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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화
"으으... 아파라"
낙하데미지는 받지 않았지만 착지 할때의 충격으로 하반신이 저려왔다.
꽤 지하에 있는 곳인지 우물에서부터 들어오는 햇빛은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고, 꽤 넓은 바위동굴처럼 보였다.
"되게 깜깜하네요. 어? 저 쪽에 문이 있어요!"
유희가 가리킨 방향에는 10m 쯤 되는 한 쌍의 대문이 보였다.
유독 그 문 주변의 돌들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대문의 양 옆으로는 횃불이 활할 타고 있었다.
"이게 캣츠의 시설이라고? 아무리봐도 그냥 던전으로 밖에 안 보이는데"
[히든 던전 : 아바돈의 미로에 입장하시겠습니까?]
확실히 진짜 던전이다.
일단 이게 녀석들의 시설은 아니라는 건데, 이 근처에다 뭔가를 설치해 놓은 건가?
"현우 님, 방금 최초 발견자 메세지가 안 나왔죠?"
"응. 그렇긴 한데...!"
히든 던전은 말그대로 '숨겨진' 던전.
여러 사람들에게 발견될 확률이 굉장히 적기 때문에, 보통 히든 던전을 발견하면 기본적으로 최초 발견자 메세지도 따라온다.
그런데 최초 발견자가 아니라는 건, 이전에 여길 찾아온 놈들이 있다는 거지.
그때.
"누구냐? 감히 겁없이 이곳에 들어온 자들이"
아무래도 저 녀석들인 것 같은데.
나는 천천히 녀석들의 장비를 살폈다.
꽤나 잘 갖춰져 있다.
레벨대는 조금 낮아보이지만 장비빨이 상당해보인다.
이거 무턱대고 적으로 돌렸다간 큰일 날지도 모르겠는데.
"너희는 뭐하는 놈들이지? 신원을 밝혀라"
"캣츠에서 왔습니다"
아무 상관 없는 놈들이면 '뭔 개소리야' 같은 반응을 보일 테니 구라 쳐도 상관 없겠지.
"오오, 아군이다! 증원을 보내준 건가."
캣츠 맞네.
"아군은 개뿔, 관둬라 시발"
녀석들이 내 말을 듣고 이상함을 눈치채기도 전에 나는 가엔을 뽑아 대장으로 보이는 녀석 바로 앞까지 다가가 목에 겨누었다.
"히익! 미친... 대체 어느 틈에..."
"대, 대장! 저 새끼, 이번에 새로 갱신된 그 하이랭커 아냐?!"
"마, 맞는 거 같은데?! 검 생긴게 똑같이 생겼어!"
하아. 이렇게 세상물정 모르고 살 것 같이 생긴 새끼들한테도 벌써 소문이 닿은 거야?
"내가 누군지는 그쪽이 알 필요 없고, 캣츠 일당인 건 확인했으니까 질문에 대답부터 해 줘야 겠어"
"풋, 지금 당신이 협박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계신겁니까?"
"뭐라고?"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미 저희 내부에는 당신에 대한 소문이 쫙 퍼져있습니다. 어떻게 안 건지 주요시설을 전부 찾아내서 무력화 시키고 있다더군요."
저쪽에서도 내가 이미 유명인이었던 건가.
"하지만, 그렇게 활개를 치고 다니시면 비밀유지가 힘들 다는 것 쯤은 알고 계실텐데요"
"아직 무슨 의도인지 잘 모르겠는데. 나한테 비밀 같은 게 있을리ㄱ..."
"하! 이래도 내빼시다니. 당신의 공격력과 HP가 1인 것 쯤은 전부 다 파악되어있단 말입니다!"
"시발 뭐라고?!"
이, 이사람들이 어떻게...
"즉, 패시브 중첩이 쌓여있지 않은 상태에서의 당신은 '전혀' 저희를 협박할 수 없다는 거죠. 그 반대라면 모를까!"
턱.
"윽! 어느 세월에 뒤를..."
"꺄악! 이거 놔!"
시간을 끌동안 기습해 우리를 잡은 녀석들은 씨익 웃었다.
"뭐, 그렇다고 해도 말야. 난 너가 싫지 않아. 솔직히 같은 플레이어기도 하고, 캣츠 그 녀석들도 보수가 쏠쏠해서 그렇지 마음에 안 든단 말야"
"요점이 뭐지? 그냥 우릴 죽이고 무한척살령 내리면 되잖아"
"하아, 진짜 그렇게 되고 싶어? 원한다면 당장이라도 해줄게"
"...미안"
"어쨌든, 그래서 제안을 하나 하지. 이게 던전이라는 것 쯤은 이미 알고 있겠지?"
"물론"
"뭣 때문에 캣츠가 이 던전을 장악하고 있는지도 알고 있나?"
그야 당연히 모르지.
애초에 던전의 형식이나 보상, 오픈 주기도 모르는데 그런 걸 알 수 있을리가.
"던전의 클리어 보상으로 꽤 많은 차원석을 줘. 이제 대충 알겠냐?"
"아아. 조금은"
목적이야 불문이지만, 녀석들이 대량으로 차원석을 사들이고 있다는 건 그 상인으로부터 알고 있었다.
암거래도 모자라서 던전 돌아서까지 모으고 있는 건가.
"당연히 반복성 던전이고, 오픈 주기마다 몇명을 뽑아서 클리어해가는거야"
"그리고 오늘이 오픈주기다? 그래서 우리보고 도와달라는 건가?"
"아니, 물론 아니지. '경쟁'을 하자는 거야. 만약 너희들이 우리보다 먼저 보스방을 찾아 클리어한다면, 너희를 풀어주고 약간의 정보도 알려주지. 차원석은 우리한테 넘기고 말야"
"...너희가 먼저 클리어하면 물어볼 것도 없겠군"
무한척살이겠지 뭐.
"많이 돌아본 놈이 유리하겠지만, 방법이 없는 것 같네. 좋아. 하지만 최소한 던전의 형식이라도 알려주지?"
"동굴미로 형식이야.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장자리 지역에 무작위로 소환되지. 곳곳에는 몬스터가 있고, 보스방을 찾아서 보스를 죽이면 돼"
"며칠은 잡고 하는 건가 보네"
"그 정도도 못할 정도로 시간이 없는 건 아니잖아? 그랬으면 단시간에 하이랭커까지 오르지 못했겠지"
젠장, 이녀석 날 너무 잘알고 있잖아.
"더 이상 할 말 없으면 바로 들어가지. 빨리 끝낼 수록 녀석들도 좋아할테니까"
그제서야 녀석들은 우리를 풀어주었고, 나는 바로 유희에게 달려갔다.
"괜찮아?"
"네... 그래도 빨리 끝냈으면 좋겠어요"
확실히 유희가 좋아할 만한 상황은 아니지. 나도 께름칙한데 그녀는 오죽할까.
이번엔 휴식없이 최대한 빨리 끝낼 것이다.
내가 아니라 그녀를 위해서라도.
[던전에 입장하시겠습니까?]
* * *
문을 열고 던전에 들어가자, 한동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조금 있자 눈이 어둠에 적응되기 시작하며 살짝 앞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제서야 인벤토리에서 횃불을 꺼내들었다.
"유희야, 여기 있어?"
"네! 저 여깄어요!"
다행히 그녀는 바로 내 앞에 있다.
[히든 던전 : 아바돈의 미로에 입장하셨습니다]
[함정과 몬스터를 처치하며 미로를 헤쳐나가십시오. 미로의 끝자락에선 제작자 아바돈이 당신을 기다립니다!]
[던전을 토벌중에는 일부 시스템의 이용이 제한됩니다]
흠, 이런 곳에서 며칠동안 생활해야 된단 말이지.
지하동굴이라 주변은 온통 바위덩어리 뿐이라서, 정글의 법칙 같은 방식은 불가능할 것 같다.
아이템이랑 소모품을 최대한 활용해야된다.
"그래도 저번 여행 때 쓰던 텐트나 그런 것들이 아직 있으니까 다행이네"
거기다가 유희에겐 즉석 요리스킬도 있으니 당장 살아나가는 것은 어떻게든 될 것이다.
"일단 안전하게 미로를 돌아다녀보고, 자리부터 잡자"
"네에, 그런데... 저것들부터 어떻게 해야 되지 않을까요?"
"응? 뭘 말하는... !!"
언젠가부터 미로 사이를 나와 우리 앞에 서있는 고블린 무리들.
대강 20마리 정도 되는 녀석들을 상대하지 못한다면, 시작부터 탈락이다.
========== 작품 후기 ==========
조만간 연재주기가 바뀔것 같아용... 아마 낼부턴 오후 9시에 올라갈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