너랑 다시는 못 만날까봐"

"아이 참. 완전 애잖아, 바보."

그러는 너도 지금 울고 있잖아 이 바보야.

이제 막 구조가 바뀌었으니 잠깐정도는 시간 적 여유가 있겠지.

던전 공략도, 심지어는 게임 속이라는 것조차 잊은 채 우린 가만히 있었다.

그저 지금 있는 그대로, 그뿐이었다.

========== 작품 후기 ==========

으아... 마감 늦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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