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여행 -->
40화
"역시 이번에도 성공해주었군... 고맙네. 자네가 구해준 개발자들이 큰 성과를 불러올 걸세"
"허허, 칭찬도 과하시네요. 그건 그렇고, 그 놈들은 뭐하는 놈인지 얘기 하던가요?"
"아주 그냥 입을 꾹 다물고 있더만. 하지만, 그들의 소지품들에서 무언가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네"
"소지품이라뇨?"
국왕은 내게 여러 물건들이 담겨 있는 상자를 건네주었다. 아마도 소지품을 담아둔 거겠지.
어디 창고를 털어온 것도 아닌 만큼 쓸만해보이는 것은 많지 않았다.
재가 뚝뚝 떨어지는 담배라던지, 예비용 단추나 뭐 그런 것들.
그 중에서, 나는 그나마 멀쩡해보이는 종이를 찾을 수 있었다.
"지도인가...?"
펼쳐보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아스가니아 대륙 전체의 모습이 그려져 있고, 그 안에 8군데 정도 찍혀있는 점과 그 옆에 짤막하게 쓰여 있는 알수 없는 글자가 쓰여져 있었다.
"여기가 뭐하는 곳일까나... 혹시 이 문자 읽을 수 있으세요?"
"음, 이런 글자는 나로서도 처음 보는 군. 혹시 그들의 암호가 아닐까 생각중이네. 그 외에도 편지 등의 여러 물건들에서 그와 비슷한 문자가 발견되었네"
국왕이 여러 편지들을 내게 보여주었다. 역시 무슨 뜻인지 의미는 알수가 없다만...
"그럼 일단, 여기 찍혀 있는 지역들을 한번 씩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혹시라도 녀석들과 관련되어 있는 곳일지도 모르니"
"자네가 나서준다니 나야 고맙지만... 너무 위험한 거 아닌가? 로드란의 성벽을 거의 무너뜨릴 뻔한 전력을 가진 집단일세. 혹시라도 일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걱정 마시죠. 제가 이래뵈도 모험가 아닙니까?"
한 번 죽어봤자 다시 리스폰되면 그만.
이 곳곳을 돌아다녀서 죽을 횟수가 많아봐야 8번인데, 그 정도라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였다.
중간중간에 사냥좀 하면 금방 메꿔지겠지 뭐.
"자네가 정 그렇다면야 굳이 말리지는 않겠네. 정예병사단을 지원해주겠네. 그 외에 필요한 것이 있나?"
"정예병사단은 사양하겠습니다. 기왕이면 좀 조용하게 움직이려고요"
솔직히 말해서 이번 전투 이후로 정예병사단에 대한 신뢰가 싹 사라져버렸다. 아마 회복되려면 꽤 걸릴것이다.
그건 그렇고 필요한 거라면...
"혹시 동반자를 한명 데려가도 될까요?"
* * *
내가 유희 씨를 이 여행에 데려가기로 한 이유는 딱히 크게 없었다.
그저 한 번 납치를 당했었으니 트라우마라도 생길 까봐, 자신을 납치한 사람들을 뚜까패러 다닐 여행에 동참시킬 생각이었다.
사실 정찰이 목적이긴 하지만, 발견한다면 결과적으로 녀석들을 잡게 될 테니 그런 셈 치자고.
"우와, 정말 같이 다녀도 되는거에요? 혹시 민폐끼치기라도 하면 어쩌지..."
"괜찮아요. 어차피 큰 기대도 안합니다"
역시 유희 씨는 예전처럼 소심하다.
자잘한 대화는 됐고, 이제는 그녀가 앞으로의 여행에서 최소 1인분은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할 때다.
"유희 씨. 지금부터 잘들어주세요"
"네. 듣고 있어요!"
"제가 몇가지 부탁을 드릴거에요.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니까 안심하시고, 이 여행을 함께하시기 위해서 필요한 거니까 만약에 못하신다면 저도 장담은 못드리겠습니다"
"네... 뭐든지 일단 해볼게요!"
일단 첫번째로, 그녀가 기초적인 '기적' 스킬을 배우도록 했다.
흔히 말하는 '버프'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 HP와 MP를 회복시키는 등의 각종 힐러들이 배워야할 기본 스킬.
하지만 난 어차피 맞으면 회복될 HP도 없을테니, 그것은 제외해두고 상태이상 해제와 스탯 증가 등의 기적 주문서만 주었다.
두번째로, 즉석 생산형 스킬을 배우도록했다.
미용이라던가 그런 쓸데없는 건 필요 없고, 여관없이 바깥에서 야영해야 할 상황을 대비해 즉석요리와 제작스킬이 필요할 것이라 말해두었다.
물론 손재주 스탯을 올리는 건 말할것도 없었다.
그것 외에도 도망가야될 때도 많을 테니 민첩도 좀 올려두라고 했고.
"흐아, 확실히 준비해야될 게 많네요..."
"애초에 연희 씨는 생산직이셨으니까요. 그래도 양이 많은 거지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거에요"
"현우 씨는 이런 스킬 안 배우세요?"
"그게... 저는 사정이 있어서..."
기적을 배우자니 신앙이 없고, 즉석 생산 스킬을 배우자니 손재주가 없는 걸 어떡하나.
유희 씨와 약속한 시간은 딱 일주일.
그동안 나도 가만히 놀고만 있을 수는 없지.
"흐아, 여기다!"
왕성에 있으면서 국왕을 졸라, 결국 집 한 채를 얻어냈다.
3인가족이 살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고 고급스러운 곳이었다.
귀족까진 아니어도 어느정도 부유한 평민이 살 수 있을 법한 집이라고 할 수 있을것이다.
식탁이나 의자, 침대 등의 기본적인 가구는 전부 놓여 있었고, 냉장고나 전자기기를 놓을 정도로 기술이 발달한 세계도 아니니 딱히 뭔가를 더 추가할 필요는 없었다.
단지, 내가 밖에서 사들여온 물건은 딱 하나였다.
쿵!
"대충 이쯤에다 세워두면 되려나"
로드란의 입문수련장에서 허수아비를 하나 떼왔다!
당연히 교관이 기겁을 하며 날 말리려했지만, 신분을 보여주고 돈 좀 먹였더니 순순히 내놓더라.
이래 보여도 명색이 왕국 최고기밀권한을 가진 사람이다. 웬만한 귀족과 맞붙어도 신분상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것이다.
어쨌든 그리 가져온 허수아비를 이용해서, 민첩과 스킬레벨을 조금씩 올려갈 생각이었다.
보리빵은 충분하다.
참나, 내가 어쩌다가 이런 허수아비 노가다를 자원해서 할 생각을 하게 된거지?
* * *
무기를 들고 허수아비를 때리며 수련하는 것은 생각보다 효과가 좋았다.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형태로 서 있으니, 어떤 상황을 생각하더라도 그에 맞춰 이미지트레이닝하기가 수월했던 것이다.
그렇게 다양하고 전략적으로 스킬사용을 연습하니 숙련도도 금방 늘었다.
접속을 종료해 쉬는 시간을 제외하곤 계속 집에서 수련에만 몰두하다보니, 어느새 일주일은 금방 다가왔다.
"오늘 텔레포트 포인트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조금 늦으시네"
작정하고 스킬 노가다를 하고 있다면 시간 개념이 사라지는 게 당연하겠지. 오히려 내가 조금 일찍 온 걸지도 모른다.
"현우 씨! 벌써 오셨네요. 오래 기다리셨어요?"
"아, 아닙니다. 저도 방금 여기 도착했어요"
언제오나 생각하기가 무섭게 유희 씨는 텔레포트 포인트 앞에 도착했다.
"그나저나... 제가 부탁드렸던 건 어떻게 됐어요?"
"아, 네! 말씀해주셨던 스킬 전부 다 배워가지고 왔어요. 민첩은 많이 못 올렸지만..."
그녀가 자신의 상태창을 내게 보여주며 말했다.
[이름 : 유희] [레벨 : 58]
[HP : 100] [MP: 100]
[공격력 : 50] [방어력 : 50]
[힘 : 19] [민첩 : 34]
[지능 : 57] [신앙 : 41]
[손재주 : 63]
[보유 스킬 수 : 5]
[요리 중급 Lv.2]
[블레스(상태이상 제거) 초급 Lv.4]
[바람정령의 가호 초급 Lv.4]
[즉석 요리 초급 Lv. 6]
[즉석 제작 초급 Lv.6]
"우와... 이정도면 대단한데요?"
대체 이사람, 일주일동안 얼마나 폐인짓을 해댄거지?
그렇지 않고서야 단기간만에 이 정도 성과는 기대하기 힘들었는데, 이 정도면 정말 상타치다.
"그럼 저, 현우 씨 따라가도 되는거죠?"
"물론이죠! 오히려 제가 따라가달라고 부탁드려야 되겠는걸요?"
그렇게 농담도 주고 받으며, 우리는 각자 텔레포트 수정을 꺼냈다.
"준비하세요, 갑니다!"
파앗!
새 여행이 시작되었다.
========== 작품 후기 ==========
흐아아아아!!!! 글자수로 따지면 이걸로 딱 1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