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간습격 -->
39화
"너 이새끼... 개털리기 싫으면 솔직하게 전부 말하는 게 좋을거야. 여긴 뭐 하러 왔냐?"
늘 하는 말이지만, 위험할 때 도망치는 것은 비겁한 짓이 아니다.
위험하다는 것은 내가 불공정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고, 저들이 먼저 비겁한 싸움을 시작했으니 싸움을 피하는 것은 비겁한 게 아닌 것이다!
...네 이상 도망치고 싶어 안달난 사람의 개소리였습니다.
원래는 이런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튀었겠지만, 불행히도 지금은 적당히 달아날만한 길이 보이지 않았다.
출구 쪽은 이 큼직한 형님들이 막고 있고, 반대쪽 길은 별로 가고 싶게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나한테는 훌륭한 따까ㄹ... 아니 동료가 있다구!
퍼엉!
술에 취한 형님들이 날 경계하고 있던 사이, 재빠르게 폭죽을 터뜨렸다.
그러자, 안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정예병사 녀석들이 마침내 튀어나와 녀석들에게 달려들었다.
"흐업!"
20 대 30 정도로 탄광 안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을 동안, 나는 구석에 쪼그려 숨어있었다.
한쪽은 고도로 훈련된 왕국 정예병사들이고, 다른 한쪽은 모르긴 몰라도 최소한 그에 준하는 실력을 가진 '취객'들.
이, 이런 싸움에 내가 낄 자리는 없다고!
그렇게 말도 안되는 변명거리로 싸움터를 뒤로 한 채, 나는 랜턴을 켜고 안쪽 복도로 향했다.
"야, 저새끼 튄다! 저새끼부터 잡아!"
"안된다 이 악마야!"
저 친구들이 알아서 처리해주네. 그럼 난 이만.
* * *
30명 정도의 인원들이 이 폐광 안에서 술마시고 뻗어있었으니 납치된 사람들도 전부 이 안에 있을 것이다.
만약 그들을 전부 죽인게 아니라면.
그래서 계속 안쪽으로 들어가볼 생각이었고, 그러자니 길이라고 할 만한 곳이 이쪽 밖에 없었다.
"잠깐, 혹시 저긴가...?"
검은 금속으로 둘러쌓인 거대한 철제 금고가 보였다. 아마도 예전에 광산 밑에서 캐온 것들을 임시적으로 담아두던 곳인 듯 했다.
설마 이 안에다가 사람들을?
퉁퉁퉁.
"저기요? 안에 계세요?"
"...ㅇ...ㅅㄹ..."
안에서 말소리가 들린다!
상당히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을 발견한 나는 잠시동안 당황해 어쩔줄을 몰라했다.
어떡하지? 열쇠도 없는데, 어떻게 해야 이 금고 문을 따고 사람들을 구할 수 있을까?
그때 내 머릿속으로 생각이 하나 스쳐갔다.
"중급으로 업그레이드 된 진동타격..."
대상의 고유 진동수대로 연속 가격할 경우 대상의 방어력을 일부 무시하고, 50회를 넘어갈 경우 무조건적으로 대상을 처치한다.
유화술을 썩은 나무기둥에다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이 진동타격도 무생물인 금속에 사용할 수 있을까?
금속이라고 진동수가 없는 것도 아니니, 논리적으로 따지자면 가능해야 맞는 것이다.
그러니까 만약에 안된다면 게임을 이따구로 만든 제작자들 탓이야!(?)
'좆논리 펼치지 말고 아가리 닥쳐라 내 자아야'
또 다른 내 자아의 외침과 함께, 나는 금고를 향해 진동타격을 발동해보았다.
두두두두둥 두두두두둥...
역시 느껴진다! 빠르지만,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정도의 속도.
진동수가 이렇게 빠르다면, 50타도 금방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후으으..."
단검을 쓰니 진동수가 안 맞네. 내 공격속도가 너무 빠르다.
속도를 조금 줄이려고 했지만, 쌍단검이다보니 조절이 어려워 결국은 그냥 롱소드를 꺼냈다.
처음 20타 정도는 진동수를 제대로 못 맞췄지만, 어느 정도 계속 때리다보니 진동수가 점점 맞아떨어졌다.
"벽에서 떨어지세요!"
진동수를 50회 가까이 맞췄을 때 안을 향해 소리쳤다. 누군가 듣기라도 했다면 알아서 피하겠지 뭐.
"난 책임 없어!!"
쿠우웅!!!
끝내 연속 50회의 진동수를 맞췄고, 폭탄이 터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금고는 그대로 작살나버렸다.
"대, 대체 이게 무슨..."
안쪽에선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는지 갑자기 감옥이 깨져버리자 안에 있던 사람들은 당황을 금치 못했다.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
"...현우 님?"
"...유희 씨?"
아니 이 분이 왜 여기있지?
그러나 불행히도 나는 더 생각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
"손들어. 모가지 날라간다"
젠장.
아무래도 정예병사들이 못 잡았나보군.
나는 조용히 검을 내려놓고는 손을 머리위로 올려 뒤를 돌아보았다.
역시 아까 그 새끼들이다.
"자, 이제 대답할 수 있겠지. 네놈들은 뭐하는 놈들이냐?"
"절대 말할 수 없... 아, 아아, 알았어! 말할게!"
당장 목에 칼이 드러올 지도 모르는 상황이니 체면 같은 거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고 생각하고 있겠지.
"우리는 사실..."
녀석이 다 되었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던 그 순간.
"페이크다 이 병신들아!"
왼발을 높이 들어 녀석이 들이대던 칼을 날려버린 뒤, 유화술로 재빨리 뒤를 잡아 펀치를 날렸다.
"으윽! 무슨 이런 미친..."
"그러게 상대를 잘 골랐어야지"
가뜩이나 금고 깨느라 70스택까지 쌓여 있는 이 상황에서, 내 주먹을 견뎌낼 수 있는 녀석은 이 중에 없을 것이다.
무기가 없으니 공격이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었던 건지 내게 펀치를 얻어맞고 뻗어버린 녀석은 상당히 당황스러운 표정이었다.
그건 남아있는 다른 놈들도 마찬가지였고.
"자, 오늘 참교육 좀 받자"
나는 주머니에서 단검을 꺼내 녀석들에게 돌진했다.
* * *
"어떻게 된 거냐. 명색이 왕국의 정예병사단까지 돼가지고 이딴 짭들한테 당하기나 하고."
"...면목이 없습니다. 녀석들은 저희 생각 이상으로 훨씬 강했습니다"
"난 한대도 안 맞고 다 잡았는데?"
"..."
"큭, 장난이야 임마.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뭐"
대충 이런 식의 대화를 하며 아까전 술자리에 묶여 있는 정예병사들을 풀어주었다.
"아 그건 그렇고, 납치당했던 사람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지금 같이 너네 풀어주고 있잖아"
아니 그럼 여기 있는 이 사람들은 대체 누군줄 알았던 건데?
그나저나, 아까 미처 못 했던 얘기는 마저 해야겠지.
"유희 씨가 왜 여기계세요?"
"그러는 현우 씨는요...?"
솔직히 말해서 무인도에서 먼저 그녀를 보낸 후로, 그녀를 다시 만날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유희 씨의 상황은 대충 이렇댄다.
중앙왕국에서 어느 음식점에 취직해 요리스킬을 올리던 중, 가게가 파업해서 해고를 당했다.
그 후로 중앙왕국 시세도 높아지고 해서, 남향왕국에 내려와 일자리를 찾던 중 그 여관의 요리사가 됐고 이번에 납치를 당한 것이다.
"음, 그렇군요..."
내가 말해준 부분들은 어차피 다 알고 있으니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와... 왕국 최고기밀등급이라니, 멋지네요"
"꼭 그런것도 아닙니다. 귀찮은 일들도 엄청 많아요"
물론 그에 따르는 혜택을 생각하면 담을 수 없는 말이지만, 내 개인적인 소감은 그러했다.
"현우 씨는 앞으로 어떻게 하시게요?"
"뭐 글쎄요. 이번 일에 대한 것도 좀 알아보고, 국왕이 뭐 시키는 거 없다면 다시 미개척지로 내려가려고 합니다"
물론 그 양반이 추가적인 일을 안 시킬리가 없지만.
"그럼 혹시 괜찮으시다면... 저도 같이 다녀도 될까요?"
"...네?"
이건 갑자기 또 무슨 뜬금포 발언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