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격력 1로 랭커 까지-66화 (67/117)

<-- 중급수련장의 상태가...? -->

66화

"어이, 앞은 잘 보이냐?"

"으... 당연히 잘 보이죠"

"잘됐네. 혹시라도 앞이 안 보여서 잘못 들어간 건줄 알고"

변한것은 없었다.

난 중급수련장 클리어에 실패했고, 결국 이렇게 대장간 침대 위에 누워있다.

"기다리란 말은 귓등으로도 안들리나보지? 지금 그 상태로는 안된다니까"

"그래도 그거, 진짜 놀랐단 말에요"

들어가자마자 그 악몽 같은 기억을 회상시키더니, 갑자기 모든 게 싹 사라지며 몬스터가 훅 하고 튀어나왔다.

그런 식의 함정은 지금까지 어디서도 본 적이 없다고.

"기억을 들춰내는 환영마법이라니, 게임에서 막 개인정보에 손대도 되는 거에요?"

"이용약관을 잘 읽어봤어야지. 모든 것은 합법적인 테두리에서 실행된다구"

젠장, 그걸 그냥 넘기는 게 아니었는데!

"뭐 어쨌든, 이걸로 저 안에 어떤 놈이 있는 지 알았으니까, 나중엔 적어도 대비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거야 도전자님 마음이고~~ 지금 여긴 대장간이죠~~?"

"...네"

"자 그럼, 어서 노가다를 시작하세요!"

"네네..."

* * *

포탈에서 봤던 악몽의 영향인지 집중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망가진 못]

[중급 대장장이의 크나큰 실수가 묻어나온 쇠못. 공구로서의 사용은 불가능해 보인다]

하루종일 이거보다 나은 녀석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덕분에 숙련도 쌓이는 데는 한참이 걸렸고, 이틀이 지나서야 겨우겨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대장장이 스킬 고급을 달성하셨습니다!]

[명예가 상승하고, 제작하는 아이템에는 특별 능력치 및 제작자의 이름이 남습니다]

"결국 해냈군"

"그러게요. 2주 넘게 노가다만 해서 대장장이 고급을 찍다니"

설령 검술 스킬 마스터를 찍게 해준다 하더라도 또 하고 싶지는 않은 수련이었다.

고급은 좀 낫기를 바래야지.

"그나저나 이제, 가능한 건가요?"

"그래. 한번 해봐라"

초보자의 검 다시제작.

어떤 템 살돈 없는 놈이 이 지랄을 할까 생각되는 짓을 나는 지금 시도하고 있었다.

과연 어떤 검이 나오게 될까?

다시 제작은 종류만 같은 무기를 완전히 다시 제작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일반제작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재료를 소모한다는 것이 장점이랄까.

하지만 이전 무기의 파편이 재료로 간주 되기 때문에 초보자의 검을 사용하고 있는 지금 큰 성능을 기대하긴 힘들 것이다.

깡! 깡!

철과 검 파편을 1분 정도 가열한 뒤 한 곳에 모아놓고 망치로 두드렸다.

내구도를 올리기 위해 에테르석도 털어넣었고.

"에테르를 너무 많이 쓰는 거 아니냐? 대장간에 있는 거 다 바닥나겠어"

"어차피 여기 다시 올 일 없을텐데요 뭐. 상관 없잖아요?"

이 곳이 내가 나간 뒤에도 있을 거라 생각하지도 않고 어차피 손님도 없을테니까.

제발, 좋은 검이 탄생하기를.

타앙!

시야를 완전히 장악하는 거대한 빛이 대장간을 감싸안았고, 방금 전 내가 두드리던 망치 위에는 날카로운 검 한자루가 놓여있었다.

"완성한건가"

검은 색이라곤 그림자에서밖에 찾아볼 수 없는 순백색의 한손 검.

얇지만 단단해 보이고, 뾰족한 톱날 같은 건 없지만 그 이상으로 날카로워 보이는 검이었다.

"꽤나 걸작이군. 한번 확인해봐"

저 인간도 만족하는 모양이고, 과연 능력치는 어떻게 될까?

[성(聖)검 가디언 엔젤]

[베테랑 대장장이 현우 의 손에 탄생한 명검. 하늘을 찌르는 명성에 답하듯 완벽을 추구하는 검이다.

완벽한 검의 '이데아'에 가장 근접한 한 손검. 가히 성검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검이다

가볍고 견고하다]

[파괴 불가 아이템]

[민첩 + 100]

[자신보다 레벨이 낮은 몬스터의 군중제어 효과를 무시하며, 레벨이 같거나 높은 대상의 군중제어효과에 50% 면역력을 가집니다]

[각성모드 : 마검 블러드터스터]

"미친... 이게 내가 만든 검이라고?"

입이 쩍 벌어져 닫히지 않았다. 턱이 빠졌다고 해도 믿을 정도다.

민첩 옵션이 무려 100이다.

무게는 단검보다도 가볍고, 균형도 잘 잡혀있으며 사정거리도 긴 편.

거기에 군중제어 내성효과까지.

공격력 계수가 아예 안 붙어있었지만 그건 나랑은 상관 없는 일이다.

"고급 대장장이 스킬의 위력을 얕보지 말라고. 그 약한 초보자의 검에서 이런 괴물이 탄생했잖아?"

"그러게요... 이거 새삼 고마워지잖아"

안돼. 이러다가 저 인간이랑 정든다고.

그나저나 각성모드라는 건 뭐지?

"마검 블러드터스터라니.."

첫부분에 '성검'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는 원래 검과는 사뭇 반대되는 느낌이다.

대체 무슨 옵션이 붙었길래 그러는 걸까?

"...시발!!! 이거 대박이다!!"

각성모드 설명을 확인하자, 정말 턱뼈가 분리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 * *

"그럼, 다시 도전할거지?"

"물론이죠. 전 가능한 빨리 여길 떠나고 싶다구요"

이제 검도 완성되었으니 중급수련장 통과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충분하다.

안에 있는 녀석이 환영마법으로 안 좋은 기억을 들춰낸 뒤 기습을 하는 수법이라는 것도 알았으니, 이번엔 대비가 좀 쉬울 것이다.

"준비됐어? 환영에 휘둘리기 쉬울 텐데 각오 단단히 해"

"걱정 마세요. 이젠 완전히 적응했으니까"

나는 표정만 당당한 채로 지하실의 포탈을 향해 걸어들어갔다.

춥다.

난 지금 한 여자아이와 밖에 나와있고, 눈이 내린다.

겨울, 그래. 지금은 2004년 겨울이다.

그리고 앞에 있는 여자아이는 당시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우리 누나.

"잠깐 친구집에 놀러갔다올게! 엄마 아빠한테는 말하지 마!"

"왜 그러는 거야? 그냥 말하고 갔다 와!"

"허락 안하실 것 같단 말야. 금방 갔다올게 걱정 하지마"

안돼.

여기서 물러나서는 안된다. 지금 여기서 누나를 말리지 않으면...

그녀는 친구네 집에 가 하루종일 집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그 뒤로 모든 사건이 시작된다.

하지만, 내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잠시후.

"네? 그곳에 있다고요? ...하아, 알겠습니다. 지금 데리러 갈게요"

한밤중에 두꺼운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가는 엄마.

잠시 동안 집에 둘이서만 남아버린 나와 아빠 사이에선 묘한 긴장감 뿐 그 어떤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당시 나는 겁에 질려있었고, 말문이 턱 막혀 설령 아빠가 말을 건다 해도 대답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리고 엄마가 누나를 데려온 뒤,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대체 당신이 애를 어떻게 키웠으면 혼자 말도 없이 집을 나갔다 오는데요?!"

"내가 키웠다니? 같이 키운 애잖아! 이럴때만 나한테 책임 다 뒤집어 씌우면 다야? 그리고 친구들이랑 놀고 왔다잖아!"

"말도 없이 집을 나갔던 건 똑같죠. 참 나, 가족한테 말도 안하고 행동하는 건 누구한테 배운 건데요?"

"설마 지금 나한테 배웠다는 거야?"

"그럼 당신 말고 누가있어요?"

그냥 누나를 호되게 혼내고 끝났으면 좋았을테지만, 부모님은 서로에게 완전히 실망하셨다.

자신들이 애를 잘못 키워서 저런거라고.

물론 그렇게 화해하셨고, 그것만 보면 참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더이상 애를 올바르게 키우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결국 두번째 아들인 나를 유모의 손에 맡겨 멀리 보내버렸다.

그래.

내가 육아비용만 먹튀하던 유모와 이 강원도 시골에서 살게 된 건 그들이 날 기를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항상 애써 잊으려고 기억이지만, 당시 갓 태어나 젖병을 물고 있던 한살 짜리 나의 최초의 기억이 되어버린 것.

누나가 그날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들은 내가 그렇게 될까봐 겁냈던 것.

누나가 그날 집을 나갔었기에 나는 이곳에 갇혀 부모님의 손길을 받지 못한 것이다.

========== 작품 후기 ==========

가디언 엔젤... 수호천사... 블러드터스터... 피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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