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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력 1로 랭커 까지-53화 (54/117)

<-- 다섯번째 왕국 -->

53화

"빨리 오세요 유희씨!"

"네! 지금 가요!"

3일동안 충분히 쉬었겠다, 우리는 다시 여행을 재개하기로 했다.

이번 목적지는 미개척지 중남단 즈음에 위치한 거대도시 아스칼.

마침 그쪽에 내려가있던 승현이와 수아도 아스칼 근처라길래, 거기에서 아예 합류해 여행하기로 했다.

아스칼에 있는 캣츠의 시설을 발견해 저지하고 나면, 그 북쪽에 있던

"그러면 현우 님 일행이랑 같이 가는 건가요?"

"네. 혹시 불편하시면 친구 분 부르셔도 되요"

"아, 아녜요! 그럴 필요까지는..."

친구를 불러도 된다는 말에 저렇게 깜짝 놀라는 이유가 뭘까.

설마 친구가 없는건가?!

아냐, 주위 친구들이 다들 공부하느라 워랜드를 하지 않는 걸수도 있어.

굳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란 말야!

굳이 돈 들여서 워프 포탈 쓸 필요도 없이 바로 아스칼을 향해 텔레포트 했다.

"준비되셨죠? 도착지는 아스칼입니다"

"네, 준비됐어요. 가요!"

*            *           *

아스칼.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미개척지에서 가장 넓고 발달한 도시.

왕국이라 하기엔 영토가 좁지만, 도시 내부의 환경으로만 보면 왕국 수도라고 해도 전혀 의심받을 만한 도시였다.

바로 옆에 비슷한 영토와 기술력을 가진 또다른 도시 라이칸 을 끼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 형! 왔어요?"

"그래. 되게 오랜만이네"

"옆에 계신분은 누구세요? 혹시 설마 그 동행분?!"

"...왜 그렇게 놀라는 건데"

마치, '너 같은 새끼가 어떻게 이런 미인을 데리고?!'와 같은 표정이랄까.

"혀, 형같은 사람이 어떻게 저런 분을 데리고 동행을..."

"에라이 쌍화차야!"

"아야! 아파요!"

임승현의 머리를 꽁 쥐어박았다.

"그나저나, 동행분은 닉네임이 어떻게 되세요?"

"유희라고 해요. 잘부탁드려요"

"아, 유희 씨... 전 임승현이라고 합니다. 저도 잘부탁드립니다!"

"전 수아에요. 앞으로 잘해봐요!"

다행히 두 남매는 유희 씨를 반겨주었다.

"그나저나 얼마 안 된 것 같았는데 막상 이렇게보니까 되게 오랜만인거 같네요. 그나저나 형은 여기서 사냥하시게요?"

"어 사실... 사냥하러 온 건 아닌데..."

그냥 사실대로 말해?

무려 '사병단'의 수장인 엔초한테도 기밀이랍시고 말 안해준건데, 얘네 한테 그냥 말해줘도 되는건가.

"그게 우리가 말야..."

쿵!

내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뒤쪽에서 커다란 굉음이 울렸다.

"뭐, 뭐야?!"

라이칸 방향에 세워져 있던 성벽 일부가 폭발해 무너져 내린 것이다.

아스칼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되었다.

군인들은 상황을 파악하기위해 성벽 쪽으로 달려가고, 거리 곳곳에선 불안감에 휩싸여 얼어 있는 사람들도 다수 있었다.

그리고, 그 직후부터 플레이어들에게만 나타난 이벤트 메세지.

[돌발 이벤트 : 제 5의 왕국 이 시작됩니다]

"...???"

아스칼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그대로 완전히 굳어버리고 말았다.

*            *           *

현 아스가니아 대륙에 존재하는 왕국은 총 네 개.

수중도시인 아틀란티스를 제외하고 중앙왕국 에란젤, 남향왕국 에킬라, 동향왕국 레버튼, 그리고 서향왕국 노벨로스.

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대뜸 돌발 이벤트로 다섯 번째 왕국이 탄생한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런 거지, 사실상 논리적으로 보면 일어나지 못할 일도 아니었다.

라이칸과 아스칼의 영토는 각각 중앙왕국의 3분의 1 정도 밖에 안 되는 정도.

그러나 바꿔 말하면 두 도시가 합쳐질 경우 중앙왕국 3분의 2에 달하는 거대한 면적을 가질 수 있다는 뜻이었다.

거기에 주변의 미개척지 영토까지 확장해나가면 꽤 강대국으로 설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원래 관점으로 돌아가보자.

아무런 징조도 없이 왜 대뜸 이딴 일이 생긴건데?!

[다섯 번째 왕국이 탄생하는 영광의 전쟁에 참여하시겠습니까? 전장에 들어설 경우 참여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그래도 최소한 거절할 수는 있게 해놨... 잠깐. 전장이라면 분명 여기까지도 포함 아닌가?

[이벤트 진행중인 전장에 진입하셨습니다. 이벤트에 자동참여합니다]

[아스칼 과의 친밀도가 대폭 증가합니다]

[라이칸 과의 친밀도가 대폭 하락합니다]

[아스칼이 승리할 경우 명예가 상승하며 추가로 '개국공신' 칭호가 부여됩니다]

[라이칸이 승리할 경우 NPC와의 거래가 제한되며 지명수배명단에 오를 수 있습니다]

"미친"

자동참여는 너무 심한 거 아니냐?

"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죠?"

"일단 침착하세요. 이런 큰 이벤트에 섣불리 움직였다간 정말 게임 접어야될 수도 있어요"

아스칼이 패배할 경우 미개척지 주변에는 발가락도 못 댈 것이다.

행여나 전쟁에서 활개치다가 지명수배까지 걸리는 순간, 미개척지 뿐만 아니라 다른 왕국에서까지도 고개를 내밀지 못한다.

남향왕국에서야 친밀도가 있으니 어느정도 숨을 수 있겠지만, 그 정도 되면 그냥 워랜드를 접는게 차라리 낫다.

그만큼 이미 한 번 참여한 이상 정말 반드시 이겨야 하는 전쟁이 될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아스칼 쪽으로 참여하게 된건지... 차라리 라이칸이 나았을텐데"

비록 비슷한 힘을 가진 나라라 해도 아스칼은 자유와 평화, 질서에 중점을 둔 도시.

반면에 라이칸은 강한 사람이 모든 걸 가지고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세계.

둘 중에 어느 나라가 살기 편한가를 논하자면 당연히 아스칼을 선택하겠지만, 단순 군사력만 놓고 비교하자면 라이칸 측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 현실이었다.

거기다가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유저들은 대부분 다 라이칸 측에 합류할테니, 승산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형, 이제 어쩌죠?"

"나라고 무슨 생각이 있는 줄 아냐. 일단 성벽 쪽으로 가서 무슨 일이 생기는 지나 지켜보자"

무턱대고 먼저 선제공격을 했다가 백도어라도 당할 경우 그대로 끝이다.

승산이 적은 전쟁인 만큼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도 신중하게 움직여야 했다.

도심을 지나 굉음이 울렸던 방향으로 가자, 한 부분이 완전히 무너져 잔해가 쌓인 높은 성벽을 볼 수 있었다.

차라리 저 위에서 미리 군대를 감지해 신호를 보냈다면 공성전으로 우위를 점할 수도 있었을텐데, 시작부터 이렇게 무너지면 어쩌라는거야?

군대는 최선을 다해 잔해를 훑으며 이 사건에 대한 단서를 찾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그게 아냐.

"저건...!"

바로 앞을 훑고 있느라 정작 보지 못한 저 뒤편에서 몰려오고 있는 거대한 인파.

라이칸에서 보낸 '진짜' 군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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