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간습격 -->
37화
황제의 욕심으로 타이탄은 상대하지 못할 적에게 싸움을 걸었고, 결국 참회의 공간에 들어가지 못한 대부분의 타이탄들이 멸종했다.
하지만 아스가니아 전역을 통틀어 단 한곳.
어느 모험가들에 의해 현재는 미개척지라 불리는 지역의 어느 북쪽 마을만은 유일하게 모든 거인들이 참회의 공간에 안전히 들어갈 수 있었다.
그들은 그곳에서 평생동안 평화를 즐겼고, 참회의 공간의 주인이었던 거인 농부는 편안한 모습으로 안식을 맞이했다.
[그래, 이 정도면 만족해도 되겠지...]
거인이 속으로 생각했다.
비록 현실은 아무도 구하지 못한 채 우리들의 손에 죽어 홀로 싸늘하게 식어갔지만, 적어도 그에게는 충분히 행복한 마지막이었다.
* * *
"그래... 마지막이라도 눈 편하게 감아라..."
모든 것을 잃었다면, 최소한 지켰다고 믿을 수라도 있게 하는게 공평하겠지.
[던전을 클리어하셨습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끝까지 드래곤을 낙사시킨 경험치는 주지 않는 듯 했다.
[마법서 : 메모리 테크닉 을 획득하셨습니다]
엥? 왠 마법서?
"아이템 확인"
[마법서 : 메모리 테크닉]
[거인 농부의 농장을 클리어하면 받을 수 있는 보상. 고위 마법 스킬인 '메모리 테크닉'을 배울 수 있다]
[마나 소모 : 1,800]
[몬스터나 NPC가 빈사상태일 경우, 과거 회상 속으로 들어가 대상의 기억을 바꿀 수 있다]
[스킬 등급 고급 이상을 달성할 시 실제 역사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단, 플레이어와 연관된 과거/역사는 불가능]
거인 농부가 참회의 공간에 들어선 후 자기 자신에게 건 마법.
여타 보조 스킬들이 그렇듯 언뜻보기엔 쓸모 없어보이지만, 갖고 있다보면 쓸모가 많을 것이다.
특히 고급 이상을 찍을 경우 완전히 역사를 바꿀 수 있다고 하니, 아마도 그때부턴 완전히 사기스킬이 되겠지.
문제는, 기본적인 스킬이라도 고급을 찍기가 상당하 어렵다는 것이었다.
스킬도 하나의 플레이어처럼 많이 사용할 수록 숙련도가 쌓이고, 숙련도가 쌓일 수록 레벨이 오른다.
그리고 이 스킬 레벨이 10 오를 때마다 등급이 올라가는데 초급, 중급까지 다 떼어야지만 마침내 고급이 될 수 있다.
그만큼이나 스킬 올리려면 고생 꽤나 할 걸.
"어차피 상관없잖아. 어차피 난 못 쓰는 스킬인데..."
1,800이나 되는 마나소모량도 어마어마하지만, 내게는 애초에 마나라는 스탯 자체가 없다.
마나소모량이 1이든 999,999,999이든 똑같이 못 쓰는 것이다.
"아 그러고보니, 내 스킬 레벨은 몇 정도 되려나"
스킬 확인도 지금껏 전부 개별로 했기에, 개별적인 스킬 레벨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별로 없었다.
과연 그 사이에 얼마나 올랐을까...
[(Pas)나는 과학이다 Lv. 2]
[(Act)유화술 중급 Lv. 4]
[(Pas)진동타격 중급 Lv. 1]
[(Act)그림자 도약 Lv. 8]
"미친?"
생각했던 것보다 레벨이 너무 높다.
무슨 알림도 안 주고 이렇게 스킬 등급 올렸다고? 분명 알림이 갈텐데...
잠깐, 설정이 바뀌었나?
"환경 설정"
즉시 톱니바퀴 인터페이스를 소환해 게임 옵션을 불러오던 중, 유일하게 '끄기' 옵션이 되어 있는 메뉴를 발견했다.
[게임 중 스킬 레벨 및 등급 상승 알림 받기 (Off)]
아니 내가 이걸 왜 꺼놨었지?
아마도 잘못 눌렀거나, 아저씨가 캡슐을 주실 때 설정해 놓으신 듯 했다.
근데, 갑자기 생각나는 거.
숙련도 중급을 찍을 때까지 스킬이 변한 게 아무것도 없다고?
진동타격은 초급 수련장을 통과하며 능력이 추가되었으니 그렇다고 치자. 아마 그 때 중급으로 올라갔을 것이다.
그런데 유화술은, 숙련도가 제일 높은데도 처음이랑 전--혀 변한 게 없는데?
물론 일시적으로 모든 상태이상 및 공격을 회피한다는 것 자체가 사기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숙련도에 따라 변화가 없다는 건 좀 아니지!
"아, 그러고 보니 사정거리가 조금 늘어난 것 같기도..."
그것 외에도 생각해보니, 처음에는 생명체 외의 물체를 대상으로 지정할 수도 없었다.
사정거리만 늘어났다면 뭐라 했겠지만, 무생물체도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게 됐으니 봐주자.
그렇게 생각보다 높은 내 스킬 레벨에 감탄하고 있던 도중, 이미 수아와 승현이는 날 버린채 숲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내비두면 계속 저러고 있을 것 같은데... 다시 가서 데려와야 되지 않아?"
"그냥 내비둬. 알아서 찾아오겠지 뭐"
"야!!! 너희들!!!!"
나 민첩 이미 200 넘었다. 잡히면 죽었어.
* * *
원래는 미개척지 사냥 동선 내내 승현이 파티와 함께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주변의 간섭에 의한 방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순전히 '내 생각'일 뿐이었나보다.
"이렇게 떠나보내려니 아쉽네. 일 끝나고 바로 다시 합류할게"
"네. 천천히 오세요. 언제든 귓속말로 위치 알려드릴게요"
저번에 성벽에서 공성전 벌인 지 얼마나 됐다고, 로드란에서 나를 다시 긴급호출한 것이었다.
자세한 상황은 직접 와서 들으랜다.
그래도 쌩깠다가는 친밀도가 확 깎일지도 모르는 일이니, 일단 부름에 응하기로 했다.
텔레포트 수정을 이용해서 로드란으로 올라왔고, 즉시 왕성으로 향했다.
"무슨 일이 있으신 건가요?"
"오, 와줘서 고맙네. 지금 일이 말이 아니야. 비밀병기를 개발중이라는 소식이 누군가에게 새어나간 것 같네"
"동향왕국에 알려진 거 아니었습니까?"
"그 사건은 레버튼의 군대가 움직인 게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네. 다행히 그들은 병기에 대한 소식을 모르는 듯 하네만..."
국왕은 잠시 목을 가다듬더니 말을 이어갔다.
"그렇다는 것은 로드란을 침략한 게 그만큼의 군사력을 가진 또다른 집단이라는 뜻이고, 그들이 비밀병기에 대해 알고 있다는 건 큰 위협일세"
"어느 정도까지 알고 있는 거죠?"
"우리가 추측하기론 굉장히 세부적으로 알고 있음이 분명하네. 개발자들의 주거지는 물론 위치까지 전부 꿰고 있어. 마침 수도 외곽의 마을에서 단체 투숙 중이었는데, 그 여관을 습격해서 모든 사람을 납치해갔네"
"성벽을 뚫고 여관에 있던 사람들을 전부 납치해갔단 말입니까?"
아니 그냥 개발자들만 데려가면 되지 왜 옆방에 있던 애꿎은 사람들까지 다 데려갔대? 몇번 방인지 몰랐던 건가?
"성벽을 뚫은 것 같지는 않네. 아마도 내부에 있던 첩자들이겠지. 그 개발자들이 없으면 비밀 병기 프로젝트는 완전히 중단되었다고 봐야 하네. 그들이 이 계획의 핵심 인물들이야"
"그럼, 제가 해야 되는 건 마을 사람들과 개발진들을 구해오는 건가요?"
"역시 잘 알고 있군"
"좋아요. 금방 출발하죠"
나는 자신있게 국왕에게 말했다.
========== 작품 후기 ==========
후아아... 타이탄의 기억 에피소드 끝나고 뭘 쓸지 고민하다가 겨우 하나 만들어냈내용. 이제 이거 다음엔 또 뭐해야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