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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력 1로 랭커 까지-48화 (49/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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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미친..."

우리는 폭발로 인해 크레이터만 남은 거대한 잔해를 내려보고 있었다.

사전에 지진을 감지했기에 망정이지, 찰나라도 늦었다면 지금쯤 저 구덩이 어딘가에 파묻혀 있었을 것이다.

"증거인멸이라는 거냐. 확실히 효과가 있긴 할 수도"

최소한 저렇게 함으로서 여기에서 무엇을 했었는 지 알 수 있는 단서는 전부 증발해버렸다.

젠장! 그때 좀 더 자세히 살펴볼 걸.

"저... 형님. 여기가 뭐 하는 곳인지.. 아니 뭐하는 곳이었는지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어...음...그게..."

얘네한테 말해줘도 되는건가?

엄연히 말하자면 비밀병기 프로젝트와 연관되어 있으므로 이 정체불명의 집단에 대한 정보 또한 최고기밀등급에 속한다.

아무리 정예병사로 훈련 받은 애들이라고는 하지만, 얘네한테 정보 열람 권한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설마 막 함부로 알려줬다가 잡혀가는 거 아니겠지?

"나중에 국왕한테 물어봐. 나도 자세히는 모르니까"

대충 이렇게 말해두면 되겠지 뭐.

*          *         *

조직의 시설까지 포도당을 데려오느라 에너지를 다 쓰는 바람에 당장 텔레포트 수정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유희 씨는 이미 중앙왕국의 수도 에란젤까지 가 있는 상태였기에 완전히 방전된 텔레포트 수정이 충전될때까지 3일 동안의 공백기간이 생겼다.

그동안 뭐 별거 없었다.

마차나 다른 이동수단을 타고 내려갈까 생각도 했지만...

"맞다 시발 여기 마차 안 다니지"

바퀴가 얼고 말들에게 무리가 간다는 이유로 메멘텔 북쪽의 극지방을 오가는 교통수단은 개썰매밖에 없었다.

하필이면 워프포탈도 없어 여관 하나 잡아서 3일동안 뒹굴거렸고, 텔레포트 수정이 충전된 뒤 우리는 에란젤에서 다시 합류했다.

"오셨어요?"

"네에... 에엣취!"

극지방의 날씨에 적응되어서 그런지 따뜻한 온대기후지방으로 내려오니 재채가 절로 나왔다.

면역포션이 어딨더라...

"그럼, 다음은 어디죠?"

"어디보자... 저번 극지방으로 3곳째고, 총 5곳 남았네요. 어디 가실래요?"

나는 유희 씨에게 지도를 펼쳐 보여주었다.

서향왕국 남쪽에 하나, 동향왕국과 미개척지에 각각 두 점 씩 남아있었다.

"어? 여기 테클라 타운 맞죠? 저 여기 가고 싶어요"

"테클라 타운이요? 정말 그쯤이네"

워랜드를 하는 사람 치고 그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테클라 타운은 서향왕국에 위치한 최대의 무역 항구 도시로서, 카지노를 포함한 각종 도박사업이 존재하고 발달하는 유일한 곳이다.

게임계의 일종의 강X랜드라고 보면 된다.

물론 정부에서 이를 가만히 보고 있지만은 않았을테지만, 타 게임과 같은  뽑기/룰렛 시스템의 일종이라 주장한 개발자의 기막힌 논리가 어찌어찌 먹혀들었다고 한다.

물론 일부 국가는 그딴 거 안통해서, 해당 나라의 서버에선 테클라 타운의 출입이 아예 막히기도 했다고 한다.

"역시 유희 씨, 그런 거 좋아하셨구나..."

"아, 아니거든요!"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그런 모습이 살짝 귀엽기도 하고... 잠깐 나 무슨 생각 하는거야!

"그럼 어쨌든. 이쪽으로 가는 걸로 할까요?"

"네, 좋아요!"

그녀가 해맑게 웃었다.

*          *         *

텔레포트 수정을 쓸 수도 있었겠지만 에란젤에 오느라 다시 한번 방전되는 바람에, 우리는 워프 포탈을 사용해 테클라 시티에 도착했다.

확실히 게임계의 강X랜드라는 별명처럼 다른 지역에 비해 특이한 도시였다.

해안 도시이니만큼 바다 근처에 있다는 건 그렇다 쳐도...

"건물 배열이 이렇게 단순할 수가 있나?"

워프 포탈을 제외하고 근처에서 볼 수 있는 건물들은 세 종류밖에 없었다.

카지노와 무역센터, 그리고 여관.

대놓고 도박에 치중하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어진 도시인가?

...맞구나.

"지도가 맞다면, 아마 이 건물 안에 있을텐ㄷ..."

왜 하필이면, 가장 크고 설비 좋아보이는 카지노에 점이 찍혀있는건데?!

"우와, 진짜 여기에요?"

유희 씨는 갑자기 표정이 훨씬 더 밝아진 느낌이었다.

하지만 난 카지노라는 공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딱히 지인이 도박에 빠져 모든 돈을 탕진했다거나 거기에 대한 안 좋은 기억 같은 게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예전부터 어른들이 도박은 나쁜거라고 했기 때문이다!

다들 알다시피 나는 정말 어릴적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다.

옆에서 '이거 하면 안돼' '저건 해도 돼' 같은 말을 해줄 부모님이 없었기에 대신 주변 어른 들의 말을 굉장히 잘 믿는 버릇이 있었다.

실제로 중학교 2학년 때 친구한테 병신 소리 듣기 전까지 실제로 산타가 있는 줄 알았다.

산타가 크리스마스날 무료로 집앞에 선물이 들어있는 택배상자를 놓고가는 노인 배달부인줄 알았지만.

어쨌든 과거 이야기는 이쯤하고, 슬슬 가만히 서 있기도 뻘쭘할 정도다.

"들어가죠"

심호흡 한번 크게 한뒤, 우리는 카지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         *       *

"좋아! 한번 더!!"

카지노가 나쁜 곳이라고 했던 어른들은 이곳을 한 번도 방문해보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역시 테클라 시티 최대규모의 카지노인만큼 시설이 굉장히 잘 되어 있었다.

물과 음료수는 무한제공 되고 테이블 세팅과 인테리어도 깔끔하다.

카드게임은 셀수도 없이 쌓여있고 흔히 모바일 게임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슬롯머신도 많이 있었다.

내가 하고 있는 것은 룰렛이었다.

"제발 32, 제발 32...!"

응 안돼.

쇠구슬은 32에서 한참 옆에 있던 34에 떨어졌다. 이제 슬슬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나?

"아니야. 숫자상으로는 2 차이 밖에 안났어! 조금만 더 하면 딸 수 있을거야. 이번 판에 남은 칩 전부 건다!"

뭐야 나. 왜 몸과 생각이 따로 노는 거지?

제발 멈추라고! 도박하고 돈 따이러 여기 온 거 아니잖아. 그 비밀집단의 단서를 찾아봐야지!

"이번엔 17이다! 제발... 아오!"

에휴 병신 쯧쯧.

그래 오히려 잘된거야. 이제 더 이상 남은 칩도 없으니 그만두겠...

"칩 조금만 더 사러 가야지"

5천 골드나 부어 놓고 더 충전하러 가시겠다?

이 정도면 정말 심각한다. 에라 모르겠다, 나중에 한 번 쓰러지고 일어나면 괜찮아지겠지.

피곤해서 곯아떨어지든, 정신병원에 실려가서 쓰러지든.

그렇게 정신은 몸을 포기했고, 몸은 더 많은 골드를 칩으로 바꾸러 갔다.

"히히히..."

안돼 이 미친놈아!!!

또다시 5천 골드가 카운터로 빨려들어가기 직전, 누군가가 내 어깨를 훅 붙잡았다.

"뭐하세요! 그쯤 하시죠?!"

"아..."

유희 씨가 바로 앞에서 소리치자 놀랍게도 몸이 다시 말을 듣기 시작한다.

됐어, 됐다고 시발!!

"감사합니다. 덕분에 몸의 통제권을 되찾았어요..."

"에에? 그게 무슨..."

결국 시공의 폭풍속으로 빨려들어갈 뻔 했던 5천 골드와 내 몸을(?) 지켜낼 수 있었다.

이번 여행, 나 과연 무사할 수 있을까?

========== 작품 후기 ==========

한자를 배우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소제목의 환상은 "환상의 나라" 할때의 환상이 아닙니다.

네, 헛깨비할때 그 환상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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