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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력 1로 랭커 까지-54화 (55/117)

<-- 다섯번째 왕국 -->

54화

"너희도 봤지?"

"네. 그럼 곧 아스칼이 상대해야할 군대가 저들이라는 건가요?"

"우리가 상대해야할 군대지"

무턱대고 아스칼의 군대에게 맡겼다간 그냥 대놓고 항복하겠다는 의미 밖에 안 된다.

이미 도시 자체의 군사력은 라이칸 측이 한참 앞선 상황.

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플레이어'들로 격차를 벌려야 한다.

"모두들 주목하세요! 쓸데없는 수사는 이제 그만 중단하실 때입니다!"

그냥 소리쳐도 됐지만, 확실히 주의를 끌기 위해 그림자 도약으로 그들 바로 앞으로 이동해 소리쳤다.

당연히 깜짝 놀란 군인들은 자연스레 날 쳐다봤고, 자연스럽게 설명을 시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밑에만 쳐다보지 마시고 저 앞을 보세요! 라이칸의 군대가 이쪽으로 오고있습니다. 계속 이러고 있다가 전멸 당하실겁니까?"

그제서야 그들은 성벽 너머를 바라보고 자신들이 헛짓을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은 듯 했다.

"음, 확실히 저들의 존재를 늦게 눈치챘다면 위험할 뻔 했군. 이번 행위는 선전포고로 간주한다. 긴급 전투태세! 부대 전원 완전무장으로 집합시켜라!"

다행히 대장은 사태의 심각성을 잘 알아차렸고, 아스칼의 군대는 성벽 앞에서 도시를 방어할 군대를 집합시켰다.

도시 전역에 있던 병력을 전부 끌어모으자 대충 라이칸 측과 비슷한 머릿수의 군대가 모였다.

물론 저기서 오고 있는게 라이칸의 모든 병력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이 전투에 한해서는 비슷한 수준의 싸움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젠장, 어떻게 좀 버텨봐!"

"못하겠어요. 적들이 너무 강ㅎ... 으아악!"

단순히 숫자만 맞춰놓고 해볼만 하다 생각한 게 크나큰 오산이었다.

나무 단검 백 명이랑 드래곤 슬레이어 백명의 대결.

지금이 딱 그런 상태다.

수는 비슷해도, 병사 개개인의 전투력 차이가 너무나 컸던 것이다.

나와 유희 씨, 승현이와 수아같은 플레이어들은 그나마 잘 싸워주고 있었지만, 그것이 무색해질정도로 아스칼 병사들이 너무 빠르게 죽어갔다.

"...!"

심지어 지금은, 대장이라고 하던 분까지 목에 칼이 드리워진 상황이다.

"하 참나, 이렇게 약해빠지면 어쩌자는거야?"

다행히 지금은 70스택 정도까지 쌓인 상태.

그림자 도약으로 대장 앞에 있던 녀석에게까지 방해없이 돌진하며 사선에 있던 적들을 한번에 베어버렸다.

"으윽!"

"고, 고맙소... 그대는?"

"굳이 지금 귀찮게 예의범절 따질 필요 없잖아? 너네편이니까 그냥 안심하고 있어"

그러나 현실은 전---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병사들은 끈임없이 전사하고 있고, 이대로 가다간 장기전은 커녕 지금 당장을 막아내기도 벅찬 상태다.

"후우..."

생각하면 할수록 암담하기만 현실에 잠시라도 눈을 돌리려 완전히 전투에만 몰입했다.

어느새부터 패시브는 풀스택.

한 방 한 방으로 수많은 적들을 죽여나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가 너무 많았다.

애초에 아스칼의 모든 군대를 다 합친 것만큼이나 많은 녀석들이다.

3차웨이브나 로드란 공성전, 그때를 생각해보더라도 이건 비교도 할수 없이 많았다.

나 혼자 이들을 상대하는 건 절대무리.

하지만 몸이 한계에 다다르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그 무리를 감행해야만 했다.

나 말고는 더 싸울 수 있는 사람이 없었거든.

승현이가 부상을 입었다.

"으악!"

"오빠! 괜찮아?!"

"지, 진정하세요! 빨리 치유를..."

유희 씨와 수아가 빨리 힐 마법을 걸어주었지만, 여전히 녀석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젠장, 이 녀석 부상후유증이야.

가끔 순식간에 강한 피해를 입을 경우 뇌파 전달로 인해 HP가 전부 회복된 뒤에도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워랜드에서 피해를 입으면 통각 대신 진동의 세기로 전달되는데, 진동이 너무 강할 경우 일정시간 동안 계속 느낌이 남아있는 것이다.

정말 부상후유증이라면 당분간 승현이가 전투에 참여하는 것은 무리다.

"시발 진짜 큰일났다"

전투가 가능한 인원이 더이상 없다.

이대로 부상자들을 계속 전장에 방치해 둘 수록 점점 더 위험해지기만 할 뿐이다.

하아 꼭 이래야 되는 건가.

"야 대장, 부상자들 데리고 군대 전부 퇴각시켜. 수아도 유희 씨랑 승현이 데리고 빨리 들어가고"

"미쳤어?! 오빠 혼자 저 사람들을 전부 상대하진 못해!"

"나도 알아!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나까지 여기서 물러서면 안돼"

정말 좆같이 힘든 결정이었다.

하지만, 내가 한 번 죽더라도 전쟁은 계속된다.

단 나 하나의 희생으로 첫번째 고비를 넘기고, 그 다음부터 다시 부활해 싸우면 된다.

결국 내 옆에 있던 동료들은 전부 도시 안쪽으로 피했고, 드넓은 전장에 수 천명의 병사들을 상대하는 것은 오직 나 뿐이었다.

"와라 이 개새끼들아!"

아군은 오직 나 한 명.

이렇게 몰입했던 적이 없던 것 같다.

지면 정말 끝이라는 생각으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어차피 패배해 지명수배자 리스트에 오른다면 정말 워랜드를 접을 생각이었다.

그러니, 이번이 진짜 마지막 전투가 될 지도 모르는 일.

"하아아아!"

200을 훨씬 넘은 민첩이 전부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당연히 쉬지 않고 뛰어다니며 수천 명의 병사를 상대했으니 금세 지쳤고, 그럴 때마다 가지고 있던 기력 회복 포션을 꺼내마셨다.

"흐억... 흐얽... 허억... 헑..."

가쁜 숨은 쉬지 않고 터져나오는데도 지치지는 않아 계속 뛰어다니고 있다.

지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그저 속도가 줄어들지 않을 뿐, 호흡은 이미 흐트러졌고 끈임없이 딸꾹질이 올라오고 있었다.

어느새 코눈물까지 나와가며 앞을 가렸지만, 그런 것 따위 인식할 틈도 없이 적들이 쏟아져나왔다.

그러나 그때, 기적같이 내 앞에 상태창이 나타났다.

[새로운 스킬 : 지진 강타]

[무기로 지면을 강하게 내리쳐 거대한 충격파를 발산해냅니다. 지진 강타의 위력은 현재 공격력에 비례하며, 패시브의 영향을 받습니다]

"시발 이거다..."

지금쯤 반 정도 미쳐있는 상태라 왜 이 스킬이 생겨난 건지 그 딴것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중요한 점은, 내게 스킬이 생겼고 그게 지금 상황을 완전히 역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아압!"

망설일 것도 없이 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쿠구구구궁.

거대한 대진(大震)이 지면을 강타하고, 날 중심을 앞에 있던 모든 적들이 충격파로 인해 쓰러져갔다.

"됐다... 됐다고 시발..."

결국 해냈어. 내가 그 많았던 병사들을 다 해치웠어.

...해치우긴 개뿔.

불행히도 범위권 안에 있지 않았던 녀석들이 더러 있었던 모양이다.

멀쩡하게 씨익 웃으며 나를 향해 다가오는 놈들과 반대로 나는 지금 완전히 탈진한 상태다.

이젠 회복 포션마저 떨어졌다.

다 와놓고 이렇게 마무리가 뒤숭숭하다니.

허무하네.

"어이, 야. 정신차려"

"누, 누구...?"

"뭐야. 그새 벌써 날 까먹은 거야? 이거 좀 섭섭한데"

땅 위에 쓰러진 채로 슬쩍 눈을 떠 목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다.

전신을 검은색으로 칠한 날카로운 갑주.

온통 붉은 날로 화려하게 장식된 용혈 장검.

기억났다.

"너 이새끼... 테오구나"

"그래, 나다 이 새끼야"

하여간에 진짜, 막판에 나와서 있는 폼은 다 잡는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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