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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력 1로 랭커 까지-38화 (39/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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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여기가 그 여관인가"

개발자들끼리 합숙했다길래 어디 고급진 호텔 같은 곳 잡은 건 줄 알았는데, 그냥 평범한 여관이었다.

오히려 우리가 묵던 데보다 조금 더 낡은 거 같기도 하고...?

"한밤 중에 전부 납치를 당했다니. 하아, 여기엔 마법으로 CCTV 같은 거 달 수 없는 거야?"

관계자까지 전부 실종이고 자료도 없으니, 어떻게 들어와서 어디로 데려갔는 지 전혀 알 방법이 없었다.

"뭔가 찾으셨습니까?"

그럴 필요까진 없다고 말했지만, 끝내 국왕이 내게 보낸 정예병사단이었다.

"아니. 방 쪽에선 아직 쓸만한 건 없어... 문을 뜯으려 했던 흔적이 보이긴 한데 그걸 가지고 뭐 어쩔수도 없고"

대체 마법이 이토록 마법이 발달한 판타지 세계에서 지문을 확인할 수 없는 이유가 뭘까.

지문인식만 할 수 있었어도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근데 이건 뭐지?"

1층의 술집으로 보이는 공간. 바텐더가 앉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자리 바로 앞에 뭔가가 꽂혀있었다.

부러진 칼날이었다.

"그래도 저항은 할려고 했던 모양이네. 썩 잘된 것 같지는 않지만..."

거꾸로 꽂혀있는 칼날 묻은 피가 흘러나와 주변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비록 적은 양이었지만, 그 칼날에서부터 뒷문까지 핏자국이 뚝뚝 떨어져 있었다.

좋아, 이게 단서가 될 수도 있겠어.

"핏자국이 있네요. 범인일까요, 아니면 바텐더일까요?"

"나야 모르지. 하지만, 누구의 것이든 간에 쫓아가보면 뭔가가 나올거야"

핏자국을 계속 따라 뒷문까지 갔다. 억지로 문틈을 벌리려고 한 흔적이 보인다. 유독 핏자국이 사방으로 튄 걸 보아 꽤나 고생한거 같네.

뒷문에 걸린 랜턴을 키자, 길 건너 숲까지 쭉 이어져 있는 핏자국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 쪽으로 계속 가면 국경인데... 설마 넘어간 건가?

일단은 이 핏자국을 계속 따라가 봐야 어디 쯤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너네들, 가능한 조용하게 날 따라와. 납치한 인원이 많으니까 아직 국경은 못 넘었을 거야. 아마 근처에 아지트 같은 데를 파서 가둬놨겠지.

적어도 이렇게 흔적이 있으니, 최소한 어디 근처에 있는 지 정도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           *           *

"저기... 저흰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나요?"

"좀만 더 기다려봐. 각이 안나오잖아"

결국에는 놈들의 비밀아지트를 찾긴 했다. 산 아래 있었던 폐광에 자리를 잡고, 안에 사람들을 가둬 놓은 듯 했다.

하지만 앞에 두 놈이 경비를 서고 있어서 무작정 들어가기엔 위험하다.

그래서, 20명이나 되는 정예병사들과 함께 수풀 속에서 매복 중이다.

그리고 얼마후 교대시간이 되었는지 경비들이 폐광 안으로 들어갔다.

"좋아. 아마 금방 다음 경비가 올테니 빨리 안쪽으로 붙어있자"

나는 뒤돌아 병사들에게 신호한뒤, 몸을 최대한 숙여 빠르게 입구 옆에 바짝 붙었다.

이윽고 새로운 경비들이 입구 앞에 섰지만, 사각 지대라 우리를 보지는 못했다.

"누구 혹시 마취약 있는 사람?"

돌멩이 같은 거 던졌다가는 비명소리 때문에 들킬테니 찍 소리 못내게 순식간에 제압해야 한다.

그럴려면 딱 좋은 게 마취지.

마침 정예병 중에 한 명이 마취제를 갖고 있었고, 나는 활과 화살을 꺼내 화살촉에 마취약을 묻혔다.

원래같았으면 마취약의 효과가 있었다 하더라도 고통때문에 비명을 지르겠지만, 어차피 공격력 1짜리 화살이라 아프지도 않을 것이다.

문 앞에 서 있는 경비병은 총 두 놈.

한 놈이 기절하면 다른 놈이 안에 있는 나머지를 부를테니, 그럴 틈 없이 동시에 쏴야 했다.

따발화살로 두 명을 맞추는 건 좀 오바고, 최대한 빠르게 두발을 연사해 각각 맞출 생각이다.

심호흡 한 번 하고, 화살 한 방.

"으으..."

앞 놈이 쓰러지고 화살 경로가 확보되자마자 바로 다음 한 방.

"이봐, 무슨 ㅇ..."

효과는 굉장했다!

입구 앞에 서 있던 두 놈들은 한번에 꿈나라로 갔고, 달려오는 놈이 없는 걸 보아 눈치를 채진 못한 것 같다.

안쪽에 추가 경비는 없나보네.

"좋아. 안전하다. 그럼 일단... 옷 좀 빌려가 볼까"

우선 팔다리를 흐느적거리며 뻗어있는 경비병과 옷을 바꿔입었다.

처음부터 위에 쓰던 모자까지 푹 눌러쓰니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었고, 덕분에 위장하기도 쉬울 것이다.

"일단 안으로 계속 들어간다"

그렇게 한 명을 나와 바꿔 입혀 놓은채, 한쪽 팔을 잡고 폐광 안쪽으로 질질 끌고 갔다.

안쪽으로 들어가자 밝은 랜턴이 밝혀놓은 복도가 나타났고, 그 안쪽으로 목소리가 들렸다.

"하하! 글쎄 그 바텐더 새끼도 멍청했다니깐. 단검으로 칼 한 번 쳐냈더니 그거에 지 팔을 베였다고! 킥킥"

"새끼야, 그러는 니는 거기서 핏자국도 안지우고 나왔냐? 짭새라도 붙으면 어쩌려고 그래... 넌 이제 좆됬다"

다 큰 성인 남자 30명 정도가 판 벌려놓고 술고래가 되어 있었다.

기억능력과 사고 능력을 포함한 뇌 기능까지 저하되는 순간이니 오히려 통과하기 쉬울 것이다.

가장 큰 난관이라면 저 지독한 알코올 냄새를 맡으며 자리를 통과해야한다는 점인데... 후각 인식 꺼놓을까.

"너희는 일단 여기에 있어. 가능한 안 들키게 숨어있고, 내가 폭죽 터뜨리면 좆됐다는 거니까 잠복이고 나발이고 빨랑 튀어와라"

"네..."

지금은 내 옷을 입고 있는 경비녀석을 질질끌고 술판 한복판으로 걸어들어가자, 역시 술고래새끼들이 날 경비로 착각한다.

"어이, 벌써 교대시간 끝났냐? 옆에 있던 놈은 어디갔어?"

"똥싸고 온댄다"

아무 생각 없이 즉흥적으로 말한 답변이었지만, 의외로 이 새끼들한테는 통한 듯 했다.

"참내, 뭐 처 먹지도 않고 똥싸고 지랄이래냐. 그 새끼 저번에 롤할때도 개똥싸더니. 킥킥킥"

입터는 꼬라지들 보니까 플레이어들인 것 같고... 자칫하면 PK 될 수 있으니까 조심해야겠다.

"근데 너, 뒤에 끌고다니는 새끼는 뭐냐?"

"아. 이 근처에서 얼쩡거리길래 잡아왔어. 혹시라도 스파이 같은 걸 지도 모르니까"

"에휴 니새낀 뭘 또 그런 걸 가지고 잡아오냐. 나이도 어려보이는 데 그냥 놀던 걸수도 있지. 뭐 어쨌든 이왕 잡아온거, 나머지 있는데다가 같이 데려다놔"

좋아. 다행히 눈에 뵈는 게 없구나.

솔직히 만약 얘들이 술 안 마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당연히 지금 뻗어있는 이 녀석이 아까 너네가 보낸 경비라는 건 알 수 있...

"어 잠깐? 지금 저새끼가 데려온 쟤가 원래 경비 아니야?"

"너 이새끼 뭐야?!"

"..."

좆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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