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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력 1로 랭커 까지-35화 (36/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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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과거, 우리들은 '고대'라 부르는 시절.

그 당시에는 다양한 이종족 없이 오직 두 가지 종만이 존재했다. 타이탄(거인들)과 드래곤.

두 종족은 각각 기술과 마법의 정점이라 불릴 정도로 발전했지만, 서로 완전히 분리된 삶을 살았다.

타이탄은 아스가니아 대륙 전체로 영역을 확장하며 집단적인 왕국 단위의 삶을 살았고, 드래곤들은 자신들의 둥지만을 지키며 마법 연구에 몰두했다.

그런데, 서로에게 간섭하며 살지 않던 두 종족도 결국 맞붙게 되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

아스가니아 전체의 타이탄들을 통일한 '타이탄 제국'의 황제는 문득 이런 생각에 잠겼다.

자신은 모든 땅을 통일했다. 모든 생명체가 그에게 고개를 조아리고, 이 세상의 유일무이한 대륙 아스가니아의 모든 땅이 전부 그의 것이다.

단 하나, 드래곤의 둥지들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눈에 거슬리는 소수의 미개척지들은 황제로 하여금 그의 정복욕을 불타오르게 했다.

타이탄 제국은 전 지역에서 군대를 일으켜 세워 드래곤 둥지를 침략했다.

단지 그 안에서 평화롭게 살며 바깥의 일에는 전혀 간섭도 않던 그들의 안식처를 약탈하고, 파괴했으며, 최후에는 거대한 불로 모조리 불살라버렸다.

그러나, 그것은 수많은 드래곤들에게 있어선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뿐, 타이탄은 그저 약한 도발로 선전포고를 했을 뿐이었다.

분노한 드래곤들은 둥지를 나와 아스가니아 대륙으로 올라왔고, 그 후부터 타이탄은 단 한번의 전투조차 승리할 수 없었다.

그들이 제대로 싸움을 시작하자, 9클래스 상위마법들이 아스가니아 전역을 마법의 불길로 뒤덮은 것이다.

타이탄들은 뒤늦게 그들의 실수를 후회했지만 드래곤들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모든 기술력을 동원해 만들어낸 최후의 보루, '참회의 공간'.

이 공간 안에서는 드래곤으로부터 존재감을 숨길 수 있었고, 살아남은 타이탄들은 승리하지 못할지언정 몰살을 피할 수 있었다.

각 지역 곳곳에 있는 임이의 공간들이 참회의 공간으로 지정되었다.

현재는 '미개척지'라 불리는 땅에 있는 이 거대한 농장이 이 지역의 참회의 공간.

원래 농장 주인이었던 농부는 최대한 마을 사람들을 자신의 농장으로 불러들이려 했다.

그러나 드래곤들은 너무나 일찍 찾아와 마을을 불살랐고, 끝내 참회의 공간으로 몸을 숨길 수 있었던 것은 농부 자신 뿐이었다.

*        *       *

"...이 대륙 이름이 아스가니아였구나"

저 농부는, 마을 사람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던 건가.

어쩌면 이 끈임없는 정신적 고통에 지쳐, 우리가 빨리 그를 죽이기를 바랬던 걸지도 모른다.

아니 근데 그건 그렇다 치고, 여긴 대체 어디야?

"확실히 우리가 있던 숲은 아닌 거 같은데"

방금 우리 머릿속에 나왔던 그 역사들은 거인을 잡은 뒤 나오는 엔딩 크레딧이었다고 치자. 그럼 왜 우리는 처음 보는 곳에 서 있을까?

그리고 심지어, 아직까지도 던전 클리어 메세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여긴 아무래도 도시인 것 같네요"

"...그건 나도 알수있거든?"

애초에 성벽에, 건물에, 포장된 도로며 이런 갖가지 것들을 보고 도시라는 생각이 안 들수가 없잖아!

거리를 드나드는 수많은 사람들을 지나치던 중, 나는 유독 눈에 띄는 한 사람을 발견했다.

"빨리 오세요! 빨리! 좀 있으면 드래곤들이 온다고요! 참회의 공간으로 오시면 피할 수 있다고요!"

한 사람이 성벽 외곽에서 크게 소리치고 있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별로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저 사람 또 저러네..."

"아니 글쎄, 또 무슨 헛소리를 해대는 거야. 이렇게 평화로운데 갑자기 드래곤이 왜 오겠어?"

"이젠 우습지도 않네. 낚시도 한 두번이어야 낚이지. 쯧쯧"

참회의 공간에... 드래곤... 잠깐 이거 혹시?

"형, 저 사람. 그 거인이랑 닮지 않았어요?"

"나도 그 생각 했어"

비록 그 농부 거인은 보스몬스터가 된 이후 이상하게 변질된 상태였지만 체형이라던가, 특히 마지막에 보았던 그 눈모양과 아주 흡사했다.

그럼 지금... 과거로 와 있다는 건가?

때마침 알림창이 하나 나타났다.

[던전을 클리어하셨습니다!] 같은 창이었으면 참 좋았을 테지만, 불행히 또다른 퀘스트 창이었다.

[던전 퀘스트 : 타이탄의 기억]

[난이도 : B]

[참회의 공간의 주인이었던 농부는 사실 타이탄에 있어서 몇 안되는 '마법사'였다!

그중에서도 7클래스 이상의 고위 마법사였고, 마을사람들을 지키지 못한채 홀로 참회의 공간에 남았을 때 그는 결정을 내린다.

바로 제 자신에게 '기억조작 마법'을 거는 것.

단 역량 부족으로 자신이 직접 기억을 조작할 순 없었고, 먼 훗날 그가 죽기 직전이 되었을 때 그를 처치한 전사를 그의 기억속으로 보내게끔 하였다.

이곳은 거인 농부의 최후의 기억 속 공간. 드래곤들을 막아 마을사람들이 안전하게 참회의 공간으로 갈 수 있도록 하자.

비록 현실은 참혹했지만, 농부는 자신의 기억속에서만이라도 행복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보상 : 던전 클리어, 알 수 없음]

거인의 기억 속 공간이라...

뭐, 내가 굳이 그의 행동에 대해 좋다 나쁘다 비판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어차피 던전을 클리어하려면 꼭 해야하는 것이고, 무엇보다 그저 게임 속 NPC일뿐, 개발자들이 만든 스토리대로 행동하는 것 뿐이니까.

유일하게 내가 걸리는 것은, B급이라는 무지막지한 난이도 뿐이었다.

"드래곤 몇 마리를 한번에 상대하라니... 고작 우리 레벨로?"

현재로선 순위권이라 불릴 만한 랭커들을 전부 다 데려와야 간신히 가능한 일이다.

그래도 일단 시간이 조금 있으니까, 최대한 마을사람들을 설득하고 무기를 얻을 수 있는 지 확인해봐야지.

퀘스트인 만큼 잡시간이 많이 없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준비할 틈조차 주지 않을 줄은 몰랐다.

"드래곤이다!! 드래곤이 나타났다!!"

"모두, 다들 참회의 공간으로 피하세요!"

1분도 채 안되어서 마을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건물은 온통 불길에 휩싸이고, 비명소리가 시내를 가득 채웠다.

"이대로 계속 가만히 있었다가는 아무도 구하지 못할거야. 우리가 빨리 뭔가를 해야돼!"

"뭐를요? 저 드래곤들은 이미 마을 사람들을 죽이기에 바쁜데..."

"우리가 어그로를 끄는 거야. 도발을 하던지 뭐를 하던지 해서, 최대한 마을을 공격하지 못하게"

"그러다가 우리가 죽는 거 아닌가요?"

"가만히 있어도 어차피 죽어. 최소한 뭐라도 해보자고"

"...알았어요. 그럼 성벽 위로 올라가서, 형이 그림자 도약으로 드래곤 위에 붙혀주세요"

"좋아. 수아 너는 위험하니까 사람들 대피시켜줘. 어차피 누군가가 해야 되는 거니까."

"알겠어. 여러분! 침착하시고 저를 따라 참회의 공간으로 피하세요!"

수아는 금세 마을로 달려가 사람들을 데리고 성벽 밖으로 몰고 갔다.

그걸 가만히 둘 드래곤들이 아니지.

저대로 두면 위험하다. 최대한 빨리 안정적으로 어그로를 끌어야해

"형, 빨리 가요!"

"응!"

우린 최대한 빠르게 성벽 위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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