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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력 1로 랭커 까지-42화 (43/117)

<-- 동물들에게 자유를! -->

42화

그 후로도 며칠간 이런 생활을 했고, 우리는 밀림 속의 핑에 어느정도 가까워 졌다.

대충 내가 생각하기로는 100m 정도 안에는 들어온 것 같다.

다행히 그렇게 위험한 몬스터는 많이 만나지 않았고, 가끔씩 나오는 녀석들은 내가 전부 처리했다.

"에에, 현우 님 어깨에 묻은 그거 뭐에요?"

"아무래도 독인 거 같네요"

방금 전 몬스터와 싸우다 묻은 것인 듯 했다.

"그렇게 심해보이지는 않으니까 괜찮을 것 같아요. 그나저나 유희 씨, 저 블레스 좀..."

"아, 네!"

그녀가 지팡이를 꺼내 주문을 외웠고, 잠시후 영롱한 빛과 함께 어깨의 독이 제거되었다.

"어? 이상하다"

"왜요? 혹시 또 무슨 일 있으신거에요?"

"아뇨 그런 건 아니고 블레스의 인당 마나소모는 30인데, 마나가 벌써 60이 닳았어요. 분명 처음에는 마나 100이었는데..."

"...! 그런 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잖아요!"

블레스는 광역치유기다.

마나 소모가 늘었다는 건, 그 만큼 버프 효과를 받은 사람이 더 있다는 것.

주변에 우리 외에 누군가가 있다는 거다

픽.

짧은 화살이 내 뒤를 향해 날아왔고, 간신히 피한 화살은 내 옆구리를 간당하게 빗겨갔다.

좋아, 블레스를 받은 게 누구던 확실히 우리 편은 아닌 거 같네.

"뭐 하는 새끼냐!"

나는 재빠르게 롱소드를 꺼내들었다.

화살에 꽤나 강한 독이 묻어있었는지, 그것이 떨어진 주변의 바닥은 이상한 색으로 썩어들어가기 시작했다.

저걸 맞으면 방어력이고 나발이고 독뎀으로 즉사한다.

방금 전 그게 날아온 것은 내 뒤쪽.

꽂혀있는 방향을 보고 정확한 위치를 알아낼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하필이면 몇 번 튕겨서 떨어졌기때문에 무턱대고 검을 던지기엔 위험했다.

푸슉.

화살이 날아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 순간부터 모든 게 천천히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보기만해도 역겨운 맹독이 발라져 있는 화살이 정확히 유희 씨를 향해 날아온다.

유희 씨를 밀치려니 거리가 멀고, 피하라고 소리치자니 늦는다.

내가 나서는 수밖에 없다.

들고 있던 롱소드를 최대한 빨리 휘둘러, 화살을 궤도 밖으로 쳐내었다.

"히익!"

화살은 유희 씨 바로 옆으로 빗겨갔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너 들켰다. 네가 나올래, 아니면 내가 죽여줄까?"

아무도 없는 칡덩굴을 향해 검을 내밀고 있는 내 모습이 우스꽝스러울지도 모르지만, 정말 그 안쪽에서 한 사람이 나타났다.

"길리슈트였냐"

군대에서 저격수들이 위장을 위해 사용하는 장비로, 주변의 자연물 등을 덮어 주변환경에 동화되도록 만든 위장복을 말한다.

길리슈트를 입고 대기중이었다는 건 최소한 며칠동안은 여기서 이러고 있었다는 건데, 대체 무슨 목적이지?

"너 뭐하는 새끼냐? 이 평화로운 곳에서 왜 그 지랄을 떨고 있었는지 말해봐"

"..."

역시 이럴때만 닥치고 있네.

녀석이 가지고 있던 독화살을 사용해볼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그러자니 고어물 수위를 걱정하는 작가의 절규가 벌써부터 들린다.

확실히 그건 좀 오바인것 같고.

음 그러면... 화법으로 풀어볼까.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걸 말해볼게. 이 곳은 비밀 테러집단의 시설이 있는 곳이고, 너는 그 주변을 지키고 있던 경비병이야. 맞냐?"

일단 이 곳이 점이 찍혀있던 시설의 주변이긴 했으니, 이런 상황일 확률이 유력했다.

행여라도 틀리면 '이게 무슨 쌉소리야' 같은 반응을 보일 것이고, 만약에 맞다면...

"시발새끼. 다 알고 있었으면서 물어보려고 한거냐"

역시, 확률에 걸어 찍어 맞추니 알아서 자백하는 군.

"그래. 사실 다 알고 있다. 이제부터 새 윗사람을 대하는 네 태도를 보고 살려줄지 말지 결정할거야. 그러니,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 생각하고 전부 씨부려봐"

이새끼가 플레이어였다면 전혀 부질없는 짓일 테지만, 목숨 아끼려고 죄다 줄줄 읊는 것을 보니 NPC다.

"여기서 계속 걷다보면 거대한 수풀더미로 위장한 본거지 입구가 나온다. 주변의 위장사수는 3명. 안으로 들어가면 경비부대가 교대근무를 선다."

"감시망을 뚫을 수 있는 방법은?"

"니새끼 같으면 뚫을 방법을 생각해놓고 방어선을 쳐만들겠냐?"

"..."

그렇네!

애초에 자기가 요새를 만들었다면 당연히 난공불락을 위해 설계했을테니, '이 요새는 이렇게 뚫으면 돼' 같은 걸 알고 있을 리가 없다.

알고 있다고 해도 애써 부정하겠지.

"백도어 같은 건 있냐?"

"있어봤자 개발자만 알겠지. 내가 아는 길은 정문밖에 없다. 건초더미 사이에 유독 구멍이 뚫려 있는 곳이 있을거야"

"다른 사수들은 전부 입구쪽에 몰려있겠지?"

"물론. 전부 독화살로 무장했다. 각도가 잠깐이라도 나오는 순간 바로 표적이 될 테니 조심해"

음, 그래도 꽤 협조적인 편이군.

그렇다고 아직은 풀어줄 생각이 없었다.

"좋아. 이제부터 널 아군으로 받아줄테니, 이제부터 넌 우리랑 같이 요새를 친다"

"...미쳤냐? 고작 셋이서 자살행위를 하자고?"

"아니면 지금 당장 전사자로 만들어줄수도 있어. 전자를 택할 경우 죽을 확률은, 뭐 한 90%로 치자고. 하지만 후자는 100%야. 뭐가 현명한 지는 잘 알겠지"

내가 이렇게 나오니 저 녀석도 답이 없었나보다. 결국 놈은 우리와 동참하기로 했다.

"일단 네가 길리슈트 좀 개조하자"

위장복은 착용부위에 끈적한 천이 있고, 그 바깥족에 주변의 자연물을 붙혀 이용하는 식이었다.

그래서 천을 반으로 잘라 넓게 핀 뒤, 세명이서 바짝 엎드려 길리슈트를 덮을 수 있었다!

이렇게 완벽한 위장을 한 뒤, 우리는 조금씩 앞으로 전진했다.

"흐에, 답답해"

"조금만 참으세요"

유희 씨는 정말 답답해하는 표정이었다. 아니, 어두워서 표정은 보지 못했지만 말투가 그런식이었다.

"얼마나 온 거지?"

수풀이 눈을 가려서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시스템 맵을 펼쳐보았다.

가깝다. 이젠 정말 핑에 굉장히 가깝게 온 상태였다.

그런데...

푸슉.

뭔가가 길리슈트 바로 옆을 스쳐지나갔다. 굳이 돌아보지 않아도 그게 화살이란 것 쯤은 소리만 듣고도 알 수 있었다.

"이크! 미친 눈치 빠른 거 봐라! 이 새끼들은 무슨 눈에 적외선 센서라도 달아놨냐?!"

어쩌면 시야에 들어온 지 꽤 되었던 걸지도 모른다.

슬슬 앞쪽으로는 높게 솟은 언덕이 하나 보였다. 저곳이 아마 요새일 것이다.

"사수들 위치가 어디 쯤이지?"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아까부터 쭉 이 지랄하면서 왔는데 여기가 어느 쪽인지도 모르고, 애초에 사수들끼리 위치는 비밀이라고!"

젠장... 이 새끼도 도움이 안돼

"흐에, 뭔가 방법이 없는 건가요?"

확실히 녀석들은 우리의 위치를 알고 있고, 우리는 적의 위치는 커녕 당장의 시야확보도 힘들다.

여기서 최선의 방법은, 이 병신같은 길리슈트를 벗어던지고 나몰라라 요새까지 뛰어가는 것 뿐이다.

"모두 일어서! 이제부터 존나 빠르게 뛴다!!"

한 손에는 사수놈을, 한 손에는 유희 씨를 잡은 채 나는 전속력으로 화살밭을 가로질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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