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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력 1로 랭커 까지-44화 (45/117)

<-- 동물들에게 자유를! -->

44화

몬스터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출구 너머로 보이는 빛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저 방향이라면, 곧장 중앙왕국으로 향하는 방향이다.

얼마 있지 않아 그레이튼 마을의 장벽에 도착할 것이고, 3차웨이브 사건떄보다 훨씬 더 심각한 논란이 벌어질 것이다.

그땐 최소한 내가 수습하기라도 했지, 이번에는 완전히 무너저내릴테니까.

랭커급 플레이어들이 나타나 저들을 잡아주지 않는다면 그레이튼 마을과 그 안쪽에 있던 몇몇 마을들은 워랜드의 지도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그 대신에 동향왕국 소속의 밀림지역이 더 늘어나겠지.

"우리가 막아야 돼"

"어떻게?"

"몰라서 묻냐? 당연히 잡아야지"

너무나도 당당하게 말은 했지만, 사실상 잡으러 갔다간 우리가 잡힐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저 정도의 몬스터라면 최소 준 랭커와 맞먹을 정도의 전투력을 가진 녀석.

3차 웨이브 때 나왔던 몬스터들보다 강력해보이는 놈들이었다.

"스택..."

"네?"

"스택을 쌓을 게 필요해... 유희 씨, 혹시 때릴 만한 거 갖고 계세요?"

그 녀석들이 얼마나 강하던 간에 내가 풀스택이라면 싹슬이 할 수 있다.

녀석들에게 가서 90타를 때리려면 한참 걸린다.

쫓아가면서 스택을 쌓아 충분히 쌓인 뒤에 때려야하는데, 문제는 그 전에 스택을 쌓을 '대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 위로 올라가면 숲이 있을테니까, 거기서 나무를 베면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되겠네요. 빨리 따라오세요!"

"잠깐, 왜 그러시는 지 좀..."

"그럴 시간 없으니까 빨리요!"

유희 씨의 손을 반강제적으로 잡아끌었고, 우린 몬스터들이 나간 출구를 통해 밖으로 올라갔다.

상당히 발이 빠른 몬스터들일테니 녀석들이 그레이튼 마을 장벽에 도착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 시간이 없다.

주변에 널려있는 나무들 앞에 다가가 무작정 단검을 휘둘렀다.

10, 20, 30, 40...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검만 휘둘러댔고, 스택은 무서운 속도로 쌓여만 갔다.

"60... 70... 80... 90! 좋아요, 가요!"

바로 그레이튼을 향해 뛰어갔다.

풀스택 상태에서 초기화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30초 정도.

그 전에 도착할 수 있는 방법은 텔레포트 수정을 타는 방법 뿐이다.

"유희 씨, 빨리!"

나와 그녀는 그레이튼 마을로 순간이동했다.

"어이, 이봐! 나는?!"

...뭔가 빠뜨린 것 같은데, 착각이겠지?

*         *        *

텔레포트로 도착한 뒤 장벽 밖으로 나갈때 뭐라고 말할 지 생각하던 변명거리는 전부 쓸모없게 되어버렸다.

우리가 도착할 즈음엔 이미 장벽이 무너져 있었던 것이다.

몬스터들은 이미 마을을 불태웠고, 장벽 위에 올라가있었을 플레이어들은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젠장... 결국 못 막았잖아"

대체 뭐하는 새끼들이길래, 워랜드 출시 이후 근 1년간 단 한번도 무너지지 않았던 그레이튼 마을을 단번에 박살내버린 걸까.

생각해 보며 이 마을도 많이 왔었는데.

하지만 지금 남은 것은 예전의 모습을 떠올리기조차 힘들 정도로 일그러진 옛 마을의 잔해뿐이었다.

"그렇다고 뒤에 남은 마을까지 파괴되게 둘 순 없어"

1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버텨온 그레이튼마을마저 무너졌는데, 장벽은 커녕 방어시설조차 준비가 안 된 뒷마을들이 버틸 수 있을리가 없다.

랭커가 막아주지 않는 이상 수도까지 직행통로가 뚫릴지도 모른다.

"와라 이 새끼들아!"

스택 초기화가 진행되기 직전 나는 남은 마을의 잔해를 물어뜯고 있는 몬스터들을 향해 돌진했다.

단 한명도 막지 못했는 듯 몬스터들의 수는 아까와 전혀 변함이 없어보였다.

[패시브 : 영혼의 울림 이 발동됩니다]

[패시브 : 영혼의 울림 이 발동됩니다]

[패시브 : 영혼의 울림 이 발동됩니다]

영혼의 울림이 동일한 대상에게 다시 한번 발동되려면 한참동안의 쿨타임을 기다려야 하지만, 다른 대상에게 사용하는 것일 경우 그 쿨타임이 거의 0이나 다름없다.

덕분에 30마리에 달했던 몬스터들은 내 옷자락 하나 스치지 못한채 전부 죽어버리고 말았다.

나 혼자 준랭커들을 상대로 30 대 1을 이긴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자 내심 뿌듯해졌다.

"호, 혹시 현우님..."

유희 씨가 갑자기 벌벌 떠는 눈빛으로 날 바라본다. 무슨 일이지?

"현우님이 설마 그... 3차웨이브 사건 때 나타났다는 그 사람인가요?"

"네"

"에에?! 진짜요?!"

"네"

내가 생각해도 웃길 정도로 너무 태연하게 반응했다.

솔직히 말해서 감출 것도 없었기에 나는 솔직히 말했다. 어차피 앞으로 아스가니아대륙 전체를 함께 돌아다닐텐데 그 정도는 말해줄 수 있지 않나 싶어서.

이 참에 과학자에 대한 것도 확 말해버릴까?

"유희 씨, 저 사실..."

"꺄악!"

"...!"

잠시 한눈팔고 있던 순간, 정말 순식간에 일이 일어나버리고 말았다.

반쯤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진 유희 씨.

그녀의 왼팔에 박혀있는 기다란 화살.

화살촉 주위로 새어나오는 맹독.

"사수다!"

요새 앞에서 우리를 놓친 뒤 소식을 듣고 그레이튼 마을까지 달려온 게 분명했다.

세 명이 다 온 건가?

푸슉, 푸슉, 푸슉.

그런 거 같군.

"젠장 어디서 날라오는 건데?!"

일단 유희 씨를 간신히 업어 무너진 건물 뒤쪽에다 데려다 놓고, 나는 화살이 날아오는 소리에 귀를 귀울였다.

툭.

화살 하나가 바로 앞에 날아와 꽂혔다.

좋아, 화살촉이 왼쪽을 보고 있으니 대충 저 쯤에 한 명이 있겠군.

그림자 도약 한번이면 충분히 닿을 수 있는 거리.

단검을 꼭 쥔 채 나는 사수가 서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수풀 속으로 그림자 도약을 시전했다.

"안녕?"

역시 코앞에 있으니까 보이는 군.

여러 말 할것도 없이 단검으로 한 방에 보내버렸다.

이제 남은 것은 두 명.

"저쪽이다"

태양빛을 정면으로 받는 바람에 활의 금속부분이 비쳐 동쪽에 있던 사수 한명이 보였다.

굳이 접근 할 것도 없이 이 녀석의 독화살을 던져 응수했다

"으윽!"

단 한명 남았다. 어디지?

그때, 유희 씨를 내려놓은 잔해 바로 앞쪽으로 다가가는 한 사람이 보였다.

바로 뒤로 보이는 것은 벗어던져진 길리슈트.

한 손에 단검을 쥔 그가 향하는 곳은 정확히 유희 씨가 있는 곳이었다.

"저새끼가 감히 빽도를?"

조금이라도 늦게 알아차렸다면 정말 위험할 뻔 했다.

"걱정마 아가씨, 이 고통도 금방 끝내ㅈ... 흐억!"

"네 생명줄이나 끝내라 시발럼아"

그림자 도약과 유화술로 다가가 마지막 사수에까지 끝내버렸다.

그나저나 유희 씨, 상태가 정말 안좋아보여

"유희 씨 조금만 참으세요. 해독 포션을 드릴게요"

한참전에 상인 새끼의 배 안에서 PK 녀석을 잡고 가져온 포션이었다.

어느정도 고레벨이었던 놈이 갖고 있던 것인 만큼, 내가 그녀의 입에 따라주자마자 그녀는 어느정도 안색을 되찾기 시작했다.

"...정신이드세요?"

"...네, 정말 감사합니다 현우 님"

여전히 독의 부작용 같은 게 있는 지, 그녀의 얼굴이 갑자기 붉게 달아오른다.

나중에 어디 병원이라도 데려가야되려나.

"그전에 잠깐... 저도 좀 쉴게요"

단순간에 너무 긴장한 나머지 급성 피로가 몰려온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쓰러져버렸다.

따뜻한 봄바람이 이마를 스쳐간다.

-----외전(?)-----

"...나만 두고 가버리면 어떡하냐 이 쓰벌것들아!!!!!!"

그리고 그날, 해가 떨어지기 전까지 그 누구도 사수가 숲속에 버려진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고 한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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