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이탄의 기억 -->
36화
기술력의 종족 타이탄이라는 말이 있는 만큼 성벽은 굉장히 높았다.
덕분에 드래곤에게 접근하기도 쉬워졌지.
"꽉 잡아! 놓치면 진짜 답없다!"
이 높이에서 떨어졌다가는 뭐라 할것도 없이 바로 즉사다.
아무리 지금 우리의 체격이 거인들과 비등하게 커졌다 할지라도, 이건 그 기준으로 봐도 높다.
이 와중에도, 드래곤들은 수아와 나머지 마을 사람들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더이상 머뭇거릴 시간 따위 없다.
드래곤이 성벽 바로 옆을 지나치는 그 순간, 나는 승현이와 함께 그림자 도약으로 녀석의 등 위에 올라탔다.
"으윽! 꽉 잡아!!"
원래 체격보다 4~5배는 커져서 그런지 드래곤이 너무 작았다.
우리는 드래곤의 양 날개를 각자 잡은 채, 빠르게 날라오는 역풍을 간신히 버텨내고 있었다.
"크에엑!!!"
아무리 드래곤이어도 타이탄은 무거웠나보다.
날개를 잡자마자 즉각 알아챈 드래곤은 즉각 우리를 떨어뜨리기 위한 혼신의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공격할 엄두도 못 낸 채 날개를 꼭 붙들고만 있었고, 떨어지지 않는 거나 다행으로 생각해야 했다.
"으아, 토 나올 것 같애..."
"정신 똑바로 차려!"
승현이는 벌써 멀미로 인해 기절하려고 했다. 이상태로는 위험해.
주머니에서 단검을 하나 꺼내 드래곤을 향해 수직으로 내리찍었지만, 역시 비늘조차 뚫지 못한 채 튕겨져 나갔다.
가뜩이나 흔들렸는데 공격까지 막히자 내 무게중심은 완전히 무너지다시피 했고, 결국 밑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현우 형!!"
"놀라지마! 나 다시 돌아올수 있거든?!"
한번 떨어졌다고 해봤자 유화술로 돌아오면 그만.
완전히 등쪽으로 안정적으로 올라올 수 있었고, 나는 떨어지지 않게 등에 난 비늘의 틈새를 꽉 잡았다.
최소한 방어력이라도 뚫을 수 있는 스택을 쌓아야 한다.
일단 그렇게 되고 나면 날개를 집중적으로 공격해 드래곤을 떨어뜨릴 수 있고, 낙사데미지로 잡거나 죽진 않더라도 기절상태가 될 것이다.
이 드래곤에게서 스택을 쌓을 때 까지가 가장 힘든 과정이다.
"크아아악!"
평소였으면 드래곤이 포효하는 소리였겠지만, 이번에는 내 목에서부터 나오는 소리였다.
차갑고 빠른 역풍이 앞을 가린다. 시야 뿐만이 아니라 공기가 반대로 흐르다 보니 숨도 제대로 쉬기 힘들다.
"허억, 허억, 허억..."
끝내 코로 숨쉬기를 포기하고 입으로 간신히 숨을 쉬고 있지만, 계속 이러면 금세 지칠 것이다.
오른팔로 안정적이게 드래곤을 잡은 뒤, 왼팔로 단검을 반대로 쥐어 드래곤의 피부를 계속해서 때렸다.
명색이강철 비늘의 상징 드래곤이라 그런지, 역시 쉽게 데미지를 입지 않았다.
한가지 다행인 점은, 이 녀석들의 어그로가 확실히 끌렸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매달려 있는 드래곤 뿐만이 아니라, 옆에 있던 동료 드래곤들 까지도 우리를 떨어뜨리러 온 것이다.
그래도 녀석들의 친구(?) 위에 붙어있었기에 함부로 브레스를 내뿜거나 하지는 않았고, 그저 혼신의 몸통박치기를 날릴 뿐이었다.
"이크!"
"으아, 형! 저 떨어질 것 같아ㅇ..."
쿵!
방금 박치기한 녀석, 이 드래곤한테 큰 원한이 있었던 웬수가 분명하다.
녀석의 몸통박치기에 우리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그 드래곤 마저도 의식을 잃은 듯 추락하기 시작했다.
"이 미친놈!!! 승현아, 내 손 잡아!"
다행히 사정거리가 다 되기 전 승현이의 손을 잡고 다른 드래곤에게로 옮겨 탈 수 있었다.
이젠 이새끼들도 에라 모르겠다 막나가자는 추세인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우리를 막 들이받기 시작했다.
물론 우리는 한대도 맞지 않았고, 당하는 건 우리가 올라타고 있었던 애꿎은 드래곤들 뿐이었다.
"끼에에엑!"
사람들로 따지자면, 친구 뺨에 파리가 붙어서 잡을라고 뺨따구를 갈겼는데 파리는 도망가고 친구만 맞아 죽는 그런 상황인건가.
우리가 계속 도망치고 드래곤을 옮겨다녀도, 옆에 있던 동료들은 계속 해서 그 놈들을 들이받았다.
이건 뭐 검을 쓸 필요도 없는데?
아니 얘네는 마법의 종족이라면서 무슨 대갈통에 이리 생각이 없냐? 한 명이 이짓하다 떨어져 죽었으면 다른 방법을 찾아볼 생각을 해야지..
다행히도 우리의 멍청한 개래곤들은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 하는 듯 했고, 순식간에 마을에 침입한 드래곤은 단 두마리 밖에 남지 않았다.
양쪽 모두 수많은 몸통박치기를 통해 지쳐있는 상태.
이제 둘이 서로 들이받아 동시에 기절하...는 게 가장 최상의 시나리오였지만.
역시 남은 녀석은 우리가 잡고 있는 드래곤을 들이받으려 하는 듯 했지만, 이 녀석은 뭔가 다른 걸 준비하고 있었다.
뜨거운 무언가가 목구멍으로 올라가는 게 잡고 있는 비늘을 통해 느껴진다.
박치기를 하러 오는 녀석을 향해 입을 크게 벌리고 에너지를 모으는 이 현상은...
"시발?"
브레스다.
"크와아아아아!"
현대 세계에선 다양한 판타지 소설들로 인해 드래곤이 품격있고 신과 같은 존재로 표현되지만, 고대의 드래곤들은 살짝 다른가보다.
죄다 미친놈들 뿐이다.
"으아, 승현아. 드래곤을 놔!"
"네?"
"드래곤을 놓으라고! 이러고 있다가 우리까지 죽어!"
브레스를 내뿜는 드래곤 가까이에 있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어그로는 충분히 끌었고, 이제는 도망치기만 하면 된다.
우리는 동시에 잡고 있던 드래곤 비늘을 내려놓은 채 밑으로 뛰어내렸다.
쿠우우웅!
브레스를 정면으로 맞은 드래곤은 당연히 뻗었고, 친구를 향해 거침없이 브레스를 뿜었던 이 미친 개래곤마저 기력을 다 했는지 우리와 같이 추락했다.
"아니 어차피 저럴 거면 애초에 친구는 황천길에 데리고 간대?"
어쩌면 이 모든 드래곤들은 친구가 아닌 천년 웬수지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우연히 같은 전장에 나가게 됐고, 전사를 위장해서 합법적으로 웬수를 죽이려고 했던 거지!
이렇게 생각하니 개래곤들이 갑자기 똑똑하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자면, 다 뒤졌다.
"으아! 떨어진다아!! 이제 어떡하죠?"
"땅에 닿기 직전에 드래곤에다 유화술 쓰면 되니까 손이나 꽉 잡고 있어!"
유화술의 장점은, 그 어떤 것이든 고체라면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생명체는 크기에 상관없이 전부 가능하고, 무생물체라 하더라도 일정 크기 이하일 경우 전부 대상으로 지정이 가능하다.
드래곤의 시체는 기준보다 크지만, 땅에 부딪혀 낙사하기 전까진 기절할 뿐 살아있을 테니 상관없다.
"지금!"
땅이 코앞까지 다가왔고, 승현이와 함께 유화술로 드래곤 위에서 나타났다.
쿠웅!!!
"흐규... 죽을 뻔 했네"
일정한 기준선이 그림자 도약과 달리 유화술은 말그대로 '모든' 운동에너지를 초기화 시켜준다.
덕분에 4층 건물 높이에서 떨어지고도 안전할 수 있었다.
원래라면 아파트 높이라고 해야되겠지만, 지금은 기억속이라 거인이 되어서 그 정도 높이밖에 안 되었다.
[수아 : 오빠들! 마을 사람들 전부 농장 안으로 대피시켰어]
성공을 알리는 수아의 메세지와 함께 즉시 나타나는 알림창.
[던전 퀘스트 : 타이탄의 기억을 완료하셨습니다!]
========== 작품 후기 ==========
흐아... 이제 소재 떨어졌는데 뭐 쓰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