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격력 1로 랭커 까지-63화 (64/117)

<-- 아직 안 끝났어 -->

63화

[전쟁 이벤트가 종료되었습니다]

[승리한 진영 : 문명도시 아스칼]

['문명도시 아스칼'이 '아스칼 왕국'으로 업그레이드 됩니다]

[명성이 대폭 상승합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

그러고보니, 라이칸의 수도가 함락된 뒤에도 이벤트 종료 메세지는 나오지 않았지.

아스칼에 숨어있던 캣츠의 첩자를 처리한 뒤에야 전쟁은 끝났다.

"흐아, 경험치도 되게 쏠쏠하게 주는 구나"

벌써 100레벨이다.

첫 계정으로 100레벨 찍을 때는 되게 오래 걸렸었는데.

명예등급 한번 올려줄 법도 한데 여전히 '처형인'에 머물러있는 것이 살짝 아쉽긴 했다.

제압자의 강화표식인 처형인도 엄청 꿀 칭호지만, 그 다음인 '퇴마사'는 훨씬 더 하니까.

"끝났구나"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전쟁에서 승리했다.

이젠, 더이상 워랜드를 접어야 하는 걱정따위도 없다.

그런데...

"어라? 유희 씨 벌써 잠드셨네"

긴장이 풀려서 그런 건지 그녀는 내 품에 안긴채로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많이 힘드셨겠지.

그러고 보니 같이 쉬자고 그랬던가.

뭐, 앞으로를 위해서라면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          *          *

"여기도 생각보다 괜찮네"

"그쵸? 거봐요, 맨날 싸우는 것말고도 재밌는 거 많다니까"

그녀가 처음 동향왕국에 가자고 했을 때, 솔직히 나는 약간 께름칙했다.

그도 그럴게 지금 나는 캣츠의 배후로 이곳을 가장 유력하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무턱대고 놀러가기엔 약간 거부감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쉬고 있으니 그런 걱정따윈 싹 사라져버렸다.

"고작 1만골드 내고 여관잡아서 이런 경치를 볼 수 있다니, 워랜드도 꽤 착하구나"

"네. 진짜 그런거 같아요..."

이쯤 되면 며칠 전에 있었던 '그 일' 이후에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딱히 아무것도 없다.

진도 발전이라 할 것도 없고, 오히려 서로 한동안 분위기가 싸 했었다.

너무 갑작스레 그녀가 날 좋아한다고 하는 바람에 할 말을 잃었었고, 나조차도 대체 무슨 생각에 거기에 '저도 좋아해요!'라고 했는지 모르겠다.

그저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아무 이유없이 나왔던 건지, 아니면 그동안 본인조차도 몰랐던 내 진짜 속마음이었던 건지.

"으으! 내가 왜 그딴 짓을...!"

"에? 무슨 일 있으세요?"

"아, 아냐. 그냥 이상한 생각이 떠올라서"

유일하게 바뀐 거라면 그녀가 내게 반말을 허용했다는 정도랄까.

대충 듣자하니 현실세계에서는 이제 막 대학생 쯤 되는 모양이다.

아무튼. 현재는 그때 일 따윈 없었던 일 처럼 서로 원래처럼 지내는 중이다.

"현우 님, 우리 야생공원 갈래요?"

갑자기 그녀가 내게 묻는다.

"저번에 갔을 때 일 끝나면 마음대로 구경해도 된다면서요. 생각해보니까 그래놓고 그냥 나와버렸네"

"아, 그렇네. 그럼 바로 갈까?"

"좀만 있다가요. 어제 잘 못자서 낮잠 조금만 자다 갈래요. 하아암..."

유희는 기지개를 쭉 펴다가 침대 위에 누워 새근새근 잠들었다.

기왕 쉴거면 로그아웃해서 편하게 쉬지 굳이 여기서 잠을 자네.

"얘도 참 못 말린다니까"

접속중에 잠을 자도 뇌가 수면상태에 들어간다고는 한다.

대신 서버 내에서 완전 무방비 상태로 지내게게 되는데, 그동안 PK나 약탈 등의 위험에 노출된다.

"뭐, 내가 지켜줄테니 상관 없으려나"

그러고보니 나도 피곤하긴 하네.

현실에서 아침 든든히 먹었으니 배고프진 않고, 나도 잠이나 자야지.

*            *           *

그렇게 한참 뒹굴거리다 점심때쯤 우린 야생공원에 도착했다.

"역시 워랜드에선 몬스터만 봐서 그럴까, 실감이 잘 안나네"

"와, 저기봐요! 사자랑 코끼리 같은 것도 있다"

저번에 여기 왔을 때는 캣츠의 시설을 찾아내겠다는 생각때문에 제대로 안 봤는데, 막상 이렇게 여행 목적으로 오니 게임 속이라는 느낌이 안 든다.

주변을 둘러봐도 보이는 거라곤 나무와 벌판, 동물들이 다고.

뭐, 유희는 지금 신나서 돌아다니고 있지만.

"저 사실 태어나서 야생공원 같은 데 와본거는 여기가 처음이에요. 너무 예쁘다!"

"그, 그렇겠지. 아프리카 같은 외국에 나가본게 아니고서야 우리나라에 이런 곳은 없잖아"

흐아 지루해. 차라리 정문으로 들어가서 시간제 입장권 끊어서 갈걸.

플레이어들은 텔레포트 수정으로 다닐 수 있고 입장권은 기부 목적이다시피 하는 게 현실이지만, 적어도 그랬다면 시간을 핑계로 그녀를 데리고 나갈 수 있었을 텐데.

"흐음, 현우 님 너무 지루해하시는 거 같은데"

"그럴 수 밖에. 애초에 난 게임이라면 베고 잡고 돌아다니는 것 밖에 못ㅎ... 자, 잠깐 뭐하는 거야?!"

"그런 마인드로 있다가는 지쳐서 나중에 제대로 못 싸운다구요. 자자, 저랑 같이 재밌는거 보러가요!"

저렇게 적극적으로 나오는데, 무작정 거절하기만 하는 것도 좀 그런가.

하루 정도야 상관 없겠지 뭐.

"그래, 같이 돌아다녀보자"

"얏호! 그럼 따라오세요!"

어떻게 철판깔고 싫다고 말하겠어. 저리 좋아하는데.

그 뒤부터 나는 유희가 끌고가는 대로 몸을 맡겼다.

주로 목적지 없이 돌아다니며 보이는 동물들을 구경했고, 가끔씩 차려진 매점 같은 곳에서 뭘 사먹기도 했다.

그냥 길거리 음식같은 컨셉이라 버프 같은 건 없었지만 그런대로 맛은 있더라.

"좋다"

이런 말을 내뱉은 직후 내가 제일 먼저 놀랐다.

지루하기만 하고 목적도 없는 여행이라고 생각할 땐 언제고 지금은 또 좋다니.

레벨업도 못하고 경험치도 없고, 차라리 이 시간에 사냥을 하는 게 더 이득인데.

그래도 뭘 어째. 좋은건 좋은거지.

"오늘 어땠어요?"

"꽤 재밌더라. 이렇게 아무것도 안하고 돌아다니기만 해도. 너가 아니었으면 이런 거 영영 모르고 살았을거야"

"풉, 고맙죠?"

야생공원에 들어올땐 돈 때문에 텔레포트로 들어왔지만, 나갈 땐 그냥 걸어서 나가기로 했다.

어차피 여관에서 먼 곳도 아니었고, 가는 길의 경치도 구경하고 싶었으니까.

"현우 님도 여기 처음 와봐요?"

"어어... 응. 맨날 이 주변은 텔레포트로만 돌아다녔다보니 앞쪽은 안 와봤네"

야생공원 입구 앞쪽은 평범한 도시였다.

수도 근처에 있는 마을이라 그런지 꽤 발달해 있는 도시.

고층건물(이라고 해봤자 10층도 안되지만)도 많이 보였고, 여관이나 대장간 같은 시설들도 잘 되어 있었다.

"현우 님, 아직 시간도 많은 데 여기 구경하다 갈래요?"

"응? 아아, 그러고보니 아직 점심 때구나..."

이런 데면 뭐 지루하진 않겠지.

고개를 끄덕이려던 그 때 쯤, 오른쪽 멀리서 웅성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긴 뭐하는 곳이지?

외형은 살짝 고대 그리스 건축양식 같이 생긴 곳이었고, 앞쪽에는 가늠할 수도 없이 많은 인파가 몰려있었다.

"너 혹시 여기 어딘지 알아?"

"아뇨,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저도 막 현우님한테 여쭤보려던 참이었는걸요"

유희도 딱히 아는 게 없는 듯 했다.

그럼 저 사람들한테 물어보는 수밖에.

"저... 왜 여기에 다들 모인건지 아시나요?"

"어? 혹시 소식 못 들으셨어요?"

"...? 무슨 소식을 말씀하시는 건지"

"저번 패치 이후로 이곳에 생긴 건물이에요. 중급 수련장이라네요"

"?!"

저게 중급 수련장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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