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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력 1로 랭커 까지-43화 (44/117)

<-- 동물들에게 자유를! -->

43화

픽, 픽, 푸슉.

우릴 죽이려고 안달 난 화살들이 매초마다 몇 개씩 날아오는 상황에서 정면돌파라는 굉장히 위험한 방법을 선택한 우리.

하지만 마냥 무모한 것도 아니었던 게 나는 민첩에 몰빵한 플레이어였고, 손쉽게 화살을 피할 수 있는 생존기가 두 개나 있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입증이라도 하듯, 지금 까지 우린 단 한발의 화살도 맞지 않고 있었다.

"우와, 굉장해..."

"흠. 꼬맹이 주제에 조금 하는 군"

유희 씨와 사수 녀석은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감탄사를 내뱉고 있었고, 나는 흐뭇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달렸다.

휙, 휙.

왼쪽에서 비슷한 각도로 날아오는 화살.

몸을 비틀어 양손에 잡고 있던 두 사람을 놓자 화살은 그 틈으로 아슬아슬하게 빗겨갔다.

너무 멀어지기 직전에 다시 두 사람을 잡아 달렸고, 우린 마침내 요새에 거의 도착해있었다.

"엎드려!"

우린 달리던 상태 그대로 슬라이딩했고, 땅에 닿기 직전 그림자 도약으로 요새 안까지 안착했다.

그리고 더 이상 화살은 날아오지 않았다.

쿵!

나는 요새의 입구를 향해 화살을 날렸고, 천장에 덮혀있던 수풀과 흙이 무너져 입구를 가로막았다.

"미친 뭐하는 거야?!"

"녀석들이 들어올지도 모르잖아. 막아놔야지"

"저기 막히면 우리도 못나간다고 병신아! 여기가 유일한 출입구라고 했잖아!"

"...맞다 시발"

순간적으로 다른 출구가 있다고 아무 근거 없이 생각하고 있었다.

어후, 이 빡대가리!

"그래도 저희는 텔레포트 수정으로 탈출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 그런 방법이!"

"부유하신 니네들은 그럴지 몰라도, 가진 게 없는 이 그지깽깽이는 어찌할깝쇼?"

사수가 투덜거렸지만, 우리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이제 슬슬 여기가 뭐하는 곳인지 설명 좀 해주지 그래? 경비는 어딨지?"

"이곳이 정확히 무슨 목적으로 만들어진 시설인지는 나도 잘 몰라. 본 시설은 지하 2층에 있다는 것만 알지. 경비는 지하 1층에서 다니고"

일단 여기서부터 걸릴 확률은 없단 소리군.

랜턴을 키고 계속해서 복도를 걸어가자, 이내 좁은 계단이 나타났다.

아마 이 계단을 통해 내려가는 거겠지.

"설마 계단을 내려가자마자 바로 경비가 깔려있는 거 아니겠지?"

"그렇게 촘촘하게 깔아둘 여유가 있었으면 1층에도 널려있겠지. 지하 1층의 복도만 순찰하고 숫자는 10명 내외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계단 밑으로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반 정도만 내려간 채 고개만 빼꼼 내밀어 앞을 살폈다.

당장에 보이는 경비는 두 명. 나머지는 지금쯤 다른 곳을 돌고 있을 것이다.

"저번처럼 정면돌파는 힘들텐데?"

어느새 내 뒤에 바짝 붙은 사수 녀석이 속닥였다.

"그래도 최소한 교대시간은 있겠지. 그때 진입각을 보자고"

정말 계단에서 30분 정도를 기다리자, 마침내 녀석들이 복도를 돌아 나가기 시작했다.

지금이 아니면, 몇시간을 더 기다려야 될 지 모른다.

"넌 독화살 준비해놓고 있어. 새 경비가 오는 순간 바로 즉살해야된다"

우리는 발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하며 복도 벽에 바짝 붙었다.

모퉁이 뒤쪽에서 누군가가 오는 소리가 들린다.

사수는 활시위를 당기는 중.

마침내 발소리가 코앞까지 다가오고 녀석들이 모퉁이를 돌았을 때.

"...흐헙!"

"제발 조용히 끝내자"

재빨리 팔을 꺾어 잠시동안 둘을 제압한 뒤, 사수의 독화살은 녀석들을 소리칠 틈도 없이 마비시켜버렸다.

당분간 이 복도는 확보했군.

"다음 교대시간이 되기 전에 내려가자. 경비들이 알아차리기 전에 이곳이 무슨 좆같은 일을 하는 건지 알 수 있으면 좋을텐데"

지하 3층은 복도가 꽤 넓었다.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너머에서 짐승 울음소리 같은 게 들렸다.

몬스터 길들이기 프로젝트 같은 걸 하고 있었던 건가?

분명 지하 3층엔 군대나 경비가 없다고 했으니, 적어도 우리를 위협할만한 수단은 없을 것이다.

사수의 독화살은 이미 준비 완료.

"유희씨는 블레스 준비 해주세요. 안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네"

우리는 짐승소리가 난 방의 바로 앞까지 도착했다. 거대한 문은 열려있었고, 그 틈새로 안쪽을 엿볼 수 있었다.

"세상에..."

울음소리의 정체는 몬스터가 맞았다.

단지 그냥 몬스터가 아니라, 적어도 150레벨 이상의 괴수 몬스터 30마리였다.

랭커들 사이에서도 까다롭다는 거대한 늑대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정체 모를 몬스터도 있었다.

그리고 옆에 띄워져 있는 화면은 그레이튼 마을 이벤트에 대한 정보.

그렇다면 저 녀석들이 다음 몬스터들?

다음 이벤트가 언제였지?

"...오늘이네"

더 이상 지체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저걸 그대로 내비뒀다간 그레이튼 마을은 물론이고 그 안쪽의 안쪽의 안쪽까지 계속, 에란젤의 수도까지 경계선이 밀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떻게든 막아야만 한다.

나는 유희씨와 사수에게 신호를 보냈고, 우린 곧장 방 안으로 진입했다.

"너네 마음대로 하게 둘까보냐 새끼들아!!"

사수가 무차별적으로 독화살을 날렸고, 안에 있던 연구원들은 하나 둘씩 픽픽 쓰러져갔다.

다행히 아직 경보음이나 그런 것은 없었고, 몬스터들은 아직 갇혀있으니 늦지는 않은 것 같군.

독화살은 데미지보다는 군중제어효과 '마비'와 '중독'에 중점을 둔 화살이니, 아무리 전투능력이 없는 연구원이라 해도 즉사하지는 않았다.

그러니 어쩌면이들에게서 몇가지 질문에 대답을 얻어낼 수 있을 지도 모르지.

"자, 우리가 그대로 내버려두면 넌 죽을지도 몰라. 나한텐 해독제가 있으니, 내가 묻는 것에 대답한 착실히 해준다면 해독제를 줄게"

해독 포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대답한다고 줄 생각은 없지만.

내가 구라를 치고 있다는 걸 눈치챈 건지 아니면 삶에 가망이 없다고 생각한 건지, 녀석은 결국 넘어오지 않았다.

"엿이나 먹어라 개새끼야"

그 말을 마지막으로 녀석은 생기 없기 푹 쓰러지고 말았다.

한손으로 큰 스위치를 푹 누른채 말이다.

"아 씨발..."

위잉위잉위잉!!

건물 전체에 경보가 울려퍼졌고, 화면에는 알 수 없는 글자가 쓰여졌다.

물록 읽지는 못했지만 배경으로 나타나는 붉은 색만 봐도 안 좋은 징조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후.

쿠구궁 하는 쇳소리와 함께 몬스터들이 밖으로 풀려났다.

========== 작품 후기 ==========

연재가 늦어 죄송합니다 ㅠ 앞으로는 늦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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