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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력 1로 랭커 까지-58화 (59/117)

<-- 다섯번째 왕국 -->

58화

케인 주위에 경호나 그런 것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저 정도 레벨의 플레이어라면 경호따윈 오히려 방해만 될 뿐더러, 설령 있었더라면 아까 1만군이 들어올때 나타나려는 기색이라도 보여야 했다.

"너는...! 하긴 뭐 그래, 이쪽에 안 보이면 그쪽에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

저 녀석도 날 기억하고는 있는 건가.

"참나, 너도 순진하단 말야. 아무리 아스칼이 살기 좋아보이긴 해도 전력차이만 보면 승부는 이미 나 있는 싸움인데. 괜히 늙기만 했구나"

뜨끔.

저새끼가 감히 나이를 가지고 시비를 걸어?! 나도 아직 20대거든?!

"아스칼이 당연히 패배할 거라고 생각한 건가? 그런 것 치곤 꽤 역전 중인데. 이런 건 예상 못했나보지?"

부득부득 갈리는 어금니소리를 감추며 애써 태연하게 받아쳤다.

"역전'중'이었지. 상관은 없어. 오늘 내가 끝낼거거든"

"자기 힘에 너무 자만하는 거 아냐? 우리한테는 4만대군이라는 무시 못할 군대가 있다고"

"방금전부터 3만이잖아. 이정도면 자만이 아니라는 거 너도 잘 알텐데?"

윽.

시발 맞는 말이라 반박을 못하겠잖아.

나는 다시 한번 그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여전히 그때랑 변한 게 없다.

차이점이라면 쌍단도를 쥐고 있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얇은 롱소드를 들고 있다는 점이랄까?

"암살자 클래스 주제에 롱소드라니, 민첩성따윈 개나 줘도 이긴다는 건가?"

"일종의 검술스킬 수련이라고 생각해둬. 롱소드라고 민첩하게 못 쓰는 것도 아니니까. 그리고, 난 내가 암살자 클래스라고 한 적 없는데?"

윽, 그렇긴 하구나.

"말이 좀 길어졌네. 워랜드 마지막 플레이 기념으로 한 마디 해둬. 아마 다음에 부활하면 라이칸 영토가 돼 있을테니까"

케인의 검을 중심으로 기류가 모여들었고, 나는 마비 검 대신에 롱소드를 꺼내들었다.

리치의 차이 때문에 단검을 들기엔 위험하다.

게다가 저 녀석을 기절시켜 지하감옥으로 데려가기엔 너무 위험한 상황이다.

"영 말을 하기 싫다면야... 끝이지 뭐!"

녀석이 눈 깜짝 할 사이에 내게 돌진했다.

젠장, 바람 때문에 회피각이 안 보여.

어쩔 수 없이 유화술로 녀석의 뒤를 잡고는 곧바로 하나 둘 셋 넷.

그제서야 내가 자신의 뒤에 있다는 걸 알아차린 케인은 몸을 틀어 내게 검을 날렸고 나는 그림자 도약으로 사거리를 빠져나왔다.

녀석의 목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뭐야, 또 힘을 숨기는 건가? 얼마나 강하길래 나한테까지 그럴까. 제대로 하는 게 좋을껄!"

"그런거 아니라고..."

1초 가까이 되는 시간동안 빈틈을 허용하는 실수를 범했음에도 불구하고 데미지가 전혀 닳지 않았으니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겠지.

"하압!"

검과 검이 계속해서 맞부딪혔다.

한쪽은 날카롭고 휘황찬란한 명검(名劍). 그리고 한쪽은 그냥 초보용 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절대 녀석에게 밀리지 않았다.

"좀 하는데?"

"닥쳐! 이렇게 진지 빨아야될 때 입털지 말라고!!"

근력 스탯의 차이가 훤하니 힘겨루기 같은 멍청한 짓을 해서는 안된다.

지금 녀석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는 것도 충분한 힘을 주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민첩 몰빵을 이용해 최대한 빠르게 휘둘러 '속력'으로 튕겨내고 있는 것 뿐.

한가지 더 알아낸 점이라면, 설령 공격이 막히더라 하더라도 모션만 똑바로 취하면 스택이 쌓인 다는 점이었다.

그렇다 해도 데미지가 안들어가지만..

챙챙챙챙챙...

녀석과 검을 부딪힐 때마다 나는 계속 더 빠른 속도로 검을 휘둘렀다.

60, 68, 74, 85, 99.

풀스택이 쌓였음에도 불구하고 HP는 전혀 닳지 않는다.

그만큼 녀석은 내게 공격할 틈을 내어주지 않았다.

보기 힘들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건 아니었다.

단지 힘이 없다보니 전면전을 피하려 내가 지나치게 빠르게 휘두른 것이었고, 케인의 공방속도는 딱 적당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틈이 전혀없다.

"하 거참 더럽게 빠르네. 그래도 말야... 난 너한테서 빈틈이 많이 보여"

"..!"

서로의 검이 다시 한번 닿기 직전, 녀석이 한손을 놓은채 허리춤에서 단검을 꺼내 내게 내질렀다.

내가 검을 쥐고 있던 방향 때문에 팔을 꺾어돌려서 막아야했고, 그 틈을 노린 케인은 내 팔을 그대로 걷어차 내 몸에 붙혀버렸다.

"으윽!"

가뜩이나 무리하게 꺾여있던 팔이 충격으로 인해 완전히 마비되어버렸다.

관절기의 일종으로 판정된 건지 죽지는 않았지만, 나는 완전히 무방비 상태로 녀석에게 사방의 틈을 열어주고 말았다.

그리고 순식간에 내 뒤로 돌아가 검을 준비하는 케인.

"잘가라고. 혹시라도 다시 올거라면 계정 초기화를 하고 오는게 좋을거야. 아 물론 안오면 좋고"

"시바알..."

끝인가?

"안돼. 여기서 물러날 순 없어. 이 자리에서 죽어버리면... 아스칼에 남아 있는 다른 사람들 얼굴을 볼 면목이 없게 돼"

유희 씨나 승현이와 수아, 엔초.

모두 지금까지 워랜드에서 가족같이 지냈던 사람들이고, 워랜드가 아니면 만날수조차 없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절대 지금 죽으면 안 된다.

젠장, 어떻게 방법이 없을... 잠깐, 그림자 도약 쿨타임이 지금 몇 초더라?

분명 지금 다 됐지?

씨익.

"뭐, 뭐야?!"

녀석이 텅빈 앞쪽을 보고 당황하는 동안, 나는 케인을 통과해 뒤쪽으로 튕겨져 나온 상태로 녀석의 등짝을 향해 롱소드를 던졌다.

그리고 방금 전 공격으로 끝이라고 생각했던 케인은 당혹감 때문에 아까전과 같은 반응속도를 보여줄 수 없었다.

"작별 인사 같은거 하기도 싫다 새끼야. 그냥 꺼져"

"마, 말도 안돼..."

풀스택 공격으로 인해 녀석은 한 방에 저승으로 가버렸다.

앞으론 워랜드에 코빼기도 못 비칠테니, 저승이란 말도 맞다고 할 수 있겠지

* * *

그렇게, 아스칼은 전쟁에서 승리하고 당당하게 다섯 번째 왕국이 되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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