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 안 끝났어 -->
59화
케인과의 1대1 전투에서 가까스로 승리한 뒤, 나는 곧바로 시장에게 달려가 라이칸을 공격할 것을 권했다.
케인은 전쟁에 참여한 플레이어 중 라이칸의 최강자.
일인 군단이라고 불러도 될 만한 녀석이 부재중일 때 공격을 해야 승산이 조금이라도 생긴다.
내 주장을 설득력 있게게 받아들인 시장은 곧바로 모든 군대를 동원해 라이칸을 쳤고, 핵심 전력이 빠지게 된 녀석들은 결국 도시를 함락당했다고 한다.
"하필이면 날 빼놓고 가는건 뭔데... 제일 중요한 부분에만 이렇게 따돌려버리나"
"따돌리는 게 아니라 위험해서 그러는 거잖아요. 하이랭커랑 싸우시느라 지치셨을텐데 행여라도 거기서 죽기라도 하시면..."
"그래도,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긴 하네요. 마지막에 케인 그 녀석의 표정도 볼만했고"
일찍이 전향했거나 마지막 전투에서 항복한 병사들은 전부 받아들여줬지만, 끝까지 저항하고 도망친 플레이어들은 바로 지명수배명단에 올랐다고 한다.
아마 그 녀석, 앞으로 방송 같은 건 꿈도 못 꾸겠지.
전쟁이 끝난 뒤 아스칼은 그야말로 지루함 그 자체였다.
경쟁도시였던 라이칸을 함락하고 그 뒤로 주변의 지역까지 영토를 확장하며 '왕국'의 형태를 취해가고 있는 도시.
만일에 대비해 당분간만이라도 이곳에 머물러달라는 시장, 아니 국왕의 간곡한 요청 때문에 지금은 아스칼에 발이 묶여있는 상태다.
"테오는 아예 경비대로 들어갔고, 승현이랑 수아는 사냥하느라 바쁘고. 캣츠에 대해서 조사하려 해도 나오는 것도 없구... 아 심심해!!"
그게 정말 이상했다.
분명 캣츠의 지도에 점이 찍혀있던 곳은 이곳, 아스칼인데도 캣츠에 관련된 시설이나 움직임은 전혀 안 보인다.
심지어 이번 점은 정확한 위치도 아니고 그냥 아스칼 영토에 크게 떡하니 찍혀있어서 어딘지도 모르겠고, 전쟁이 난 것은 그냥 우연일까?
"그러고보니, 그 상인이 말했었다면서요? 곧 어느 왕국에 큰 일이 터질거라고"
"그러기도 했었죠. 아스칼이 왕국이 되는 걸 말한 거였을까요, 아니면 그것 외에도 다른 일이 있는 걸까요"
이런다고 아무것도 알수는 없지만 단서가 없으니 자꾸 이런 생각이라도 하게 된다.
현실은 이렇게 유희 씨랑 여관에서 뒹굴거리고 있지만서도...
그때, 갑자기 그녀가 내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
"현우 님. 심심하시면 우리 데이트할래요?"
"ㄴ..네?! 갑자기 무슨?! 유, 유희 씨 저흰 아직..."
"연인들끼리 막 손잡고 다니는 그런거 말구요. 그냥 이렇게 있기만 하는 것도 심심하니까 바깥 구경도 좀 다니자구요. 이, 이상한 생각하지 마세요!"
위이잉.
두뇌 풀가동 중이다.
난데 없이 데이트 신청이라니?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말을 한 걸까? 수락할 때 반응은? 거절할때 반응은?
치지직...
사고회로가 과부하에 걸려 터져버렸다. 이제 난 망했어.
"저기, 괜찮으세요..? 구, 굳이 싫으시다면 안 가셔도 ㄷ..."
"아뇨, 좋아요. 같이 가죠!"
분명 방금전까지 엄청 고민하고 있었지만, 왠지 그 말을 듣자 모든 게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그때 알았다.
속으론 나도 같이 가고 싶었던 거라고.
* * *
"우와... 이런 곳도 있었구나"
"아스칼은 도시영토도 꽤 넓었으니까요. 그나저나, 확실히 이렇게 다니니까 좋긴 하네요"
지금껏 전쟁중에는 성벽 앞쪽이나 그 주위에만 있었다보니 시내 안을 둘러볼 시간이 거의 없었다.
캣츠에 대한 조사 때문에 몇번 돌아다니기도 했지만, 지금 이렇게 보니 저번엔 보이지 않았던 경치들도 많이 보이고 있었다.
상점가들도 그렇고, 산 같은 지형이라거나 조각상, 분수대 같은 장식들도 보인다.
"현우 님, 저기 한 번 가볼래요?"
"에? 저긴... 식당인가?"
워랜드의 건물 치곤 높은 고층에 레스토랑이 하나 보였다.
귀족들이나 사치로 다닐 것 같은 고오~~~급으로 보이는 레스토랑이다.
"꽤 비싸보이는데... 안그래도 요즘 돈 다 써서 빈털털이란 말입니다"
"아이 참, 지금 개국공신인 거 잊으셨어요?"
"아아! 깜빡 잊고 있었다!"
전쟁에서 승리함과 동시에, 전투에 참여했던 아스칼 플레이어들은 전원 명예 상승과 함께 개국공신 칭호를 얻었다.
[칭호: 아스칼 개국공신]
[다섯 번째 왕국을 결정짓는 전쟁에서 아스칼을 승리로 이끈 자들에게 주어지는 칭호.
해당 국가에서는 세금을 포함한 모든 지불이 면제되며, 아스칼을 지지했던 왕국들에게서 혜택을 받는다. 예외사항 존재]
...라는 대박 효과 덕분에, 아스칼에서는 절대 돈 깨질 걱정이 없었다.
아무래도 직접적으로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던 유희 씨는 개국공신 칭호를 받지 못한 듯 했지만, 나랑 같이 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뭐.
"어서오십시오. 주문하시겠습니까?"
고오오급 레스토랑으로 올라가 테이블에 앉자 웨이터로 보이는 남자가 메뉴판을 내밀었다.
"혀, 현우님은 뭐 드실래요...?"
"머, 먼저 주문하시죠!"
메뉴판에 써있는 음식들이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그나마 스테이크 뭐시기라는 게 보이긴 하는데, 그냥 무난하게 이거 시켜야겠다.
"그, 그럼 이걸로 주세요!"
"저도 같은 걸로요!"
...역시 그녀도 저걸 노리고 기다렸던 건가.
가격을 보니 한끼 식사는 커녕 3일 식비라고 해도 될 정도로 비쌌지만, 칭호 효과 때문인지 웨이터는 돈을 받지 않았다.
개국공신 못 됐으면 먹지도 못했겠네.
[잠자고 있던 미각을 일깨우는 육즙의 맛!]
[요리스킬 마스터의 스테이크를 드셨습니다. 피로가 회복되고 이로운 효과가 발동됩니다]
[앞으로 30분 동안 피로회복력이 대폭 증가하며 체력 소모율이 대폭 감소합니다]
"요리 스킬 마스ㅌ...! 커헉! 켁켁!"
"괜찮으세요?!"
너무 놀란 나머지 물 마시다 사레가 걸리고 말았다.
요리스킬 마스터라니.
내가 시발 한국 서버에서 100명 안에 드는 탑클래스 요리사들이나 겨우 이뤄낸 '마스터 쉐프'의 스테이크를 먹었단 말야?!
"가격이 이따구였던 거에도 이유가 있구나! 그나저나 유희 씨는 안 놀라세요? 요리 마스터가 만든 거라구요!"
"그렇구나... 현우 님은 이런 거 좋아하셨구나... 내가 만든 건 별로였나보네..."
"아, 아니 그게 아니라요! 왜 이야기가 그렇게 되는 건데요?!"
"푸흡. 장난이에요. 사실, 저도 요리스킬 레벨은 좀 높은 편이라. 아마 며칠전에 고급 1레벨 됐을걸요?"
"케헥! 케헤엑!"
이번엔 더 심하게 사레가 걸려버렸다.
고급 1레벨이라고 해도 엄청난 건데. 대체 어느 틈에 그렇게까지?!
"혹시 뭐 치트같은게 있는건가요?"
"그렇게 쉬울리가 있나요. 그냥 무턱대고 열심해 했죠"
노가다 장인이셨구나... 왠지 그녀라면 몇달동안 허수아비 노가다만 시켜도 보상만 충분하다면 해낼 거 같다.
어쩐지 유희 씨 요리가 평범한 음식점에서 먹던거보다 유난히 맛있었어.
"근데 저긴 중앙광장이죠? 누가 저기서 연설을 하고 있는데요?"
"에? 저 사람은..."
시장, 아니 이젠 국왕인가.
창밖을 통해 멀리서 보고 있긴 했지만, 그 소리가 확살히 여기까지 들려왔다.
아마도 광역 통신마법이겠지.
[백성들이시여. 저는 한때 경쟁도시였던 라이칸의 약육강식 체계를 이해하여, 그 체계를 본 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앞으로 평화의 도시는 잊으십시오! 엄연한 국가로서의 자격을 지닌 아스칼은 군사력을 키워...]
"...?"
이건 또 무슨 개소리래?
========== 작품 후기 ==========
제가 그렇게! 그렇게 간절하게 애원을 했는데도! 투표에서 우문현답 3번을 선택하신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그런데 오늘 1표 차이로 2번이 결정됐습니다! 투표 참여해주신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이제 케인 마음대로 지명수배 걸어도 되지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